[성명서] 제주도민 동의 없는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는 원천무효다!
윤석열 정부가 기어이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강행했다. 우리는 제주도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고시를 강행한 윤석열 정부와 국토교통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제주도민의 이름으로 이 고시는 무효임을 선언한다.
오늘 고시된 제2공항 기본계획은 기본계획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건을 결여하고 있다. 첫째, 제2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는 근거였던 수요예측의 타당성이 무너졌다. 연간 4,560만명에 이를 거라는 예측에 따라 제2공항이 추진되었지만, 기본계획에서는 연간 3,970만명으로 감소했다. 더구나 이 예측도 고령화 등 중요한 변수를 반영하지 않은 과대예측임이 드러났다. 현실에서는 이미 2016년 이후 8년째 수요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계획의 근거에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었음에도 기본계획에서 이를 반영한 대안 검토는 없었다. 수요는 늘어나지 않는데 왜 제주의 소중한 자연을 대규모로 훼손하고 혈세를 낭비하면서 현 공항보다도 더 큰 공항을 지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국토교통부는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기본계획을 고시하기 전에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해서 검토되어야 하는 입지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과 의혹도 해소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는 전임 정부 때 반려했던 것과 다르지 않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 협의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환경연구원 등 전문기관에서도 제기한 조류충돌 위험성과 철새도래지 보호 간의 상충, 숨골의 보존가치 평가 등 숱한 의문과 의혹 중 어느 하나 해소된 바 없다. 모두 입지 타당성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들로 기본계획을 고시하기 전에 해소되어야 하는 쟁점들인데도 ‘조건부’라는 명목으로 환경영향평가로 떠넘겨버렸다. 정치가 과학을 짓밟아 버린 것이다.
셋째로 제주도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고시가 강행되었다. 제주의 미래를 좌우할 제2공항 문제를 제주의 주인인 제주도민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에 비추어 너무나 당연한 원칙이다. 그래서 국토교통부도 제주도민의 의견을 존중하고, 도민의 동의와 지지 없이 강행하지 않겠다고 수차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주도민은 제2공항 건설에 대해 동의하거나 지지한 바 없다.
끝으로,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때문에도 제2공항 건설계획은 재고되어야 했다. 제주는 9월 4일 현재 무려 58일이라는 기록적인 열대야로 잠 못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성산읍과 구좌읍 등 동부지역은 가뭄으로 파종한 당근이 말라죽는 등 농민들의 피눈물이 메마른 땅을 적셨다. 이렇게 기후위기가 하루가 다르게 우리의 삶을 위협해 오고 있는데,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녹지와 농지 165만평을 콘크리트로 덮고 가장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교통수단인 항공교통을 늘리겠다는 것이 가당한 일인가?
우리는 이처럼 내용적으로나 절차적으로 어떤 정당성도 없는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결단코 인정할 수 없다. 고시는 갈등의 종착이 아니라 더 큰 저항과 갈등의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도민과 함께 도민결정권을 쟁취하고 제2공항을 백지화하는 그 날까지 더 끈질기고 더 강하게 싸워나갈 것을 결의하며,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우리는 먼저 윤석열 정부와 국토교통부에 요구하고 경고한다.
제주도는 당신들의 식민지가 아니다. 고시를 일방적으로 강행했다고 제주도민들이 어쩔 수 없이 순종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고 착각이다. 제주도민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라. 제주도민의 의사를 무시한 채 강행한 기본계획 고시를 당장 철회하고 제주도민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라. 제주도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제주도민의 의사를 무시한 채 막가파식으로 제2공항을 강행하려 한다면 우리는 이를 제2의 4.3으로 간주하고 윤석열 정부 퇴진을 위한 투쟁의 전면에 나설 것이다. 강행이면 항쟁이다!
오영훈 도지사에게도 요구하고 경고한다.
오 지사는 기본계획 고시를 정부에 요청함으로써 고시 강행의 명분을 제공했다. 오 지사는 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환경영향평가에서 제주도의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구실을 내세웠다. 이유가 어떻든 이로써 오 지사는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의 중심에 서는 것을 자초했다. 그 책임은 오롯이 오 지사에게 있다. 이제 오 지사는 윤석열 정부와 한통속이 되어 제2공항을 강행하는 데 앞잡이 노릇을 할 것인지, 진정 제주도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도민의 뜻을 받들 것인지 분명히 선택해야 한다.
오 지사는 작년에 다수 도민이 요구한 주민투표를 회피하면서 국토교통부에 항공수요 예측의 적정성, 조류충돌 위험성과 법정 보호종 문제, 조류 등 서식역 보전, 숨골의 보존가치, 제2공항 계획 부지내 용암동굴 분포 가능성 등의 쟁점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요청했다. 사실 이 쟁점들은 입지타당성과 관련되어 있어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검토되었어야 하는 문제들이다. 그런데 오 지사가 이를 환경영향평가로 미룬 이상 이제 최종적인 검증은 제주도의 몫이 되었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국토교통부의 환경영향평가를 기다릴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제주도가 검증에 착수하라! 주민, 전문가들과 함께 이 쟁점들을 검토하고 조사하여 그 결과를 도민들에게 소상히 공유하고 도민의 의견을 물어라. 철저한 검증과 도민결정권이 빈말이 아니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오 지사가 입에 발린 수사로 문제를 회피하면서 제2공항 건설을 방조한다면, 그리고 도민결정권을 도지사의 결정권으로 왜곡하여 도민의 의사를 무시한다면 우리는 도민과 함께 전면적인 심판투쟁에 나설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
제주도 국회의원 3인과 도의원들에게도 촉구한다.
제2공항은 제주의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문제다. 눈앞의 정치적 이해득실만 타산하면서 기회주의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를 취한다면 도민의 대표를 자임할 자격이 없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의 막가파식 강행에 제동을 걸고 도민결정권을 확보함으로써 제주의 자존을 지키는 데 적극 나서라. 도민의 뜻을 무시하여 분노의 심판대에 오르는 우를 범하지 말 것을 거듭 경고한다.
도민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기본계획을 고시했으니 끝난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도 있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도지사나 도의회가 환경영향평가에 동의하지 않으면 제2공항은 중단됩니다. 중요한 건 우리 도민의 의지입니다. 법무부의 국책사업이었던 거창구치소 건설사업의 경우 기본계획 고시 이후에 설계와 실시계획 고시, 토지수용까지 마친 다음에도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자 법무부·거창군·군의회, 그리고 찬·반단체가 5자 협의체를 구성하여 주민투표를 거쳤습니다. 제주도민이 힘을 모으면 도민결정권을 쟁취할 수 있습니다. 도민이 반대하면 제2공항 막아낼 수 있습니다. 도민결정권을 쟁취하고 제주를 제주답게 지키는 길에 끝까지 힘을 모아주십시오.
2024년 9월 5일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