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라이프>와 함께하는 일본역사기행을 다녀와서
메이지유신 발상지 야마구치 역사기행 3박2일 일정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에서 느끼는 삶의 활력
작년 7월과 11월 초 해운대라이프와 함께하는 일본역사 강좌를 김영춘 기자로부터 흥미있게 들은 적이 있다. 이후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련 역사에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해운대라이프와 함께하는 일본역사 기행의 광고를 보고 재빨리 신청했다.
해운대라이프 광고에는 40명을 모집한다고 했는데 부산국제항에 모인 사람은 김영춘 인솔책임자, 가이드 등 49명으로 49인승 버스에 탈 계획이란다.
부산국제항에 2월 23일 오후 5시에 모였지만, 해운대라이프를 보고 신청한 사람들이 많아 서로를 모르는 상태로 여권, 승선권 구입 등 수속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해운대 뉴타운 테니스 클럽, 부산 생명의 숲 등 단체, 개별로 신청한 주민, 가족 등 49명으로 구성되다 보니 약간의 어수선함이 있었다. 하기야 이런 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들뜬 마음으로 페리(FERRY) 성희호를 타서 11인용 방에 11인씩 들어가 비좁지만 같이 준비해온 음식을 먹고 담소도 나누며 목욕도 즐겼다. 어디에서 이런 곳에서 잠을 잘 수 있을까? 배 여행의 특권일 수 있으리라. 군내무반 같은 침실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갑판 위로 나가니 큐슈와 혼슈를 잇는 칸몬교(關門橋)가 눈에 들어오면서 배는 서서히 시모노세키항(下關港)에 접근하고 있었다. 많은 귀환 동포들의 애환이 서린 곳, 일제 시대 당시 일본 유학생들이 꼭 거쳐야 했던 곳, 일본에서는 작은 도시(27만 명)지만 한국과 필연적인 곳, 지금도 정기 연락선이 화물과 여객을 운반하는 곳, 부산의 자매 도시인 이곳, 거리는 깨끗했고 한적했다. 외국 사람이 와서 부산 국제 여객항에 도착하면 어떤 느낌일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항구에서 버스로 죠후(城府) 정원, 아카마 신궁(赤間神宮), 청일전쟁기념관, 조선통신사의 하선(下船) 기념비를 둘러보고 설명도 들었다. 지역 번주 가신(家臣)의 정원인 일본정원, 단노우라 해전에서 비극적으로 죽은 어린 안토쿠 천황의 위패가 있는 아카마 신궁과 이후 가마쿠라막부의 등장으로 오랜 무사정권이 시작되는 역사해설도 들었다.
점심으로 근처의 각종 생선을 잡아온 가라토(唐戶) 어시장에서 싸고 싱싱한 회를 직접 사서 밖에서 맛있게 먹고 버스는 아키요시다이(秋吉台)로 향했다. 아키요시다이는 3억 년 전에 해저에서 융기되어 생성된 석회암이 온 산에 널려있어 특이한 모습을 이루고 지하에는 천연의 동굴이 있었다. 약간 기괴하다고 할까. 이때까지 내가 보고 상상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같이 온 어떤 분이 밀양 삼랑진읍에 있는 만어사(萬魚寺) 비슷하다고 해서 한 번 웃었는데 그 모습과는 완연히 달랐다. 내가 사는 곳과 다른 모습을 본다는 것, 세상은 다양하다는 것 등을 느끼려고 사람들은 여행을 가는 것인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의 야마구치현(山口縣)의 일부를 사랑하는 가족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보고 걸을 수 있다는 것 이 또한 삶의 활력소가 되고 두고두고 반추(反芻)하게 되는 추억이 될 수 있으리라.
다음으로 도착한 곳이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의 발상지인 하기(萩)시였다. 하기는 경주 양동마을처럼 에도시대의 마을을 그대로 보존한 곳으로 메이지유신의 주역들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다카스기 신사쿠(高杉晉作), 구사카 겐즈이(久坂玄瑞) 등이 살던 집과 학교가 있었다.
특히 금년은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이 일어난 지 150년이 되는 해로서, 메이지유신의 정신적 토대를 만들었다는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의 사설학당인 쇼카손쥬쿠(松下村塾)에서 이토 히로부미,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縣有朋), 가츠라 고고로(桂 小五郞) 등 유신의 주역들이 공부했던 곳이다. 수십 명의 일본 총리가 탄생된 곳으로 아베 총리가 가장 존경한다는 사람이 요시다 쇼인이라고 한다. 일본이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그 기초라고 할까. 그런 곳인데 일본 관광객도 많았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모험심, 왕성한 지적 욕구와 다른 것을 받아 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오늘날의 일본이 되지 않았을까.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결과는 엄청난 것이었다고 본다.
숙박지인 하기 그랜드호텔에 도착하여 저녁에는 ‘가이세키 요리’라 하여 깔끔한 개인상의 일본식 저녁을 하고 온천을 즐겼다. 다음날 아침에는 명륜학사를 방문했다. 300년 전 하기번의 번주와 신하들의 자제들이 다녔던 학교터가 1930년대에 보통 사람들이 다니던 목조건물의 소학교로 개교했다. 메이지유신 150년 사업으로 수년 전 인근으로 학교를 옮기고 리모델링을 하여 작년 3월 명륜학사란 이름으로 개장했다. 근대 일본의 목조건물 내부에는 당시의 학교생활을 추억할 수 있게 전시가 되어 있고 메이지유신의 주역들이 공부하던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다시 버스로 10여 분 걸려 동백나무 축제가 열리는 카사야마(笠山) 공원으로 이동했다. 점점이 섬들이 보이는 바닷가에 위치한 야산에는 수간이 하얀 동백나무들이 교목(喬木) 형태로 집단으로 형성되어 아름다웠다. 흔히 동백은 관목(灌木)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는 대나무처럼 쭉쭉 위로 뻗은 동백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동백 나무들의 종류도 많았고 색깔도 다양했다.
다음으로 공부의 신을 모신 호후텐만궁에 도착하니 많은 일본인들이 개학을 앞두고 방문하여 공부 잘 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는 것 같았다. 기타큐슈(北九州)의 고쿠라를 들러 억지로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시모노세키항에 도착하여 18시부터 승선했다. 기타쿠슈는 일본의 3대 공업단지답게 공장이 많았고 대도시다웠다. 이어 배안의 3층 홀에서 정든 동료들과 해단 파티가 열렸고 배안의 목욕탕에 들어앉아 짧은 3박2일의 야마구치 역사기행을 되새겨 보았다. 추가되는 여행비, 1명이 넘치는 여행객으로 인해 약간의 소동이 있었지만 유익하고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된 것 같다.
우리는 일본에 대해 얼마나 알까? 피상적, 감정적으로 일본에 대해 싫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본다.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야 일본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다고 본다. 일본 개화기(開化期) 역사와 메이지유신 관련 역사를 버스 안에서 재미있게 해설해준 해운대라이프의 김영춘 기자에게 감사를 드린다. 이런 작은 디딤돌이 모여 전체를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다양한 군상들이 모여 사는 해운대 신시가지에 사는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이런 경험 또한 흔히 일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의 일부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글을 맺는다.
/ 좌동 삼성아파트 신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