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 베른
프랑스 작가 쥘 베른(1828~1905)은 공상과학소설 분야의 개척자였다. 그는 과학자들에 앞서 땅속과 물속과 하늘은 물론 우주까지 넘나들며 「지구 속 여행」「80일 간의 세계일주」「달나라 여행」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법률공부를 하던 쥘 베른이 작가로 선회한 건 「삼총사」「몬테크리스토 백작」 등을 쓴 알렉상드르 뒤마를 만나 창작기법 강의를 듣고 나서부터였다. 이후 쥘 베른은 80여 편의 공상과학소설을 썼다.
쥘 베른은 태생적인 몽상가였다. 동갑인 사촌누이를 짝사랑하던 그는 누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산호목걸이를 선물하기로 작정했다. 궁리 끝에 산호목걸이를 구해 오기 위해 인도로 가는 화물선에 몰래 탔다. 그의 나이 열한 살 때였다. 그러나 아버지가 낌새를 채고 배가 프랑스 해역을 벗어나기 전에 승선하여 그를 끌어내렸다. 쥘 베른은 아버지의 설득을 받아들여 법률가가 되기로 하고 법학 공부를 하기 위해 파리로 상경했다. 그러나 파리에서는 쥘 베른을 소설가로 인도하기 위해 알렉상드르 뒤마라는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진리는 서양에서도 통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해저 2만리」를 발표했을 때, 잠수함에 의한 해저운항 계획은 연구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그때까지는 증기기관에 의한 해상운항도 걸음마 단계여서, 1816년 도버해협 횡단에 성공한 데 이어 1818년 뉴욕에서 아일랜드까지 대서양을 횡단할 때는 범선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최초로 터빈 엔진을 장착한 터비니어호가 自力으로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것은 「해저 2만리」가 발표되고도 28년이 더 지난 1897년이었다. 이런 시대에 심해를 자유자재로 운항하는 노틸러스호가 등장했으니, 전 세계 독자들이 환호한 것은 당연지사였다. 1954년 미국 해군은 세계 최초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여 ‘노틸러스호’로 명명했다.
쥘 베른이 해양문학의 최고 걸작인 「해저 2만리」를 쓰게 된 데는 선배 작가 조르주 상드의 조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과 「기구를 타고 5주간」을 읽은 상드는 ‘해저여행 이야기를 써보는 게 어때?’ 하고 힌트를 줬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쥘 베른은 벼락을 맞은 듯 영감이 떠올라 단 몇 주 만에 「해저 2만리」를 완성했던 것이다.「해저 2만리」는 「그랜트 선장의 아이들」, 「신비의 섬」과 함께 쥘 베른의 ‘해양 모험 3부작’으로 꼽힌다.
「해저 2만리」에서 종횡무진 해저를 누비는 잠수함 이름 노틸러스는 라틴어로 앵무조개라는 뜻이다.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출현한 앵무조개는 그 역사나 생김새가 신비스러워 고대 그리스 때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소설의 줄거리는 19세기 중반 괴생물체로 인한 기이한 해난사고를 시작으로, 바다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과 신비스러운 일들을 다루고 있다. 쥘베른만의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완성된 해저 2만리는 바다 밑 미지의 세계뿐 아니라,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통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 예로 중심 등장인물인 네모 선장의 이름 'Nemo'는 라틴어 아무것도 아닌 사람(Nodody)에서 유래된 것으로 당시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의미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니모 선장은 만능 엔터테이너에 임기응변이 뛰어난 리더지만,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는 모르는 게 없는 초인적 풍모에 오르간도 멋지게 연주하고 예술적 안목도 탁월하지만, 끝내 신비에 싸인 채 북극해의 차가운 소용돌이에 휘말려 노틸러스호와 함께 자취를 감춘다.
1969년 7월 16일 미국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을 때, 쥘 베른의 작품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가 1865년에 발표한 「지구에서 달까지」와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달까지」에 나오는 우주선도 미국의 플로리다에서 발사되어 3일 후 달에 착륙했다. 아폴로 11호의 모양도 「지구에서 달까지」에 나오는 콜롬비아드호와 흡사했으며, 역추진 로켓을 이용하여 달에 착륙하고 다시 이륙하는 방법도 동일했다. 뿐만 아니라 콜롬비아드호는 태평양에 착륙하여 귀환했다. NASA가 콜롬비아드호의 방법을 그대로 모방하여 달나라를 왕복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대부분의 유명한 명작들이 그러하듯 해저 2만리 역시 아동용 번역본부터 SF영화, 애니메이션 등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영역에 가지를 뻗어나갔다. 미국에서 만든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의 이름 역시 소설 속 잠수함 ‘노틸러스호’에서 이름을 따오는 등 유명세를 떨쳤다. 또한 해저 2만리는 섬세하고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해양생물들을 비롯한 바다의 모든 것들을 활자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없던 시기에 미지의 세계를 그려낸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을 확인 할 수 있다.
인류의 미래를 내다본 쥘 베른은 앞으로 다가올 시대의 과학적 변화를 내용으로 하는 작품도 남겼다. 1889년에 발표한 「2889년」이 대표적이다. 과학도 가운데 누군가는 쥘 베른이 상상했던 미래를 구현하기 위해 지금 이 시각에도 연구를 거듭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첫댓글 미국의 최초의(?) 핵 잠수함을 노칠러스 호라고 했다지요? 그리고 네모 함장과, 거대한 왕 오징어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