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우마무스메 로드 투 더 탑을 보기 전까지 저는 우마무스메도, 다른 일들에도 조금씩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본디 만화가를 꿈꿔왔으나, 주위의 반대에 결국 진로를 수정한 채 하루하루를 쥐죽은 듯 살아가던 저는, 도무지 저의 인생을 사랑할 수가 없었습니다.
부모님이 좋지 않은 인물상이었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두분이 조금 자주 다투시는 것을 제외하면 저와 제 동생을 향한 사랑은 다른 가족들에 비하여도 평균 이상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 사랑이 저의 꿈에는 비춰지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을까요, 저의 안락을 바라신 부모님은 저의 꿈을 달가워하시지 않았고, 이는 저에게는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웠습니다.
저의 진로를 제외한 거의 모든 방면에 내려진 아낌없는 사랑은,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뭘 더 바라냐 하시며 도리어 진로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는 족쇄 또한 되어 저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갔었지만 결국 다시 억눌린 궤도를 걷기를 요구당한 채, 저는 또 그것에 납득한 체 하며 삼년을 더 걸어온 저는, 분명하고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로드 투 더 탑을 보고, 자그마한 균열이 저의 고정된 일상에 찾아왔습니다.
무어라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부모님의, 주위 어른들의 반대에 부닥친 것 만으로 꿈을 쫒기를 내심 포기하고, 취미라는 그늘에 숨어 나태해져만 가던 저에게, 달리기에 모든 것을 불태우고, 역경에 저항하며 자신의 운명을 직접 개척해나가는 그녀들의 필사적인 달리기는 너무나도 반짝여 쉬이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저는 문득 부끄러워졌습니다. 스스로 나아갈 길을 정할 용기조차 내지 못하여 놓고는 그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할 뿐인 자신이 낮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무척 오랜만에 몇시간이나 쉼없이 펜을 들었습니다.
하루에 한두시간이나 그리던 그림을, 저도 모르게 한참이나 그려대고는 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시대의 문이 개봉을 하였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우마무스메 4명 중 타키온과 카페가 주역으로 나오는 영화였기에, 일본에 처음 나왔을 때부터 무척이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도 무척이나 기대하면서, 이번 영화로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우마무스메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는 만화도 그려보았고, 감사하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었습니다.
그리고 본 극장판은, 저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습니다.
로드 투 더 탑보다도 몇배는 더 진화한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 장면, 꿈을 향한 갈망,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용기.
두말할 것도 없이 그녀들은 맹렬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부상으로 달리기가 좌절되었던 후지와 타키온,
트라우마에 갇혀 슬럼프에 갇힌 포켓,
친구를 따라잡을 뻔 해놓고 떠나간 타키온을 원망하는 카페,
그리고 압도적인 재능들에 가려진 채,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단츠.
이 넷도, 오페라오도, 도토도, 탑 로드도, 다른 소녀들도, 뿐만 아니라 트레이너들도, 모두가 진심을 다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에는 후지와 타키온도 결국 다시 달리기를 결심하며, 특히 후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다시는 그 때처럼 달릴 수 없더라도, 아직 달리고 있다면, 계속해 달리는 수 밖에는 없다.
그 마음이 닿은 것은 비단 포켓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후지 키세키의 그 말이, 저의 죽어가던 꿈 또한 두들겨 깨운 것입니다.
그날 상영관에서 나오고, 저는 즉시 다음 편성표를 예매하여 한번 더 보았습니다.
그정도로 제게는 커다란 무언가가 그 영화에 분명하 있었습니다.
게임으로만 보던 타키온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우마무스메를 더 좋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꿈을 쫒고싶다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mx4d도 보고, 먀주 영화를 보던 어느 날,
응원상영이 개봉하였습니다.
응원상영에 대해 무지했던 저임에도, 홀린 듯이 예매를 하였고, 새벽 첫 차를 타면서도 서울로 향했습니다.
갑자기 생각난 재밌을 것 같다는 느낌에, 골드 쉽으로 분장을 하고 가보았습니다.
생각보다도 더 사람들은 좋아해주었고, 특히 마지막 크레딧에서 우마뾰이 전설에 맞추어 춘 안무는 서투루기 그지없었음에도 모두들 즐겨주었습니다.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누군가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이렇게 맹렬히 공유하고 즐기고 몰두한다는 것이 이리도 멋진 일인지는 몰랐습니다.
그 후로도 응원상영은 빠짐없이 계속 관람하였고,
그림도 더욱 열심히 그리게 되었습니다.
이제 다음 목표는 우라라가 아리마에 도전하는 만화를 그려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모님께도 학교를 잠깐 쉬고, 그림에 몰두할 기회를 주실 수 있겠냐고 간청해보려 합니다.
물론 힘들 것이란 건 압니다.
정신차리고 공부에 매진하여 대학에 간 줄 알았더니 이제와서 그게 무슨 소리냐 하실 수도 있을 것이고, 아마 그러시리라 어렵지 않게 예상됩니다.
큰 갈등을 겪을 지도 모릅니다. 제가 누리는 이 일상이 비틀릴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 마음은, 이 꿈은 억누를 길이 도무지 없습니다.
저는 이 길이 아니면 안된다 단호히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지금 용기내어 크기 입을 열고 호소하지 않는다면, 당장은 일상을 유지하며 안락하겠지만, 결국 저는 죽을 때까지 저 자신을 저주하고 원망스러워 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우마무스메들이 레이스에 인생을 걸듯이, 저도 저의 꿈에 인생을 바치고 싶습니다.
이제 저는 저의 꿈이 무엇인지 확실히 이해하였으니,
이제 나는 나의 꿈을 이해하였으니,
염치 불구하고 다시 한번 날아볼까 합니다.
그녀들이 도달한 곳과도 같은 황홀경을 맞이하기 위해,
뜀박질을 재촉하는 것은 아직 나의 심장이 뛰기 때문이라 믿습니다.
아아 나는 나로서, 나는 나로써 살아가나 봅니다.
나는 세상으로 발길질을 합니다.
나는 땅으로 발길질을 합니다.
나는 그녀들처럼 달리고 싶었나 봅니다.
아니 그녀들과 함께 달리고 싶습니다.
그러니 용기를 내보려 합니다.
오년 전에 진즉에 냈어야 할 용기를, 늦게나마 그러나 또 지금이나마 내게 와주어 다행인 용기를 붙잡고 크게 힘껏 간절히 휘둘러보려 합니다.
언젠가는 그녀들 앞에서 저의 인생을 보여도, 제법 나쁘지 않은 부끄럼 없는 인생이었다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두서없는 넋두리를 마칩니다.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연 이후로, 하루하루가 제게는 더할나위 없는 나날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마무스메.
나는 언제까지고 그녀들의 열렬한 팬입니다.
첫댓글 글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드는 글이네요
글을 읽다보니 제 자신도 저렇게 달려봣는지... 역경에 저항해봤는지 다시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돼었네요
자기 꿈에 다시한번 도전해볼려고 이야기를 해볼려고하는 그 용기가 참 멋있네요
정말 새로운 시대의 문 처럼 하염없이 달리다 보면 제자리에 서있는 멈춰서 있는 시간보다 더 멋진 날이 올거라고 믿어요
또 그런 날이 왔으면 해요
저와 글을 쓴 글쓴이님과 모든 달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또 지금도 하염없이 달리고 있는 사람들한테
우마무스메 그녀들 처럼 저 앞에 펼쳐진 멋진 풍경을 보기위해 달려가셨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