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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 오지팀 계획에 따라 '서상교 → 가물랑산 → 물야산 → 학석봉 → 용두봉 → 송신탑 → 관대봉 갈림길 → 망운산 → 샘터 → 화방사 → 버스 주차장'의 9.5km 코스를 4시간 30분 동안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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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운산[望雲山]
높이: 786m
위치: 경남 남해군 고현면 대곡리
남해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망운산, 그러나 남해안 제1의 명산인 금산에 가려 진가가 꼭꼭 숨겨진 곳이다.
그리고 망운산을 오르는 사람은 이곳이 알려지길 두려워한다. 깨끗한 풍모, 드넓은 기상, 아는 자만 오르리라. 금산이 남해를 찾는 손님들의 산이라면, 망운산은 남해인들이 가장 아끼는 늠름한 기상이다.
고현면 대곡마을에 있는 화방사에서 조용한 산사의 정적을 뒤로 하며 산길을 올라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서 보는 주변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자그마한 섬들과 강진만, 연죽저수지, 청정해역의 서상 앞바다, 멀리 지리산, 여천공단, 여수, 삼천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는 기우제를 지냈던 흔적인 듯, 평평하게 북쪽을 향하도록 되어 있고, 옆에는 제관이 앉을 수 있도록 돌로 된 의자가 놓여있다.
남해에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제일 먼저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고, 그래도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상주리 앞바다 세존도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정상 반대편에 있는 연대봉에는 봉수대의 흔적이 남아 있다.
5월에는 철쭉 군락지의 꽃들이 만개해 가족 단위나 친목회 등의 모임에서 많이 찾아오며, 정상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남해읍에서 관광안내판을 따라 남해대교 방향으로 3분 정도 가면 고현면 이어마을이 나타난다.
그곳에서 좌회전하여 5분 정도 가면 화방사 입구 이정표가 있어 찾기 쉽다. 화방사 그늘에 차를 세워두고, 망운산 등산로로 들어선다. 길이 험난하지 않으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등반을 할 수 있다. - 한국의 산하
2024년 5월 첫 번째 목요일인 2일에는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이 계획한 남해 망운산에 동행하기로 했다. 망운산은 다른 오지 산과는 달리, 앞으로 가야 할 산을 참고하기 위해 한국의 산하 '인기 명산 300'과 과거 산림청 '숨겨진 우리 산 244'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산이다. 그렇다고 해서 워낙 원거리라 꼭 가겠다는 생각을 가진 건 아니었으나, 산악회 산행 일정 게시판에서 계획을 발견한 순간 신청했다. 그런데, 가고자 하는 산꾼은 많으나, 산악회에서 자주 진행하는 산행은 아니라, 그 발견이 조금 늦어, 선호하는 좌석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맨 뒷자리나 다름없으나, 그나마 28인승 버스의 3열 단독 석을 확보한 것만 해도 선방했다. 하지만 원거리 오지 산행이 다 그렇듯, 망운산 또한 9.5km 코스에 소요 시간 4시간 30분에 불과해, 왕복 10시간에 가까운 이동 시간에 비하면 가성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난 싫어하지만, 이래서 원거리는 무박 산행을 선호하는 듯하다.
건강에 문제가 있어, 산행을 시작한 2012년 이후 주야장천 북한산과 주변 산, 그리고 국립공원만 오르다가, 이래서는 매주 산에 간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걸 깨닫고, 2016년 산행 계획을 세우기 위해 여기저기 뒤적이다가 발견한 게 '한국의 산하'다! 이후 한국의 산하 정보를 토대로 많은 산에 올랐다. 그리고 처음 듣는 산이라면 먼저, 한국의 산하에서 찾아본 후, 오를 가치는 있는지 평가하는 버릇이 생겼다. 오를 가치가 없는 산이 어디 있겠냐만, 가진 시간과 자원이 한정된 인간이라 어쩔 수 없이 취사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 한국의 산하도 2024년 5월 25일을 기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지금까지 운영해 온 것만 해도 운영자의 엄청난 노력의 덕분이다. 처음 그 공지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앞으로 어디서 도움을 받지?'였다. 이게 다 까만 소 덕분에 등산객이 인증꾼으로 바뀌면서 산에 관한 정보가 필요 없어지면서 벌어진 사태다. 물론 내 생각이다.
어쨌든 그 한국의 산하 망운산 소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전망이 좋다!'라는 거다. 고로 날씨와 미세먼지 상태가 양호해야 망운산이 주는 혜택을 다 누릴 수 있다. 망운산과 가까운 호구산의 산악날씨에 의하면 산행 당일 날씨는 맑다가 산행 종료쯤에 구름이 약간 끼어 날씨가 조망을 방해하지는 않지만,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 정보는 당일 새벽에 알 수 있어, 결국 산행 당일 조망이 어떨지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기온은 영상 17~20℃, 바람은 3~5m/s로 최근 더위 먹을 뻔한 산행에 비하면 약간은 시원해 산행에는 괜찮은 날씨가 예상된다. 그래도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게 산이고 바다라, 불볕더위에 대비해 시원한 보리차를 2L가량 준비하고, 체력 유지를 위해 사당역표 김밥, 즉 애란네 김밥을 준비한다. 하산주는 목요 오지팀 인솔 대장이 추고해서 찾아낸 날머리 부근 식당에서 늦은 점심과 함께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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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사당역 1번 출구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라, 구산역에서 5시 58번 열차를 타면 돼, 5시 알람을 맞춰놓고 잤으나, 습관적으로 4시 40분경 기상했다. 저절로 깬 잠이라 더 자려고 노력해 봐야, 쓸데없는 짓이다. 해서 기상해 볼일을 보며, 남해 망운산의 날씨와 미세먼지 상황을 확인했다. 날씨는 전날 예보와 다름이 없고,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는 상태는 '좋음'으로 일단 예보만 놓고 보면 조망을 기대할 만했다. 이후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5시 45분경 준비해 둔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서 불광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5시 58분 열차를 타고 삼각지역에서 사당행 4호선으로 갈아탔다. 이후 6시 43분경 사당역에 도착해 승차장 종합판매대에서 김밥을 사서 주머니에 넣고, 개찰구로 나가, 화장실에 들른 후 1번 출구로 나갔다.
1번 출구에서 10여 미터 거리의 공영주차장으로 들어가, 주차장 끝 오른쪽으로 들어간 공간으로 들어가자 늘 그렇듯이 2열로 산악회 버스가 주차해 있다. 웬일로 오늘은 망운산행이 제일 앞에 있어, 버스를 찾아 끝까지 가지 않아도 좋았다. 배낭을 짐칸에 두면서, 보조 가방을 꺼내고, 바람막이 주머니에서 김밥을 꺼내 배낭에 넣었다. 그리고 보조 가방을 들고 버스에 타, 뒤로부터 3번째 자리로 가면서 익숙한 산꾼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후 자리에 앉아,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지하철에서부터 읽던 책을 계속 읽으며,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6시 57분경 마지막 승객이 타자, 버스는 예정보다 일찍 주차장을 출발해, 양재와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멀고 먼 남해로 향했다.
죽전에서 승객이 타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가 깨어 시계를 보니, 8시 15분이 조금 넘었다. 해서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창밖을 보니, 왕복 4차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그럼, 경부는 아니란 얘기다. 서울에서 1시간 조금 넘게 고속도로를 달려, 남쪽 방향 왕복 4차선 고속도로라면 천안논산고속도로밖에 없어, 패드의 지도 앱으로 확인했다. 맞다! 경부로 가다가, 통영대전고속도로를 탈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동에서 들어가야 하니, 구례에서 하동으로 가는 게 빠른 거 같기도 했다. 이런저런 계산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실내등이 들어오고, 인솔 대장이 정안 알밤휴게소에서 휴식하겠다고 공지한다. 대개 중간 정도에서 휴식하는데, 뭐지? 대장이 너무 장거리라, 한 번 더 쉬는 대신, 휴식 시간을 20분에서 15분으로 줄이겠다고 한다. 이해된다.
15분의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코스는 익히 아는 바고, 특별히 길을 혼동할 만한 구간과 위험 구간도 없어, 주의 사항도 별것 없었다. 다만, 워낙 멀리 온 산행이라, 코스도 10km가 채 안 되고, 소요 시간 또한 4시간 30분에 불과했다. 그게 다 산행 후 하산주 시간 확보를 위한 건데, 그 하산주 시간도 40분에 불과했다. 고로 마음 놓고 마실 정도로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해서 대장이 국밥집을 선정했고, 도착하자마자 식사 후 서울로 떠날 수 있게, 버스에서 주문받았다. 메뉴야 산행 전 식당 평을 보고 이미 염두에 두고 있던 순댓국을 선택했다. 이게 실수였다. 와중에 안주하겠다고 특대를 주문한 건 두 번째 실수! 어쨌든 그리고 다시 잠이 들어 실내 등이 들어와 깨어 보니, 두 번째 휴게소다.
섬진강휴게소로 초면이다. 해서 볼일을 보고 온 후 지도 앱으로 대략적인 위치를 확인했다. 남해고속도로 상에 있는 휴게소다. 남해고속도로를 달릴 일이 거의 없고, 있다고 해도 휴게소에 들르지는 않으니, 초면이 맞다. 10분의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한 후 창밖으로 휴게소에서는 시간이 부족해 보지 못한 섬진강을 감상했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갑진년 즉 2024년 첫 산행인 하동 금오산의 날머리였던 노량대교를 건너고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산행기]. 물론 노량대교는 지난 3월 설흘산행[산행기] 때도 건넜으니, 처음은 아니지만, 금오산행 때도 이 팀과 같이해, 여기저기서 나와 비슷한 감회의 말이 들렸다. 이후 예정보다 6분 늦은 11시 46분 망운산행의 들머리인 서상교에 도착했다. 해서 대장이 버스에서 내리기 전 마감을 4시 20분으로 계획보다 10분 늦춘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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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려, 주위를 한번 둘러본 후 등산 앱의 트랙을 기록으로 바꾸고,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35.1m로 기대보다 낮다. 최고봉인 망운산의 높이가 786m니, 고도차는 751m에 달해, 지난 일요일 다녀온 지장산의 764m보다 10여 미터 낮을 뿐으로, 역시 남해 최고봉답다. 들머리까지 오는 동안, 휴게소에서 주당 겸 산행 대장이 식당으로 바로 가자는 말에, ‘검토해 봤는데, 실이익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남해지맥 삼봉산으로 가면 된다’고 했다. 해서 여기까지는 오는 버스 안에서 아무리 계산해 봐도, 소요 시간을 주어진 4시간 30분보다 1시간 30분가량 단축하지 않으면, 마감 시각에 맞춰 화방사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버스보다 일찍 식당에 도착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걸 잘 아는 산행 대장이라 서둘러 산행을 시작해 벌써 안 보일 지경이라, 중간에서 꼬리만 간신히 보이는 선두의 뒤를 따라갔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남해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도 하며 포장 임도로 등산로 입구를 향해, 12시 정각 도착했다. 왼쪽은 화려하기 그지없는 김해 김씨 묘지다!
묘지 옆 땅에 나무를 박아 만든 계단으로 들어서 본격적인 망운산행을 시작했다. 역시 섬의 산이 거의 그렇듯이 초반부터 급경사라, 조금 오르자,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몸풀기에 1시간 정도, 봉우리 하나 정도를 넘는 시간이 필요한 인간이라 뒤에서 따라오는 일행에게 길을 양보하며 위로 올랐다. 그리고 능선이 완만한 경사로 바뀌어 한숨 돌리고 아무 생각 없이 전진하는데, 길목 왼쪽 나무에 무언가 매달린 게 보여 가면서 확인했다. '창원제일산악회'에서 만들어 매단 '가물랑산, 190m' 정상 표지다. 다른 건 그렇다 치고 그 표지를 보고 놀란 건 해발 190m라는 거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수시로 등산 앱으로 고도를 확인했지만, 140m 내외였는데, 갑자기 190m라, 처음에는 그 표지를 믿지 않았다. 그런데,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라면 표지의 높이가 맞고, 앱의 고도에 문제가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길을 재촉해, 25분 정도 간 후 지금 올라가는 봉우리가 이번 산행 주요 고지라는 생각이 들어 두 등산 앱의 지도를 각각 확인했다, 둘 다, '물야산'이 멀지 않다는 정보라, 그 순간부터 동영상을 촬영하며 급경사 깔딱을 올랐다.
막상 동영상을 촬영하며, 정상이라 생각한 곳에 도착해 보니, 바다 쪽으로 튀어 나간 바위 전망대로 정상은 아직 더 가야 했다. 이게 고지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주는 대중적인 등산 앱을 사용하지 않는 불편함이다. 어쨌든 동영상 촬영을 중단하고, 전망대에서 바다 건너 여수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물론 정상이 멀지 않은 건 사실이라,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완만한 능선을 따라 전진해, 12시 38분 물야산 정상에 도착했다. 이 봉우리 또한 '창원제일산악회’에서 만든 '물야산, 411m' 정상 표지가 나무에 매달려 있다. 울창한 녹음과 야생화를 사진에 담으며 다시 길을 가다가, 배도 고프고 하산주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준비한 김밥을 지금 먹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배낭에서 애란네 김밥을 꺼내, 늘 그렇듯이 먹으며 갔다. 그리고 12시 59분경 울창한 녹음 사이로 희미하게 봉우리가 앞을 막고 있는 걸 발견했다. 높이로 봐선 주요 봉우리 중 하나다. 해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오르고 보니, 주요 봉우리는 아니고, 앞이 탁 트인 능선으로, 앞의 제일 높아 보이는 봉우리에 우뚝 솟은 송신탑이 보인다. 그걸 보자, 그 봉우리가 망운산이라 생각했다.
결과적인 얘기로, 송신탑이 있는 곳은 민간인 접근 불가라 과거에는 ‘망운산’라 불렸는지 모르나, 현재는 '망운산 2'로 불리고 있고, 그 앞에 있는 봉우리가 '용두봉', 능선에서 오른쪽 즉, 바로 앞에 있는 봉은 ‘학봉’이다. 망운산은 용두봉에 가려 아직은 안 보인다. 약간 더운 감은 있으나, 탁 트인 능선을 혼자 보기 아까워 동영상을 촬영하며 갔다. 당연히 왼쪽으로 보이는 여수와 광양만의 모습도 기록을 남겼다. 이미 진 건진, 꽃을 피우지 못한 건지 감이 잡히지 않는 철쭉 터널을 지난 후 뒤로 돌아 지나온 모습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왼쪽 외롭게 서 있는 바위로 뛰어 가, 보이는 걸 기록으로 남겼으나, 조금 전의 모습과 다른 게 없다. 하긴 다른 산도 그렇지만, 산행 내내 같은 조망을 보고 있으니, 약간의 고도 차이 외에는 결과물은 큰 차이가 없다. 그 바위에서 물러 나와 다시 길을 재촉해,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자, 앞선 산꾼의 전망대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우회전해 들어가 보니, 바위 전망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학봉'이라는 이름을 가진 봉우리의 정상이다.
당연히 거기서 보이는 조망을 감상하고,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다시 등산로로 돌아와, 1시 26분 이번 산행에서 처음으로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작장마을 갈림길로, 정상까지 3.3km 남았다. 갈림길을 지나, 능선 위로 난 등산로로 가다 보니, 어느 순간 급경사 깔딱인 게 정상이 멀지 않다는 얘기다. 망운산은 아직 멀었고, 봉우리의 정체가 궁금해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용두산 또는 용두봉이다. 지도의 등고선으로 봤을 때, 수직으로 80m가량 올라가야 해, 쉽지 않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내뱉으며, 용두봉을 향해 오르며 보니, 땅에 나무를 박은 계단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산꾼이 힘겹게 그 계단을 오르는 게 보인다. 가쁜 숨을 고르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추고 뒤로 돌아, 보이는 조망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오르다가 정상이 코앞이라는 감이 드는 순간 동영상을 촬영하며 갔다. 그리고 1시 47분 쇠기둥에 철판으로 만든 정상 표지가 있는 용두봉에 도착했다.
용두봉 또한 바위 전망대라, 거기서 보이는 모든 걸 사진에 담은 후, 앞선 일행의 부탁으로 그의 인증을 찍어줬다. 이후 내게도 권했으나, 사양했다. 참고로 두 번째 사진의 끝에 보이는 게 지난 3월 30일 달린 응봉산, 설흘산 능선이다[산행기]. 이후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앞에 바위가 있어 그리로 올라가 정상에서는 보지 못한 조망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담았다. 그 바위에서 내려와 앞에 보이는 송신탑이 있는 봉우리로 오르기 위해 고개로 내려가며, 여수와 광양만의 모습도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다시 고개에서 봉우리로 올라가다가, 역시 가쁜 숨을 고르기 위해 그리고, 올려야 할 높이가 궁금해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등고선으로 계산한 결과, 수직으로 60m가량 올라가면 된다. 다 왔다! 지나온 용두봉의 모습도 사진에 담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뒤 가까운 위치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고 깜짝 놀라, 바로 동영상을 촬영했다. 2인이 탄 패러글라이더다. 역시 탁 트인 정상이라 활공장이 있다. 이후 지나온 능선의 모습을 파노라마로 남기고,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르는데, 말소리가 또 들려 오른쪽을 보니, 두 번째 패러글라이더다.
정상이 멀지 않아, 동영상을 촬영하며 위로 가, 2시 11분 산불감시초소에 도착했다. 역시 예상대로 KBS 송신탑이라, 정상까지 직원용 출퇴근용 포장도로다. 그리고 초소가 만든 그늘에는 지방 유지라 생각되는 인물들이 자가용을 끌고 정상까지 올라와 자리를 펴고 앉아, 노닥이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전망대이기도 한 산불감시초소로 올라가 보이는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겼다. 송신탑 오른쪽 두 번째 봉우리가 이번 산행의 최고 목표인 망운산이다. 이후 초소에서 내려와 임도로 망운산 정상으로 향하며, 송신탑 아래라 생각되는 순간 두 등산 앱의 지도를 비교했다. 자체 지도를 가진 앱은 등산로와 '망운산 2'라는 지명이 있다. 그런데, 네이버 지도는 둘 다 없다. 고로 네이버 지도를 베이스로 하는 등산 앱은 오지 산행에는 사용할 수 없다! 이걸 확실히 하기 위해 산행 때마다 두 등산 앱을 비교한다. 2시 15분 중리마을 갈림길을 지나며 바다를 보니, 현수교가 보인다. 노량대교다! 그럼, 그 건너의 봉우리는 올해 처음 오른 금오산이다[산행기]!
여기서 금오산을 보리라고 생각도 못 해, 당연히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앞서가는 산꾼에게도 큰 소리로 금오산이라고 알려줬으나, 거리가 멀어 거기까지 소리가 미치지 못한 듯했다. 어쨌든 다소 이국적으로 보이는 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망운산을 향해 가는데, 이번에는 망운산 방향에서 패러글라이더가 내 쪽으로 온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지는데, 패러글라이더가 아니라, 물 바구니를 아래에 단 헬기다. 혹시 산불? 해서 주변을 둘러봤으나, 주변에 연기는 안 보이는 게, 봄철 산불 위험 기간이라 늘 물 바구니를 달고 다니는 듯했다. 그 헬기가 우리가 지나온 능선으로 사라지는 걸 지켜본 후, 마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장 같은 모습에 감탄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앞에 보이는 봉우리로 향했다. 와중에 왼쪽의 망운산 방향으로 향하는 임도의 모습과 오른쪽 설흘산의 모습도 사진에 담았다.
2시 24분 연죽마을 갈림길을 지나며 이정표를 보니, 망운산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75km다. 그 갈림길에서 50여 미터를 가니, 주변이 탁 트인 전망대라, 뒤로 돌아 지나온 길을 파노라마로 남기기도 하며, 계속 전진해 망운산이 가까워지자,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로 위로 올라가는 등산객의 모습도 눈에 띈다. 그런데, 전봇대가 고개를 넘는 길목의 오른쪽으로 약간 벗어난 곳에 정상이 바위 군락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다. 그 아래에 도착해 그 봉우리의 정체가 궁금해 비탐방 전문 앱의 지도로 확인했다. 그 봉우리에 관한 정보는 없고, 그 봉우리가 남해지맥 상에 있다고 알려준다. 망운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좌회전해야 하나, 그 봉우리가 궁금해 우회전해 봉우리로 올라갔다. 올라가서 보니, '남해산악회'에서 세운 표지목에 '정상 420m, 관대봉 1.3km'라 적혀 있을 뿐, 이 봉우리에 관한 정보는 없다. 무명봉이다. 아니, 봉우리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정상의 바위 중 하나에 올라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기록으로도 남겼다. 물론 조금 전에 찍은 사진과 대동소이하다.
다시 남해지맥 갈림길로 돌아가, 정상으로 향해, 2시 34분 ‘망운암’ 갈림길을 통과했다. 그리고 150여 미터를 지난 후 정상까지 남은 거리를 확인하기 위해 지도를 봤다. 등고선으로 보면, 수직으로 30m 내외다. 해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가, 2시 38분경 도착했다. 정상에는 거대한 자연석 정상석이 서 있고, 부부로 보이는 동네 등산객이 인증을 찍고 있다. 그리고 거기서 조금 벗어난 곳에 과거 정상석이 있어,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조금 먼저 도착한 일행의 인증을 찍어준 후 그의 도움으로 이번 산행 처음으로 인증을 남기고, 그동안 망운산에 가려 보이지 않던, 금오산 방향의 조망을 사진에 담았다. 그런데, 무언가 부족해 정상 주변을 둘러보니, 동쪽 조금 아래에 밖으로 튀어 나간 바위가 있어. 그리로 갔다. 예상대로 전망대라. 그 위로 올라가 주변의 조망을 감상하고 기록했다. 끝으로 바로 아래 망운암의 모습도 사진에 담은 후 정상을 떠나 하산을 시작했다.
한국의 많은 산이 그렇듯 망운산 또한 쌍봉으로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면 다시 무명봉 정상이다. 그 정상에 홀로 피어 있는 철쭉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봉우리를 넘어가자, 꽃이 진 건지, 아직 피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철쭉 터널이다. 정상의 철쭉이 만개한 걸 보면, 아직 피지 않은 게 아니라, 이상 기온에 봉우리가 맺혔다가 갑작스러운 한파로 떨어진 게 아닐까? 그런데, 하산이라 고도가 낮아질수록 위와는 다르게 만개한 철쭉이 반겨준다. 그리고 그동안 망운산 왼쪽으로 보이던, 하동 금오산의 모습이 철쭉 군락 너머 전면 중앙으로 보인다. 그런데, 철쭉 군락 정상 부근 전망대에서 군락이 끝나는 부분에 개활지가 보여 자세히 살펴보니, 차량도 주차해 있는 듯하다. 산불감시초소에서 내려오는 포장 임도의 중간 휴식처 또는 상춘객을 위한 간이 주차장인 듯하다. 끝으로 뒤로 돌아 철쭉 군락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갑판 계단으로, 아래로 내려가며 보니, 간이 주차장이 맞다. 최소 남해 망운산에서는 산불감시초소 옆에 자가용을 세워두고 녹음을 즐기는 게 특별한 사람의 특권은 아닌 듯하다.
2시 59분 임도 간이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른쪽에 약수터고, 거기 서 있는 이정표에 의하면 임도 오른쪽은 망운사, 왼쪽은 노구마을인데, 우리가 가야 할 화방산 방향은 없어, 약간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길 건너에 또 다른 이정표가 있다. 그 이정표 방향으로 가면 화방사다. 그리고 그 옆에 이정표가 하나 더 있다. 정확히 오거리로, 정상 방향을 기준으로 시계 방향으로 노구마을, 남해지맥 삼봉산, 화방사, 망운사다. 그리고 세 번째 이정표 밑에 산두가 깔아 놓은 화방사를 가리키는 방향 표지가 있고, 거기에는 '2:48'이라 적혀 있다. 즉 2시 48분에 화방사를 가리키는 방향 지시를 깔고, 선두는 화방사가 아니라, 남해지맥 삼봉산으로 간다는 표시로, 후미의 주당에게 남긴 암호다. 고로 선두와는 12분 거리다. 어쨌든 약수터니, 물맛을 보기로 하고 오른쪽 약수터로 갔다. 이후 갈림길에 서서, 어디로 갈지 고민했다. 선두이자 주당을 따라 남해지맥으로 갈지, 오지팀 계획 날머리인 화방사로 내려갈지! 현재 시각 3시 정각! 마감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20분이다. 거기다 마감 후 버스를 이용해 식당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고려하며 1시간 30분이다. 즉 그 전에 식당에 도착해야 식당으로 직행한 의미가 있다.
간이 주차장이자 오거리에서 남해지맥으로 식당까지 최소 6km 이상이다. 도로라면 1시간 3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나, 아무리 기복이 없다고 해도 능선으로는 불가능하다. 해서 급경사 계단으로 화방사로 내려가면서, 두 등산 앱의 지도도 확인했다. 계곡 길이라, 급경사 돌길인 등산로로 내려가, 3시 5분 망운사 갈림길을 지나고, 3시 7분 오동마을 갈림길을 지나, 화방사 방향으로 좌회전하자, 등산로는 돌이 더욱 많아지고 경사 또한 더 급해진다. 해서 약간은 조심하며 내려가, 3시 21분 화방사 위에 도착했다. 그리고 갑판 계단으로 내려가며 보니, 왼쪽 첫 전각이 산신각이라 생각되어, 바로 그 전각으로 갔다. 그런데, 가서 보니, 산신각이 아니라 삼성각이다. 어쨌든 산신에게 무사 산행에 감사 인사를 하고 나와, 대웅전을 찾으며 내려가는데, 왼쪽으로 거대한 불상이 보여 당연히 그 방향으로 갔다. 약사여래불이다. 그리고 다시 대웅전을 찾으며 가, 3시 25분경 대웅전에 도착해 본존불에게 신고하는 거로 화방사에서 해야 할 일을 다해,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해 갔다.
3시 27분 화방산 일주문을 지난 후 뒤로 돌아 그걸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며 보니, 물소리가 요란하다. 산행 중 흘린 땀을 씻을 수 있는 계곡이다. 여기로 오는 버스 안에서 대장은 아마 씻을 만한 곳이 없을 거라고 했지만, 아니다. 그럼, 씻는 시간이 필요해 뒤에서 따라오는 일행은 약간 지체할 수도 있어, 남해지맥으로 간 선두는 그만큼 시간을 확보할 수도 있다. 뭐 그런 생각을 하며 내려가자, 아스팔트 2차선 도로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번 산행에서 두 번째 보는 ‘망운산 등산 안내도'가 서 있다.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등산 앱이 아니라 지도 앱으로 이 지점에서 식당까지의 거리를 확인했다. 5.1km, 1시간 16분 거리란다. 마감까지 남은 시간은 50분이 채 안 된다! 그걸 확인한 이유는 50분 동안 멍청히 버스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게 싫어, 식당으로 계속 갈 생각도 있어 서다. 어쨌든 그걸 확인하고 내려가다가, 선두와 같이 가다 위의 주차장 갈림길에서 헤어진 산꾼이 나를 보더니, 왜 이리로 내려오는지 묻는다.
목요 오지팀 산꾼들은 당연히 나는 선두이자 주당으로 생각한다. 해서 도로로 가려고 그랬다고 답했다. 사실 그런 생각으로 날머리로 내려왔다. 능선 5km는 1시간 내에 못 가지만, 도로 5km는 충분히 갈 수 있다. 그런 얘기를 나누며 둘이 내려가자, 저 아래로 빨간 버스가 주차해 있는 게 보인다. 현재 시각 3시 33분으로 날머리인 화방사 주차장이다. 서둘러 배낭에서 보조 배터리를 꺼낸 후 배낭은 버스 짐칸에 넣고, 차 의자에 두었던 바람막이를 입고, 포장도로로 식당을 향해 출발했다. 물론 수시로 남은 거리와 시간을 확인하며 식당으로 향했다. 와중에 남해지맥이 도로를 건너는 지점에 도착해서는 주변을 둘러봤다. 내가 시간에 쫓기는 대장이라면 여기서 삼봉산으로 올라가지 않고 도로를 따라 식당으로 향할 거라, 혹시 그들도 그렇게 했을지 주변을 둘러봤으나, 인적이 없는 게 아직 도착 전이거나 이미 통과했다. 해서 거기서 우회전해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식당을 향해 갔다. 물론 그렇다고 주변의 이정표가 될 만한 걸 기록으로 남기는 걸 잊지는 않았다. 그러다 선두의 대장에게서 어딘지 묻는 전화가 와, 능선은 아니나 식당으로 가고 있다고 얘기했다.
지도를 보며 가는데, 직진할 거로 생각했던 길이, 저 앞에서 좌회전한다. 해서 4시 3분경 좌회전하고 보니, 차도 힘들 정도의 급경사다. 아마 이게는 내게는 마지막 깔딱일 거라고 생각하며,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개 정상에 올라서자, 주변이 다 전통 가옥으로 나름대로 이름 있는 동네로 보였다. 정상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고개를 넘어 길을 재촉하자, 앞으로 이름을 알 수 없는 산이 보이고, 그 아래 도로가 있다. 저 도롯가에 우리가 가야 할 식당이 있다. 현재 시각 4시 10분, 10분 후면 마감이고, 버스가 화방사 주차장을 출발해 빠르면 4시 30분에 식당에 도착한다. 최소한 버스보다는 빨라야 미리 주차장에서 출발한 보람이 있어, 아카시아 향기가 풍겨 오는데도, 그걸 따 맛을 보는 것도 포기하고 계속 전진했다.
그래도 차에 치여 죽은 뱀의 모습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기록으로 남겼다. 와중에 마늘밭에서 일하는 부부의 모습이 보여 뭘 하나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마늘종을 뽑는 중이다. 조금만 여유가 있었으면, 그들에게 부탁해, 어린 시절을 추억하기 위해 하나 얻어먹으며 갔을 거다. 그런데, 좀 전 넘은 고개가 마지막 깔딱이 아니었다. 남해읍에서 노량대교로 향하는 도로로 합류하지 않고, 좌회전하는 도로는 다시 언덕으로 올라간다. 이게 진정한 마지막 깔딱이다. 그 고개 정상에 올라서 아래를 보니, 식당이다. 남해부자돼지국밥이 아니라, 부자돼지국밥이다. 현재 시각 4시 25번, 마감을 5분 지났으나, 버스가 예정대로 출발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버스보다는 일찍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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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25분 식당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식탁은 세팅이 끝났고, 주방에서는 열심히 주문한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해서 직원에게 예약한 사람이라고 하자, ‘40분경 도착한다고 하더니, 벌써 왔냐?’며 놀란다. 해서, 먼저 왔고, 나머지는 버스로 온다고 얘기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선두 주당도 아직 도착 전이다. 해서 식탁 하나를 주당용으로 잡고, 주인장에게 특대는 다 이 식탁으로 가져다 달라고 한 다음 화장실로 가 웃통을 벗고 씻었다. 그동안 도착하리라 생각했던 누구도 오지 않아, 일단 냉장고에서 좋은데이 두 병, 맥주 한 병을 들고 와, 밑반찬을 안주로 좋은데이를 홀짝이고 있자, 예상보다 늦은 4시 45분경 버스가 먼저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일행이 식당으로 들어오다가 나를 보더니 ‘축지법을 썼냐?’며 다들 한마디씩 한다. 떠들썩한 분위기라, 더욱 술맛이 난다.
조금 지나, 선두 주당 선수들도 도착해 미리 준비해 둔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먼저 소맥으로 무사 산행을 축하했다. 그리고 주문한 특대 돼지국밥과 순대국밥이 나왔는데, 다른 주당은 몰라도, 순대국밥을 주문한 나는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당연히 순대국밥에는 순대와 부속 고기가 들어 있을 거로 생각하고 주문했건만, 순대만 있다! 와중에 특대라 내가 두 끼 먹을 양이다. 해서 메뉴를 유심히 살펴보니, 내가 원하는 건 차림표에는 '섞어 국밥'이다! 와중에 산행 전 봤던 메뉴판과 달리 가격이 천 원 올랐다. 다행히 양은 많지만, 제대로 만든 순대라 음식에는 만족했다. 그 순대를 안주로 하산주를 마셨는데, 머리는 술을 요구하는데, 위가 거부해 한 병 반만 마셨다. 그런데, 그건 나만이 아니라, 주당 모두가 그랬다. 그동안 너무 많이 마셔서 다들 맛이 갔나? 그보다는 오늘 식당으로 바로 오면서 무리해, 술이 받지 않아 서다.
맥주 두 병에 소수 세 병이라는 주당이 만들어진 후 가장 적게 마시고, 5시 10분경 식당에서 나왔다. 아직 씻지 못한 일행이 씻는 동안, 버스 주변을 서성거리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5시 20분경 서울로 출발했다. 역시 노량대교를 건너는 동안, 이번에는 올 때의 반대편인 남해대교의 모습을 감상하고 사진으로 담기도 했다. 그런데, 술이 부족해서 그런지 잠을 청해도 눈만 멀뚱멀뚱해 창밖을 구경하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실내등이 들어와 깨어보니, 휴게소다. 나무에 가려 이름이 잘 보이지 않아, 볼일을 본 후 나무를 피해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오수휴게소다. 역시 초면이다.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는데, 또 잠이 안 온다. 해서 책을 봤는데, 그러다 잠이 들어, 역시 실내등이 들어와 잠이 깼다. 두 번째 휴게소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죽전이다. 죽전에서 내리는 대장 말에 의하면 다들 너무 곤하게 잠이 들어 두 번째 휴게소는 건너뛰었다고!
죽전을 지나고 난 후 정신 차리고, 주변을 정리하며 하차 준비했다. 그리고 9시 12분경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 도착해, 짐을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이후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보조 가방을 거기에 넣고, 일행과 인사를 나눈 후 지하철역으로 향하다가, 서초구청 화장실에 들러 볼일을 봤다. 이후 역으로 내려가 열차를 탔다. 그리고 녹번역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집으로 향해 10시 30분경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역시 남해 섬이라 멀고도 멀어 길바닥에 버린 시간이 10시간이 넘지만, 만족한 산행이다!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계획과는 조금 다른 '서상교 → 가물랑산 → 물야산 → 학석봉 → 용두봉 → 송신탑 → 관대봉 갈림길 → 무명봉 → 망운산 → 샘터 → 화방사 → 버스 주차장 → 부자돼지국밥'의 19.36km(산길샘) 코스를 4시간 39분 동안 즐겼다. 이동 4시간 28분, 휴식 11분!
맑고 화창한 날씨에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또한 방해하지 않아, 최고의 조망 산행이었다. 물론, 오후가 되면서 미세먼지가 아니라, 해무가 끼기 시작해 먼 거리는 흐릿하게 보였지만, 기온 차에 의한 당연한 자연 현상이라 누굴 탓할 바가 못 된다.
갑진년 즉 2024년 첫 산행지였던, 하동 금오산과 올해 3월에 다녀온 남해 응봉산~설흘산의 전경을 감상하며 당시 산행을 복기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과거 산림청이 한국의 숨은 명산으로 선정한 이유를 알 수 있었던 산행으로, 이동에 10시간 가까이 소요되지만, 한번쯩은 꼭 올라봐야 할 산이다! 조망뿐만 아니라 아기자기한 산행 자체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