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보내는 편지(48)
샬롬 !
초록빛 보리밭을 기억하십니까? 지금은 차를 타고 교외로 나가야만 볼 수 있지만, 그 진초록의 잎새가 어느 정도 자랐을 무렵에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은 너무 푸르고 아름다워서 오히려 가슴 시리던 기억이 있습니다. 차가운 눈 사이를 비집고 나와 웃자란 고운 초록빛 융단을 깔아놓은 보리밭과, 살며시 고개를 내민 새순은 부지런히 찾아온 봄을 예고해주는 듯 합니다. 초록의 추억은 오래도록 마음을 초록이게 합니다. 길고 추운 겨울에도 논과 밭에 심겨진 보리는 잘 자라고 있듯 우리의 꿈과 비전도 푸르게 푸르게 잘 자라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합니다. 이맘때쯤이면 얼음이 녹아 땅이 풀리면서 서리로 인해 들 떠 있던 뿌리가 땅속에 깊이 박혀 든든히 자라도록 사람들이 들에 나가 연약한 보리를 밟아주던 기억 또한 새롭습니다. 혹 우리의 삶과 믿음도 겨울 보리처럼 그 뿌리가 솟아 겉은 번지르르해도 부실한 뿌리로 인하여 넘어지지 않을까 괜한 걱정이 앞서기도 한 것은 저의 조바심만은 아니길 바랍니다. 이제 며칠후면 봄바람을 맞은 새싹이 돋아난다는 우수(雨水)입니다. 오늘은 햇살고운 연두색의 봄을 노래하며, 화사한 봄을 기다리는 설레임으로 우체부가 되어 따스한 향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선생님들 마음에 따뜻한 봄이, 희망의 봄이 자리잡길 기도드리며, 저의 편지가 선생님의 마음과 이 세상을 아름답게 여는 작은 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주앉아 웃으며
말없는 미소로도
정겹게 얘기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봄과 함께
당신을 기다리는 아침에 (강민정의 ‘봄날 아침의 초대’중에서)
'봄'은 '보다'의 명사형입니다. 뭔가 볼 것이 많은 계절이니 '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것입니다. 겨울이 차츰 봄에게 자리를 내어줄 때면 저 깊은 대지에서부터 푸른빛들이 올라오고, 그 푸른빛보다도 먼저 더 깊은 곳으로부터 가녀린 뿌리들이 퍼 올린 물방울이 형형색색의 빛깔로 피어나, 다채로운 수채화 같은 계절이 되니 볼거리가 많아지는 계절입니다. 그런데 그 볼거리는 모두가 겨울을 이겨낸 아름다운 것들입니다. 대지에서 피어나는 꽃도 그렇고, 겨우내 꽃눈을 품고 있다가 연한 새싹을 내는 나무도 그렇고, 이파리보다 꽃을 먼저 내는 매화같은 꽃의 향기도 그러하듯, 우리 복음중등부도 머쟎아 아름다운 꽃과 열매로 피어나게 되겠지요. 저 또한 하루에도 몇 번씩 말없는 미소로 하늘을 봅니다. 마주앉아 웃어줄 주님처럼 하늘같이 살면서 복음의 싹 틔우려고 말입니다.
다음주일은 제가 제안한대로 Hug Day로 지키고자 합니다. 아무런 준비없이 그저 안아주기만 한다면 잘못 변태(?)로 오인받기 쉽습니다. 솔직히 저도 아직 좋은 아이디어가 없어 조금 두렵고 떨립니다. 반별로 어깨동무하며 기도할 것인지, 둥그렇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맞대고 기도할 것인지, 서로 동성끼리 안아주며 기도해줄 것인지, 선생님이 한명씩 안아주며 기도해줄 것인지, 기도문을 쓰거나 예쁘게 인쇄해서 마주보며 읽어주고 전할 것인지, 제가 직접 모두를 안아주고 기도하며 축복해 주는게 좋은지, 아직 구체적 방법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2월 22일 기대됩니다. 바라기는 주님이 직접 품에 안으시고 축복해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기도하고 기대하는 자에게 복은 임합니다. 벌써부터 저는 우리에게 쏟아질 하나님의 은혜와 놀라운 복이 너무 기다려집니다. 지금부터 한주간 기도로 준비하셨다가 우리 아이들과 자녀들을 축복해 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혹 허그데이가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는 분이 계실까봐 다시 말씀드리면 우선 날짜는 2월 22일입니다. 그 이유는 2자의 모양이 무릎꿇고 기도하는 모습을 닮고, 2가 3개가 모여있어 둘 이상의 공동체와 가정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허그주일은 돌아온 탕자를 아버지가 끌어안고 입맞추며(눅15:20) 축복하듯, 야곱이 임종하기 전 그 자녀들을 끌어안고 안수하며 축복해 주듯(창48-49장), 주님께서 어린아이들을 안고 머리 위에 손을 얹어 축복하시고, 문둥병자를 그분의 따뜻한 사랑의 손으로 어루만지시며 고쳐주시듯, 가정에서는 부자끼리 모녀끼리 형제끼리 부부끼리 가족끼리 서로 안아주며 기도해주자는 것입니다. 또 학교에서나 교회에서도 교사가 학생들을 포옹하고 안아주며 정성으로 기도하며 축복해주고, 사회와 직장에서도 동료끼리 선후배간 서로의 손을 붙잡고 축복해주는 아름다운 날이 바로 허그데이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우선 우리 아이들을 대할 때마다 말로만 ‘어서오세요’라고 말하기보다는 내일부터는 당장 밝은 미소와 함께 손을 붙잡아주면서 보고싶었다고 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물론 안해 보시던 분들은 어색할 것입니다만, 사랑스런 마음으로 손을 잡아주는 것은 내 심장을 내놓을 만큼 서로에게 경계심이 없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손은 제2의 '심장'이기 때문입니다. 할머니의 손만 약손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으로 내미는 모든 손이 약손입니다. 서로 손을 많이 잡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예수님이 귀신들린 자의 손을 잡아 일으키실 때 그가 일어서고(막9:27), 베드로가 손을 내밀어 붙잡아줄 때 앉은뱅이가 발과 발목에 힘을 얻듯(행3:7). 우리 아이들과 자녀들도 힘을 얻고 용기를 얻어 힘차게 일어서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 세상이 훨씬 더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입니다.
옛날 로마에 발렌타인이라는 한 노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남은 삶을 하나님께 온전히 바치겠다고 다짐하고 어느 수도원에 들어가서 생활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그 곳에서의 삶이 결코 기쁘지가 않았답니다. 하나님께 모든 삶을 드리겠다고 찾아온 수도원의 삶에 기쁨과 평안을 잃고 우울한 날을 보내고 있던 그에게 어느 날 동료들이 물었습니다. "이 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특출한 재능을 한가지 이상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에겐 그러한 특기가 없어서 내 마음이 늘 슬프고 우울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발렌타인에게 문득 한가지 지혜가 떠올랐습니다. "그래, 날마다 사람들에게 따뜻한 사랑의 말을 전하자" 이때부터 그는 매일 사랑의 마음을 담아 정성껏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편지를 직접 사람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그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편지를 읽고 수많은 사람들이 감동과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5년 후 발렌타인은 '사랑의 전령사'라는 큰 명성을 얻게 되었고 그가 순교한 후에는 '성자'란 칭호를 얻었습니다. 사람들은 매년 그가 순교한 날에 그의 뜻을 기려 서로 사랑과 격려의 편지를 전하게 되었습니다. 2월 14일, 그 날이 바로 오늘. 발렌타인데이입니다.
작년에는 먼저 주어야 할 것인데도 주는데는 인색하고 도리어 많이 받지 못했다고 얼마나 섭섭해했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금년은 그렇지 않습니다. 허그데이를 제안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발렌타인데이의 의미를 알기 때문이지요. 하나님을 위한 일은 결코 거대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작은 일에 충성하고 우리의 모든 지체가 아름답게 쓰여지는 일이 가장 보배로운 일이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귀한 일이 될 것입니다. 발렌타인의 숭고한 정신이 훼손되지 않기를 소원해 봅니다. 청소년들에게 쵸코렛 선물을 부추기는 상흔보다는 발렌타인의 아름다운 정신과 마음을 계승하여 이웃과 가족을 위해 사랑의 따뜻함을 전하고 위로와 격려를 담은 포근하고 아름다운 편지를 전하는 사랑의 전령사가 되고 싶지 않으십니까?
오늘은 오후예배후 교사회로 모여 모사를 꾸미고 싶습니다. 어떻게 우리 아이들을 ‘비전과 열정’으로 불붙게 할 것인지, 세계를 변화시킬 500의 비전증인으로 양육할 것인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싶습니다. 이번엔 제가 총을 쏩니다. 으-악, 목사가 총 총을...
첫댓글 아름다운 시도입니다. 이 시대 최고의 총잡이가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