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0대 여성커뮤니티
http://밤과새벽사이.com
출처 : 네이트판 hazel님
http://m.pann.nate.com/talk/327825534
--------------------------------------------------------------
내가 살면서 제일 무서웠던 일
너넨 살면서 언제가 가장 무서웠냐?
난 누가 고르라면 당연히 하나 고를 수 있는 경험이 있다.
물론 지금이야 술자리 안주삼아 심심찮게 꺼내긴 하지만 그 때 당시엔 너무 무서워서 다른 사람 눈도 제대로 못 마주쳤었다.
밤에 할 일도 없고 하니 지금 조금 풀어볼까 하는데 별로 입맛에 안 맞는다 싶으면 안 읽어도 되니까 가서 하던 일 마저 해라.
그러니까 언제쯤이었더라.
갑자기 이야기 꺼내려니까 정확히는 생각 안 나는데 대충 시기는 군대 갔다가 막 대학에 복학한 시점이었다.
뭐 안 그런 사람이 더 많겠지만 1, 2학년 조지는 대학생들 심심찮게 볼 수 있지?
그게 나였다.
자랑은 아니지만 당시에 노는데 바빠서 생각없이 살다가 이대로면 졸업 못하겠다 싶어서 뒤늦게 정신을 차린 케이스였다.
학점이 아슬아슬 하던 차여서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었다.
언제는 과제 때문에 학교 도서관에 갈 일이 생겼었는데 아직 이른 오후인데도 사람들이 좀 있더라.
나는 공강이라 그날은 꽤 여유롭게 다녔었다.
집에서 늑장부리며 나와서 전철을 타러 갔지.
카드 돈 떨어져서 충전하고 계단 내려가면서 핸드폰으로 노래 트는데 이게 화근이 될 줄은 몰랐다.
너희도 꼭 계단에서 내려갈때는 딴 짓 하지말고 계단 다 내려가고서 해라.
이건 충고다.
노래 목록 뒤져보면서 뭐 들을만한거 없나, 대부분 계속해서 들었던거라 질리는데 하면서 목록 내려보는데 갑자기 누가 옆을 홱 하고 지나쳐 가더라.
깜짝 놀랐지.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거든.
아씨 뭐야 하고 봤는데 아저씨 한 명이 전철 온다고 허겁지겁 계단을 내려가더라.
뭐 저런 사람 한 둘도 아니고 그냥 신경 끄려는데 그 찰나의 순간에 사고가 생겼다.
전철이 막 들어오는 시점이었는데 그 왜 있잖아 스크린 도어.
내가 타는 역에는 그게 없었다.
사람이 별로 없는 역에는 설치를 안 하는 경우도 있거든.
이 역이 특정 시간대에만 사람이 좀 타고 하루의 대부분은 거의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일이 적어서 스크린 도어가 없었는데 그게 문제였던 거지.
요새 사람들의 문제인 게 바로, 손에서 떼어놓질 못 하는 핸드폰이지.
전철이 오기 직전까지 눈을 떼지 못 하고 난간에 기대서 웹서핑 하던 여자 한 명이 그만 아저씨랑 부딪혀서 순간적으로 앞으로 기울었다.
옆에서 보기엔 진짜 순식간이었다.
나랑 비슷한 또래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였는데
'어?'
하는 순간에 앞으로 고꾸라지더니 그대로 들어오던 전철에 머리를 부딪혔다.
공포 영화에서처럼 목이 날아 간다던가 하는 끔찍한 상황은 아니었는데 겉보기에도 그 충격이 어마어마해 보였다.
순식간에 사람들 몰려와서 웅성대고 어떻게 어떻게 하다가 한참 뒤에야 구급차가 오고 여자를 데려갔다.
나도 워낙에 놀라서 벌벌 떨다가 학교에 가서야 진정을 했는데 간간히 그 장면이 떠올라서 통 집중이 안 됐다.
그래서 하던 과제 거의 다 끝내놓고 집에가서 마무리 지으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지.
그런데 갑자기 연락이 끊겼던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자기 제대 했다고 만나자고 하더라.
어차피 과제도 거의 다 끝내놨겠다. 나도 반가워서 만나자고 하고 약속 장소로 갔다.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들 주고받으며 니 부대가 어떻니 내 부대가 어떻니 하는 진부한 이야기들로 서로 씹다가 자정 되갈 때쯤에야 서로 일어났다.
집에 돌아가기 전에 오줌보 터질 거 같아서 계산하고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는데 아까 낮에 있었던 사건으로 간주되는 이야기가 들리더라.
"헐 그래서 어떻게 됐대?"
"죽었다던데, 뇌진탕으로. 그 언니 우리 언니 친구였거든."
"와 진짜 불쌍하다."
아까 옆에 있던 사람으로서 곁에서 봤을때 출혈은 많이 없었지만 뇌에 충격이 꽤 심했었나 보다.
장소가 좀 아니긴 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며 밖으로 나왔다.
"나중에 보자. 연락 좀 자주하고 새끼야."
"너나 좀 잘 해봐 병신아. 뜬금 없을 때 전화하지 말고."
인사하고 전철 타려고 역으로 갔는데 낮이랑 다르게 역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안 그래도 그 일 때문에 무서운데 분위기가 한층 더 음산하더라.
술기운으로 괜한 배짱부리며 막차 올 때까지 딴청 피웠다.
부르지도 못하는 어려운 노래도 불러보고. 그러다가 사람 올까봐 계단 한 번씩 쳐다보고.
10분 정도 기다리니까 열차가 왔다.
노래나 들으면서 가려고 핸드폰 꺼내면서 난간에 기댄 채로 열차를 기다렸다.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안전선 안쪽으로 한걸음 물러나 주십시오."
성우 목소리를 한 귀로 흘리면서 핸드폰을 켰는데 전원이 들어오질 않았다.
"어? 이거 왜이래?"
벌써 배터리가 다 될리가 없었으니까. 핸드폰 이리저리 흔들면서 검은색 액정만 바라보는데 순간 액정에
나 말고 다른 얼굴 하나가 비쳤다.
진짜 깜짝 놀라서 몸 떨기까지 했는데 그 순간에 갑자기 몸이 앞으로 쏠렸다.
마치 아까 낮에 사고 난 여자처럼 몸이 훅 기울었는데 무의식적으로 난간 손으로 붙잡고 반대쪽으로 허리를 확 꺾었다.
그 덕에 열차가 눈 앞에 스쳐지나가는 선에서 끝낼 수 있었는데 내 정신은 혼미해졌다.
이게 무슨 일인지 파악도 못하고 주저 앉아 있다가 막차가 떠나가려는 소리에 허겁지겁 열차에 올라 탔다.
치익- 소리내면서 문이 닫히고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켜봤는데 그제서야 전원이 들어오더라.
어찌 된 일인지 영문도 모르고 식은 땀 맺힌 손으로 핸드폰만 쥐고 있다 열차가 떠나갈 때 창문을 봤는데
술 쳐마셔 놓고도 기절할 뻔했다.
도저히 술기운으로 버티기엔 어려운 광경이 눈 앞에 보였거든.
여자 하나가 쳐박았다는 표현에 가깝게 얼굴을 창문에 붙인 채로 눈 굴리면서 열차 안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라.
근데 차 안에는 나랑 저 멀리에 앉아서 졸고있는 아저씨 한 명 밖에 없었거든?
눈이 왼쪽으로 한 번
다시 오른쪽으로 한 번 오는 중에 나랑 딱 마주쳤다.
씨익 웃더라.
나를 보고 웃는 게 분명했다.
이게 환각인가?
소주를 너무 많이 마시면 환각 증세가 생기던가?
아니면 내가 소주가 아니라 다른 마약성 물질을 섭취한 건가?
아니 그 전에 아까 열차에 부딪힐 뻔한 건?
그건 환각이 아니지 않나?
와 시발 이게 무슨 영문인지 진짜 술 때문인지 원인 파악도 못하고 역에 도착했을 때 미친 듯이 뛰었다.
식은 땀이 손을 넘어서 등에도 줄줄 흐르더라.
엄마는 자고 있고, 아버지는 아직 안 들어오셨었다.
혼자 헉헉 거리면서 부엌에 가서 물 마시는데 갑자기 누가 내 어깨를 툭 건드는 바람에
"으아악!"
하고 소리 지르면서 들고있던 컵을 떨어뜨렸다.
두드린 사람은 엄마였는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하면서 내 얼굴 살펴보셨다.
당연히 땀이 비오 듯이 나오니까 걱정하셨지.
난 그냥 갑자기 나와서 놀랐다고하고 샤워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불 키고 땀에 젖은 옷들 한쪽으로 치워두고 안에 들어가 샤워를 하는데 뜨거운 물이 닿으니까 좀 낫더라.
마음이 조금 진정됐다.
눈 감고서 오늘 있던 일 천천히 정리를 해보는데 아까부터 계속 역에서 있던 일이 떠올라 진정될만 하면 가슴이 방망이질 쳤다.
그 여자는 누구였을까.
그 역에 귀신이 나타난다던가 하는 소문은 들어 본 적이 없어서 더 정체를 몰랐다.
그냥 요새 공부 때문에 피곤한데 술까지 마셔서 일어난 단순한 착각이었나, 심지어 그런 일까지 눈 앞에서 목격했으니까 그럴만도 하지 않나.
이렇게 혼자서 합리화를 했다.
그런 내가 병신이지.
이제 머리만 감고 마무리 하려고 샴푸 한 번 쭉 짜내서 머리에 거품내고 물을 트는데 물이 나오질 않았다.
"아 시발 이건 또 왜이래.."
짜증을 내면서 가늘게 실눈을 뜨고 샤워기 집어서 물 나오도록 흔드는데 물줄기는 안 나오고 물방울만 뚝뚝 떨어지더라.
요상하게도 물방울이 차가웠다.
근데 자세히 보니까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아니었다.
좀 더 위에서.
거의 꼭대기에서 고드름 타고 떨어지듯 내려오는 물방울이었거든.
꼭 온도마저 얼음에서 나온 듯이 차가웠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무언가가 닿는 촉감이라곤 물방울 밖에 없었지만 확실한 기척이란 게 있었으니까.
침 넘어가는 소리가 화장실에 울려퍼지는 것 같았다.
이대로 있을 수도 없는데 어떻게 할까.
그냥 미친척 하고 엄마가 있는 안방으로 뛰쳐나갈까.
근데 문이 안 열리면?
잡다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 뜨고있는 실눈으로 빛이 사라지는 게 보였다.
두 세 번 껌뻑이더니 이내 화장실 불이 픽- 하고 나가 버리더라.
컴컴한 화장실에 혼자 남았다.
아니 정확히 혼자는 아니지.
얼어붙은 듯이 욕조 안에 쭈그려 앉아서 시간이 얼마나 흐르는지도 모른채 있다가 머리에 칠한 샴푸 탓에 눈이 따가워지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갑자기 불이 켜지고 물이 촤악하고 뿜어져 나오더라.
헹구는 듯 마는 듯 마무리를 짓고 밖으로 나오면서 느꼈다.
내가 예사 일에 휘말린게 아니구나 하고.
그 날 군대까지 제대한 새끼가 쪽팔리게 엄마방에 기어 들어가서 잤다.
엄마는 나이 먹고 갑자기 왜 어리광이냐며 한소리 했지만 나는 꽤 긴박한 상황이었다.
당장 내일 학교도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나 싶었다.
그나마 금요일이어서 한 번만 가면 되긴 했지만 여간 무서운 게 아니었다.
아침이 되고 핸드폰 알람이 울리는데 그 알람 소리가 어찌나 원망스러운지 말로 표현을 못 하겠다.
울며 겨자먹기로 화장실에 씻으러 갔는데 세수도 제대로 못 했다.
물티슈로 못난 얼굴 쓱쓱 닦아주고 못감은 머리는 모자로 감췄다.
역 입구에 가서는 공황 장애에 걸린 사람처럼 계단 한 칸 올라 갈 때마다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겨우 안에 들어가 열차를 기다릴 때는 다행히 주위에 사람이 있어서 그나마 좀 낫긴 했는데 그저 말 뿐이지 두려움은 여전했다.
열차가 도착하고 안으로 들어 갈 때까지 긴장은 풀리질 않았는데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질 않아서 마음 놓고 열차에 탔지.
근데 이 개같은 년은 항상 긴장이 풀렸을 때 일을 치르더라.
고개 숙이고 순서 맞춰서 차 안으로 들어가는 내 시야에 검은 머리카락이 스쳐 가는 게 눈에 보였다.
피가 찐득하게 묻어 있는 머리카락.
나는 생각 없이 들어가서 앉으려다가 의자 앞에서 멈춰섰다.
내 마음을 모르는 열차는 문을 닫고 출발했다.
이상한 자세로 자기 앞에 서 있으니 불쾌했던건지 앉아있던 여자는 다른 좌석으로 자리를 옮기더라.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제랑은 좀 다르게 닫히는 문 건너편에 서서 이쪽을 보고 진짜 거짓말 안 보태고 입이 귀까지 찢어질 정도로 웃더라.
예전에 도시괴담에 자주 등장했던 빨간 마스크를 보는 느낌이었다.
나는 자리에 앉았는데 그 모습이 주변에서 보면 털썩 주저 앉듯이 앉았다.
그 날 학교 수업은 말그대로 공쳤다.
귀에 들어올리가 없었지.
학점이 중요하단 걸 알면서 교수가 뭐라하는지 귀에 하나도 들어오질 않았다.
결국 마무리 짓지 못한 어중간한 과제를 보고나서야 오늘 하루를 얼마나 무기력하게 보냈는지 깨달았다.
이게 만약 계속된다면 언제까지 계속될까?
아니 그 전에 내 정신은 멀쩡할 수 있을까?
걱정이, 찾아오는 밤처럼 서서히 나를 엄습했다.
그러다가 근본적인 생각에 닿게 됐다.
그 여자는 누구지?
돌이켜 보면 처음 그 여자가 나타났던 역과 오늘 내가 학교에 오기 위해 열차를 탔던 역은 다른 역이다.
그런데도 나타났다면 단순히 그 곳에 머무는 귀신은 아닐텐데 왜 나를 따라다닐까?
차분히 생각하다 보니까 마치 퍼즐이 완성되듯이 서서히 앞뒤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뭔가를 잊고 있던 거지.
처음 그 귀신이 나타난 날.
그 날 있었던 일들.
내 앞에서 머리를 박고 죽은 여자.
그 여자가 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누구였을까?
아마 타이밍으로 볼 때 자신을 스쳐지나간 그 아저씨 보다는 계단에서 막 내려오던 내가 보이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죽어가던 그 여자가 마지막 순간에 가장 원망하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제서야 왜 이런 성기같은 일들이 벌어지는지 파악이 완료된 거지.
물려도 잘못 물렸구나.
물어도 잘못 물었구나.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잘못이 있다면 딴짓을 하며 내려오다 그 장면을 목격했을 뿐.
하지만 죽은 여자가 이런 내 마음을 알리가 없기에 나는 더 미칠 지경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리를 쥐어뜯 듯 감싸 쥐고 고민을 하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얼굴 본지 얼마나 됐다고 친구놈이 다시 전화를 한 것이다.
"바쁘냐?"
"미칠 것 같다."
뜻밖의 대답에 왜 그러냐는 녀석의 말에 뭐라고 말을 못하고 울먹이 듯 횡설수설 하니까 녀석이 만나자더라.
지난번에 봤던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다기에 약속 시간보다도 먼저 가서 기다렸다.
"할 일 없냐. 왜 이렇게 일찍 왔어."
나는 말 없이 500 두 개랑 간단한 안주를 주문했다.
처음은 인사치레로 쓰잘데기 없는 말 주고 받다가 녀석이 단도직입 적으로 물어봤다.
"왜 그러는데."
차마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몰라서 혼자 별 지랄을 다하니까 진정하고 처음부터 말해보라기에 있는 그대로,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며칠간에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말해줬다.
의외로 진중하게 얘기를 들어주더라.
그 덕에 나도 차분하게 말할 수 있었다.
자초지종을 다 듣고난 녀석은 마치 이 분야에 전문가인 것처럼 순서대로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일단 오해를 풀어야지."
"어떻게?"
"어떻게든."
지금 생각하면 다소 무책임한 발언이었지만 당시 나한테는 아군이 생겼다는 느낌에 너무 든든했다.
일단 어떻게든 접점을 찾아야 하기에 여자에 대해 수소문 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이름도 학교도 모르는 여자를 찾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하다 못 해 어느 병원에 갔는지라도 알면 좋을테지만 알아낼 방도가 없었다.
"그 언니 죽었다며?"
"아, 너한테는 말 안 해줬었나?"
그리고 절망하던 내게 더할나위 없는 기회가 찾아왔다.
한 번이지만 낯익은 목소리.
지난번에 들었던 목소리다.
나는 화장실에서 뛰쳐나왔다.
"저기요! 잠시만요!"
갑자기 화장실에서 뛰쳐나와 말거니까 당황하더라.
"저 남자친구 있어요."
개년이 사람 심정도 모르고 뭔 개소린지.
그런 거 아니라고 그냥 다른거 묻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런다고 하고 멈춰 세웠다.
"얼마 전에 열차에 머리 부딪혀서 돌아가신 분 아시죠? 죄송한데 제가 건너 건너 아는 분인데 그 때 찾아뵙질 못 해서요.
혹시 그분 학교나 이름이라던가 아시는 거 있으면 알려주실 수 있나요? 꽃이라도 들고 찾아 뵈려구요."
다행히 경계가 풀어져서 여자의 주소를 알아낼 수 있었다.
친구한테 말하니 당장 가자더라.
근데 전철 탈 용기가 나질 않았지.
그러니까 친구가 자기랑 타면 괜찮다고 타자는 거야.
무슨 말이냐니까 타보면 안다더라.
그래서 녀석이랑 같이 전철에 탔는데 정말로 여자가 나타나질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니까 녀석이 그간 말 한적 없던 집안 이야기를 해줬다.
알고보니까 집안에 신기가 있다더라.
그래서 내 말도 그렇게 진지하게 들어줬었고.
자기는 가족들이랑 다르게 영기가 쎄서 귀신이 함부로 접근을 못 한다 하더라고.
녀석 덕분에 일이 예상밖에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아파트에 도착해서 초인종을 누르기까지 나는 이게 올바른 행동인가에 대해 고민에 빠졌는데 그러고 있어봤자 도움되는 거 없다면서 녀석이 잽싸게 초인종을 눌러 버렸다.
준비도 안 된 상태로 문이 열리는데 초췌한 아주머니 한 분이 문을 열고 나오셨다.
"아.. 저.."
나는 들고온 국화꽃을 내밀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날 물끄러미 보다가 안으로 들어오라면서 문을 열어주셨다.
안으로 들어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생각하는데 갑자기 친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따님에 대해 말씀드릴게 있어서요."
"우리 딸이요? 무슨.."
그러고는 나를 쳐다봤다.
나는 녀석의 눈을 쳐다보다가 무슨 의도인지 알고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해 숨김없이 사실대로 말했다.
"그 때 무서워서 외면하고 도망친 점은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말인데요.. 이걸 믿으실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아주머니에게 요 며칠간 따님이 나를 찾아오는 것 같다, 아무래도 정황상 그녀의 마지막 눈에는 내가 비쳤을테니 그 원한 탓에 그러는것도 같다, 이해는 하지만 지금 너무나도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이야기를 듣는 아주머니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는데 그 눈에 살기가 느껴지더라.
그럴 수밖에. 자기 딸이 무고하게 죽었는데 그 어느 부모가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겠냐.
그 눈빛이 열차에서 날 찾던 여자의 눈빛보다도 무섭게 비춰지더라.
"혹시 따님이 꿈에 나오거나 한 일은 없었나요?"
옆에서 내가 말하는 걸 보고있던 친구가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요새 오히려 딸 생각 때문에 잠을 못 자셨다 하시더라고.
그러면서 눈을 감고 잠시 무슨 생각을 하시더니 뭔가가 떠올랐는지 '아!' 하고 소리치시며 눈을 번쩍 뜨셨다.
"짚이는 게 있나요?"
"제가 아이 하나가 더 있거든요."
늦둥이 남자애가 하나 더 있는데 그 애가 최근에 누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지금은 학원에 가서 조금 있다가 온다기에 기다릴까 했는데 친구가 괜찮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에 가면 cctv가 있을 거예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우린 그 집에서 나왔다.
그 후로 나는 집에 돌아가 친구가 말한대로 방 밖으로 나가지 않고 무언가가 비칠만한 창문, 거울을 모두 가렸다.
다행히 주말이라 나갈 일이 없던 것도 행운이었다.
밤 10시가 지났을 때는 잠을 잔다 말하고 방문을 꼭 걸어잠궜다.
아직 오해가 풀리지 않은 이상 너는 여자한테 있어서 원한의 타겟일테니 섣부른 행동은 삼가라기에 이불 뒤집어 쓰고 그 안에서 웅크려 있었다.
그러고 숨어 있는데 뜬금 없이 휴대폰이 울렸다.
시간은 12시가 다 되어 갈 무렵이어서 이 시간에 누가 전화를 하나하고 봤더니 친구더라.
아까 못 한 말이 있었나하고 전화를 받았다.
"왜…."
지직 거리는 음성 때문에 말 소리가 잘 안 들렸다.
하지만 내 입에선 저절로 말이 나왔다.
"신발."
그만 너무 소름끼쳐서 휴대폰을 저 멀리로 집어 던졌다.
그러자 스피커 폰처럼 전화기 너머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왜… 왜… 왜…… 왜………."
왜 자신을 밀었냐는 것일까.
나는 안 밀었다고 소리치고 싶지만 이불 밖으로 얼굴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그녀를 자극하는 건 좋지 않은 행동일 거다.
옴싹달싹 못 하고 그녀의 원망섞인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몇 분이나 통화가 지속됐을까.
한순간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이제 끝난 걸까?
나는 조심스럽게 이불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언제나 호기심은 사람을 망쳐왔다.
이때도 예외는 없었다.
"왜에에… 에에에에…."
늘어지는 듯한 목소리가 다시 휴대폰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내가 가려 뒀던 방안의 온갖 물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책상 위에서, 벽에서, 그리고 내 바로 머리 맡에서 덜덜덜덜 흔들리는데 누군가 손으로 잡고 흔드는 것 같았다.
소리를 지르며 창문에서 떨어졌지만 진동은 멈추질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도.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테이프를 반복재생 하듯 같은 말이 멈추지 않고 울려퍼졌다.
"왜 밀었냐고!"
"내가 안 했다고 이 신발년아!"
나도 모르게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질러 버렸다.
그러자 방안을 흔들던 진동도, 그녀의 목소리도 전부 사라져 버렸다.
잠깐 뒤에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곧바로 사라졌다.
다음 날 아침에 아주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건네 드렸던 연락처를 다행히도 간직하고 계셨는지 이른 아침에 전화해서 미안하다며 지금 cctv를 확인하고 경찰서에 가고 있다는 말을 했다.
"어제 밤에 아들이 꿈을 꿨다더라구요. 누나가 미안하다고. 더 챙겨줘야 되는데 너무 미안하다고. 그랬다나 봐요."
말을 잇는 아주머니는 울음을 참는 게 건너편에서도 느껴졌다.
여자는 동생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부탁한다는 말을 동시에 남기고 꿈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게 끝난 것이 아니기에 나는 이번에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다행히 범인은 며칠 지나지 않아 잡혔지만 범인이 잡히기까지 며칠.
나는 죄 지은 사람처럼 어딜가든지 간에 친구와 함께 있었을 때를 빼고는 겁에 질린 채로 다녀야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로 나는 전철을 탈 때 항상 주변을 살핀다.
혹시라도 누군가의 마지막에 옆에 있게 된다면 그 눈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
미스테리 헌터에서 방송 예정이었던 나의 실화...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시 외곽의 한적한 학원에서 나를 비롯한 200명의 남, 녀 학생들이 직, 간접적으로 경험한 일이며 이 이야기는 아직도 쉬쉬하며 숨겨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당시 우리들은 중학생이었으므로 학원 측에서 협박 반 설득 반으로 비밀로 하라는 압박에 숨겨야만 하는 줄만 알았던 것 같다. 하지만 10년이나 지난 만큼 공개해도 될까 싶어 글을 올려본다..
재미없더라도 내가 겪은 기묘한 일들에 한번쯤 귀 기울여 주기를 부탁드린다.
정확히 10년도 더 전에 1992년 초 겨울, 내가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이다.
나는 그 당시 고등학교 진입을 앞두고 (그 당시 내가 사는 지역은 고등학교 들어갈 때도 시험을 봐야만 했다.)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겨울 방학동안 합숙 전문 학원에 들어가야만 했다.
왜, 방학 내내 기숙사와 식당 그리고 전문 강사진들로 이루어진 학원에서 스파르타 식으로 공부해야 하는 학원들 말이다.
그 당시는 내가 들어가려고 했던 고등학교는 일단 입학만 하면 경상도 내에서는 서울대 들어간 것 만큼이나 인정을 해 주었기에 나는 그 소중한 방학을 포기해가며 학원에 입소했다.
부산 지역에서도 이름을 날리고 있던 이 학원은 인근 도시의 외곽 시골 지역에 그들의 첫 분원을 내고 약 200명 정도의 학생들을 받았다.
내가 처음 그 학원에 들어갔을 때의 그 실망감... 학원 뒷쪽으로는 작은 산과 주위로는 완전한 논과 밭, 그리고 주변의 조그만 마을... 정말 방학동안 공부만 해야 할 판이었다.
첫 인상에서 이 학원이 굉장히 특이했던 점은 교실 건물과 기숙사/식당 건물, 그리고 학원을 두르는 담벼락이 모두 흰색, 심지어 내부까지 모두 흰색이었다는 점이다.
보통 한적한 곳에 새하얀 건물을 그렇게 지어놓으면 마치 병원, 그것도 정신병원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보통은 흰색을 잘 안쓰고 주위 배경에 맞춰 색을 정한다고 했다.
또한, 그 당시 겨우 15년을 살았었지만 살아오면서 그렇게 빨간 노을, 학원의 뒷산으로 지는 새빨간 노을을 본 적이 없었다. 그건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 의견이었고 모두들 기분 나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추운 겨울에 그 노을은 학원의 분위기를 더욱 더 음침하게 만들었다.
여하튼 처음 1주일 동안은 친구들 사귀느라, 수업 시작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물론 아무런 일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2주째 학원 생활에 접어 들기 시작하면서 학원 분위기가 조금씩 술렁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귀신이라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명이 넘는 원생들 중에 고작 몇 명이 귀신 얘기를 했다고 해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상한 경험을 했던 몇몇 애들이 오히려 꿈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지금 그 때 그 얘기를 종합해 보면 가장 많이 나오던 얘기가 우물 근처의 벤치에 새벽에 앉아있던 사람의 정체였다.
학원은 크게 교실 건물과 기숙사 건물 2개 동이었고, 그 사이에 벤치에 둘러싸인 우물을 비롯한 아담한 정원이 있었다. 기숙사는 2층부터 4층까지 총 3개 층이었고, 기숙사 창문에서 내다보면 그 벤치까지 직선거리가 약 70여 미터 정도 되었다.
그 당시에도 일찍 성숙하여 담배를 피는 중학생들이 있었고 그 애들은 보통 새벽 시간에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담배를 피웠다. (취침시간 이후에는 아예 건물 밖으로 나가는 문을 잠궈 놓는다.)
그 때 담배를 피우던 애들의 말에 따르면 그 새벽 시간, 그것도 혹한의 추운 겨울에 가끔씩 그 벤치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사람이 앉아 있더라는 것이다.
(상상을 해 보라. 그 추운날 사람의 왕래도 거의 없는 그 시골에 누가 무슨 이유로 학원 마당에 앉아 있는가?)
건물 밖으로 나가서 확인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후레쉬를 비춰 보기도 하고 창 밖으로 몸을 쭉 내밀어 확인을 해보려 해도 뒷 모습 밖에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또, 누구는 화장실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고 했으며 기숙사 방 창문으로 (기숙사 방 출입문에는 조그만한 감시창이 달려 있어 내, 외부에서 서로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새벽에 누군가가 안을 들여다 보더라는 등의 많은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한 학생이 짐을 싸서 나가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우리반에 지환이라는 녀석이 같은 반의 세은이라는 여학생을 공개적으로 좋아한다며 쫓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여기에서 쓰는 모든 이름은 가명이다.)
지환이 놈이 어느 날은 요상한 꿈을 꾸었다며 아침 1교시에 반 아이들에게 얘기하고 있었다. 그 녀석의 침실은 창문쪽 2층이었는데 그날 밤 창문을 등지고 자고 있다가 몸을 창문 쪽으로 돌리며 눈을 떳다고 한다. 그 때 창문 밖으로 웬 여자애 머리가 밑에서 위로 쑥 올라가더란다. 너무 놀란 나머지 몸을 일으켜 세웠더니 그 머리가 다시 밑으로 내려오는데 그 얼굴이 바로 세은이의 얼굴이었다는 것이다.
그 녀석은 너무 놀란 나머지 옆에서 자고 있던 친구를 깨웠지만 그 이후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오히려 욕만 들어먹고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는 벌벌 떨다가 잠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던 세은이가 경직된 듯 아무런 말도 못하더니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며 울던 세은이가 조금씩 울음을 그치기 시작하며 하던 말은 우리반 모두의 몸과 마음을 얼려버렸다.
그 말은, "나도.. 어제 꿈을 꾼 것 같은데....나.. 기숙사.. 창 밖에서 새벽에.... 지환이가 자는 걸 지켜 봤었어...."
그게 꿈이었든 현실이었든, 지환이와 세은이가 그 새벽에 서로의 모습을 봤다는 말이었다.
이 소문은 조금씩 술렁이던 학원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 엎어놓고 말았다.
이틀 후 세은이는 많은 친구들과 사감 선생님이 말렸지만 짐을 싸서는 집으로 돌아갔다..
세은이가 떠난 이후 선생님과 사감 선생님들 (같이 숙식하면서 학생들의 생활을 지도하던 대학생 형님들) 이 술렁이던 학원 분위기를 더욱 엄격하게 잡아 가기 시작했다.
여자 아이들이 많이 동요하긴 했지만 남자 아이들은 오히려 스릴 넘친다며 재미있어 했다. 어떤 반에서는 조를 짜 밤을 새며 귀신의 정체를 파헤치기로 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또 다른 사건이 터진다. 세은이가 떠난 후 며칠 못 가 2반 (우리 옆반) 을 담당하던 남자 사감 선생님 (이 분은 우리반 여자 사감 선생님과 친했고 자연스럽게 나를 비롯한 우리 패거리들과 자주 어울렸다.) 이 우리들에게만 조심스럽게 자기가 겪은 것을 얘기했다.
확실한 게 아니니 학원 분위기를 위해 그냥 우리끼리만 알고 있으라며 해준 얘기는 우리 중에 있던 친구 놈이 긴가민가 했던 그것과 일치하는 이야기였다.
한참 초반에 귀신 이야기가 나돌 무렵, 사감 선생님들끼리 늦은 회의를 마치고 늦게 기숙사로 돌아온 2반 선생님은 샤워를 하고 12시가 다 되어서야 기숙사 방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학생들 취침시간이 10시였다.)
기숙사 출입문 입구 쪽에 침대가 있던 그 선생님은 잘려고 누워있다가 뭔가 이상한 인기척에 눈을 떴다고 한다. 그가 본 것은 기숙사 방 구석에 위치해 있던 큰 흰색 대형 히터였다. 무언가 하얀 물체가 히터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는데 히터도 그 물체도 흰색이었고 자기 위해 안경을 벗은 상태라 확인이 쉽게 안 되더란다.
웬 학생이 늦게 까지 잠을 안자고 저러고 있나 싶어 일어나 다가가려고 했더니, 그 물체가 일어나 선생님이 다가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더란다. 그러면서 곧 기숙사 방 밖으로 빠져 나갔기에 따라 나가 봤더니 거짓말 같이 아무런 흔적이 없더란다. 머리털이 쭈삣 서는 느낌에 선생님은 자고 있는 학생들 수를 헤아려 봤더니 정원에 꼭 맞는 37명이었다고 했다. 최소한 누군가가 자고 있다가 나간 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히터 앞에 있던 물체를 본 건 내 친구 명운이도 마찬가지었다. 자기도 학원에 입소하여 며칠 뒤, 분명 히터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턱을 괴고 자기를 쳐다보는 여자를 보았다고 했다.
우리 패거리와 그 선생님은 무언가가 이 학원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고 그 확신은 3일 후엔가 현실로 다가왔다.
--------------------------------------------------------------
미스테리 헌터에서 방송 예정이었던 나의 실화... 2
어느 날 밤 새벽, 대략 3시쯤이었나.. 밑에 층 기숙사가 굉장히 소란 스러웠다.
(밑층 기숙사는 여학생들 기숙사였다.)
비명 소리도 들렸고 "조용히 해!!" 하는 호통 소리도 들려 왔다. 나를 비롯한 많은 학생들이 잠에서 깨어났다. 곧 기숙사 모든 층에 불이 켜졌고 3층의 모든 남학생들은 기숙사 방에서 꼼짝 못하고 영문도 모른 채 사감 선생님의 통제 하에 있어야만 했다.
2층의 상황은 예상외로 심각해 보였다. 여자들의 우는 소리며 사감 선생님들이 구급약을 들고 바쁘게 왔다갔다 하는 등 매우 부산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초조하게 있던 우리들은 우리 나름대로 같은 예상을 했고, 결론은 물론 귀신이었다.
해가 뜨고 난 아침, 우리의 예상은 적중했다. 조금 전 새벽에 여자 기숙사방에 우리가 봤던 그 흰색 물체가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흰색 히터 앞에 있던 여자가 배시시 웃으며 학생들이 자는 걸 지켜 보더니, 처음 발견한 학생이 공포에 질려 옆에 자는 친구를 깨우자 그 친구에게 다가오더란다. 그 친구가 비명을 지르자 또 다른 친구 둘이 깨어 그 여자가 문 밖으로 사라지는 걸 확실하게 봤다는 것이었다.
무려 4명의 여학생이 동시에 목격한 확실한 증거였다. 이 사건으로 많은 학생들이 퇴소하겠다며 항의하기 시작했고 소식을 들은 학원 원장이 사태 수습을 위해 학원으로 곧 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며칠 후.. 학원 분위기는 공부하고는 완전히 거리가 먼.. 모두들 붕 뜬 분위기 속에서 지내야만 햇다.. 특히.. 그 기분 나쁜 노을이 학원 뒷쪽으로 지고나서 어둠이 내리면 모두들 아무 말 없이 기숙사 안에서 끼리끼리 모여 앉아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나 하며.. 걱정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수업 시간.. 아마 수학 시간이었던 것 같다.. 모두들 축 쳐져 조용히 수업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현숙이라는 여자 아이가. (평소에 말도 별로 없고 무척이나 차분했던 아이였다..) 자지러지 듯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선생님을 비롯해.. 모든 아이들이 화들짝 놀라 그 애를 쳐다봤는데..
현숙이는 선생님 보고 “안돼… 뭐하는 거야..” 라고 하더니… ”선생님 도망가세요!!” 라며 다시 비명을 질러댔다.. 주변 아이들과 선생님이 몰려 들어 현숙이에게 진정하라며 몸을 흔들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며 주위를 둘러보더니… “어디갔어? 그 이상한 남자… 선생님은?” 이라며 우리에게 묻기 시작했다…
현숙이 말로는 조용히 수업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교실 앞쪽 출입문이 스르륵 열리더란다.. 그러더니 매우 창백한 남자 하나가 불쑥 들어왔는데.. 한 손에 칼이 들려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주위를 둘러 보던 그 남자는 현숙이와 눈을 마주치자 검지를 입에 갖다대며 조용히 하라는 뜻을 보낸 뒤.. 갑자기 칠판 앞에 계시던 선생님을 그 칼로 마구 찌르더란다… 그리고는 현숙을 보며 씨익 웃고 나서는 다시 문을 열고 나갔다고 한다...
모두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현숙이 혼자만 본 상황이었지만.. 어찌했건 모두들 이 학원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 알고 있기에.. 다들 두려움에 떨 뿐이었다.. 현숙이는 그 다음 날… 그 수학 선생님이 갑작스런 급성 장염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그 길로 퇴소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우연의 일치일까? 현숙의 상상 속에서 펼쳐진 일이긴 하지만.. 이상한 남자가 선생님을 찌른 부위가 복부였는데.. 그 다음 날 선생님은 장염으로 응급실에 가셨다는 게....
그리고 그 다음날.. 학원 원장이 왔다..
--------------------------------------------------------------
미스테리 헌터에서 방송 예정이었던 나의 실화... 3
물론 수많은 돈을 투자한 원장이야.. 말도 안 된다는 이유로 학원 문을 닫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학생들 모두에게 돈을 돌려 줄 수도 없다고 나왔지만.. 거의 모든 학생들의 강력한 반발과… 그리고 몇몇 사감 선생님들 마저 그만두려고 하자.. 귀신 때문에 학원 문을 닫는 것은 웃기다면서 부산 학원 본원으로 학생들 모두를 옮겨서 교육을 다시 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그 후 2~3여 일을 짐을 싸고 학원을 옮길 채비를 했고, 떠나는 날 새벽 나와 친구들은 마지막으로 또 다른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했다.
새벽 같이 이사 준비를 끝내고 마당에 모든 학생들이 모였을 때, 친구 한놈이 이상하다며 나와 친구들을 마당의 우물로 데리고 갔다..
혹한의 추위에 우물은 항상 얼어 있었는데 오늘 따라 우물 가운데 부분이 깨져서 구멍이 나 있었다. 이 걸 처음 본 나의 중얼거림이 아직도 기억난다..
"어.. 밑에서 위로 깨진 건가?"
확실한 건 아니지만 내 생각에는 얼음을 위에서 깨면 가운데 부분이 밑으로 꺼지는데 내가 본 건 분명히 가운데 부분이 위로 솟아 있었다.
이것이 무언가 중요한 부분은 아니겠지만 새벽에 우물 앞에 앉아 있던 사람의 모습이 생각이 나 너무 소름이 끼쳤다. 머리가 길고…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가진 않았지만… 나도 한 번 새벽에 얼핏 우물가에서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10여 년이 지난 일이라.. 지금은 완전히 그 형상을 잊어 먹었지만… 그 추운 새벽에 조용히 두 손 모아 앉아 있던 그 사람의 뒷모습은... 사람인지.. 귀신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날 무섭게 했다는 것은 확실히 기억이 난다.
그 후 그렇게 200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도망치 듯 그 학원을 나와 버렸고 우리 모두는 부산으로 옮겨 나머지 수업을 받았다. (하지만 명목상으로는 그 사건이 발생했던 학원의 영업 허가가 보류되어 불가피하게 옮긴 것으로 되어 있다.) 학원 내에서는 쓸데없는 소문을 내고 다니면 법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며 우리를 협박했었다… 그랬기에 우리는 어린 마음에 가슴 속에만 담아 두고만 있었다.. (솔직히 많이 무섭기도 하고..)
하지만 몇년 후에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몇몇 그 학원 동기생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모 방송국 프로에 이 사연을 올릴 터이니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모방송국의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
그놈들은 이미 완벽한 이야기를 위해 다시 그 학원을 찾아갔었고, 그곳 마을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여러가지를 물어 봤다고 했다.
그 중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여기 학원터가 뒷산에 있는 수백 개의 묘가 있는 공동묘지의 터와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 학원에 있으면서 그 조그만 산 바로 뒤에 수많은 공동묘지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바로 50여 미터도 안 되는 거리였다. 그 친구들의 말로는 노을이 지는 공동묘지의 그 음산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라고 했다… (아마도 그 공동묘지의 한 귀퉁이를 밀어버리고 지은 건물인 것 같았다..)
또한 공사 도중에 이 마을에서 오래 살아오셨던 노인 한 분이 공사장을 찾아와 당장 이 땅에서 나가라고 호통을 치셨다고 했으며, 우연의 일치인지 공사 도중 안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학생들이 입소하기 겨우 며칠 전에 마무리 공사, 페인트 작업 때에 인부들이 사고가 많이 나 부랴부랴 흰색으로 대강 정리하고 공사를 끝냈다는 게 이 친구들이 얻은 정보였다. (그래서 건물 내, 외부가 모두 흰색이었던 것 같다.)
게다가 근처에 있는 계곡에서는 매년 사람이 빠져 죽어.. 무당이 끊임없이 드나들며 굿을 벌인다고도 했다..
3년 전인가 그 앞을 한 번 지나간 적이 있다. 그 건물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었다. (몇년 전 까지 공관서 건물로 썼다고 했다.) 정확한 위치는 밝힐 수 없다. 그 주변에 마을이 조금씩 생겨나기 때문에 피해가 갈수 있기 때문에… 그냥 부산 울산 근처의 한적한 시골이라는 것 밖에는... (혹여나 한가한 시골에 새하얀 건물 2동이 보이면 바로 그 곳일 것이다…)
마치.. 한편의 영화같은 얘기지만..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그냥 꿈 같다..)
이렇게 글이라도 써놓고 나니 속이 참 시원하다.. 한편으로는 지금 쓰고 있는 내 뒤로 그 때 그 흰색 물체가 서있을 것 같아 무섭기도 하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 믿건 말건 나는 개의치 않는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사람한테는 이런 일도 일어나는 구나 하고 생각만 해주면 나도 좋다.
--------------------------------------------------------------
귀신소혼술
6년전, 경기도 어느 곳의 대학교..가을 학기가 시작되어 초겨울에 들어선
추운 날씨였다.
학교가 시 외곽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터라 내가 있던 기숙사 주위는 밤이
되면 매우 어두웠고 음침한 분위기를 항상 느낄수 있는 곳이었다.
어느날 저녁, 문제의 이 사건을 경험하게 되는 다른 방 친구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야.. 혼자 듣기 아깝다.. 얼렁 건너와라..."
"뭔 소리야?"
"우리 방장 형님 친구분이 여기 같이 있는데 좀 특이하신 분이네...."
"근데? 왜 오라는 거야.."
"글쎄..와보라니까...x발... 오싹하다..."
평소에 친구들끼리 모여 무서운 이야기들을 자주 주고 받던 터라 무언가..
재미난 이야기가 있나 싶어 부리나케 달려갔다.
달려간 친구 방안에는 벌써 4-5명이 모여 족발과 통닭을 안주 삼아
한참 재미난 이야기가 진행중에 있었다.
"왔냐? 카이엔... 빨리 동참해라..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친구 놈 방장형이 나를 맞으면서 소개시켜 주신 친구분...그러니까..
이 사건의 정보 제공자인 최모선배는 첫 인상부터 평범해 보이진 않았다.
일단 옷이 개량 한복 같아 보이는 (지금 생각해보면 기 수련할 때 입는 도복같다)
특이한 옷을 입고 있었으며 목과 팔목에 두르고 있는 염주에는 구슬마다
특이한 장식이 수 놓아져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최모 선배는 증산도 같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증산도는 아니고 이름이 조금 특이한 단체였다)
기를 수련하는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고 했다.
2년전에는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었는데 이 단체에 들어간 후
기 수련에 (기 수련이라고 하자.. 무슨 이름이 있었는데 그것도 기억이 안남.)
푹 빠져 학교도 2년이나 휴학하고 얼마전 처음으로 학교에 왔다고 했다.
여하튼 그 최모선배에게서는 특이한 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내가 방안에 들어갔을 때 최 선배가 하던 이야기가 바로 귀신 소혼술이었다.
"진짜 귀신을 불러내요? 가능해요?"
"네.. 가능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구요.."
"무당들처럼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 사람들 귀신이랑 대화하잖아요.."
"그 분들은 그런 능력을 부여받은 것이구요..."
"그럼 그런 능력이 없는 일반인들이 귀신을 불러낼 수 있어요?"
"분신사바 있잖아..." 옆에서 듣고 있던 내가 한 말이었다.
"야.... 그거 지금까지 수십번 했지만 우리가 잡고 흔든거지..."
그건 사실이었다.. 친구와 나는 여름만 대면 그 짓을 해댔지만..
우리가 연필을 잡고 흔들었을 뿐이었다.
최 선배는 웃으면서 버스가 끊어지기 전에 가봐야겠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우리들의 절대적인 만류와 협박에 못이겨 내일 아침 첫차를 타고 가겠다고 했다
(이때 최모선배는 자기가 속한 단체에 관한 그런 이야기들..그리고 귀신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지 않으려는 듯 말을 자꾸 돌렸다.. 하지만..사람의
호기심이란 그것을 가만 내버려 두지 않는 법.)
약 3시간여에 걸친 협박과 회유 그리고 애걸 끝에 결국 우리는 영혼을
불러올 수 있는 방법에 관해 들을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