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포에서 상포를 거쳐
장마가 진행 중인 칠월 초순 목요일 아침이다. 근교 들녘으로 향하는 교통편을 김해 외동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140번 버스를 타기로 했다. 이른 아침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창원역 앞을 거쳐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도중 소답동에 내려 140번 버스를 탔다. 종전에 마산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김해로 오간 여객 버스는 시 경계를 벗어난 국도에서 시내버스로 전환해 운행했다.
아침 출근길 140번 버스를 타면 근교 외곽 소재 회사에서 고달픈 하루를 시작하는 서민들을 만난다. 도심 일터 통근버스 대열에서 밀려난 직장인들이 새벽이다시피 이른 시각 지친 모습으로 자리에 기대어 가는 모습이 안쓰럽게 보였다. 용강고개를 넘어간 버스는 용잠삼거리에서 자여 입구를 지나자 행정 구역이 김해시로 바뀐 좌곤리였고 두어 정류소를 더 지난 부곡리에서 내렸다.
진영읍 거리를 관통하던 경전선 철길이 옮겨지면서 폐선은 공원으로 바뀌었다. 조경수와 꽃을 심어둔 녹지 공간에 들녘서 흔하게 보는 메꽃이 피어 눈길을 끌었다. 넝쿨로 뻗어나가면서 나팔꽃과 같은 분홍색 통꽃으로 피는 메꽃이다. 보리를 거둔 뒤 모를 내려고 무논을 갈면 쟁기질에 뒤집혀 나온 하얀 뿌리는 양곡을 대신하던 먹거리였다. 그래서 밥을 의미하는 ‘메’로 정해졌는지.
예전 철길 구간 언저리 새로 지어진 아파트단지를 벗어나자 시민 생활체육 시설이 나왔다. 주천강이 흘러오는 천변에는 진영 신도시 고층 아파트가 숲을 이루었다. 예전 벼농사를 짓던 구릉이 고층 아파트단지 밀집 주거지로 바뀌어 장유 신도시에 버금갈 신흥 택지였다. 주남저수지에서 흘러온 주천강 천변에는 장등공원이 조성되었다. 들녘 평지는 조금 높다 싶으면 ‘등’이라 붙였다.
장등에서 밀포마을로 가는 밀포교를 건너자 부산으로 향하는 우회시킨 국도가 걸쳐 지난 굴다리를 통과한 전원 마을이 밀포였다. 주천강에서 상포에서 대산 들녘을 휘감아 흘러온 샛강이 한 가닥 합류하면서 섬처럼 에워싼 고립지였다. 비닐하우스에서 겨울을 난 채소는 거두고 벼들이 자라는 들녘이었다. 농수로 언저리에는 조금 쇠기는 해도 가시상추가 보여 주섬주섬 뜯어 모았다.
나는 텃밭을 가꾸지 않아 들녘으로 나오면 산야초 가운데 찬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놓치지 않고 마련함이 습관이다시피 하다. 봄 한 철이야 산자락을 누벼 여러 산나물을 마련해 식탁에 올렸다. 계절이 여름으로 바뀌니 산나물은 내년으로 기약하고 휴지기에 들었다. 요즘은 초여름 강가에서 채집한 죽순 장아찌를 먹고 있다. 들녘에서 뜯은 가시상추와 왕고들빼기도 쌈을 대신한다.
밀포에서 혼잡한 차량이 질주하는 25번 국도변을 잠시 거쳐 천변 마을 상포로 갔다. 농지와 제법 떨어진 천변에 소규모 공장은 몇몇 인력이 일과를 시작하는 아침이었다. 상포에서 다시 들녘으로 나가니 주남저수지로부터 이어진 들녘이 대산까지 펼쳐졌다. 일반산업단지 인근에는 근래 지역민이 입주한 임대아파트가 들어섰다. 행정복지센터로 가서 이마의 땀방울을 씻고 잠시 쉬었다.
벗어둔 배낭을 추슬러 파출소로 나가 봉사활동 등록과 함께 오전 일과가 시작되었다. 올 연말 정년을 맞을 인품이 후덕한 소장은 안전지킴이 동료들보고 더운 날씨에 무리 마시고 쉬엄쉬엄 보내십사고 했다. 넷은 2인 1조로 나눠진 순찰 구역으로 이동해 정해진 임무를 수행했다. 장마 사이 드러난 볕살이 따가워도 오후보다야 나은 아침나절이라 야외 활동이 힘들지 않다고 여겨졌다.
점심은 콩국수로 한 끼 때우고 국도변 카페로 들어 마을도서관 문이 열리기는 기다렸다. 언제부터인가 공공기관은 점심때 1시간은 업무가 멈추었다. 오후 1시부터 다시 문이 열린 마을도서관에서 시베리아호랑이를 추적하는 한 사내의 다큐멘터리를 단숨에 읽어내렸다. 영문학을 전공해 EBS 프로듀서가 된 작가는 십여 년 러시아 연해주를 떠돌며 야생 호랑이를 영상과 기록으로 남겼다. 24.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