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맞이하면서
🌷아버님 제사상 위의
곰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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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서산에 해가 기울고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할 무렵이면
어린 저는 마을 어귀의 신작로에 나가 비포장도로의 먼지를 꽁무니에 가득 메달고 달려올
버스를 기다리며 멀리 가로수가 늘어선 길을 고개를 길 게 빼고 바라다보고는 하였습니다.
이제 버스가 서면, 먼지가 한 바탕 휩쓸려 지나가고 입을 막고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 중에
햇빛에 그을린 초췌한 모습의 아버지가 땀에 전 작업복 차림으로 내릴 것입니다.
제가 반갑게 뛰어나가서 안기면 아버지는 엷은 웃음과 함께 남루한 웃옷 주머니에서
찌그러진 곰보빵을 꺼내어 제게 주실 겁니다.
참으로 먹거리가 부족하던 그 시절의 곰보빵은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맛이 있었기에
저는 너무나 아까운 마음에 그걸 한입씩 베어 물지 못하고
아주 조금씩 뜯어서 먹으며 집에까지 돌아오고는 하였는데,
누나도 그걸 보면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지만 막내인 제 것을 빼앗아 먹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시간이 되어 큰 길에 아버지 마중을 나가려는 저를
누나가 제지하며 못 나가게 하였습니다.
어린 저는 누나가 저 혼자서 아버지가 갖다 주시는 곰보빵을
먹는 것을 질투하여 그런 것으로 생각해 떼를 쓰며 억지를 부리다가
결국 누나에게 얻어맞고 말았습니다.
여섯 살 아래인 제게 누나가 손찌검을 한 것은 제 기억으로는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떼를 쓰다가 매까지 맞고 눈물이 얼룩진 얼굴로 잠이 든 저를 안쓰럽게 바라보던 누나는
다음날, 지난 밤에 아버지가 가져오신 곰보빵을 그대로 제게 건네 주었고,
오후가 되자 제 손을 잡아끌고 트럭의 뒷자리를 얻어 태우고 읍내로 나갔습니다.
누나가 저를 데리고 간 곳은 어느 공사현장이었는데,
그 곳에서 우리는 무거운 질통을 등에 지고 힘겹게 이층까지 자갈과 모래를 실어나르는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얼마 후 인부들이 쉬는 시간에 새참으로 곰보빵을 나누어주는 게 보였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피곤한 몸을 벽에 기댄 채 맛있게 먹고 있었지만,
아버지는 그 빵을 이리저리 구경만 하다가는 작업복 주머니에 넣고는
수돗가로 가서 꼭지에 입을 댄 채 벌컥벌컥 수돗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 빵은 바로 매일 저녁에 큰 길까지 마중 나오는 저에게 주려고 아껴 두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어린 저는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그걸 받아서 맛 있게 먹고 싶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누나는..
"봤지? 너 때문에 아버지는 힘들고 배고픈 데도 네게 갖다 주려고
매일 새참을 거르시는 거란 말야.." 하며 주의를 주었습니다.
결핵이라는 병으로 긴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 가산을 탕진하고
어머니마저 돈을 벌어 온다고 집을 나간 후 소식이 없자
어쩔 수 없이 병석에서 일어나 창백한 얼굴로 노동판의 막일을 하시던 아버지는
밤마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곤 하셨는데,
그 모습이 철이 든 누나에게는 몹시도 안되어 보였던 모양입니다.
그날, 서너 시간이나 걸려서 집으로 걸어오는 도중
누나는 허기져 하는 저에게 싱아를 뽑아 주고, 보리 이삭을 따서 비벼 주기도 했고,
다리가 아프다고 칭얼대면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껍질을 비벼서 빼낸 다음
버들피리를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그럼 난 얼마 동안은 '삘 삐리리' 그걸 불어대느라 흥이 나서 잘도 걸었죠.
마을이 멀리 보이는 데까지 왔을 때쯤
아픈 다리를 주물러 주며 누나가 불러주던 노래
'뒷동산 콩밭 간 엄마 찾을 때 누나하고 저녁밥을 지어 놓고서
뒷동산 은행나무 밑에 앉아서 돌아오실 어머니를 기다렸다네' 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곰보빵이 먹기 싫어졌다고 말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작업복 주머니 속에서
찌그러지거나 부스러져 버린 곰보빵을 제게 건네 주셨습니다.
아버지가 안 계신 지금,
당신의 제사상 위에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곰보빵을 보며
제 자식들은 의아한 듯싶지만 아버지가 되기 전에야 어찌 그 마음을 알겠습니까?
아버지!
그렇게 허기진 뱃속을 수돗물로 채우시게 만들며
제가 빼앗아 먹었던 곰보빵을 이제라도 마음껏 흠향하십시오.🌈✝️
- 지인이 보내준 톡에서-
보고싶은 어머님 아버님 노래 모음
https://www.youtube.com/watch?v=d7XnIOjmhFs
오고 또 오니
반갑고 반갑고나
그리그리
내리내리 주려무나
어제 수담나누고 조사장과 마신 술이 과했을까?
새벽에 일어났는데 활동하기 싫어 다시 잠한숨
일어나니 다섯시가 훌쩍
아침 해 뜨지 않았지만 밖은 훤하다
일기마무리
무슨 청승일까?
꼼꼼히 챙기는 내 모습에 내가 때론 칭찬한다
그런 마음 있기에 평범한 일상을 지금까지 톡에 올리고 있는 거지
안개비 내린다
오늘도 비내릴까?
이왕 내렸으니 식수까지 해결 되었으면...
무지한 우리의 바램?
노열동생 전화
송산저수지 물넘이로 붕어가 넘어 와 수로에 널려 있다며 바케스 가지고 오란다
일기 쓰다 말고 마대포대와 큰 고무통을 챙겨 송산저수지로
노열동생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
물이 찔찔 흐르는 수로에 붕어가 널려있다
저수지 물넘이로 넘어 온 붕어가 수로에 물이 적어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수로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정신없이 한바탕 줍고 보니 거의 반바케스
큰 붕어는 아니지만 지져 먹으면 딱이겠다
노열동생 덕분에 붕어를 몽땅 주웠다
좀 가져다 지져 먹으라니 자긴 필요없다며 나에게 다 가져가란다
나야 많으면 좋지
얼른 톡 보내고 동물도 챙겨 주었다
이슬비가 살살 내리지만 닭들을 솔밭으로
어제 닭한마리가 닭장에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잤다
그 녀석을 같이 데려 오려면 닭을 밖에 내보는게 좋겠다
오늘은 병아리장 닭도 문을 열어 주었다
병아리가 제법 컸으니 밖에 나와 노는 것도 괜찮을 듯
오늘은 주일
집사람이 병원에 있으니 나혼자 미사에 가기 싫다
붕어 손질한다는 핑계대고 오늘은 빠지기로
작아서 지져 먹으면 참 맛있겠다
거의 반바케스 정도 되어 손질하는데 시간이 꽤
모두 손질해 프라스틱 그릇에 담아 물을 체워 냉동실에 보관
물고기를 냉동해 둘 때는 물에 담가 냉동해 두면 변하지 않는다
비닐 봉지에 담아 냉동해 오래두면 고기가 말라 맛이 없다
동생에게 전화
오늘 별 일 없으면 마늘쫑도 뽑아가고 붕어도 가져다 지져 먹으라고
시간 봐서 오겠단다
붕어를 지져 먹으면 좋을 것 같아 집사람이 없지만 내가 지져 보기로
배추김치를 냄비 바닥에 깔고 붕어를 올린 뒤 다시 그 위에 김치로 닾었다
물을 좀 부어 인덕션에 올렸다
여기에 양파 대파 마늘쫑등을 넣었다
이런 요린 집사람이 잘하기에 집사람에게 전화
김치는 한번 씻어 넣으면 좋다고
그냥 그대로 넣었다니 별 수 없다며 간을 맞추려면 집간장 한술에 고춧가루 세스푼 맛술 두스푼 된장 약간 썰어 냉동해 둔 고추로 양념장을 만들어 한소끔 끓어 오르면 위에 골고루 뿌려 다시 졸이란다
역시 집사람이 음식을 잘한다
가르쳐 준대로 붕어를 지졌다
이슬비가 내린다
비의 양이 많지 않아 우비를 입고 내려가 마늘쫑을 꺾었다
마늘쫑이 쑥 올라왔다
마늘쫑을 꺾어 주어야 마늘 밑이 굵어진다
쫑이 큰 것만 꺾었다
넘 작은 건 요리하기 어렵겠다
박서방 전화
농어 낚시했는데 횟감으로 떴다며 가지고 집에 오겠단다
아이구 참 고맙다
이슬비가 갑자기 굵어진다
마늘쫑 따기가 어렵다
비맞아 가면서까지 일할 필요 없겠지
박서방이 왔다
모든 걸 다 준비해 왔다
좋아하는 막걸리까지
아이구야 이리 고마울 수가
농어회에 막걸리 한잔
내일이 어버이날이라고 일부러 찾아 와 준 박서방이 넘 고맙다
상희랑 한잔 두잔
꽤나 마셔 버렸다
집사람이 부추와 열무등 뽑아 가라고
달걀도 한줄 주었다
이숙이 뭐라고
어버이 날이라도 내 자식들도 찾아 오지 않는데 일부러 찾아와 위로해 준 질녀가 참으로 고맙다
동생이 왔다
작은 형님네와 식사했다고
잘했다
형님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을까?
생각할수록 안타깝다
붕어를 좀 가져가라니 해 먹기 어렵다해 지져 놓은 붕어와 마늘쫑을 좀 주었다
마늘쫑이 많다며 가면서 작은 누님네도 좀 주고 가야겠단다
서로 나누어 먹으면 좋겠지
동생 가고 난 후 막걸리 홀짝 홀짝하다 나도 모르게 잠들어 버렸다
핸폰벨 소리에 일어나 보니 어느새 밤 여덟시
노열동생이 전화했다
문사장이 밤이니까 물넘이로 붕어가 넘어왔을 거라 했다며 가보란다
어? 그럼 또 주워 와야지
옷을 입고 나가려다 생각해 보니 이 밤중에 주워 갈 사람이 없을 듯
내일 아침에 일찍 가서 주워와도 되겠다
문사장이 전화와 붕어 주우러 갔냐고
밤이라 가기 그렇다니 자기와 같이 가보잔다
문사장과 같이 송산 저수지 물넘이로
후레쉬를 비쳐 보니 넘어 온 붕어가 없다
오늘 밤은 틀린 것 같다고
보통 붕어가 산란하려 할 때 저수지 가 쪽으로 몰리는데 물이 가득 차있면 물넘이를 타고 아래 수로로 내려 온단다
지금이 산란철인데다 비가 와서 저수지 물이 넘쳐 붕어가 새벽과 밤이면 넘어올거라고
그럼 내일 아침 일찍 와 보는 것이 좋겠다
문사장과 집에 와 막걸리 한잔
오늘은 낮부터 밤까지 꽤나 마셨다
여명이 아름답다
님이여!
오늘은 어버이날
효란 무엇일까?
불현듯 어머니 얼굴 떠올리며
살아생전 마음 편히 해드리지 못한 아쉬움에 눈시울 붉어지네요
어버이날 축하드리며
이 주에도 늘 따뜻하고 행복한 일상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