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번째
***
"…… 문자 할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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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 이온은 이말을 던지고 허둥지둥 뒷모습을 보였다 .
분명히 방금 전까지 이온은 나랑 맞지 않는다고 했지, 나 .
……그런데, 난 왜 지금 이렇게 기분이 나빠 .
왜 이온이 자꾸 눈에 아른거려 , 왜 그 햇살이란 사람이 궁금해져 …
그애랑 만난지 고작해야 일주일도 안되었는데 , 나 왜 이렇게까지 그애를 깊이 생각하고 있는거지 ?
……첫눈에 반한가는 거 있을 수 있는 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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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어디 갔었는데!!! "
아침처럼 여전히 볼이 퉁퉁 부어있는 동수가 볼멘소리로 나를 반긴다 .
동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이온이 그려진다 …
겉보기엔 동수처럼 선하고 따뜻한 눈, 들여다보면 악마처럼 차가운 눈을 가진 .
겉보기엔 동수처럼 행복한 눈, 들여다 보면 ……나 … 송유체처럼 슬픔에 절어있는 , 그런눈을가진 이온 .
그래서 , 그래서 … 비오는 그 날 , 그 눈을 알아버려서 그래서 그랬나 .
"어디.. 아파? "
내가 축 쳐져선 대답이 없자, 동수는 또 그렇게 금방 꼬리를 내리고 나를 걱정해주기 시작한다 .
조금의 거짓도 담겨있지 않은 눈동자를 나와 마주한다 .
설레설레 - 슬며시 웃어주고는 내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버린다.
-*-
벌써 방학식을 마친지 삼일째다 .
이온은 단 한번도 나와 눈을 마주친 적이 없었음은 물론 문자한통도 오지 않았다 .
그날의 뒷모습만을 내 기억속에 새겨놓고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
그래서 , 나 …… 그아이에 대해 조금 많이 화가 나 있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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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나랑 걔랑 뜬금없이 사귀게 된건 내가 그애를 좋아했기 때문이 이나잖아 ,
이온이 먼저 그따구로 노래를 불러 고백을 하지 않았다면
난 바람둥이 이온을 잠시 짝사랑 정도는 했겠지만, 사귀지는 않았을 꺼란 말이지 ㅡ.ㅡ ?
그래놓고 , 어어 ? 그래놓고선 문자한개도 하지 않다니! 심지어 내가 연락을 해 보아도 모조리 씹어버리다니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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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 아무리 그래도 …… 지금 너와 난 연인 사이란 말이야 .
걘 그냥 한번 만나보는 거겠지만 , 그래도 지금 우린 연인 사이잖아 …… .
씨팡씨플!!!!!!!! 하여튼 재수가 없는 놈이야 .
"송유체 !! 나 왔다 !!! "
오늘도 어김없이 집주인 마냥 나를 부르는 둘리의 목소리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
요근래 … 이온과의 첫데이트이자 마지막모습을 본 그 다음 날 부턴 또다시 둘이서만 붙어다니는 둘리와 동수 .
그 날 한참 우울해 있는 나에게 얼굴을 개떡으로 만들어온 그 둘은 무언가 훨씬 더 친해진듯한 느낌이였다 .
무언가 맹세를 했다며 잔뜩 의미심장한 얼굴이었으나 , 그게 무엇인지는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다고 …… .
어쨋든 그리하여 우주는 곧잘 우리 집에 들어왔다 .
그게 가끔은 새벽 3시따위라서 나를 빡돌게 한다지 .
"여기가 니네집이요 ? 왜 맘대로들어와!! 비밀번호를 바꾸던가 해야지 ."
"우리가 남이냐 !!! 으하하!!! "
태연스레 쇼파에 앉아 리모컨을 드는 둘리 놈 . 역시 자고 있던 동수가 방에서 흐느적거리며 나와 그 옆에 앉는다 .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마 . 부끄러우니까- "
한심하기 그지 없는 눈으로 놈을 바라보자 고개를 휙 돌리며 말하는 둘리우주 .
염치없다는걸 알긴 아나보 -
"이미 난 너에게 마음이 떠났어 , 송유체- "
이똘끼는 또 무슨 말을 하는거야 !!
"후우- 그렇지 동수야 ?"
끄덕끄덕- 신나게 고개를 끄덕이는 민동 수 . 이자식은 또 뭐가 끄덕끄덕이야 .
"그래그래. 의리파신우주! 저여우가 아무리 날 유혹해도 참으마 ."
"응응! "
어쩜어쩜 .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가 나 역시 동수 옆에 풀썩, 주저앉아 티비화면을 멍하니 바라본다 .
그러다가 한참을 망설이던 그 말을 꺼내본다 .
"너네 요즘 왜 이 온이랑 같이 안노냐 ?"
"온이 ?"
"아니 …뭐 그렇잖아 . 뜬금없이 같이 놀다가 뜬금없이 같이 안놀구 ."
"호그와트가던데 ?"
"미친놈. 그게 아니고 병원 가던데 , 뭐!!! "
"호그와트야 - "
"병원이라니까!!! "
병 …원 ?
'햇살이 지금 아파 ' 역시 그 여자 병간호 인건가 , 씨팡, 그럼 난 뭐가 되는거야!!!!
…… 좋아하는 건가 , 이 온이 ? … 바람둥이 이온의 숨겨둔 짝사랑정도 ?! 아놔 .. 그럼 난 뭥미 .
"배고파- 유체야 , 밥해죠죠죠 "
"야니 왜 말 돌리냐!!! 병원맞지? 호그와트는 없어!!! "
버럭 소리지르고서는
'나는 사실 호그와트가 있다고믿어. 그곳은 어떤곳이니 나같은 머글도 들어갈수 있니 '
라는 눈빛으로 동수를 바라보는 멍청둘리 . 정말이지 무식하다 .
"호그와트있어 ,사실 . 나한테도 편지 왔었어 ."
"뭐어!!! 헤 , 웃기지마라 구라쟁이야 !"
이미 넌 귀를 아까보타 십센치정도 동수에게 가까이 가져다 되고 있어 , 둘리야 .
"막 … 호그와트에 오라는 거야 , 근데 내가 거부했지 . 당당하게 ."
"왜 !? 야새꺄!! 마법사가 얼마나 멋진건데 !! "
"응. 내가 여기서 더 멋있어지면 여자들이 더 피곤하게 하잖아 ."
나까지 동요되어 버리겠어 ㅡ.ㅡ
난 재빨리 그 또라이와 머저리에게서 떨어져 부엌으로 가 요리하는 것을 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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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짜장소스를 넉넉히 만들어두고 아직도 호그와트에 대한 상상을 펼치고 있는 두 녀석을 앉힌다 .
(방금 한 막 한 대화는 해리포터에 대한 내용이여서 귀를 기울이고 있던 송유체)
"으아 , 맛있겠다 - "
"해리포터가 어쨋다고 ㅡ.ㅡ? "
자리에 두놈들을 앉히고 은근슬쩍 물어보면 약속이나 한듯 씨익- 웃어보이는 얄미운 새끼들 .
"비밀이야 - "
"됬다됬어!! 내가 뭐 궁금해서 그런줄 알아 !!! "
"꾀 맛있네!!! "
두놈들과 마주앉아 깨작깨작 꿍시렁 되고 있으려니 그 둘의 만담은 다시 또 시작된다 .
하루 종일 이 애들과 있으면 티비따위 필요가 없을 정도다 .
"근데 양파가 없네- "
"응, 동수 양파 안먹으니까 아예 안 사다놔 !! "
참고로 난 그들의 만담에 끼는걸 즐기는 편이다 ㅡ.ㅡ
하지만 내가 종종 그들의 상상의 나라에 끼게되면 곧바로 현실적이어지는 두 젠장스런 놈들덕에 대화가 되버리곤 한다 .
"민동수!! 양파가 얼마나 몸에 좋은건데 !!?"
"난 건강하니까 괜찮아 , "
"야 새꺄!! 양파가말야. 늑대인간도 물리치고 처녀귀신도 물리치고 말이야 !! "
"드라큘라야- 그리구 우리집에 드라큘라는 못들어와 ."
"드라큘라가 왜 - "
띠디딕-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모두의 눈은 멈추어 섰고 이어 낯익은 얼굴 한개가 불쑥, 튀어나와 버린다 .
"어? 희동이 !"
민동수 이새끼는 아무한테나 현관 비밀번호를 말하고다니는 거야 , 뭐야 - 제길 .
난 이온과 절대 눈을 마주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머리를 훅숙여 밥을 푹푹 떠먹었다 .
"왠일이냐 - 병원이제 안가냐 ?"
"응 ."
"병원에 누구 있어? 왜 그렇게 다녔어 ?"
"봉사활동하러 ."
"거짓부렁 ."
어느 덧 한 그릇이 비워지고 , 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싱크대에 밥그릇을 담궈놓고선 내방으로 걸음한다 .
저런새끼 싫어, 정말이지 짜증난다 . 분명히 표정이 밝았어 . 더 화나는건 나 순간적으로 반가운 표정을 지어버렸다는거야 .
"더 안먹어 ?"
"안먹어 . 너 앞으로 아무한테나 집 비밀번호 알려주지마 , 짜증나니까- "
괜히 동수에게 화를 버럭 내고선 방으로 들어간다 .
이게 뭐하는거야, 송유체 …… 으아 .
잠시 침대에 앉아서 애꿎은 이불만을 쥐어뜯고, 그러기도 잠시 이불안에 머리통을 푹 쳐박고 있으면 예상대로 방문이 열린다 .
동수와 내가 아주 작은 말다툼이라도 하게 되면 동수는 항상 헤헤 , 웃으며 먼저 내 방문을 열곤 했다 .
"미안 ……, 괜히 화냈어 . 대신 내일 영화보러가자 . 내가 살께 - "
"백설공주는 보지마- "
익숙한 동수의 목소리가 아님에 벌떡 고개를 들어보면 눈으로 웃고있는 이온이 서있다 .
왜 … 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은거야 . 정말 짜증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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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왕자 마린보이 박태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