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날씨가 추워지면 난방이 필수인데 요즘 사람들에게 난방하면 떠오르는 것이 보일러입니다.
이 보일러 탓에 아궁이도, 아랫목도, 가마솥에 누룽지도 사라졌습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구수한 연기를 내뿜으며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군불의 추억도 잊힌 지 오래입니다.
‘군’은 ‘쓸데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니 군불은 쓸데없는 불이어야 하겠지만
새벽녘 온돌의 온기가 식을 무렵 부지런한 가장이 잠과 맞바꾼 따스한 불이니 아쉽기만 합니다.
접두사 ‘군’은 꽤 여러 단어에 붙는데 ‘군말, 군살, 군침, 군식구’ 등이 그것입니다.
‘군말’은 쓸데없는 말이고, ‘군살’은 없는 것이 더 좋은 살입니다.
‘군침’은 흘려봐야 소용없는 침이고, ‘군식구’는 없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 식구입니다.
이런 말들은 쓸 데가 있어서 때는 ‘군불’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그러나 ‘군’이 붙은 말 중에 가장 나쁜 것은 역시 ‘군것질’이 아닐까 합니다.
‘군것’의 ‘것’은 모든 사물을 대신할 수 있는 말이지만, 이 단어에서는 먹을 것을 뜻합니다.
그러니 ‘군것’은 쓸데없는 먹을 것 또는 본래 먹을 것 말고 덧붙여 먹는 것을 뜻하지요.
‘군것질’의 ‘질’은 본래는 반복되는 행위를 뜻하는 말이지만,
부정적인 행동을 나타내기도 하고 비하하려는 의도가 담기기도 합니다.
결국 ‘군것질’은 먹지 말라는 것,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는 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접두사 ‘군’이 부정적인 의미라면 이에 대응하는 긍정적인 의미의 접두사가 있을 법합니다.
‘군식구’의 반대말이 ‘제 식구’임을 감안하면 ‘군것’의 반대말은 ‘제 것’일 듯도 하네요.
먹는 것 중의 ‘제 것’은 역시 끼니때 먹는 밥이고,
불 중의 ‘제 불’ 또한 끼니를 짓기 위한 불이겠지요.
시도 때도 없이 보일러가 돌아 군불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된 반면,
먹을 것이 지천이다 보니 군것질은 늘어만 갑니다.
보일러가 알아서 때 주는 장판 바닥에 누워 군것질을 즐기다 보면 군살을 면하기 어려울테니
더욱 조심할 일입니다.
그게 아니면 개혁이 아니라던 패스트트랙법안 국회통과를 앞두고 군말이 늘어갑니다.
어떤 이는 누더기법안이라고 폄하하는가 하면 국정농단이라고까지 폄훼도 합니다.
정치인들끼리만 주고받지 말고 국민이 참여해서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 수는 없나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