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기피와 노조의 임금인상

[彈冠振衣]

(게시판 원고로 써 본 것인데 카페에 먼저 올려 봅니다.)

60년대까지만 해도 투자자금이 없어 대통령이 외국에 구걸을 다닐정도로 어려웠지만
지금은 부동자금이 400조원을 넘을정도로 돈은 넘쳐납니다. 그러나 투자는 이루어지
지 않으며 국내외기업가는 대부분 중국이나 인도로 발길을 돌린다고 합니다. 혹자는
강성노조와 고임(특히 현대차의 경우)을 그 주된 이유로 꼽습니다. 이는 일면 타당성
있지만 좀 더 세밀한 관찰이 필요해 보입니다.

먼저 작년 10월 크레인 안에서 목을 매 자살한 한진중 고 김주익노조지회장의 유서
를 살펴봅시다. ".........노동자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나라, 그런데도 자본가들과 얼빠진 정치꾼들은 강성노조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아우성이다. 1년 당기 순이익의 1.5배, 2.5배를 주주들에게 배상하는 경영
진들, 그러면서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어렵다고 임금동결을 강요하는 경영진들.

그토록 어렵다는 회사의 회장은 얼마인지도 알 수 없는 거액의 연봉에다 50억 원 정
도의 배상금까지 챙겨가고 또 1년에 3천5백억원의 부채까지 갚는다고 한다. 이러한
회사에서 강요하는 임금동결을 어느 노동조합, 어느 조합원이 받아들이겠는가.

이 회사에 들어온 지 만 21년, 그런데 한 달 기본급 105만원. 그중 세금들을 공제하
고 나면 남는 것은 팔십 몇만원. 근속 년수가 많아질수록 생활이 조금씩이라도 나아
져야 할텐데 햇수가 더할수록 더욱 더쪼들리고 앞날이 막막한데, 이놈의 보수언론들
은 입만 열면 노조합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난리니 노동자는 다 굶어죽어야 한단
말인가........."

한진중공업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해 12월치 김 지회장의 임금 지급명세
서를 보면, 총소득은 기본급 105만1396원에 각종 수당을 합쳐 165만1691원입니다.
하지만 각종 세금과 보험료 19만3538원, 노조비 2만3249원, 회사 가압류 73만원, 근
로복지기금 20만7천원, 신용조합 36만2824원 등 모두 151만6611원이 공제돼 실수령액
은 13만5080원에 불과했습니다.

김 지회장의 부인은 "계속 빚을 내어 살다보니, 빚을 갚기 위해 또 빚을 내는 악순환
의 연속이었다"며 "아이 셋을 키우기 위해 짬짬이 부업을 하고 제대로 안먹고 안썼는
데도 살기가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족벌기업 대부분 사정이 비슷하리
라 추측됩니다.

"서울대 조교수 연봉이 3500만원이고 박사학위 연구원의 연봉이 얼마인데, 고졸 생산
직의 연봉이 6천만원이냐" 는 거센 비판을 받았던 현대차의 경우를 살펴봅시다.

과거 3년간 현대차의 경영 실적은 2000년 매출 18조2310억원, 순이익 6680억원, 2001
년 매출 22조5050억원, 순이익 1조1650억원, 2002년 매출 26조3370억원,순이익 1조
4450억원 2003년 1/4분기의 순이익도 4176억원이었습니다. 2년 연속 해마다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순이익을 기록한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면 당연히 자신들의 노동의
결실에 대한 적정한 배분을 돌려받는 게 올바른 기업문화아니겠습니까.

"현대차는 순이익의 30%를 직원들에게 되돌려준다는 약속했지만 말뿐이었다. 회사가
어려우면 격려금 잔업수당 등 없다. 회사가 잘될 때는 당연히 보상받아 하지 않겠는
가."

소득에 대해 집중감시를 해야 할 직종은 지능적 탈세가 자행되는 전문직 분야와 세금
이나 공공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공적인 분야입니다. 영업을 잘해 경영성과의 일부를
나눠 갖는 기업들이 아니 올습니다. 남의 정당한 소득과 수입에 대해 배아파하지 맙
시다.

현대차가 세계1류가 되면 우리나라도 1류가 되지만 3류이면 나라도 3류가 됩니다. 현
대차 직원의 임금보다는 신기술의 적용과 함께 직원들의 기능이 세계적 수준이 되어
야 합니다. 하향평준화보다는 오히려 초일류의 기술과 초일류의 임금을 받는 기업으
로 자긍심을 키워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년봉 5, 6천만원을 받을려면 밤잠안자고 365일을 꼬박근무해야 합니다.
그게 실제 가능합니까? 현대차 연봉 계산을 살펴봅시다. 현대차 노동자의 연봉은
주5일제가 시행돼 법정 휴일 166일을 쉬고 하루 8시간 근무를 하게 될 경우 평균 근
속연수 14.4년차의 연봉은 2천 9백 98만원에 불과합니다.

다음은 2003년 9월 현재 평균 근속연수 14.4년차의 평균연봉(상여금 포함)입니다.

1) 165일 휴가를 모두 쉰다 + 하루 8시간만 일한다 = 연봉2천9백98만8674원
2) 1) + 하루 2시간 씩, 한 달에 20일을 추가 = 연봉3천4백46만1101원
3) 2) + 일요일에 4번 특근을 추가 = 연봉4천2백88만4172원
4) 3) + 연월차 휴가, 공휴일 포함 6일 특근을 추가 =연봉 5천5백51만8778원

말하자면 14.4년차의 노동자가 4천2백만원의 연봉을 받기 위해서는 연간 3천24시간
(302일)을 일해야 합니다. 그러나 연봉 5천5백만원의 연봉을 받기 위해서는 365일을
넘어선 389일을 일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은 "현대차 임금을 경쟁국인 미국, 일본 등과 절대
적으로 비교하면 5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자국통화를 기준으로 임금의 실
질 구매력을 따지면 현대차 임금은 선진 자동차 업계의 80~90% 수준"이라고 말합니
다. 세계기업으로 크면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희망을 가지고
일하지 않을까요?

국내외 투자가들의 투자기피 및 중국, 인도진출은 오히려 다른 요인이 더욱 중요해
보입니다.

이념적 혼란과 북핵위협 증가, 자본주의의 꽃인 주식시장에서 합법적으로 거래되어
대략 1만5,000여명의주주에게 490여억원의 피해를 준 유령주식, 카드채 부실, 회수
불능 공적자금 및 투신, 증권, 연기금 등 금융기관들의 모럴헤저드, 대우채, sk글로
벌 등 A급회사들의 부도손실로 인한 투자자의 국공채선호 현상, 차떼기 등 기업의 비
자금과 부정부패 등등의 사유들로 인한 시장불투명성이 오히려 투자기피의 주 요인일
듯합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월급쟁이들입니다. 노조도 변해야 하지만 무조건 노조를 욕하지
맙시다. 노동의 유연성이나 임금동결을 요구하려면 먼저 상기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사교육비 절감방안 및 물가안정, 정치개혁을 실천하십시요. 노조의 변화는 이런 총체
적 프로그램과 병행하여서 추진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늦둥이]

저는 인도는 잘모르나 중국은 왠만큼 잘 알고 있습니다.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은 첫째: 강성 노조문제입니다. 둘재: 노동임금 셋째 : 시장성 넷째 : 정치혼돈 대체적으로 위와 같습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기업은 중소기업에 한하여입니다. 불행하게도 대기업과는 관계가 없어서 진출의 이유를 명확히 모릅니다

[선비]

한국의 노조는 분명 변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변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요. 잠시후에...

[산이]

최저 임금제를 두듯이 파업 하한제를 두는 것은 어떨지? 일자리가 없어서 실업자는 늘어나고, 연봉 2천만원이 안되는 이가 대부분 많은데 연봉 4천이 넘는 이들이 임금 더 올리라고 파업하는 것은 사회적 공감을 얻기가 어려울 것임니다. 연봉 3천이상은 파업금지 뭐 이런 것도 생각해봄이...어떨지요.

[박찬대]

현대차 노동자(갑)와 협력업체 노동자(을)를 매일 보고 삽니다. 을은 갑님들에게 노비가 상전대하듯 하고, 갑은 을을 하인 대하듯합니다. 이것은 분명 고쳐져야 합니다. 같은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거죠. 갑의 부는 을의 피와 땀입니다. 권력가와 부자는 모두 가난하고 힘 없는 자들의 피를 빨아먹고 살죠...

[크루즈]

대기업 노동자나 노동계만 나무랄것이 아니군요. 사실 이모든 사안이 빈익빈부익부의 근원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아직도 권위와 주종적가치의 존재가 작은 물결치듯 인격을 호도하는것 같습니다. 가진자와 기득권자들의 반성과 배려가 필요한 때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