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3형제 마침내 빛난 '3대 비결'
1. 소형 아파트, 가격 상승률 대형 크게 앞질러
2. 분양가, 3.3㎡당 1000만원대로 내리자 대박
3. 오피스텔 등 매달 임대료 나오는 부동산 각광
"벌써 2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이러다가 청약을 못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지난 18일 부산 서면에는 보기 드문 진풍경이 벌어졌다. 포스코건설이 전날부터 청약에 들어간 '더샵 센트럴스타 리츠' 오피스텔 분양홍보관 입구에 100여m가 넘는 긴 줄이 늘어선 것. 비가 내리는 가운데 청약신청을 하기 위해 3~4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홍보관 주변에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원정온 10여팀의 이른바 '떴다방(이동 중개업자)'까지 등장했다. 이 오피스텔은 총 319실 모집에 1만여명이 몰리며 평균 31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마감됐다. 이 오피스텔 분양을 맡았던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지방에서 줄을 세워가며 청약을 받아본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야단이다. 그러나 불황에도 뜨는 부동산의 법칙은 있다. 바로 '작고, 싸고, 현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한때 시장을 주름잡았던 대형 주택은 최근 소형 주택에 밀려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시장이 좋을 때는 비싼 부동산이 인기를 끌었지만, 이젠 싸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 시대가 됐다. 자고 나면 아파트값이 오르던 2~3년 전엔 천덕꾸러기였던 오피스텔이 요즘엔 '황금주' 대접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시장이 하향 안정되고, 다운사이징(downsizing) 바람이 불고 있어 실용성과 수익성 위주의 부동산 투자 시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소형이 대형주택 상승률 앞질러
분당신도시에서 10년 넘게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박모 대표는 "요즘 부동산 시장은 '새옹지마'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분당의 경우 지난 2005~2006년 집값 급등 시절 대형 아파트가 최고의 우량주로 손꼽혔다. 박 대표는 "정말 자고 나면 뛸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대형 아파트는 1년 전보다 2억~3억원씩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지만 그나마 거래가 없다. 반면 10평대의 소형은 가격이 뛰고 있다. 분당 시범단지 47㎡(14평) 아파트는 3년 전만 해도 1억8000만원 선이었지만, 작년 말부터 가격이 오르면서 2억1000만원을 호가한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집값 상승률도 소형(1.4%)이 대형(0.1%)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 ▲ Gettyimages 멀티비츠
미분양 아파트도 소형은 지방을 제외하면 찾기가 쉽지 않다. 전국적으로 11만여가구의 미분양 주택 중 전용면적 60㎡ 이하는 5000여가구에 불과하다. 반면, 85㎡가 넘는 대형 주택은 6만가구를 넘는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뉴타운 예정지나 임대수요가 많은 소형 주택은 경매시장에서도 꾸준히 낙찰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비싼 게 비지떡(?)", 싸야 팔린다
지난달 한화건설이 경기 남양주 별내지구에서 분양한 '꿈에그린 더스타' 아파트가 사고(?)를 쳤다. 당초 고전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1순위 청약에서 전 주택형이 마감되는 기염을 토한 것. 총 546가구 모집에 1600여명이 몰렸다. 이유가 뭘까. 한화건설 관계자는 "결국 저렴한 분양가가 먹혔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1000만원대로 인근에서 분양된 보금자리주택(최대 990만원)과 비슷했다.
최악의 분양 경기 속에서도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운 아파트에는 수요자가 붙는다. 지난 2월말 분양한 서울 강동구 둔촌푸르지오는 3.3㎡당 분양가를 인근의 신규 아파트보다 500만원이나 낮춰 청약에 성공했다. 광교신도시의 e편한세상 아파트도 입지가 좋았지만, 1년 전 분양가 수준과 비슷한 가격을 책정해 최고 111대1의 청약 대박을 터뜨렸다.
분양가를 내리면 팔린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 건설사들도 본격적인 가격 내리기에 나섰다. 서울 상도동 엠코타운은 분양가를 최대 1억원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성공하려면 이제 분양가 인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값이 오를 때는 시세차익이 많은 부동산이 유리하다. 양도차익을 세금으로 내고도 투자 대비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황이 장기화될수록 부동산의 활용가치, 즉 임대를 통해 매달 현금이 나오는 부동산이 빛나게 된다. 오피스텔이 대표적이다. 오피스텔(1.07%)은 올 들어 아파트(-0.32%)와 토지(0.77%) 등 다른 부동산의 가격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분양 시장에도 오피스텔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부산 서면의 센트럴스타 리츠를 비롯해 서울 송파 신천동에서 분양한 '푸르지오월드마크'(경쟁률 49대1), 인천 논현지구 '에코메트로3차 더타워'(9대1) 등에도 수요자가 몰렸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연구소장은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화되면서 이젠 돈이 될만한 곳이나 상품 경쟁력이 있는 곳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청약 마감이 잇따른 곳은 한결같이 짭짤한 임대수익이 가능한 소형 오피스텔이거나 분양가 경쟁력이 있는 아파트에 국한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