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이종범(33)이 ‘부드럽게, 그러나 강하게!’를 외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팀 동료들을 독려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주장을 맡은 팀의 간판답게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자신의 훈련에 소홀함이 없이 선후배 동료들을 이끌면서 기아의 첫 우승을 위해 팀의 중심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종범이 ‘부드럽게, 그러나 강하게!’를 외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개인적인 이유에서다.
올 시즌 그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다름 아닌 부상이다.
하와이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광주에서 실시한 동계훈련을 열심히 소화한 덕분에 현재 컨디션은 어느 때보다 좋다. 신인들과 함께 뛰어도 체력이 달리지 않을 정도다.
그런 이종범이지만 시즌 중 혹시 생길지 모르는 부상이 걱정이다. 이때문에 스스로 유연하고 부드럽게 자신의 몸을 챙기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강하게’ 자기 몫을 해낸다는 것이 목표다.
두번째는 팀의 주장으로서의 이유다.
이종범이 프로생활 11년째를 맞으며 느끼는 것은 예전과 달리 후배들이 알아서 제몫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신인부터 프로 1~3년째를 맞는 일부 선수가 경험 미숙으로 어긋난 모습을 보일 때는 선배로서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따끔하게’ 충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강한 프로정신을 주문하고 있다.
이 같은 그의 생각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예가 배팅볼 던지기다.
이종범은 후배들의 배팅볼을 손수 던져주며 잘못하거나 모자라는 부분이 있어 조언을 청하는 후배가 있으면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고 있다. “나는 코치가 아니기 때문에 내 몫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후배들이 조언을 구하면 나의 느낌을 서슴없이 이야기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기아에서 이종범만이 할 수 있는 팀 리더로서의 구실이다.
이 같은 이종범에게 기아 코칭스태프는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김성한 감독은 “이종범은 코칭스태프가 할 수 없는 일을 해줄 수 있는 선수”라며 그에 대한 믿음을 숨기지 않았다. 한 후배선수는 “종범이 형은 게을러질 때가 된 나이인데도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서 “팀의 정신적인 지주 구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또는 팀의 주장으로서 ‘부르럽게, 그러나 강하게!’를 외치고 있는 이종범. 그의 바람대로 자기 몸을 추스르고 팀을 이끌어 ‘기아의 첫 우승’을 위해 한몫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