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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숭해심 유천희애(山崇海深 遊天戱海)
산은 높고 바다는 깊나니, 하늘에서 놀고 바다에서 노니네라는 뜻으로, 산과 바다처럼 깊고 높은 명예와 수명, 그리고 하늘에서 노니는 고니처럼 바다 위를 나는 기러기처럼 여유로운 삶을 누리라는 장수와 여유로운 삶을 기원하는 의미의 말이다.
山 : 뫼 산(山/0)
崇 : 높을 숭(山/8)
海 : 바다 해(氵/7)
深 : 깊을 심(氵/8)
遊 : 놀 유(辶/9)
天 : 하늘 천(大/1)
戱 : 놀 희(戈/13)
海 : 바다 해(氵/7)
연말연시에 친지 등에게 간단하게 축하인사를 담은 서찰을 보내는 풍습은 예전부터 있었다. 새해에 스승님이나 부모님이나 친척과 친지 등을 직접 찾아가 인사드리지 못할 경우 아랫사람을 시켜 문안 서찰을 보내곤 했지만 지금과 같은 연하장은 우편법이 제정되고 엽서가 발행되면서 비롯됐다.
연하장은 15세기 독일에서 아기예수 그림과 신년축하 문구를 동판으로 찍은 것을 카드로 만들어 아는 사람들끼리 나눈 게 시초라고 전해진다. 그러다가 19세기말 우편엽서 등장으로 지금과 같은 연하장으로 발전하게 됐다.
모양은 달라도 중국에서도 10세기경부터 연하장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의 연하장은 받는 사람의 지위에 따라 겉모양은 물론 길이마저 달랐다. 심한 것은 무려 6m의 길이에 6명의 하인이 운반해야 할 만큼 엄청난 무게의 연하장도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새해가 다가오면 도화서에서 수성노인, 선녀, 신장, 호랑이, 닭 그림 등을 그려 임금에게 바치면 임금이 왕족이나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이것이 바로 세화(歲畵)다. 이 세화를 설날에 액을 몰아내고 복을 불러들이기 위해 문이나 문설주에 걸거나 붙였다.
새해를 송축(頌祝)하고 재앙을 막기위해 그려진 그림이라서 연하장과 부적의 용도를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이런 풍속이 민간에까지 퍼져 조선시대말까지는 세화를 돌리는 풍습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던 메이지(明治) 시기인 1871년 우편제도 성립 때부터 연하장이 생겨났다. 그러다 지금처럼 연말에 연하장을 보내는 습관으로 정착된 것은 그로부터 16년 뒤인 1887년부터다.
전자우편이나 연하장으로 대신하는 우리와 달리, 일본은 아직도 한 사람이 적으면 몇 십장서부터 많게는 수백 장씩 보내고 있다. 요즘도 인구 1억 2000만명에 연하장을 무려 10억장씩 찍어낼 정도다.
일본인은 연하장의 축하문구로 근하신년(謹賀新年) 이외에도 근하신춘(謹賀新春), 공하신년(恭賀新春)이란 말을 쓴다. 줄여서 하정(賀正), 하춘(賀春), 영춘(迎春)이란 말도 사용하지만 2자 문구는 윗사람에게는 결례라는 생각에 아랫사람에게만 쓰고 있다.
우리는 일제강점기부터 근하신년을 써오다가 송구영신(送舊迎新)을 더해 한 쌍의 구절로 쓰고 있다. 예전에 우리도 '근하'나 '신년'이란 말을 썼지만, '근하신년'이란 4글자 성어는 분명히 일본인들이 만들어 쓰고 있는 말이다.
전에 추사 김정희에 대한 글을 쓰면서 '산숭해심 유천희해(山崇海深 遊天戱海)'란 글씨를 만났다. 비록 위작이라는 논란이 있지만, 전서와 예서와 행서가 함께 어우러진 작품이다. 삼성미술관 소장인 이 작품은 폭 42cm 길이 207cm로 추사 작품 중에서도 대작으로 손꼽힌다.
유홍준은 '산숭해심(山崇海深)'이란 구절은 추사가 스승으로 받들었던 청나라 경학자이며 서예가인 옹방강(翁方綱)이 실사구시의 실학정신을 풀이한 글 속의 한 구절이라 한다. 하지만 김병기는 이 구절을 그런 의미로 단정할 수 없다며, 송나라의 범성대와 팽구년의 싯구인 '山高水長'이라는 말에서 찾고자 했다.
그러나 필자는 오히려 옹방강과 추사가 롤모델로 삼았던 서성 왕희지(王羲之)가 난정집서(蘭亭集序)에서 '이곳은 높은 산 높은 언덕에 무성한 숲과 대나무가 우거져 있다(此地有崇山峻岭 茂林修竹)'는 표현에서 전거를 찾고싶다.
그리고 이 말은 노자 도덕경 제7장의 '천장지구'(天長地久; 하늘과 땅은 영원무궁하다)라는 구절에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따라서 '산숭해심(山崇海深)'이란 '산과 바다처럼 깊고 높은 명예' 혹은 '산처럼 바다처럼 오랜 수명'이란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유천희해'는 남북조시대 양나라 사람 소연(蕭衍)이 위나라의 명필인 종요(鍾繇)의 글씨를 평하여 "바다 위를 나는 기러기 떼의 비상처럼(群鴻戱海 군홍희해), 구름 속에 노니는 고니처럼 한가하고 여유가 있다(雲鵠遊天 운곡유천)"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따라서 추사가 쓴 '산숭해심 유천희해(遊天戱海)'라는 말은 '산과 바다처럼 깊고 높은 명예와 수명, 그리고 하늘에서 노니는 고니처럼 바다 위를 나는 기러기처럼 여유로운 삶을 누리소서'라는 장수와 여유로운 삶을 기원하는 의미의 말이다.
연하장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추사의 글씨까지 꺼낸 까닭은, '근하신년'이란 틀에 박힌 말 대신에 다른 좋은 말도 있지 않을까해서다. 이 말이 일본의 잔재라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는 사람들도 많다.
'산숭해심 유천희해'란 말이 웃어른께 드리는 말씀으로 적합하다면, 젊은이들에게 알맞은 메시지로 생각나는 말이 있다. 다소 무협소설적인 기분이 들지만 '오유천하(傲遊天下)'가 그것이다.
'오유(傲遊)'는 직역하면 '오만하게 노닐다'는 뜻이다. 그러나 '비굴하지도 오만하지도 않으면서 자존심은 지키며 세상을 살아가자'라는 의미에서 이 말을 만들어 보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속 시원하게 하면서도, 남을 다치지 않게 살아보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칼럼의 제목이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이라 한자성어로 신년인사를 만들어봤지만, 순우리말이라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다. 정성어린 마음만큼 귀중한 것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 山(메 산)은 ❶상형문자로 산의 봉우리가 뾰족뾰족하게 이어지는 모양을 본떴다. 옛 자형(字形)은 火(화; 불)와 닮아 옛 사람은 산과 불이 관계가 깊다고 생각한 듯하다. ❷상형문자로 山자는 '뫼'나 '산', '무덤'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山자는 육지에 우뚝 솟은 3개의 봉우리를 그린 것으로 '산'을 형상화한 상형문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山자를 보면 가파른 능선이 그려져 있어서 한눈에도 이것이 산을 그린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山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산의 이름'이나 '산의 기세'나 '높다'와 같이 '산'에서 연상되는 여러 의미로 활용된다. 그래서 山(산)은 (1)둘레의 평평(平平)한 땅보다 우뚝하게 높이 솟아 있는 땅의 부분(部分). 메 (2)산소(山所) (3)사물이 많이 쌓여 겹치거나, 아주 크거나, 매우 많은 것에 비유한 말, 또는 그것 (4)산이나 들에 절로 나는 것을 뜻하는 말 (5)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메(산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뫼 ②산신(山神: 산신령), 산의 신(神) ③무덤, 분묘(墳墓) ④절, 사찰(寺刹) ⑤임금의 상(象) ⑥산처럼 움직이지 아니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큰 산 악(岳),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내 천(川), 강 강(江), 물 하(河), 바다 해(海), 물 수(水)이다. 용례로는 여러 산악이 잇달아 길게 뻗치어 줄기를 이룬 지대를 산맥(山脈), 들이 적고 산이 많은 지대를 산지(山地), 산과 물으로 자연의 산천을 일컫는 말을 산수(山水), 물건이나 일이 산더미처럼 많이 쌓임을 산적(山積), 산과 숲 또는 산에 있는 수풀을 산림(山林), 크고 작은 모든 산을 산악(山岳), 산 꼭대기를 산정(山頂), 산 위에 쌓은 성을 산성(山城), 무덤을 높이어 이르는 말을 산소(山所), 산 속에 있는 절을 산사(山寺), 산과 산 사이로 골짜기가 많은 산으로 된 땅을 산간(山間), 산의 생긴 형세나 모양을 산세(山勢), 산 속에 있는 마을을 산촌(山村), 산에 오름을 등산(登山), 강과 산으로 자연이나 나라의 영토를 강산(江山), 높고 큰 산으로 크고 많음을 가리키는 말을 태산(泰山), 높은 산을 고산(高山), 산에서 내려옴을 하산(下山), 신령스러운 산을 영산(靈山), 연달아 잇닿은 많은 산을 군산(群山), 조상의 무덤이나 조상의 무덤이 있는 곳을 선산(先山), 산에 들어감을 입산(入山), 나무가 무성하여 푸른 산을 청산(靑山), 돌이나 바위가 없이 흙으로만 이루어진 산을 토산(土山), 유용한 광물을 캐어 내는 산을 광산(鑛山), 눈이 쌓인 산을 설산(雪山), 들 가까이에 있는 나지막한 산을 야산(野山), 산을 좋아함을 요산(樂山), 산에서 흐르는 물이 바위를 뚫는다 뜻으로 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산류천석(山溜穿石), 산에서의 싸움과 물에서의 싸움이라는 뜻으로 세상의 온갖 고난을 다 겪어 세상일에 경험이 많음을 이르는 말을 산전수전(山戰水戰), 산빛이 곱고 강물이 맑다는 뜻으로 산수가 아름다움을 이르는 말을 산자수명(山紫水明), 산과 바다의 산물을 다 갖추어 아주 잘 차린 진귀한 음식이란 뜻으로 온갖 귀한 재료로 만든 맛이나 좋은 음식을 일컫는 말을 산해진미(山海珍味), 경치가 옛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산천의구(山川依舊), 산천과 초목 곧 산과 물과 나무와 풀이라는 뜻으로 자연을 일컫는 말을 산천초목(山川草木), 산이 앞을 가로막고 물줄기는 끓어져 더 나아갈 길이 없다는 뜻으로 막바지에 이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산궁수진(山窮水盡), 산의 초목이 자줏빛으로 선명하고 물은 깨끗하다는 뜻으로 경치가 아름다움을 이르는 말을 산자수려(山紫水麗), 산은 높고 물은 유유히 흐른다는 뜻으로 군자의 덕이 높고 끝없음을 산의 우뚝 솟음과 큰 냇물의 흐름에 비유한 말을 산고수장(山高水長), 예수가 갈릴리 호숫가에 있는 산 위에서 그리스도 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에 관하여 행한 설교를 일컫는 말을 산상수훈(山上垂訓), 산꿩과 들오리라는 뜻으로 성미가 사납고 제 마음대로만 하려고 해 다잡을 수 없는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산계야목(山鷄野鶩), 벼슬이나 속세를 떠나 산골이나 시골에 파묻혀 글읽기를 즐기며 지내는 선비를 이르는 말을 산림처사(山林處士), 산이 울면 골이 응한다는 뜻으로 메아리가 산에서 골짜기까지 진동한다는 말을 산명곡응(山鳴谷應), 산 밑에 절구공이가 더 귀하다는 뜻으로 물건이 그 생산지에서 도리어 더 품귀함을 이르는 말을 산저귀저(山底貴杵) 등에 쓰인다.
▶️ 崇(높을 숭)은 ❶형성문자로 崈(숭)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뫼 산(山; 산봉우리)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宗(종, 숭)으로 이루어졌다. 높고 큰 산이란 뜻으로 음(音) 빌어 존경하여 우러러 보다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崇자는 '높다'나 '높이다', '존중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崇자는 山(뫼 산)자와 宗(마루 종)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宗자는 제사를 지내는 종갓집을 그린 것으로 '으뜸'이라는 뜻이 있다. 崇자는 이렇게 '으뜸'을 뜻하는 宗자에 山자가 결합한 것으로 '으뜸인 산' 즉 '크고 높은 산'을 뜻한다. 다만 지금의 崇자는 웅장한 산의 기백에 비유해 '존중하다'나 '우러러보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崇(숭)은 ①높다 ②높이다, 높게 하다 ③존중하다 ④모으다, 모이다 ⑤차다, 채우다, 차게 하다 ⑥마치다, 끝나다 ⑦숭아(崇牙: 악기의 장식)의 약칭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윗 상(上), 높을 항(亢), 높을 탁(卓), 높을 교(喬), 높을 준(埈), 높을 존(尊), 높을 아(峨), 높을 준(峻), 높을 외(嵬), 높을 요(嶢), 높을 륭(隆), 밝을 앙(昻), 귀할 귀(貴), 높을 고(高)이다. 용례로는 거룩하게 높이어 공경함을 숭배(崇拜), 높이어 소중하게 여김을 숭상(崇尙), 높이어 우러름을 숭앙(崇仰), 존엄하고 고상함을 숭고(崇高), 숭배하고 존경함을 숭경(崇敬), 숭고하고 존엄함을 숭엄(崇嚴), 아주 오랜 옛날을 숭석(崇昔), 검약을 좇음을 숭검(崇儉), 높은 누각을 숭루(崇樓), 숭고한 지위를 숭반(崇班), 공경하여 섬김을 숭사(崇事), 숭배하여 믿음을 숭신(崇信), 높이 퍼진 어깨를 숭견(崇肩), 높고 큰 짐을 숭하(崇廈), 숭고하고 아름다움을 숭미(崇美), 거룩하게 여겨 떠 받듦을 숭봉(崇奉), 높고 빼어남을 숭수(崇秀), 존중하고 숭배함을 숭중(崇重), 두텁게 존중함을 융숭(隆崇), 공경하고 우러러 받듦을 신숭(信崇), 존경하고 숭배함을 존숭(尊崇), 작위나 존호를 높이어 올려 줌을 봉숭(封崇), 높은 덕과 큰 사업 또는 덕을 높이고 업을 넓힘을 이르는 말을 숭덕광업(崇德廣業), 문무를 다 같이 높이어 소중하게 여김을 일컫는 말을 문무숭상(文武崇尙),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를 숭상함을 이르는 말을 배불숭유(排佛崇儒), 신을 공경하고 조상을 숭배함을 이르는 말을 경신숭조(敬神崇祖) 등에 쓰인다.
▶️ 海(바다 해)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每(매, 해)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每(매)는 母(모)와 같아서 애를 낳는 사람, 출산이나 결혼은 어두운 때와 관계가 있어 每(매)는 어둡다는 뜻도 나타낸다. 또 중국 북방의 사람이 볼 수 있었던 바다는 검고 크고 어두운 것이었다. ❷회의문자로 海자는 '바다'나 '바닷물', '크다', '널리'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海자는 水(물 수)자와 每(매양 매)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每자는 비녀로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있는 어머니를 그린 것이다. 고대 모계사회에서는 대지나 바다를 '여성'에 비유하곤 했다. 海자는 그러한 인식이 반영된 글자로 '어머니의 물'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중국의 초기국가인 상(商)나라는 내륙 깊숙한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갑골문에서는 海자가 등장하지 않았다. 海자가 처음 등장한 것은 금문 이후로 지금의 모습과 거의 유사하다. 그래서 海(해)는 (1)나라에서 신성시(神聖視)하여 가물 때에 제사(祭祀)를 지내던 세 바다. 동해(東海)는 양양(襄陽)에서, 남해(南海)는 나주(羅州)에서, 서해(西海)는 풍주(豊州)에서 각각 제사를 지냈다. 악(嶽). 독(瀆)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바다 ②바닷물 ③많이 모인 곳 ④물산(物産)이 풍부한 모양 ⑤널리 ⑥크게 ⑦어둡다 ⑧크다, 넓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내 천(川), 강 강(江), 물 하(河), 큰 바다 양(洋), 물결 랑/낭(浪), 시내 계(溪), 바다 명(溟), 큰 바다 창(滄), 바다 영(瀛), 물 수(水),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메 산(山), 뭍 륙/육(陸), 빌 공(空)이다. 용례로는 바다 밖의 다른 나라라는 뜻으로 외국을 일컫는 말로 해외(海外), 넓은 바다를 해양(海洋), 바다에서 전투를 맡아 하는 군대를 해군(海軍), 바다 속에 들어가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여자를 해녀(海女), 바닷가의 언덕이나 기슭을 해안(海岸), 바다 밑바닥을 해저(海底), 바다의 일정한 구역을 해역(海域), 바다로 둘러싸인 육지라는 뜻으로 나라 안을 일컫는 말로 해내(海內), 뭍이나 산이 평균 해면에 비하여 높은 정도를 해발(海拔), 바다 속에서 나는 풀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해초(海草), 육지 사이에 끼여서 양쪽의 넓은 바다로 통하는 좁고 긴 바다를 해협(海峽), 바다와 땅이 서로 잇닿은 곳이나 그 근처를 해변(海邊), 해상의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를 해리(海里), 바다를 다니며 배를 습격하여 재물을 빼앗는 도둑을 해적(海賊),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해풍(海風), 얼굴에 웃음을 띰을 해안(海顔), 이룰 수 없는 바람을 해지(海志), 괴로운 인간세계를 고해(苦海), 벼루를 달리 일컫는 말로 묵해(墨海), 넓고 깊은 불교의 세계를 법해(法海), 넓은 지역에 걸쳐 우거져 있어서 바다처럼 보이는 큰 숲을 임해(林海), 동쪽의 바다를 동해(東海), 서쪽에 있는 바다를 서해(西海), 배로 바다 위를 항해함을 항해(航海), 영토에 딸려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바다를 영해(領海), 육지에 가까운 바다를 근해(近海), 육지 가까이 있는 대륙붕을 덮고 있는 바다를 연해(沿海), 육지와 바다를 육해(陸海), 넓고 큰 바다를 창해(滄海), 넓고 큰 바다를 대해(大海), 바다에 파도가 일지 않음의 뜻으로 임금의 좋은 정치로 백성이 편안하다는 말을 해불양파(海不揚波), 바다에서 천 년 산에서 천 년을 산 뱀은 용이 된다는 뜻으로 오랜 경험으로 세상 안팎을 다 알아 지나치게 약삭빠름 또는 그런 사람을 이르는 말을 해천산천(海千山千), 바다 물은 짜고 민물은 맛이 담백하다는 말을 해함하담(海鹹河淡), 산과 같고 바다와 같이 매우 크고 많다는 말을 여산약해(如山若海), 하늘 같이 높고 바다 같이 깊다는 말을 여천여해(如天如海) 등에 쓰인다.
▶️ 深(깊을 심)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심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음(音)을 나타내는 심은 又(우)와 火(화)를 합(合)한 모양의 글자에 穴(혈; 구멍, 사람의 주거)를 더하여 이루어진 글자이다. 불을 손에 들고 속 깊숙이 사람이 들어가는 모습이다. 氵(물 수)部를 더하여 물의 밑바닥이 깊은 것을 일컬는다. ❷회의문자로 深자는 '깊다'나 '깊어지다', '심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深자는 水(물 수)자와 罙(점점 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罙자는 동굴 속으로 횃불을 들고 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점점'이라는 뜻이 있다. 이렇게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罙자에 水자가 더해진 深자는 '물이 깊다'라는 뜻이다. 사실 深자는 변화가 많았던 글자이기도 하다. 갑골문에서는 손으로 동굴 속을 더듬는 모습으로 그려져 '깊다'라는 뜻을 표현했었으나 금문에서는 여기에 횃불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소전에서는 水자가 더해지면서 '(물이)깊다'를 표현하게 되었다. 해서에서는 횃불이 木(나무 목)자로 바뀌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참고로 소전에서 함께 파생된 글자로는 探(찾을 탐)자가 있다. 그래서 深(심)은 ①깊다 ②깊어지다 ③색이 짙다 ④심하다(정도가 지나치다) ⑤두텁다, 후하다 ⑥무성하다, 우거지다 ⑦많다, 넉넉하다 ⑧책임이 중하다, 무겁다 ⑨감추다, 숨기다 ⑩도랑을 치다, 준설하다 ⑪통하다, 자세히 알다 ⑫높다 ⑬오래되다 ⑭심오(深奧)한 이치(理致) ⑮매우 ⑯깊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깊을 황(滉), 못 담(潭), 깊을 오(澳), 깊을 준(濬),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얕을 천(淺)이다. 용례로는 마음에 깊이 새겨 두는 일을 심각(深刻), 깊게 함 또는 깊어짐을 심화(深化), 깊은 밤을 심야(深夜), 속에 깊이 있는 밑층을 심층(深層), 깊고도 큼을 심대(深大), 늦은 가을을 심추(深秋), 나가서 활동하지 않고 집안에만 들어 박혀 있음을 심거(深居), 깊은 정도나 듬직한 믿음성을 심도(深度), 깊은 바다를 심해(深海), 이론 따위가 썩 깊고 오묘함을 심오(深奧), 깊이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을 심사(深思), 깊음과 얕음을 심천(深淺), 깊은 산골짜기를 심계(深溪), 죄수를 가두어 두는 방 또는 깊숙한 곳에 있는 방을 심실(深室), 정분이 깊은 교제를 심계(深契), 심오하고 유연함을 심현(深玄), 깊은 곳에 닿음의 뜻으로 깊은 도리를 깨침을 심도(深到), 깊고 중한 병이라는 뜻으로 마음의 병을 심고(深痼),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함을 심심(甚深), 물의 깊이를 수심(水深), 얕음과 깊음을 천심(淺深), 밤이 깊음을 야심(夜深), 물이 깊음으로 학문이 깊음을 담심(潭深), 논밭을 갈 때의 그 깊이를 경심(耕深), 흙의 깊이를 토심(土深), 바다의 깊이를 해심(海深), 깊숙하고 고요한 산과 골짜기를 일컫는 말을 심산유곡(深山幽谷), 깊이 생각하고 깊이 고찰함을 일컫는 말을 심사숙고(深思熟考), 깊은 꾀와 먼 장래를 내다보는 생각을 이르는 말을 심모원려(深謀遠慮), 물고기가 물 속의 깊은 곳과 얕은 곳을 옮겨 다니는 일을 이르는 말을 심천이동(深淺移動), 소중한 물건을 깊이 감추어 둠을 일컫는 말을 심심장지(深深藏之) 등에 쓰인다.
▶️ 遊(놀 유)는 ❶형성문자로 游(유)의 본자(本字), 逰(유)는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斿(유)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斿(유)는 기가 펄럭이고 있다, 물건이 흐르는 모양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遊자는 '놀다'나 '떠돌다', '여행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遊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斿(깃발 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斿자는 깃발이 나부끼는 모습을 그린 㫃(나부낄 언)자와 子(아들 자)자가 결합한 것으로 '깃발'이라는 뜻이 있다. 斿자에는 '놀다'라는 뜻도 있는데, 斿자가 마치 깃발 아래에서 어린아이가 놀고 있는 듯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아이가 노는 모습으로 그려진 斿자에 辶자를 결합한 遊자는 '길을 떠나 놀다' 즉 '떠돌다'나 '여행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游(유)는 물위를 흘러가다, 헤엄침, 어슬렁어슬렁 산책하다, 나다니다, 놂 등의 뜻으로, ①놀다 ②즐기다 ③떠돌다 ④여행하다, 유람하다 ⑤사귀다 ⑥배우다, 공부하다 ⑦사관(仕官)하다, 벼슬살이하다 ⑧유세(遊說)하다 ⑨놀이 ⑩유원지(遊園地) ⑪벗, 친구(親舊) ⑫유세(遊說) ⑬까닭, 이유(理由)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희롱할 희(戱)이다. 용례로는 각처로 돌아 다니며 자기 또는 자기 소속 정당 등의 주장을 설명 또는 선전함을 유세(遊說), 일정한 방법에 의하여 재미있게 노는 운동을 유희(遊戱), 두루 돌아다니며 구경함을 유람(遊覽), 따로 떨어져 있는 것 또는 그 일을 유리(遊離), 타향에 가서 공부함을 유학(遊學), 거처를 정하지 않고 물과 풀을 따라 이주하며 소나 양이나 말 등의 가축을 기르는 일을 유목(遊牧), 흥취 있게 놂을 유흥(遊興), 휴식 삼아 거닒을 유보(遊步), 물 속에서 헤엄치며 놂을 유영(遊泳), 유람차 각처로 다님을 유행(遊行), 운행이나 기능을 쉬고 있음을 유휴(遊休),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새를 유금(遊禽), 공중이나 물 위에 떠 다님을 부유(浮遊), 멀리 가서 놂을 원유(遠遊), 물고기가 알을 낳기 위하여서나 또는 계절을 따라 정기적으로 떼지어 헤엄쳐 다니는 일을 회유(回遊), 공부 또는 유람할 목적으로 외국에 여행함을 외유(外遊), 서로 사귀어 왕래함을 교유(交遊), 두루 다니면서 놂을 여유(旅遊), 하는 일 없이 편안하고 한가롭게 잘 지냄을 우유(優遊), 유람을 하며 즐겁게 놂을 오유(娛遊),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제멋대로 놂을 일유(逸遊), 두루 돌아다니면서 유람하는 것을 주유(周遊), 이곳저곳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놂을 경유(經遊), 거문고 소리가 하도 묘하여 물고기마저 떠올라와 듣는다는 뜻으로 재주가 뛰어남을 칭찬하여 이르는 말을 유어출청(遊魚出聽), 먼 곳에 갈 때는 반드시 그 행방을 알려야 한다는 뜻으로 자식은 부모가 생존해 계실 때는 멀리 떠나 있지 말아야 하고, 비록 공부를 위해 떠나 있을지라도 반드시 일정한 곳에 머물러야 함을 이르는 말을 유필유방(遊必有方), 아무 일도 하지 아니하고 놀고 먹는다는 말을 유수도식(遊手徒食), 하는 일없이 놀고 먹는 백성이라는 말을 유식지민(遊食之民), 하는 일없이 놀면서 입고 먹는다는 말을 유의유식(遊衣遊食), 편안하고 한가롭게 마음대로 즐긴다는 말을 우유자적(優遊自適), 하는 일없이 한가롭게 세월을 보낸다는 말을 우유도일(優遊度日), 고기가 솥 속에서 논다는 뜻으로 목숨이 붙어 있다 할지라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을 비유하는 말을 어유부중(魚遊釜中), 느긋하고 침착하여 서둘지 않는다는 말을 우유불박(優遊不迫), 촛불을 들고 밤에 논다는 뜻으로 경치가 좋을즈음 낮에 놀던 흥이 미진해서 밤중까지 놂을 이르는 말을 병촉야유(秉燭夜遊) 등에 쓰인다.
▶️ 天(하늘 천)은 ❶회의문자로 사람이 서 있는 모양(大)과 그 위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하늘(一)의 뜻을 합(合)한 글자로 하늘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天자는 '하늘'이나 '하느님', '천자'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天자는 大(큰 대)자와 一(한 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天자를 보면 大자 위로 동그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람의 머리 위에 하늘이 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하늘은 동그랗고 땅은 네모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天자는 사람의 머리 위에 동그라미를 그려 '하늘'을 뜻했었지만 소전에서는 단순히 획을 하나 그은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天(천)은 (1)하늘 (2)범 인도(印度)에서 모든 신을 통들어 이르는 말. 천지 만물을 주재 하는 사람, 곧 조물주(造物主)나 상제(上帝) 등 (3)인간세계보다 훨씬 나은 과보(果報)를 받는 좋은 곳. 곧 욕계친(欲界責), 색계친(色界天), 무색계천(無色界天) 등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하늘 ②하느님 ③임금, 제왕(帝王), 천자(天子) ④자연(自然) ⑤천체(天體), 천체(天體)의 운행(運行) ⑥성질(性質), 타고난 천성(天性) ⑦운명(運命) ⑧의지(意志) ⑨아버지, 남편(男便) ⑩형벌(刑罰)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하늘 건(乾), 하늘 민(旻), 하늘 호(昊), 하늘 궁(穹),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흙 토(土), 땅 지(地), 땅 곤(坤), 흙덩이 양(壤)이다. 용례로는 타고난 수명을 천수(天壽), 하늘과 땅 또는 온 세상이나 대단히 많음을 천지(天地), 타고난 수명 또는 하늘의 명령을 천명(天命), 사람의 힘을 가하지 않은 상태를 천연(天然), 하늘을 대신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이 곧 황제나 하느님의 아들을 천자(天子), 우주에 존재하는 물체의 총칭을 천체(天體), 부자나 형제 사이의 마땅히 지켜야 할 떳떳한 도리를 천륜(天倫), 타고난 성품을 천성(天性), 하늘 아래의 온 세상을 천하(天下), 천체에서 일어나는 온갖 현상을 천문(天文), 하늘과 땅을 천양(天壤), 선천적으로 타고난 뛰어난 재주를 천재(天才), 하늘에 나타난 조짐을 천기(天氣), 하늘이 정한 운수를 천운(天運), 자연 현상으로 일어나는 재난을 천재(天災),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이 썩 좋은 절기임을 일컫는 말을 천고마비(天高馬肥), 하늘과 땅 사이와 같이 엄청난 차이를 일컫는 말을 천양지차(天壤之差), 선녀의 옷에는 바느질한 자리가 없다는 뜻으로 성격이나 언동 등이 매우 자연스러워 조금도 꾸민 데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천의무봉(天衣無縫), 세상에 뛰어난 미인을 일컫는 말을 천하일색(天下一色),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이라는 뜻으로 임금이나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이르는 말을 천붕지통(天崩之痛), 온 세상이 태평함 또는 근심 걱정이 없거나 성질이 느긋하여 세상 근심을 모르고 편안함 또는 그런 사람을 일컫는 말을 천하태평(天下泰平), 하늘과 땅 사이라는 뜻으로 이 세상을 이르는 말을 천지지간(天地之間), 하늘 방향이 어디이고 땅의 축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뜻으로 너무 바빠서 두서를 잡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 또는 어리석은 사람이 갈 바를 몰라 두리번 거리는 모습을 일컫는 말을 천방지축(天方地軸), 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물이 오래오래 계속됨을 이르는 말을 천장지구(天長地久), 하늘과 사람이 함께 분노한다는 뜻으로 누구나 분노할 만큼 증오스러움 또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음의 비유를 이르는 말을 천인공노(天人共怒), 하늘에서 정해 준 연분을 일컫는 말을 천생연분(天生緣分), 하늘이 날아가고 땅이 뒤집힌다는 뜻으로 천지에 큰 이변이 일어남을 이르는 말을 천번지복(天翻地覆), 하늘에서 궂은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화평한 나라와 태평한 시대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천무음우(天無淫雨), 하늘이 정하고 땅이 받드는 길이라는 뜻으로 영원히 변하지 않을 떳떳한 이치를 일컫는 말을 천경지위(天經地緯), 천장을 모른다는 뜻으로 물건의 값 따위가 자꾸 오르기만 함을 이르는 말을 천정부지(天井不知), 하늘과 땅이 처음으로 열린다는 뜻으로 이 세상의 시작을 이르는 말을 천지개벽(天地開闢), 하늘은 그 끝이 없고 바다는 매우 넓다는 뜻으로 도량이 넓고 그 기상이 웅대함을 이르는 말을 천공해활(天空海闊), 하늘에 두 개의 해는 없다는 뜻으로 한 나라에 통치자는 오직 한 사람 뿐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천무이일(天無二日), 멀리 떨어진 낯선 고장에서 혼자 쓸슬히 지낸다는 뜻으로 의지할 곳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천애고독(天涯孤獨), 천진함이 넘친다는 뜻으로 조금도 꾸밈없이 아주 순진하고 참됨을 일컫는 말을 천진난만(天眞爛漫) 등에 쓰인다.
▶️ 戱(희롱할 희, 탄식할 호)는 ❶형성문자로 戲(희)의 본자(本字), 戏(희), 戯(희)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창 과(戈; 창, 무기)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위의(威儀)를 지키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 虛(희)로 이루어졌다. 본래는 무위(武威)를 보이는 것을 뜻하였지만, 嬉(희)와 통하여 희롱(戱弄)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戱자는 '놀다'나 '희롱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戱자는 虛(비다 허)자와 戈(창 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여기에 쓰인 虛자는 䖒(옛 질그릇 희)자가 잘못 옮겨진 것이다. 그러니 戱자가 아닌 戲(놀이 희)자로 해석해야 한다. 왜냐하면 '놀다'나 '희롱하다'라는 뜻은 戲자만이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戲자에 쓰인 䖒자는 제사 때 사용하던 호랑이 문양의 솥을 그린 것이다. 여기에 戈자가 결합한 戲자는 출정(出征)을 앞두고 승리를 기원하는 축제를 벌이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戲자는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한 제사 겸 축제라는 뜻이었지만 해서에서는 글자를 잘못 옮기게 되었다. 그래서 戱(희, 호)는 ①희롱하다 ②놀이하다 ③놀다 ④놀이 ⑤연극, 그리고 ⓐ탄식하다(호)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희롱할 롱(弄), 희롱할 완(翫), 희롱할 학(謔), 놀 유(遊)이다. 용례로는 말이나 행동으로 실없이 놀리는 짓을 희롱(戱弄), 실없이 장난 삼아 그린 그림을 희화(戱畫), 실 없이 하는 행동 또는 익살을 부리는 연극을 희극(戱劇), 실없는 장난이나 놀이로 즐김을 희오(戱娛), 실없는 짓을 하며 놂을 희유(戱遊), 글 따위를 실없이 지음 또는 그 글을 희작(戱作), 실없이 하는 말을 희담(戱談), 익살맞고 실없는 대답을 희답(戱答), 장난을 치다가 잘못하여 죽임을 희살(戱殺), 배우가 연극하는 곳을 희대(戱臺), 실없는 말로 하는 농지거리를 희학(戱謔), 일정한 방법에 의하여 재미있게 노는 운동을 유희(遊戱), 말을 타고 갖가지로 부리는 재주를 마희(馬戱), 남의 일을 방해함을 작희(作戱), 말을 부려써서 즐기는 놀이를 어희(語戱), 즐거이 희롱하며 놂을 희희(嬉戱), 웃으며 장난함을 소희(笑戱), 아이들의 장난을 아희(兒戱), 못된 장난이라는 말을 악희(惡戱), 사랑의 장난을 애희(愛戱), 공을 발로 차는 놀이를 국희(鞠戱), 귀신의 장난이라는 뜻으로 일의 진행에서 나타나는 뜻밖의 해살을 이르는 말을 마희(魔戱), 때때옷을 입고 하는 놀이라는 뜻으로 늙어서도 부모에게 효양함을 이르는 말을 반의지희(斑衣之戱), 자식이 나이가 들어도 부모의 자식에 대한 마음은 똑같으니 변함없이 효도를 해야 한다는 말을 노래지희(老萊之戱)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