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密室
김 참
목 위에 머리 대신 확성기가 달린 우리. 그런 우리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쏟아지는 질문들. 머리는 어디 두고 오셨어요? 몰라요. 자고 일어나 보니 머리가 없어졌더라고요. 오디오 수집가도 아닌데 목 위에 확성기를 단 사람이 모여 사는 이상한 단층 아파트. 예? 단층 아파트요? 세상에 단층 아파트도 있어요? 지상부는 단층인데, 지하는 101층이에요. 그럼 주차는 어떻게 해요? 주차요? 나야 모르죠. 나는 차가 없으니까. 아직 어두운 새벽, 식은땀 흘리며 복기해 본 간밤의 꿈. 지하 5층과 14층, 22층 버튼에 불이 들어와 있었지만, 멈추지 않고 추락하던 엘리베이터. 목 위에 확성기를 단 이웃들과 함께 커다랗게 비명을 질러도 끝없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던 엘리베이터. 101층에서도 멈추지 않고 무저갱으로 추락하던 밀실. 서로를 비추는 두 거울 속에서 무한 증식하며, 끝없이 추락하던 사람들. 귀가 터지게 소리 지르는 확성기들로 가득하던, 어둡고 기괴한 방.
—계간 《시와세계》 2023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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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참 / 1973년 경남 사천 출생. 199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시간이 멈추자 나는 날았다』 『미로여행』 『그림자들』 『빵집을 비추는 볼록거울』 『그녀는 내 그림 속에서 그녀의 그림을 그려요』, 저서 『현대시와 이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