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을 보내는 길목에, 우포 늪으로부터 연둣빛 편지가 날아왔다.
발신자는 우포 늪을 온통 연둣빛으로 만들어 놓은 늪 가에서 조용히 핀, 달맞이 꽃이다.
이곳 우포 늪은, 뛰어난 사진작가인 친구 석포(夕浦)가 즐겨 자주 찾는 곳으로 언제 한번은
그의 가랑이 잡고 따라가봐야지 하고 벼르던 곳이지만, 오늘만큼은 친한 문우(文友)가 들고 온
연 초록 바람에 나부끼는 편지에 현혹되어 같이 부랴부랴 찾았다.
달맞이 꽃이 보내온 지금 7월의 우포는 ‘살아있는 생물도감’이다.
갈대나 물 옥잠이나 마름이 우포 늪의 정화작용을 충실히 맡고 있고 개망초 꽃은 우포 늪의
한 귀퉁이를 자기영토로 만들어가며 강인한 생명력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자연섭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저기서는 새끼를 데리고 먹이를 찾아 다니는 물닭 무리의
모성애가 조용히 흐르고, 잠자리와 나비를 비롯한 많은 곤충이 우포 늪 하늘을 날고,
물 속에서는 여러 수서곤충이 먹이를 찾고, 우포의 대표적인 여름철새인 흰뺨검둥오리는
짝 짖기에 여념이 없다
또한 이제는 우포의 대표적인 텃새가 돼버린 왜가리는 원래 겨울 철새였으나, 우포 늪에
얼마나 정이 쏙 들었는지 떠날지를 모르고 여름에도 우포에 터를 잡고 텃새로 아예
자신의 정체성까지 바꿨으니 동식물에게도 우포의 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하늘바람 살랑이는 이곳 저곳 우포 늪 가에서 자라 풀, 가시연꽃과 송사리 떼 등이 서로 엉켜
살아가고 있는데, 큰 것은 큰 대로 작은 것은 작은 대로 맘에 맞는 것은 맘에 맞는 대로
살아간다. 반면, 먹이사슬관계로 서로 쫓고 쫓기며 생사의 긴장감이 도는데도 평화스러워
보이는 또 다른 모습의 우포 늪이다.
지금 우포 늪은 물안개 자욱한 새벽인데, 쪽배를 타고 개구리밥과 물 마름과 생이가래가
쳐놓은 연둣빛 그물 위를 우리의 인생처럼 천천히 밀고 나간다.
쪽배는 아침을 끌고 오며 사방곳곳에서 시방 터지는 생명의 소리가 오늘 아침에도 들려오고
쪽배의 장대로 우포 늪과 같은 우리네 인생을 서서히 밀고 간다. 가다가 쪽배가 기웃뚱도 한다.
낡은 쪽배이지만 우포 늪 가를 밀고 가기에는 새것보다 훨씬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마치 아내나 오래 사귄 친구와 비슷하다. 이 낡고 작은 쪽배는 우리네 삶과 같다
쪽배는 자기 크기만큼만 담고, 넘치면 기우뚱한다. 넘치는 것은 ‘내 것이 아니다’란 말이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저녁노을이 쪽배를 민다. 돌아갈 시간인가 보다.
우포와 아침을 연 오늘 하루에도 수많은 생명이 각자 자기 할 일을 하며 또 해가 진다.
내일이면 우리는 각자의 쪽배로 밀고 ‘세상의 늪가’로 나간다. 거기에는 우리를 기다리는
외로운 달맞이 꽃도 있고, 바삐 삶을 키워가는 개망초와 같은 것도 있다.
이제 서둘러 쪽배를 탓 던 처음 그곳으로 방향을 돌려야 되겠다
인간세상 속의 우포 늪을 향해서 말이다.
우포늪의 일출(친구인 석포의 작품)
첫댓글 즐감입니다
많이 더운 날씨에요
주말 행복하고 시원하게 보네세요 ^^
소중한 마음의 사라이 담긴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