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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12시즌 38승 2패라는 경이적인 전적을 기록하면서 켄터키 대학교를 대망의 우승으로 이끌고 지난 2012 NBA 드래프트에 무려 6명의 켄터키 출신을 올려 보낸 존 캘리패리 켄터키 대학교 감독. 그러나 이런 화려한 전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캘리패리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감독이다. 많은 이들은 존 캘리패리 감독이 켄터키 대학교 감독으로 선임되었다는 소식이 처음 터져나온 직후 가진 기자회견의 생중계 실황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올렸던 블로그 포스팅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나를 아는 많은 이들은 그동안 개인적으로 존 캘리패리 감독을 얼마나 싫어해 왔는지도 잘 알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캘리패리를 현존하는 NCAA농구의 구조를 망쳐 놓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편법과 거짓말도 서슴치 않는 파렴치한 감독이라고 여겨왔다. '쓰레기'라는 표현도 서슴치 않았다. 이 때문에 백만년 만에 하는 블로그 포스팅의 제목이 '존 캘리패리가 명장인 이유'라면 이는 대단히 파격적인 포스팅일 지도 모른다. 사실 지금 현재까지도 내 자신을 캘리패리의 팬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지난 11-12시즌을 거치면서 내가 그동안 캘리패리에 대해 가졌던 모든 부정적인 편견과 선입견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시작하면서 손가락 꾸~욱 부탁드린다.
2. 허슬, 투지, 그리고 수비
- 단일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1, 2순위 픽(앤서니 데이비스, 마이클 키드-길크리스트)을 포함, 4명의 1라운더(테런스 존스, 마퀴스 티그), 2명의 2라운더(도런 램, 대리우스 밀러)와 같은 그야말로 '후덜덜'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면 우승을 못시키는 게 이상하다고 여길 이들이 많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훌륭한 재능들을 보유한다고 해서 팀이 훌륭한 전력을 갖추거나 토너먼트에서의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여주는 감독들이 많다. 릭 반스 텍사스 대학교 감독, 스캇 드류 베일러 대학교 감독, 그리고 지난 세 시즌 동안의 로이 윌리엄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감독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
사실 캘리패리 감독 역시나도 켄터키에서의 초반 시즌들은 이런 버스트가 되어버릴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가 나오게 한 건 바로 지난 시즌 앤서니 데이비스, 마이클 키드-길크리스트, 마퀴스 티그, 도런 램, 테런스 존스 등으로 구성된 팀이 보여준 투지와 허슬이었다. 데이비스는 골 밑에서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수비력을 보여주면서 NCAA 올해의 수비수 상을 압도적인 표차로 차지했고 길크리스트는 자신의 몸을 전혀 사리지 않고 몸을 던져서 공을 빼앗아 오는 허슬 플레이를 보여줬다. 테런스 존스나 도런 램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찬가지로 NBA 드래프트 1라운더들이 즐비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던 노스캐롤라이나 선수들이 허슬 없는 실망스런 플레이로 2년 연속 토너먼트 8강에서 탈락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한 예로 고교 랭킹 1위로 대학에 입학한 해리슨 반스는 리바운드를 잡을 때 몸을 거의 던지지 않고 손만 뻗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그만큼 '장차 프로에 나갈' 자신의 몸을 먼저 생각하고 아꼈기 때문이다. 결국 노스캐롤라이나는 지난 두 시즌 동안 프리시즌, 컨퍼런스, NCAA 토너먼트 타이틀을 단 한 개도 따내지 못한 채 주전 선수들을 NBA 드래프트에 보냈다.
길어야 2년 대학에 머물 정도로 훌륭한 기량을 이미 갖추고 있는 이런 선수들이 대학에 오면서 '아, 나는 대학에 가서 수비를 열심히 해야지', '나는 대학에 가서 동료들에게 패스를 많이 해줘야지', '나는 대학에 가서 몸을 다칠 정도로 허슬을 보여줘야지'라고 목표를 세우고 오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켄터키 선수들은 하나같이 이런 목표를 세운 선수들처럼 보였고 이는 전적으로 캘리패리 감독의 지도력 덕분이었다.
3. 농구 추세에 부응
- 캘리패리 감독이 훌륭한 감독인 또다른 이유는 급속하게 변화하는 현대 농구의 추세와 환경에 가장 빠르게 적응하고 발맞춰 간다는 점이다. 캘리패리는 NBA의 이른바 '원앤던 룰'에 가장 빠르게 적응하고 이 규정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감독이다. 캘리패리 감독은 ESPN All-Access 프로그램의 켄터키 대학교 농구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다룬 편에서 선수가 프로에 갈만한 실력이라면 대학에 그 이상 머무를 이유가 전혀 없다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이미 준비된 인물들은 대학에서 중퇴해도 전혀 문제가 없으며 이같은 행위가 대학의 교육 시스템을 흐려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철학을 갖고 캘리패리 감독은 철저하게 1년 주기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 즉 고교 최고 스타들을 리크루팅하고 이들이 대학에 입학해 신입생으로 1년 동안 기량을 충분히 발전시킨 후 다음 해에 곧바로 NBA 드래프트에 나갈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원앤던 룰 규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고 이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리고 폐지론의 중심에는 캘리패리 같은 감독이 고교 최대어들을 싹쓸이 해가는 현상도 크게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오는 2013학년도 고교생들의 경우, 전미 PG 랭킹 1위(앤드류 해리슨)와 SG 1위(애런 해리슨), 2위 SG(제임스 영), PF 11위(마커스 리)가 이미 켄터키 행을 확정지었고 PF 1위 줄리우스 랜들과 SF 1위이자 전체 1위 앤드류 위긴스은 고려하고 있는 학교 가운데 켄터키가 가장 유력 주자이다. 만약 랜들과 위긴스가 켄터키 행을 발표한다면 켄터키는 네 개 부문 포지션에서 전미 1위 고교생들을 싹쓸이 해가는 전무후무한 신입생 군단을 완성하게 된다.
그러나 원앤던 룰은 캘리패리 자신이 만든 규정이 아니다. 캘리패리는 많은 이들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이 규정을 그저 '활용'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아주 확실하게 말이다.
또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될 캘리패리의 능력은 빠른 속도의 모션 오펜스를 전략으로 활용하면서 요즘의 젊은 선수들에게 큰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프레스와 수비, 조직력에 바탕을 둔 하프코트 오펜스가 특징이었던 켄터키의 과거 농구 스타일과 달리, 존 월, 브랜던 나이트, 마퀴스 티그 등 빠르고 폭발력 넘치는 포인트 가드들과 운동 신경이 출중한 빅맨, 윙들을 활용한 캘리패리 감독의 모션 오펜스는 그야말로 '재미있게' 달리면서 농구할 수 있는 켄터키 농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이는 젊은 고교 유망주들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스타일이며 실제로 이같은 전략은 최근 NCAA농구에서 리크루팅과 시즌 모두에서 먹혀들고 있다.
4. 리크루팅
- 캘리패리 감독에게서 리크루팅을 빼 놓으면 섭섭하다. 캘리패리는 매사추세츠 대학교나 멤피스 대학교 같은 미드 메이저 컨퍼런스에 소속되어 있을 때에도 이미 훌륭한 리크루터였다. 마커스 캠비, 데릭 로즈, 타이릭 에반스 같은 NBA에서도 훌륭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 이미 캘리패리가 리크루팅한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켄터키라는 브랜드를 등에 업은 지금 그런 리크루팅 능력은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
캘리패리가 맘만 먹으면 데려오지 못할 선수가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캘리패리의 리크루팅 능력은 대단하다. 매사추세츠대 시절에는 약 50명에게 장학금 제안을 해야했고 멤피스 시절에는 약 30명에게 제안을 해야했지만 지금 켄터키에 있으면 7명 정도에게만 제안을 하면 된다고 스스로 농담을 할 정도로 켄터키 대학교는 캘리패리에게 좋은 여건을 마련해 줬다. 캘리패리는 학교에서 제공한 전용 제트기를 타고 전국을 누비면서 리크루팅에 그야말로 '날개'를 달았다.
대학 감독에게 리쿠르팅은 절반 이상이다. 올해 UCLA에게 1위를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4년간 리크루팅 부문 1위를 놓친 적이 없는 캘리패리. 매년 고교 최고의 선수들을 데리고 가는 캘리패리의 리크루팅 행진이 계속된다면, 원앤던 룰이 없어지거나 캘리패리가 NBA 감독으로 떠나가지 않는 한, 켄터키는 우승 후보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캘리패리는 오히려 이런 리쿠르팅 능력 때문에 감독으로서의 능력이 저평가 받는 역효과를 봐왔다. 즉 그동안 재능은 갖췄지만 우승은 못한다는 비아냥을 들어왔던 것. 그렇다고 캘리패리 감독이 일류 선수들만 갖다 쓰는 감독은 아니다. 그는 조련하는 능력도 충분히 갖췄다. 지지난 시즌의 경우 앞선 3년 동안 출장 시간을 갖지 못했던 조쉬 해럴슨 같은 4학년 선수를 키워서 파이널 포의 주역으로 활용했고 끝내 해럴슨을 NBA드래프트 2라운드에 지명되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결국 지난 시즌 생애 최초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이같은 비아냥과 비판을 잠재웠다.
5. 감독이자 경영자
- 앤디 글라크너는 SI에 쓴 자신의 칼럼에서도 밝혔듯이 캘리패리는 감독을 넘어서서 최고의 지도자이자 경영자의 위치에까지 올라섰다. 켄터키 대학교의 홈구장 럽 아레나는 거액을 들여 코트 리노베이션을 거쳤고 매년 켄터키 대학교의 시즌 개막 행사인 Big Blue Madness에서 이 화려함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켄터키 대학교는 최고의 훈련 시설에 선수들의 숙소에는 별도로 별도로 일급 주방장까지 채용되어 선수들의 식단을 체크하고 있다. 그리고 캘리패리는 이같은 최고의 시설들을 자신의 마케팅 수단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캘리패리는 이번 허리캐인 샌디로 인해 발생한 이재민들에 대한 구호 성금 모집 운동도 일으키면서 사회적 기여 사업에도 관여하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에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면서 팬들, 다른 면에서 보면 소비자들과의 소통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캘리패리의 행보는 단순한 농구 감독이 아닌 비즈니스 경영자의 모습에 가깝다. 물론 감독은 감독의 임무에 충실해야 하지만 캘리패리는 농구단의 운영, 마케팅, 홍보, 투자, 강연, 사회 사업 등에 관여하면서 감독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캘리패리는 한 농구단을 감독하는 걸 넘어서서 농구라는 주제를 갖고 유, 무형의 자산을 활용해 하나의 독특한 농구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 문화가 어찌되었건 팬들이 농구에 열광할 수 있는 문화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맺으며...
- 캘리패리에 대한 평가는 무척 극명하게 갈린다. 극찬이 아니면 맹렬한 비판이다. 그러나 극찬이든 비판이든 이런 논란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캘리패리 감독의 '농구팀을 감독하는 능력' 자체는 과소 평가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캘리패리 감독의 능력은 이미 충분히 과소 평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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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이 글이 많이좀 퍼졌으면 좋겠네요 ㅎㅎ 그나저나 내일 듀크와 켄터키와의 경기가 있는데 두 레전설 학교가 어떤 명승부를 펼칠지 기대됩니다.
올해도 켄터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벌써부터 왜 내년 3월이 기다려질까요ㅎㅎ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많이.너그러워지신.것 같은...
잘봤습니다. 호불호는 갈리지만 정말 대단한 인물이네요.
잘봤습니다. 이제 드디어 NCAA 시즌인것 실감하네요. 올해야 말로 로이 윌리엄스와 맥아두 라는 운명공동체의 시험대라는 생각이 드는데... UNC는 EE 갈수 있을런지..
올해부터 마음먹고 NCAA를 보려고 합니다. 어느새 개막이 다가온것 같네요.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써주세요 ㅎㅎ 잘 읽고 갑니다.
라본테님 오랜만이네요? 내일이 경기인데 갑자기 이런글 올려주시네요.ㅋㅋㅋ 두팀의 선전 기대해봅니다.
시즌이 시작되니 돌아오시는군요. 대 UK전을 앞두고 이런 찬양 글이시라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