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장마 비구름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 칠월 둘째 월요일이다. 장마가 중반에 접어든 주말 이틀은 강수가 예보되더니만 비는 정작 내리지 않았다. 좁은 국토에서도 장맛비 강수량 편차가 심해 우리 지역은 마른장마라 이를 만하다. 그간 장맛비가 두세 차례 내리긴 해도 지표면을 적셔준 정도였다. 도심은 콘크리트나 시멘트로 덮인 면적이 넓어 비가 오면 고여 있을 자리도 없어 곧장 사라졌다.
열대야를 겪은 밤을 보내고 맞은 새벽이다. 베란다 밖으로 동이 트는 정병산과 날개봉으로는 구름이 뭉쳐지고 운무가 가려졌다. 비가 흔할 때면 연방 빗줄기가 쏟아지겠으나, 올여름 우리 지역은 마른장마라 비는 쉽게 오지 않을 듯했다. 보름께 전 장마가 시작되던 아침에 낀 놀을 사진으로 남겨 놓았듯, 중반을 지나는 장마전선이 걸쳐진 우리 지역 아침 운무를 폰 카메라에 담았다.
아침 식후 자연학교 등굣길에 올라 창원역 앞으로 나갔다. 하늘은 흐려도 비는 오지 않고 여전히 구름만 뭉쳐졌다가 흩어지길 반복했다. 근교 들녘으로 나가는 1번 마을버스를 타고 가면서 아침 안부를 나누는 지기들에게 어제 산행에서 채집한 용제봉 영지를 글감으로 남긴 시조를 한 수 보냈다. 이어서 집을 나서기 전 베란다 밖으로 드러난 장마철 뭉쳐진 구름 사진을 날렸다.
주남저수지에서 들녘을 지나자 대산 산업단지였다. 가술에 이르러 승객은 거의 내려 수산교를 지난 신성마을에서 마지막 손님이 되어 내렸다. 며칠 전에 풋고추를 따는 부녀가 종점을 앞둔 어느 정류소까지 더 타고 갔으나 오늘은 일감이 없는 날인 듯했다. 들녘 비닐하우스 인력은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은 마을의 임시 숙소에 장기 체류하고 지역 부녀들은 틈새를 지원하는 격이다.
오늘은 종점 신전마을까지 가질 않고 도중에서 내려 들녘을 걸을 요량이다. 강가로 나가면 주로 강둑을 따라 걸어 파크골프장과 플라워랜드가 위치한 대산 문화체육공원에 이르러 모산을 거쳐 가술로 향했다. 가끔 들녘을 따라 곧장 걸어 가술로 가기도 하는데 이번엔 후자에 해당했다. 풍광이 좋은 들녘에 들어선 요양원에서 가까운 일직선 농로를 따라 걸으니 비닐하우스단지였다.
며칠 전 오후 거기를 지나면서 현지에 수확해 둔 토마토를 사려니 주인장이 하품을 그냥 가져가십사고 해 한 봉지 담아와 잘 먹는다. 이번도 주말에 딴 열매인지 토마토 수집 상자를 쌓아 놓고 차량이 오면 실어 보낼 듯했다. 백화점 납품용이라 소매는 팔지 않으니 전번처럼 상품성이 처진 토마토를 그냥 가져가십사고 해 고맙기도 해서, 다음에 다른 무엇으로라도 사례하고 싶었다.
풋고추와 토마토를 따는 비닐하우스 구역을 지나자 당근을 수확한 논에는 흙내를 맡은 벼들이 포기를 불려 자랐다. 들녘 한복판을 지나자 사방으로 탁 트인 풍광이 드러났다. 들녘이 끝난 곳은 낮은 산이 에워쌌다. 강 건너 수산으로는 높은 아파트가 보이고 죽동길은 메타스퀘이아 가로수가 줄을 지었다. 내가 앞으로 계속 더 나아갈 방향인 가술과 진영에도 아파트단지가 보였다.
가술에 닿아 손에 든 토마토 봉지는 편의점에 맡기고 파출소로 가서 동료 안전지킴이와 일과를 등록하고 부여된 임무를 수행했다. 여름 두 달은 더위를 피해 근무 시간대를 오전으로 당겨 아이들은 등교를 마친 상태였다. 아동 안전도 지켜야지만 폭염에 노출될 노인도 고려한 듯했다. 육교가 설치된 국도변 학교 주변을 살피고 들길을 걸으면서 연 재배단지에 피는 연꽃도 감상했다.
들녘으로 나가는 길목에 자동차 부품 판매 사업장 느티나무 쉼터에 앉았다. 아침에 남긴 정병산에 걸친 운무 사진으로 ‘마른장마 비구름’을 남겼다. “감질난 장맛비에 열대야 푹푹 찐 밤 / 날 새는 아침 오자 구름이 뭉치는데 / 비 귀한 마른장마라 흩어지고 말란가 // 며칠째 하늘 흐려 복사열 잠시 주춤 / 높아진 대기 습도 선선한 바람 불어 / 산마루 넘어온 구름 소낙비가 올란가” 24.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