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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 호모 사피엔스
슬기로운 사람의 생존 비밀은 무엇일까?
생각보다 훨씬 다채로웠던 그들의 세계로 떠나 보자
수천~수만 년간 지속된 세 차례의 빙하기와 온난기를 겪어낸 존재, 바로 현생 인류인 우리 사피엔스다. 우리가 생각하는 선사 시대 원시인의 모습, 모닥불 앞에 모여 헐벗은 몸으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연약한 모습과는 대비되는 결과다. 사피엔스는 다른 인간 종들 사이에서 어떻게 마지막 인류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이 책은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라는 이름처럼 생각보다 훨씬 다채롭고 슬기롭게 살았던 그들의 생존기를 들여다보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부터 소통 방식 및 문화의 발달, 다른 인류와의 관계, 인간성을 완성해 가는 과정 등을 이해하고, 기후 변화와 우주 개발 등 또 다른 변화를 맞은 오늘날의 사피엔스에게 필요한 새로운 진화에 대해 탐구해 본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네안데르탈인까지,
사피엔스의 진화는 천천히, 꾸준히 이루어졌다
‘인간다움’을 만들어가는 놀라운 과정을 따라가 보자
우리는 인류의 발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인류 최초의 조상을 물으면 어디선가 들어 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아주 어려운 이름이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사피엔스의 직접적인 조상은 바로 호모 에렉투스다. 그 사이에도 여러 인간 종이 있었지만 불을 잘 다루었던 호모 에렉투스는 음식을 조리하고 빛을 손에 넣은 결과, 지구 곳곳에서 번성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호모 사피엔스는 호모 에렉투스의 발전에 올라탄 운 좋은 인류일 뿐일까? 오늘날 우리의 ‘인간다움’은 언제 만들어진 것일까?
이 책에서 저자는 인류의 발달에 관해 흔히 오해하는 지점들을 꼼꼼히 짚어 주며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현생 인류가 되기까지 순차적으로 다른 종들과 겨루어 이겨서 세상을 차지한 것이 아니라, 행동과 생명 유지 활동을 연결시킨 적응 과정 덕분이었음을 강조한다.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적응하고 화합해서 진화하는, ‘인간다움’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해부학적 뿐만 아니라 사회학적 접근으로 오늘날의 현생 인류의 특성을 차근차근 살펴본다.
장신구의 발달 덕분에 영토 확장에 성공했다?
당시에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가 있었다고?
의외의 매력이 가득한 사피엔스의 삶속으로!
우리는 어느 모임이나 소속에 속해 있다는 것을 어떤 식으로 드러낼까? 가장 쉽고 눈에 띄는 방법은 바로 유니폼 같은 옷을 입거나 팔찌나 반지 같은 액세서리를 차는 것이다. 우리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 역시 그러했다. 여러 인류 집단 사이에 교류가 이루어지면서 자신들이 속한 사회적 집단의 정체성을 외부로 드러낼 필요가 커진 것이다. 구멍을 뚫은 조가비 장신구나 동물의 치아를 활용한 목걸이 등으로 몸치장을 하며 성적, 세대적,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곤 했다. 이런 표식이 발달하면서 이동생활에도 거리낌이 없어지고 더 넓어지며 영토 확장 역시 활발해졌다.
이렇게 몸을 활용해 사회적 언어로 사용하는 사피엔스의 행동은 그들의 사회를 ‘현대 사회’를 규정하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우리를 이루고 있는 ‘인간적 특징’들이 사피엔스에게서 이어져 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라스코 동굴 벽화나 피레네 동굴 벽화를 그린 이들도 사피엔스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단순한 구상화가 전부일 거라 생각했다면 오해다! 당시 어릴 때부터 교육받고 훈련받은 매우 노련한 미술가들의 작품이다. 미술 역시 미의 표현뿐만 아니라 언어적으로 사용되어 신앙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장치이자 다음 세대로 전하는 사회적 메시지이기도 했다.
《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는 이처럼 사피엔스의 생활 깊숙이 들어가 다채로운 세계를 소개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현대의 우리와 연결고리를 찾는 재미를 준다. 수십만 년의 세월과 공간을 넘어 이어지는 인간 종으로서의 정체성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혹독한 기후 변화에 적응하고 지구를 차지한 사피엔스
또 다시 위기에 처한 우리는 우주로 이주해야만 할까?
선사 시대부터 우주 시대까지, 사피엔스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수십만 년 전에 살았던 인간 종에 대해 왜 알아야 할까? 그저 아주 오래된, 미개한 원시인들의 이야기라고 단정 지어선 안 된다. 바로 우리가 ‘호모 사피엔스’이기 때문이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과거 200만 년의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후 변화가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에 근본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혹독한 빙하기와 온난기를 수차례 겪어내면서 다방면으로 적응 가능한 종이었던 호모 사피엔스가 이주를 거듭하며 최후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렇게 살아남은 우리 호모 사피엔스에게 또 다시 크나큰 기후 변화 위기가 찾아왔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과거의 그들처럼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지만 수십만 년 동안 가장 추웠던 빙하기에도 5도 정도 차이가 났는데, 오늘날의 기후는 불과 100년 사이에 5도가 오를 수 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적응할 수 없다면 호모 사피엔스의 다음 이주지는 어디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새로운 이주를 결정한다면 우주가 될 수 있고, 그에 따라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는 우리에게 이처럼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 준다. <인싸이드 과학> 시리즈의 특징인 인문적 성찰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이 책은 아주 오래 전 인류의 탄생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살아남은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기를 아주 가까이서 들여다보며 미래의 진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고 말한다. 어쩌면 우주에서 살아갈 수도 있을 청소년들에게 마치 평행이론 같은 인류의 진화가 또 다른 지식이 되어줄 지도 모른다.
저자 소개
글 프랑수아 봉François Bon
툴루즈 대학교의 선사학 교수로, 예루살렘에 있는 프랑스 연구 센터를 운영했다. 현재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호모 사피엔스의 초기 사회를 연구하고 있으며, 프랑스 남부와 에티오피아에서 다수의 고고학 유적지 발굴 작업을 이끌고 있다. 저서로 《선사 시대, 인류의 요람Préhistoire, ls la fabrique de l’Homme》(2009)외 다수의 과학서가 있다.
그림 오로르 칼리아스Aurore Callias
파리 국립 디자인 학교인 에꼴 에스티엔과 브뤼셀 시각미술대학교 라 캄브르를 졸업했다. 화가로 활동하며 청소년을 위한 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고고학 관련 인물의 짧은 일대기를 만화로 그리는 작업을 했다.
옮긴이 김수진
이화여자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후 공공기관에서 통번역 활동을 해 왔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네오르네상스가 온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과학 원리로 재밌게 풀어 본 건축물의 구조 이야기》, 《생체리듬의 과학》 등 다수가 있다.
본문 중에서
사피엔스를 가리켜 현생 인류라고 하는 데는 물론 생물학적인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행동 측면에서 이들이 현대적이기 때문이다. 선사시대에 사피엔스가 보인 몇몇 모습에서, 사회는 변했어도 수천 년 전부터 인간성을 공유해 왔다는 확신이 든다. 바로 이런 인간성이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를 이어 주는 다리다.
우리는 이 책에서 선사시대에서 역사시대로 넘어가는 장면들을 설명할 것이다(사피엔스의 기원, 인구 증가의 원동력, 생각 표현 방식, 사피엔스가 일군 최초의 사회 등). 사피엔스의 특성을 간략하게 분석함으로써, 우리 모두의 직계 조상이 지나온 흔적을 따라갈 예정이다._<프롤로그> 중에서
이 막집의 주인은 누구지? 이 작업장은 누가 단독으로 쓰는 건가, 아니면 모두가 공동으로 사용할까? 전체적으로 상당히 질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막집이 사람들을 악천후에서 보호하고, 가정이라는 공간의 경계를 나누고, 가족의 테두리를 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가족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사회적 단위’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이 시기에는 엄밀한 의미의 가족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모든 사람이 모든 일에 다 참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뼈나 돌로 도구와 연장을 만들고, 바이슨 고기를 토막내고, 그 고기와 내장, 가죽을 처리하는 등의 일들 말이다._<3. 무리지어 기후 변화에서 살아남기> 중에서
모든 정황을 보면, 약 10만~4만 년 전 사이의 시기에는 공동체 안에서 평등하게 매장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 후 4만 년 전부터는 같은 문화 전통 안에서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취급되고(누구는 매장되고 누구는 매장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몇몇 무덤에서는 매장된 자의 부가 드러났다.
이것을 보면 정치 차원에서 변화가 일어나 사회 차별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사실을 지적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더 깊이 해석하려 하지 말자. 대신, 사회 차별이 존재했더라도 특별히 어느 한 부류를 희생시켜서 차별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은 명심하자. 또 이런 무덤들 덕분에 수렵채집인 집단의 이동 생활과 영역성 문제도 살펴볼 수 있다. 아주 오래전 몇몇 유적지에 여러 무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하면, 무덤이 더 흩어져 있었던 앞선 시기에 살았던 집단보다 이동을 적게 하는 집단이 이들 유적지에 살았겠다는 생각이 든다._<4. 무덤을 만들고 사후세계를 생각하다> 중에서
사회적 표식이 존재했다는 사실만큼은 명백하다. 몇몇 장신구에서는 오랫동안 사용되었음을 보여 주는 마모 흔적이 발견된다. 이 경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신분을 물려주는 표시로 장신구를 주었을 가능성이 크다.
몸치장은 그 유형에 따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한 사람에게 맞춘 장식이 있고, 물건의 형태로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는 장식도 있다. 정확히 말해, 본체의 일부를 ‘외면화’하기 위해 몸에서 분리할 수 있는 장식이다. 인체의 한 부분을 장신구로 쓰기도 한다. 사람의 치아에 구멍을 뚫어 목걸이의 펜던트처럼 사용한 것은 일종의 유품을 간직한 행위로 보인다._<5. 오늘은 어떤 장신구로 표현할까?> 중에서
신석기 시대는 인류세의 시작점으로 꼽힐 만한 좋은 후보가 틀림없다. 물론 구석기 시대 최고 포식자인 우리 구석기인들이 일찍이 지구의 생태적 균형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다. 물론 몇 세기 전 산업 혁명 때부터 상황이 급격히 악화해서 현재 우리가 ‘쓰레기의 시대’에 빠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대규모 산림 벌채와 대규모 가축 이동의 결과, 목축에 의한 선택이 자연 선택을 대체하여 실제로 중대한 터닝포인트가 된 시기를 지목해야 한다면, 신석기 시대가 1순위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근거로, 우리 인간 종이 인구 차원에서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성과를 올린 것만 평가해도 충분하다. 신석기 시대는 결정적인 ‘한방’으로 인구 폭발에 일조했다. 몇몇 식량자원을 통제하고 새로운 생활 여건을 조성한 덕분에 이 시기부터 출생률이 말 그대로 폭증했다._<7. 신석기, 진정한 사피엔스의 시대로!> 중에서
차례
프롤로그_ 왜 하필 사피엔스일까?
1.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사피엔스까지 따라가 보자
* 공진화란 무엇인가?
2. 사피엔스, 온 지구를 장악하다!
* 사피엔스 vs 네안데르탈인
* 토론: 과거의 사피엔스가 현대의 우리에게 남긴 것들
3. 무리지어 기후 변화에서 살아남기
4. 무덤을 만들고 사후세계를 생각하다
5. 오늘은 어떤 장신구로 표현할까?
6. 전하고 싶은 생각은 동굴 벽에 그려 주세요
* 집단, 정치적으로 조직화되다
7. 신석기, 진정한 사피엔스의 시대로!
에필로그_ 선사시대부터 미래까지, 사피엔스의 끝나지 않은 여정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