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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달면 쩌리쩌려버려 스크랩 흥미돋 신주무원록을 통해 본 조선시대 법의학
물방울 추천 0 조회 1,111 13.09.03 16:35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범인은 누구일까?

 

마을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사체가 발견된 것입니다.

수령이 현장으로 달려가 사체를 확인한 다음 사건을 밝혀내려고 합니다. 

죽은 사람은 이씨 부인으로 최일찬의 전 아내였죠. 심문과정에서 최일찬의 동생 최여찬은 이씨 부인을 구타 살해하였다고 자백하고, 범인으로 몰린 그는 수년간 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인이 구타 살해가 아니라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혹자는 구타가 아닌 중독(中毒)을 의심합니다. 

사건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데...

이씨 부인은 정말 살해당했을까요?

누가 그녀를 살해했을까요? 

 

 

무원록과 신주무원록

 

조선시대에도 살인사건은 종종 일어났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당시 이미 과학수사가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타살이냐 자살이냐, 중독이냐 구타냐, 목 졸려 죽은 경우이냐 스스로 목을 매 죽은 경우이냐를 놓고 고민하며 시신을 검험하는 모습은 과학수사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겠지만 조선시대 때 역시 이것은 범죄현장에서의 꽤 일반적인 모습이었지요. 수사 절차는 과학적이었으며 체계적이었습니다.


당시 과학수사가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무원록』에 있습니다. 

『무원록』은 원나라 학자 왕여가 1308년에 편찬한 법의학 서적으로서 검안을 비롯한 각종 수사기법이 수록되어있습니다. 『무원록』은 여말선초 시기에 조선에 수입되었지만 독해의 어려움 때문에 활용은 미미했습니다. 세종 때 비로소 주석 작업이 이뤄짐에 따라 주석을 달고 음훈을 병기한『신주무원록』을 간행하기에 이릅니다. 이후 신주무원록은 수사 과정에서 표준 지침서로 유용하게 쓰였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증수무원록』, 『증수무원록대전』, 『증수무원록언해』 등으로 더욱 보완됩니다. 현재 『신주무원록』은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으며, 번역본(김호 옮김 『신주무원록』)은 시중 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서울대 규장각 신주무원록 사진  네이버백과사전

 

 

조사과정 및 보고

 

조선 전기 때 무원록은 검시, 그 외 수사절차, 그리고 보고의 ‘표준지침’이었습니다. 무원록에 따라 조사부터 검험까지 모든 과정이 이뤄졌으니 말입니다. 조사 과정을 살펴봅시다. 

 

사건발생합니다.

사건접수

먼저 사건을 접수합니다. 

출발 일시, 검험(檢驗)자, 시체가 있는 장소, 거리를 빠짐없이 기록합니다.

사건 관련자 소집

마을의 주수나 이정은 사건 관계 인물들을 소집합니다.

시신과의 친인척 또는 지인은 시친의 부재를 증명하는 다짐을 합니다.

검험((檢驗)

검시관이 검험을 지휘하고 검험결과를 기록합니다.

 먼저 현장을 묘사하고 시체 상태를 묘사해야 합니다.

이외에 시체 상태를 묘사할 때에는 피부에 상처가 있지는 않은지, 뼈가 부러지지는 않았는지, 상투는 단단한지 풀어졌는지, 손발의 위치는 어떠한지 등 현장과 시체에 대해 기록 후 보고합니다.

 ▼

복검(覆檢)

복검에 대비하여 이정이 시체를 지킵니다.

추가적인 논쟁과 복검에 대한 요청이 없을 때 매장합니다.

그러나 논쟁이 있을 경우에는 구덩이를 마련하여 시체를 안치하고

흙으로 봉토를 만들어 놓습니다.

복검의 경우에도 이상이 없으면 매장합니다.

 

 

다시 이씨 부인 사건으로 돌아와서

 

... 그러던 어느 날, 이씨 부인의 사인이 구타 살해가 아니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혹자는 구타가 아닌 중독(中毒)을 의심한다.


그렇다면 이씨 부인은 정말 살해당했을까요? 『신주무원록』만이 그 답을 알고 있겠지요.

『신주무원록』에서는 이 두 사인(死因)을 어떻게 구분하고 있을까요? 조선시대 때 검험 과정에서는 시체의 안색을 가장 많이 주목합니다. 하지만 안색 이외에도 독살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영화 '혈의 누'의 검시 장면 ⓒ 다음 영화 포토

 

 

* 구타인가, 중독인가의 문제


? 주먹이나 손발 등으로 구타당해 죽은 경우:

"눈과 입이 열려있고, 손과 발이 흐트러져있다."

"심한 경우 상처의 모양과 색이 검붉거나 붉으며 약간 부어오른다."

"보통 검붉거나 부어오르지 않거나, 푸르거나 붉다."

"독사 상흔과 유사하다."


? 독을 먹고 죽은 경우:

"청흑색의 멍이 있다. 구타에 의한 상흔과 유사하다."

"입술이 찢어지고 혀가 문드러지고, 입 안이 검붉거나 검고, 손톱이 푸르다."

"은비녀를 인후에 넣었다가 꺼내어 색이 흰색이면 중독이 아니고, 색이 검은색이면 중독이다."

"시체 목구멍에 집어넣은 백반 한 덩이를 한두 시간 후 목구멍에서 꺼내어 닭에게 먹인다. 이 때 닭이 죽으면 독사다. 이것을 반계법이라고 한다."

"독사를 검험하는 데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에는 더운 기운을 이용한다. 우선 목구멍에 은비녀를 넣고 뜨거운 초와 지게미를 사용하여 하반신을 덮어둔다. 더운 기운이 아래에서 위로 통하면서 독이 입으로 올라가면 은비녀에 흑색이 나타난다." 


? 타인에게 독살된 경우

"입과 눈이 열리고, 전신이 검게 부어오르고, 손톱, 발톱이 검은색이 되고, 피부가 갈라진다."

"죽기 전에 오물을 토하고, 검은 피를 쏟고, 항문이 부어오르거나 대장이 돌출된다."

※왕여 지음 ? 최지운 외 주석 ? 김호 옮김 『신주무원록』, 사계절 461pg

 

비녀 사진. 이 중에서 은비녀는 검시 과정에서 법물로 사용되었다.

법물이란 검시할 때에 사용되는 여러 가지 기물을 의미한다.

www.encyber.com

 

 

과학적 진실만을 추구한다

 

“인간에게 직접 독을 먹여 본 적 있나? 체질, 식습관, 지병을 다 고려한 정확한 치사량…, 모르지?”

 드라마 《싸인》의 대사입니다. 그런데 『신주무원록』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을 전부 고려했다는 사실, 놀랍지 않으십니까?

 

“공복에 독물을 먹는 경우는 복부만 푸르고 팽창하며, 입술과 손톱 ? 발톱은 푸르지 아니하다.”

“배가 부른 후에 독물을 먹은 경우는 입술과 손톱, 발톱만 푸르고 복부는 푸르지 아니하다.”

“허약하거나 늙거나 병이 있는 사람이 독을 먹으면 곧바로 사망한다.”

“술을 마실 때 상반되는 음식을 먹으면 구토하고 피를 쏟아내 쇠약해진다.”

※ 왕여 지음 ? 최지운 외 주석 ? 김호 옮김 『신주무원록』, 사계절, 467pg


 

 그 외에 우리 인체를 위협하는 독극물은 무엇이 있을까요?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분류한 위험 독극물

 

 신주무원록에 나타난 독(毒)

 

 - 일산화탄소: 자동차 배기가스, 담배연기, 석탄 및 석유에 함유되어 배출되기도 한다. 혈중 농도가 50% 내외에 도달하면 사망에 이른다.

 - 청산화물: 금속용접 등에 사용되며, 청산나트륨과 청산칼륨, 청산칼슘 등.

 - 농약: 15mg만 흡수되어도 사망. 치사량 섭취 후 5분에서 40분이 지나면 사망에 이른다.

 - 진정수면 및 불안증 치료제: 수면 또는 안정을 유도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물이다. 중추신경억제제이기 때문에 알콜과의 병용 투여 시 작용이 증강된다. 과량 복용시 과도한 중추신경 억제에 의한 사망한다.

 - 알콜: 혈중 농도 0.4~0.5%가 되면 사망한다. 사망은 치사량 섭취 후 약 30시간 내에 일어난다.

 - 비소: 불용성이며 독성도 약하지만 비소화합물은 매우 유독하다. 급성마비형, 위장형, 아급성 또는 만성형이 있다. 70~200mg 섭취시 콜레라 같은 구토, 설사, 근육경련 등이 나타나며 혼수 후 사망한다. 3~6mg의 양을 장기간 섭취하여도 목, 코, 눈 등의 점막염증이 나타나며 근육약화, 식욕감퇴 등이 나타난다.

 

 

 - 고독: 기생충이나 벌레의 독. 뱀, 지네, 두꺼비 따위의 독이다. 벌레의 독에 죽은 경우 전신 상하, 머리, 가슴이 모두 짙은 푸른색이거나 검은색이고, 입과 항문에서 피를 쏟아낸다.

 - 비상: 비석(砒石)에 열을 가하여 승화시켜 얻은 결정체. 비상이라는 것은 비소(As)와 황(S)의 화합물들인 웅황(As2S3), 계관석(AsS), 독사(FeAsS). 치사량 이상 섭취 후, 구토, 설사 모세혈관 확장, 혈압감소 등이 일어나며, 중추신경기능이 마비돼 1-2시간 내에 사망.

 - 금잠의 독: 금잔고독. 금빛누에에 촉나라 비단을 먹여 그 변을 받아 음식에 두면 독이 된다. 금잔의 독을 맞으면 전신이 황백색이 된다. 은비녀를 인후에 넣으면 누런색이 된다.

 - 술: 술에 중독되어 사망한 경우 배가 부어오르고 간혹 피를 쏟아낸다.

 - 버섯의 독: 피육이 많이 파열되고 혀와 항문이 튀어나오고 몸이 검푸르게 변한다. 입과 코에서 피가 나온다.

 

 

  드라마 별순검의 한 장면

 

 

 

“우리가 마지막이다. 이 사람이 왜 죽었는지 알아낼 수 있는 마지막”

 

《싸인》 중 또 이런 대사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마지막이다. 이 사람이 왜 죽었는지 알아낼 수 있는 마지막.” 

이 대사에서 사인을 규명하려는 법의학자들의 확고한 의지가 드러납니다. 조선시대에는 어떠하였을까요? 법의학서적인 신주무원록은 과학적 지식과 기술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법의학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따라서 신주무원록은 사람이 왜 죽었는지 알아낼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었으며, 원통함과 억울함을 없앨 수 있는 최종 단계의 시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원록의 ‘무원(無?)’은 왕여가 조사 과정에서 원통함을 없게 하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 합니다.

 

이렇게 세종 때 간행된 신주무원록에는 놀라울 정도로 과학적, 분석적, 체계적인 수사방법이 기록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인간애, 사회정의를 실현코자 하는 의지와 정신이 담겨 있는 것이지요.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요즘 우리 사회는 무원록에서 바라고자 했던 억울함 없는 이상적인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중일까요?

 

드라마 별순검의 한 장면

 

 

그렇다면, 과연 이씨 부인의 사인(死因)은?

 

다산의《흠흠신서》의 일화를 보면 사건의 전말은 이러합니다.

 

전라도 장수현에 사는 최일찬의 전 아내 이씨가 음독자살하였다. 이씨 부인은 행동이 음란하여 남편에게 쫓겨났으며 그길로 판아에 소속되어 여종이 되었다. 하루는 자식을 안고 길을 걷다가 남편 집에서 죽기로 작정하고 밤중에 문을 두드렸다. 전남편 최일찬은 이씨를 때려 쫓아내고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최일찬의 동생 최여찬이 옛 정을 생각하여 집에 들였다. 그런데 마음이 울적했던 이씨가 새벽 삼경(12-2사이)에 독을 마시고 자살한 것이다. 이에 동생 최여찬은 형 최일찬이 이씨를 죽인 범인으로 몰리게 될 것을 우려하여 자신이 형수 이씨를 구타 살해하였다고 진술하고 아내 신씨에게 위증하도록 사주하였다. 결국 범인으로 몰린 최여찬은 사건이 종결되지 않은 채 수년간 옥살이의 고통을 감수하게 되었다. 후일 본 사건의 내막이 밝혀지고 최여찬은 풀려났지만 위증하여 법정을 어지럽힌 신씨는 남편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죄목까지 더해 사형에 처해졌다.

《흠흠신서》가운데

※김호(2006),『원통함을 없게 하라』,프로네시스 92-93pg



- 참고문헌 및 인터넷 자료 - 

왕여 지음 ? 최지운 외 주석 ? 김호 옮김 『신주무원록』, 사계절

김호(2006), 『원통함을 없게 하라』, 프로네시스,

이종호(2011), 조선의 과학수사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문화재청 문화재사랑

이상기(2011), 드라마 ‘싸인’의 안티몬보다 위험한 건 천연 독?, 한겨레 과학향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위험물상식 http://www.nisi.go.kr:8080/danger.action

닥터코리아 의학건강 독극물 http://duser.doctorkorea.com/healthfile/index_in.asp?ck2_num=1&cl_num=1&mc_id=53

한국전통지식 포탈 http://www.koreantk.com/JZ0100.jsp

네이버용어사전 http://medic.naver.com/medicine_detail.php?uid=01_0077

 

 

 

 

▲제3기 문화재청 대학생 블로그기자단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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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09.03 16:40

    첫댓글 신씨 좀 불쌍...ㅜㅜ

  • 13.09.03 16:41

    법전공 여시는 신나게 읽어 내려가다가 결국 범인으로 거짓자백한 자의 부인이 사형에 처해졌다는 말 듣고는 저때가 조선시대임을 깨닫습니다ㅎ...ㅎㅎ 남편뜻에 거역도 못하고 방조했을뿐인데ㅜㅜ 사형이라니!사형이라니!

  • ㅠㅠ불쌍해!!

  • 13.09.03 16:43

    부인이 불쌍해.//

  • 13.09.03 16:46

    고전판 그알같당...

  • 별순검 검색하다 보고갑니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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