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을 곳
김 준 현
나와 활자들은 종이의 흉터입니다 종이의 뒷면이 얼굴이라면 내가 사는 집 벽 모든 얼룩의 전생은 벌레라고 믿습니까? 믿습니다 날갯짓을 멈추기를 앉은 곳이 무덤이기를 생각하면 나는 너무 오래 앉아 있는 걸까요? 함께 무덤을 나눠 가지는 벽과 손바닥은 산산조각이 난 전생을 드러내고 금이 깊을수록 오래 산다는 점쟁이의 말과 믿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를테면 모기의 흔적이 모기보다 오래 남아 있는 거, 나는 팔뚝에서 몇 개의 가려운 사랑을 발견하고 나는 참을 수 없는 것과 참이 되는 것을 참으로 믿어요 모기는 태어나 울지 않아도 날갯짓 소리가 더 크다는 거, 일종의 기도입니다 두 손을 맞춰 보면 그 안에 죽음이 들어갈 자리쯤은 있을 테니 같은 규격의 페이지들이 종교가 되거나 배달 음식 전단지가 되거나 한 사람의 시집이 된다는 거, 그 안에서 몇 번의 죽음을 전생으로 둔 활자들이 살아 있는 척하고 있는지
- 시집〈흰 글씨로 쓰는 것〉민음사
흰 글씨로 쓰는 것 - 예스24
‘사랑하지 않음’으로 쓰는 사랑의 속성‘흰 글씨’로 쓰는 감각의 순례인간 너머의 세계에서 인간성을 사유하는 철학적이고 감각적인 시 세계로 주목받은 신예 시인 김준현의 첫 시집 『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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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시집 〈흰 글씨로 쓰는 것〉 민음사 /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