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또다시 NLL 재설정을 요구하며 상투적인 공갈 협박으로 서해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세계경제가 침체되고 정부가 경제회생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때에 찬물을 뿌리려는 수작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저들의 무모한 도발과 협박에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추위와 거친 파도 속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해상 경계에 여념이 없는 해군 장병이 있어 안심이다.지난 16일 국방부장관은 NLL 문제와 관련하여 현장지휘관에게 많은 지휘권을 위임한다고 하였다. 옳은 말이다. 서해바다를 지키는 함장들과 일선 지휘관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조치다. 2002년에 발생한 제2연평 해전의 교훈 중 하나는 우리 해군이 PKM-357을 불시에 기습하고 유유히 북상하는 적 함정에 대해 즉각적인 응징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우가 적의 포탄을 맞아 죽어가고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 누구한테 허락을 받고 조치한단 말인가. 인근의 우군 함정들과 연평도 백령도의 육상 포와 미사일 기지에서는 응분의 조처를 해야 했다. 그것은 국방부장관이나 합참의장으로부터 지시받을 일이 아니다. 현장 지휘관의 즉각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어찌하오리까 하고 상부의 허락을 묻는 지휘관이 가장 무능한 지휘관이다.
2차 대전 시 미국 해군은 일본과의 모든 해전에 앞서 워 게임(모의 전쟁연습)을 실시하였다. 미 해군은 예상 가능한 모든 상황을 사전에 연습하여 태평양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일본의 가미카제 육탄 공격이었다. 죽기를 각오하고 미국 함정으로 벌떼같이 달려드는 일본 해군기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다.
제2차 연평해전 당시에도 NLL 남하를 저지하는 우리 함정에 근거리에서 기습한 북한의 도발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2차 연평해전 이후 우리 해군은 과거의 고속정보다 성능이 월등히 뛰어난 윤영하함을 전진 배치하였다. 또 후속함들이 더 많이 전개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미카제 식 공격을 포함한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전준비와 지휘관의 건전한 판단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지휘관이 판단한 한 방의 총성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NLL은 우리의 생명선이며 영해와 같다. 단 1㎝도 양보할 수 없는 선이다.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 그러나 지상의 휴전선과 달리 바다에는 가시적인 경계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 현역시절 전투함 함장을 하면서 민간인들을 태우고 NLL 근해 항해 시 경계선이 어디냐고 묻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해상경계가 바다 위에 말뚝이라도 박아 놓은 줄 아는 모양이다. 바다에서의 1~2km는 육상에서와 같이 명확하지 않다.
안개가 끼어 있고 파도가 치며 중국 어선이 몰려 있으면 구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지휘관은 북한의 NLL 도발에 대하여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한다. 저들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되 현명해야 한다.
이제 3월이면 또다시 연평도 근해에 꽃게 어장이 형성된다. 그동안 겨우내 준비한 워 게임과 작전지침을 다시 한번 숙지하고 북한의 해상도발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할 것을 기대한다. 전우가 사수한 NLL을 반드시 지킨다는 해군 장병이 있는 한 우리 국민은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새봄을 맞아 지금 이 순간에도 바다를 지키고 있는 늠름한 해군 장병이 자랑스럽다.
입력 : 2009.02.18 23:00 / 수정 : 2009.02.20 09:33
[위 글은 2월19일자 [조선일보]에 올려져 있는 기고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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