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우리 집처럼 두 딸을 키우는 집들의 경우 상당히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 같다. 우리 공주들도 자라면서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려고만 하고 자르지는 않으려 한다. 그래서 긴 머리카락을 늘 묶고 다닌다. 그렇게 어느 순간 사춘기가 왔고 조금씩 더 깔끔을 떨기도 하면서 머리카락을 수시로 빗는다. 매일 머리를 감고 아침과 저녁으로 머리를 빗는데, 어떤 때는 수시로 머리를 빗어야 하기에 빗을 손에서 놓지 않는 날도 가끔 있다.
지금 두 공주는(긴 머리카락 소유자들, 아내까지 포함시 3명) 빗을 들고 집 이곳저곳을 왔다갔다하며 머리카락을 마구마구 날리며 다니고 있다.~~^^ 그러면 아내와 난 그걸 치우기 바쁘다. 그러다가 갑자기 애들에게 말을 한다. “민경채(민경이 민채를 같이 부를 때 하는 말) 둘 다 이리로 와~. 거실에 이게 뭐야~ 머리를 말리고 빗은 다음에는 반드시 주변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야지~, 너희들이 보기에도 너희들이 흘린 머리카락이 너무 지저분하지?” 민경채는 동시에 대답한다. “응~ 아빠 다음에는 잘 정리할게~” 정확히 여기까지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며칠단위로 계속 반복하고 있다. 그러다가 어떤 때는 애들에게 숙제를 내기도 한다. “하루에 머리카락 10개씩 테이프에 붙여서 검사 받아~” 하지만 나도 숙제검사를 잊어버리고 애들은 숙제 자체를 금새 잊어버린다. 한편으로는 매일 숙제검사를 하는 것보다 내가 직접 하면 조금 더 시간이 절약되고, 매일 숙제검사를 하는 것도 여사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숙제는 내게도 애들에게도 그냥 하루살이와 같은 숙제일 뿐이다.
이처럼 애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하지만 상황은 늘 다람쥐 챗바퀴 돌 듯 할 뿐이다. 머리카락이 여기저기 눈에 보이면 수시로 애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또 다짐을 받지만 정말 그 때 뿐이다. 그러면 남은 정리는 아내와 나의 몫이다. 그리고 이것을 빨리 정리하는 방법은 제목처럼 머리카락이 여기저기 있으면 한곳으로 모아서 검지손가락으로 태풍이 돌듯이 돌돌 말아 돌리면 약간 뭉쳐지고 그러면 주워서 버리기가 쉬워진다. 어느 순간에는 머리카락이 눈에 보이면 자동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 수시로 테이프로도 붙여 보고 하지만 많은 양을 바로바로 모아서 버리기에는 검지손가락 돌리는 것 만한 것이 없다. 무협지 버전으로 이야기를 하면 어느 순간 난 ‘검지손가락 돌리는 신공’을 익힌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여자들은 좀 억울할 수도 있다.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은 머리카락이 길고 하나가 떨어져서 거실 바닥에 있어도 더 잘 보이는 것일 뿐, 떨어진 머리카락을 자세히 보면 짧은 내 머리카락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 잘 보이지 않아서 애들에게 “아빠는 왜 아빠 머리카락 안 치워~”라는 말을 듣지 않을 뿐인 것이다.
난 아빠로서 애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애들이 어릴 때도 머리카락이 많이 떨어졌지만 어렸기에 당연히 우리부부가 치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라면서 스스로 치우는 것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만든 문제는 누가 이야기하기 전에 스스로 정리를 해야만 한다. 어쩌면 이건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이기도 하다. 당연히 부모님이 치워주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단순한 것이지만 결국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생각해서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것도 그런 것 중 하나다. 이런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만큼 점점 더 어른에 가까워지고 훌륭하게 독립해 나가는 밑바탕이 된다. 그걸 알기에 우리는 계속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고 스스로 깨닫도록 노력할 뿐인 것이다. 그리고 가끔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바로 치우지 않고 일부러 애들에게 치워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직접 해보면 애들도 뭔가 조금 더 느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떤 한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면 그 숫자만큼이나 참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그 속을 자세히 보면 비슷한 부분도 많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누나에게 하던 잔소리를 지금 내가 애들에게 하고 있으니 30년이 지나도 이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 때도 어머님은 누나가 머리카락을 치우지 않는다고 조용히 “머리카락 치워”라는 말씀을 하시다가 어느 순간에는 화를 내서 말씀하시기도 했는데, 지금은 내가 그걸 반복하고 있다. 이런 생각에 잠겨 또 웃어본다. 그리고 그 때 어머님이 하셨던 것처럼 같은 말을 지금은 내가 한다. “민경채~ 거실바닥에 있는 너희들 머리카락 수시로 좀 치워~”
첫댓글 그러네요. 저도 딸둘이라 공감가네요. 지들 방에서만 머리 빗어서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아이들과 집에서 일어나는 디테일 한 부분은
어느 집이나 비슷할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