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고밀도지구, 재건축ㆍ리모델링 저울질

[이명필]

8만4000여가구에 달하는 서울시내 고밀도지구 아파트들이 재건축과 리모델링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서초·반포 고밀도지구 기본용적률이 지난 25일 230%로 확정됐다. 이는 앞으로 서울 고밀도지구 재건축 기본용적률로 일반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용적률은 사업성에서 쉽게 한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중간지대이기 때문.

용적률 결정이 늦어지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업계와 주민들은 어느 쪽의 사업성이 나은지 저울질에 들어갔다.

기본용적률이 당초(220%)보다 10%포인트 올랐고 중소형 평형 의무비율제 등의 규제도 덜해 고밀도지구 재건축 사업성이 나아졌지만 리모델링 또한 공사비 등에서 매력적이다.

용적률이 정해졌기 때문에 개별 단지의 특성에 따라 사업성이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재건축 규제 피할 수 있다=용적률 상향 결정에 대해 업계와 주민들은 “재건축할 만하다”는 반응이다. 서초지구의 한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포기’에서 ‘추진’으로 돌아설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인스랜드컨설팅 백준 사장은 “용적률이 높아져 가구별로 2000만∼3000만원의 추가비용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용적률은 추가로 받아낼 수 있다. 서울시는 땅 일부를 도로 등 공공시설 부지로 내놓는 만큼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기부채납 정도에 따라 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선인 250%를 넘겨 용적률을 높일 수 있지만 기부채납에 한계가 있어 250%를 초과하는 단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밀도지구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대부분 사업 초기여서 해당되는 규제가 많지만 피할 여지도 있다. 같은 평형으로 재건축하면 중소형 평형의무건설 비율을 적용받지 않는다.

늘어나는 가구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로 지으면 된다. 많지 않더라도 일반분양을 통해 사업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기존 평형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재건축이 진행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내년 시행 예정인 개발이익환수제도 벗어날 수 있다. 정부는 용적률 상승폭이 크지 않으면 환수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는데 용적률 170∼190%인 고밀도지구 단지들의 늘어나는 용적률은 30∼40% 정도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익환수제를 적용하지 않을 용적률 상승폭 기준은 시행령에서 정할 계획”이라며 “용적률이 10∼20% 늘어나는 데에 환수제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30∼40%라면 기준으로 검토대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집 넓히기는 리모델링이 유리=고밀도지구 단지들이 살던 집을 넓히는 면에선 리모델링이 낫다. 공사비·공사기간 등에서도 유리하다. 강남지역에서 추정되는 평당 공사비는 재건축 400만원, 리모델링 320만원 가량이다. 완공까지 리모델링은 2년 정도면 되지만 재건축은 4∼5년 걸린다.

재건축은 허용연한 규정 때문에 지은지 20년이 지났더라도 추가로 몇 년 더 있어야 가능하다. 1984년 준공 단지는 2010년이 돼야 추진할 수 있다.

이런 반면 수리에 그치지 않고 완전히 새로 짓는 재건축이 주거환경 개선에서 훨씬 효과적이어서 재건축 관심은 규제 강화에도 쉽사리 줄지 않는다. 서초구 잠원동 에덴공인 정영숙 사장은 “주민들이 리모델링을 재건축의 대안 정도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사업성이 우위를 판가름하는 데는 대지 규모가 관건. 땅이 넓으면 기부채납으로 받는 인센티브 용적률이 많기 때문에 재건축이 유리한 편이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일반분양분이 늘어난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늘어나는 용적률이 높지 않으면 부대시설을 짓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자기 돈으로 새로 짓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리모델링이 낫다”고 말했다. 용산구 로얄·서초구 신반포 25차 등 고밀도 아파트 가운데 일찌감치 리모델링으로 돌아선 단지는 대부분 300가구 미만의 소규모다.

서울시는 이번 서초·반포지구 개발기본계획 확정 때 층높이제한은 두지 않았다. 큰 도로에 붙은 단지가 사선(斜線)제한이 덜해 높은 층까지 지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한 단지는 층고 제한으로 가능한 용적률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할 수 있다.

고밀도지구 단지들은 주로 30평형대 이상 중대형 평형인데 평형 구성에서 30평형대가 많으면 리모델링이, 대형 평형 위주이면 재건축으로 기울 것이다. 30평형대가 리모델링으로 전용면적의 30%까지(최고 9평까지) 증축할 수 있다. 대형평형은 증축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

한강조망권·역세권 등 입지여건도 가늠자다. 재건축으로 단지배치·설계를 다시 하면 입지여건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서초구 신반포5차처럼 한강조망권이 나오는 단지는 용적률이 별로 늘어나지 않더라도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을 통해 재산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초·반포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고밀도지구 개발기본계획은 내년 상반기에 결정될 전망이다.

◆고밀도지구란=서울시가 1970년대 후반부터 아파트지구로 지정해 아파트촌으로 개발한 곳. 10∼15층 정도의 중층이다. 5층 정도의 저층 단지들로 이뤄진 저밀도지구와 구분해 고밀도지구로 불린다. 13개지구 141개단지 8만4000여가구다.

한편 이미 기본계획인 확정된 잠실 등 저밀도지구의 용적률은 이번 고밀도지구 용적률 상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지구단위계획에서 평균 용적률 200%로 결정된 고덕·개포지구는 용적률 배분을 앞두고 주민들의 용적률 상향 요구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서울 고밀도지구아파트 어디 있나
지역	지구	해당 아파트
강남	청담·도곡	청담한양，삼익，석탑，푸른솔진흥，한솔，상아2차，삼성월드，서광，현대，성보， 역삼현대，동부해오름，개나리，은하수，대림역삼，진달래
	압구정	미성1·2차，신현대，현대，신사현대，신성，현대8차，한양1·2단지，한양8차， 한양3단지
서초	반포	잠원대림，신반포4·5·6·16·19∼21·23·25∼27차，한신4·5지구，현대，강변，한강，잠원한신，잠원훼미리，한신로얄，한신2·14차，녹원한신，반포경남，미주，잠원동아，중앙하이츠，반포한양，반포우성，신반포3지구，한신타운，한신타워，킴스빌리지，잠원현대훼미리，잠원신화，청구，블루힐하우스，대우，한신그린
	서초	우성1∼3차，신동아，무지개，우성5차，삼익건설，삼풍，삼호，삼익，진흥，세종， 삼호가든1∼5차，서초한양，반포현대，서초가든삼성스위트，서초4차（현대）
	이수	방배신삼호，방배삼호，방배궁전
송파	잠실	잠실주공5단지，신천동장미1∼3차，미성，진주，크로바，풍납동우성
	가락	한양1·2차
	아시아선수촌	아시아선수촌
용산	서빙고	신동아，그린파크，한강맨션，로얄，리바뷰，정우，코스모스，점보，렉스，왕궁，현대，미주Ａ·Ｂ，장미，한강제일，수정，반도，삼익，한강，한가람，이촌，한강대우
	이촌	증산，강변，강서，타워，동부，이촌대림，이촌우성，그린
	원효	산호
강동	암사·명일	삼익그린1·2차
영등포	여의도	광장，미성，목화，삼부，수정，한양，대교，장미，시범，삼익，화랑，은하
자료：서울시

재건축·리모델링으로 갈라진 고밀도지구
지역	아파트이름	평형	가구수	준공년도	사업단계	시공사（예정）
재건축 추진 주요 단지
강남구 청담동	한양	18∼32	672	1980	조합설립인가	ＬＧ건설
	삼익	35∼54	888	1980	조합설립인가	롯데건설
서초구 잠원동	한신2차	22∼50	1572	1978	정밀안전진단	롯데건설
	신반포4차	33∼52	1212	1978	정밀안전진단	대림산업
	신반포5차	33，35	555	1980	조합설립인가	대림산업
	신반포6차	35	560	1978	조합설립인가	두산산업개발
서초구 반포동	미주	28，38	280	1979	사업시행인가	삼성물산
	한양	35∼52	456	1982	조합설립인가	현대산업개발
서초구 서초동	우성1차	33∼65	786	1979	정밀안전진단	삼성물산
	삼익	33∼54	228	1978	조합설립인가	롯데건설
	삼호	29∼47	1015	1979	조합설립인가	금강종합건설·삼성물산
	신동아1차	25∼52	893	1978	정밀안전진단	ＬＧ건설
	세종	34，35	60	1982	조합설립인가	두산산업개발
	신동아2차	48，55	104	1978	정밀안전진단	ＬＧ건설
용산구 이촌동	삼익	35∼49	252	1979	조합설립인가	대림산업
리모델링 추진 주요 단지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1차	34∼58	322	1982	우선협상시공사 선정	ＬＧ건설
	한양1차	20∼51	936	1977	우선협상시공사 선정	삼성물산·포스코건설
서초구 방배동	궁전	27∼46	216	1977	행위허가 신청	쌍용건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5차	35，39	169	1984	시공사 선정	현대산업개발
	신반포21차	40，45	108	1984	우선협상시공사 선정	ＬＧ건설
용산구 이촌동	로얄	47，57	47	1971	착공	대림산업
	리바뷰	12∼51	56	1971	주민동의 중	삼성물산
	점보	60，73	144	1974	우선협상시공사 선정	대림산업
	현대	32∼57	653	1974	시공사 선정	현대건설
자료：중앙일보조인스랜드·부동산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