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골퍼 안신애의 초미니 스커트 논란
“패션도 선수의 권리” vs “지나친 상품화 우려”

사진 1 : 미니스커트 큐롯 차림의 안신애가 5일 열린 KLPGA 투어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3라운드 첫 홀에서 티샷한 뒤 페어웨이로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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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뻤다. 보기 좋았다.” vs “아니다. 볼썽사나웠다.”
미녀 골퍼의 옷차림이 새삼 화제다. 지난 5일 끝난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초미니 스커트를 입고 나온 안신애(23·우리투자증권)가 중심에 있다. 안신애는 대회 마지막 날 큐롯 스커트(culotte skirt)를 입고 나왔다. 그 스커트의 길이가 너무 짧은 게 논란이 됐다. 키 1m65㎝ 안신애의 늘씬한 각선미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삼촌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부정적인 여론도 많았다. 골프 선수의 의상으로는 적절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강춘자 수석부회장은 최근 사석에서 “(안)신애 때문에 10통 이상의 전화를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통화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격려나 응원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강 수석부회장은 “참, 뭐라고 답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더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사실 안신애가 착용했던 스커트는 일반적인 스커트가 아니다. 큐롯이다. 원래 프랑스어로 착 들러붙는 반바지를 뜻했다. 그러나 영어권에서는 흔히 여성 스포츠용으로 길이가 짧고 품이 넉넉한 바지 모양의 옷을 지칭한다. 스커트인데 속바지가 있는 일명 ‘치마바지’다. 여성스러움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옷으로 여자 테니스 선수와 여자 골프 선수들이 즐겨 입는다.

사진 2 : LPGA 소속 미국의 내털리 걸비스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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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롯을 즐겨 입는 선수들은 “바지 형태로 속옷이 드러나는 옷차림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주장한다. 안신애는 “내 옷차림에 대한 컴플레인이 제기된 것은 기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파장이 클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적잖게 당혹스러워했다.
안신애의 의상 논란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프로 선수는 개인 기업이다. 특히 골프는 더 그렇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아야 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호기심만 자극하는 수준의 옷차림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선수가 그만 한 실력을 겸비했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스포츠심리학 박사인 조수경(조수경스포츠심리연구소) 소장은 “프로 선수는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직업인이다. 그 때문에 자신을 어필하지 않으려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그것은 선수의 개성이고 권리로 봐야 한다”고 했다. 조 소장은 이어 “선수의 개성과 이를 바라보는 팬의 개성이 일치하면 좋은 평가가 내려질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누구나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선수도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행동양식을 ‘개성’이라는 수단을 통해 표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프로스포츠는 개성이 뚜렷한 선수들이 모이고 어울리면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창출할 때 파이가 더욱 커지게 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비슷한 논란을 일으켰던 두 선수가 있다. ‘바비인형’ 내털리 걸비스(30·미국·1m77㎝)와 ‘섹시스타’ 산드라 갈(28·독일·1m83㎝)이다. 걸비스는 해마다 비키니 차림으로 찍은 사진으로 달력을 제작해 판매했고, 갈은 2009년 미국 ESPN 매거진 스포츠 스타 특집판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누드로 나서 화제를 뿌렸다. 이 때문에 모델 뺨치는 몸매를 자랑하는 걸비스와 갈은 패션에만 신경 쓴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두 선수에게는 ‘골프의 쿠르니코바’라는 오명도 따라다녔다. 영화배우 같은 뛰어난 외모로 수많은 팬들을 테니스 경기장으로 이끌었지만 정작 우승컵이 없었던 여자 테니스 스타 쿠르니코바(러시아)에 빗댄 것이다. 선수들의 거부감은 더 크다. 몇몇 선수들은 “걸비스와 갈은 실력이 아닌 예쁜 얼굴과 몸매로 버티고 있다”고 비아냥댔다. 또 “실력으로 승부하라”고 노골적인 반감도 드러냈다.
그러나 걸비스는 2007년 에비앙 마스터스(올해부터 메이저 대회로 승격)에서, 갈은 2011년 KIA 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실력으로 재평가를 받았다. LPGA는 갤러리를 사로잡는 두 선수의 매력에 주목하고 있다. 걸비스는 투어 우승이 늦었지만 1998년에는 US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 메달을 차지한 실력파다. 2001년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공동 3위로 통과했다. 갈은 머리가 비상하다. 2004년 골프 장학생으로 미국 플로리다대학에 입학해 광고학을 전공했고 2008년 우등생으로 졸업했다. 5개 국어를 구사한다. 골프 외에도 발레·바이올린·연극에도 재능이 많은 팔방미인이다. 갈의 애장품 1호는 ‘은색 발레리나복’이다.
안신애도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재원이다. 뉴질랜드에서 주니어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영어를 잘한다. 지금은 건국대 골프지도학과에 재학 중이다. 통산 2승을 거뒀고 준우승도 네 차례나 했다. 2010년 KLPGA 투어에서 상금랭킹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올 시즌에는 5개 대회에 출전해 모두 컷을 통과했고 시즌 상금 누계 4800만원으로 랭킹 10위에 올라있다. 드라이브샷의 평균 거리는 263.8야드에 이르는 장타자다. 평균 퍼트 수는 28.40으로 1위다. 미모만큼 실력도 따라주는 선수다.
안신애의 골프의상을 후원하는 르꼬끄골프 민세중 상무는 “패션도 실력이다. 프로라면 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개인 종목인 골프에서 패션은 팬들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걸 잘하는 프로가 진정한 프로”라고 말했다. 민 상무는 또 “선수가 그날 입고 싶은 색상이나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입게 되면 전반적으로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2011년 일본 골프다이제스트지는 안신애를 포함해 ‘한국여자골프 미녀스타 베스트11’를 선정해 소개하면서 “실력은 물론이고 미모와 패션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여자 선수 옷차림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이 여전히 더 많다. 골프를 지나치게 상품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 강사인 김정효(체육철학) 박사는 “골프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스포츠다. 안신애 선수의 옷차림을 놓고 부정적인 여론이 나왔다면 ‘그것은 골프의 전통적인 가치가 훼손됐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보수적 성향의 골프와 진보적인 의상이 서로 충돌했다는 얘기다. 반면 조수경 박사는 “그 종목의 룰을 지켰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선수의 개성은 존중돼야 한다. 옳고 그름의 중심은 선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신애는 “현대 골프에서는 옷차림이 간편화됐지만 과거 골프 의상은 지금보다 화려했다. 남자들도 스타킹에 니커보커 차림이었다. 이제 골프의 옷차림도 더 세련되고 젊어져야 한다. 젊은 골프 인구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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