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들의 따스한 연대를 누구나가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없는 사람들끼리 돕고 살아야죠” 같은 대사를 실생활에서도, 허구에서도 수시로 들었다. “우리 같은 서민들”은 많은 문장의 주어로 곳곳에서 발화됐고,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 같은 위대한 인문정신도 저잣거리에서 빈번히 설파됐다. 이제는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피식 웃음이 나는, 풍속극에나 등장할 법한 사어(死語)들이지만, 말로라도 그러던 시절이 어쨌든 있기는 했다.
강한 것은 아름답고, 약한 것은 추하다는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를 우리는 너무도 성실하게 내면화했다.약한 것은 딱하고 가여운 것이 아니라 못나고 혐오스러운 것이어서, 이제 약자조차도 약자의 마인드 따위는 필사적으로 가지려 하지 않는다.
미시권력의 끊임없는 비교우위를 통해 약자가 약자를 혐오하는 동안, 강자들의 거악은 쉬이 잊혀졌다. 강자들의 태평성대를 만들어준 건 그러니까 바로 우리 약자들이다. 아마 지그시 웃고들 있었겠지. 강한 것은 아름답고, 약한 것은 추한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것이 아름다운 것이고, 추한 것이 추한 것이다. 그게 누구든, 약자를 돕는 자가 아름답고, 약자를 혐오하는 자가 추한 것이다. 이미 늦어버렸다는 생각이 사실은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이들에게라도 가르치는 수밖에.
첫댓글 와 너무좋다 진짜 이시대정신을 뚫어버리는 칼럼이다..책좀 읽어야겠다
너무 좋은 글이야
클다 희한하네 슬프다고 했는데 왜 규제함?
잘 읽히는데다가 진짜 좋은 글이야.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서 더러워도 꼴등만 면하면 되는 세상이 돼버렸어
좋은 글이다... 이 그악스러운 비극의 끝이 있길
요즘 진심 절실히 체감하고있는 문제의식이다…세상이 천박해지는거지 뭐 이게
지금 정치판이네.. 현 우리들 모습이기도 하고
여시에서도 자주 봄 ㅠ 특히 같은 노동자들끼리 서로 혐오하는게 심한듯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