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군 수비면을 지나니 친구 생각이 난다. 친구의 시댁이 수비면인데 이 산골에서 박사님이 나오셨단 말인가? 안그래도 다음 주말에 만나기로 했는데 문자를 보냈다.
나는 시골마을을 가면 읍내 풍경이 늘 재밌다. 다음에 각 읍내의 사진들을 한 번 모아보면 어떨까 싶다. 제일 많은 것이 다방이다. 농기구 수리점, 식육점, 우체국, 약방(약국보다는 약방이 어울린다.), 구멍가게,방앗간.....
이 곳에서 사진을 찍느라고 서성대는데 남편이 왠 아줌와 인사를 나눈다. 우리 동네 복사집 아줌마라고 한다. 타향에선 동네 개를 만나도 반갑다더니 이 곳에서 만난 동네사람이 더 없이 가깝게 느껴진다.
자그마한 집들 정류장이 정겨워 보인다. 고추밭에서 김을 매다 아저씨들 다방에 들러 커피 한 잔 하고 하루 피로를 왁자한 이야기로 풀고 가겠지? '전원일기'의 일용이나 응삼이 아저씨가 이 곳에서 불쑥 나타날 것만 같다. 길목에 서 있는 순경아저씨에게 길을 물어보는데 '영남이'가 생각나는 것은 '전원일기'가 우리에게 오래 머물렀던 탓이리라.
함석지붕, 미닫이 유리문. 어쩌면 내 어린날 동네에 온 듯도 하다. 단발머리 계집아이가 동생들 손을 잡고 저 길에 멀뚱히 서 있는 환영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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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풍경화처럼 원문보기 글쓴이: agenes
첫댓글 아! 멋진 단어! 읍내....제가 살고있는 곳이 첸뜨로인데 지금까지 시내라고했었는데 읍내라고하는 것이 딱 좋겠군요.
순경아저씨를 만나 길을 물었는데 너무 순하고 젊고 잘생기셨더라구요. 더군다나 친절하고. 길에서 만난 한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그 도시의 이미지로 연결되는것 같았어요. 그래도 이태리에선 읍내 보다 첸뜨로가 어울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