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한 손길로 침(針)을 옮긴다. 침놓는 이의 마음이 밴 걸까 따끔한 침이건만 자상하게만 느껴진다. 이 따듯한 손길은 바로 14일 저녁 선부동성가정본당(주임 인진교 신부)을 찾은 한의사 이재환(58) 원장의 손길이다.
미사가 끝나고 성당 1층에 마련된 임시진료소에 어르신들이 한 분, 두 분 모여들자 어느새 진료소는 사랑방으로 변했다. 관절이 아프신 분, 불면증에 두통과 소화불량으로 삶에 의욕을 잃은 분, 건강보조식품을 먹는데도 늘 몸이 무겁기만 한 분. 오시는 분들마다 증상도 가지가지다. 이 원장은 여러 가지 증상에 하나하나 상담해주고 진맥을 본다. 이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마치 진료가 아니라 반가운 벗을 만난 기분이다. 어르신들은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 시간가는 줄도 모른 채 진료를 받는다.
이 원장이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진료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부터다. 지역에 위치한 8개의 경로당을 차례로 방문해왔지만 2개월에 1회 가량 밖에 진료를 할 수 없어 치료효과가 미비한 점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러다 방문한 곳이 바로 선부동성가정본당이다. 어르신을 위한 무료급식소 ‘사랑나눔터’를 운영해온 본당은 지역 어르신들이 모이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앞으로 이 원장은 매주 화요일 선부동성가정성당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진료를 해나가며 무료진료를 통해 진료기록부에 기록된 어르신들에게는 한의원 내원진료에도 혜택을 줄 계획이다.
이 원장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야 주변이 보이고 이웃이 눈에 들어온다”며 “본당 어르신들과 지역 어르신들이 선부동성가정성당에서 함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댓글
검색 옵션 선택상자
댓글내용선택됨
옵션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