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9월 11일 탈냉전시대 미국의 경제력을 상징하던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한 순간 잿더미로 변화하여 수 많은 인명을 하루 아침에 잃게 한 가슴 아픈 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단 몇 분 만에 사라진 생명에 대해 애도하며 절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희생자들은 이 지구상에 나와 함께 살아오던 한 존엄한 생명이었으며 어느 누구도 그들의 존엄한 생명을 앗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들은 나도 나의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또한 나와 나의 가족, 나의 친구들일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일은 미국의 부당함에 대한 보복이라는 미명 하에 그들은 희생되었고 싸늘한 주검으로 그들과 그들의 가족과 친구에게 돌아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 일은 특정인에 대한 원한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 대한 범행이라는 위협으로 우리의 안위(安慰)를 더욱 위태하게 만들었습니다.
미국은 이에 분개하여 즉시 아프간 공격에 나섰습니다. 테러에 대한 대응이란 명목 하에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아프간공격은 무고한 난민학살과 주변국가의 초토화라는 상태와 함께 단순한 테러의 대응 차원을 넘어선‘피에 대한 피의 응징’으로 밖엔 해석되고 있지 않습니다. 아직도 동해보복형(同害報復刑) 고대 함무라비법전을 맹신하는 듯한 부시의 졸속행정에 대한 분개가 세계 전역에 일렁이고 있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약소국에 주둔한 자국병의 만행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단지 사과의 뜻을 전해줄 것만을 지시’한 그의 태도가 과연 응당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절대로 부시가 처하는 듯한 동해보복형(同害報復刑)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영토 안에서 벌어진 ‘미군장갑차사건’의 분노는 ‘911테러’가 미국민과 전세계인에게 안겨준 극악무도한 살상에 대한 분노와 별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격분하는 것입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대한민국이라는 약소국에서 벌어진 만행과 대미제국이라는 세계 경제권을 주도하는 강대국에서 벌어진 만행의 차이일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그들에게 처참한 주검으로 돌아온 어린 소녀들에 대한 응징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손에 무참히 짓밟힌 한 여린 생명의 존엄과 한 주권국가의 권리를 찾고자 하는 것입니다. 사건의 주범이 치외법권을 인정 받는다고 하여 대한민국이라는 주권국에서 벌인 범죄를-그들은 무죄라 주장하지만- 그저 묵묵히 받아들일 수 만은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공무 중 발생한 사건에 관해 본국이 아닌 사건 발생 당국에서 형사관할권까지 인수해 사건당사자를 법의 심판대에 앉힐 수는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떤 한 기자의 말을 여러분에게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아이가 이웃집에 들어와 장독을 깨고 난동을 피웠다. 그런데 이웃집 부모가 애가 잘못을 했는지 알아보겠다며 그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얼마 후 그 부모가 우리 아이는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제 글이 감정적으로 치우쳐 분노의 격한 감정을 표현하였지만 지금 격분하는 이유는 한 여린 생명을 무참히 짓밟은 만행 때문이며 외교협정을 이유로 주권을 행사 할 수 없는 이 상황의 안타까움 때문입니다. 또한 힘의 논리에 의해 사람의 생명까지 좌지우지되는 것 같은 분한 마음을 달랠 길 없습니다. 우리는 미국의 식민지도 반(半)주권국가도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무참히 죽어간 여린 생명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음이 부끄러울 따름이며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이 가슴 아플 따름입니다. 국제법상으로는 특히 다른 어떠한 국가의 권력에도 복종하지 않는 대외적 최고의 권리라는 주권을 우리가 과연 제대로 누리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George Michael님 우리도 동참하자 하신 것 참으로 옳은 선택이시라 생각됩니다. *
=====================================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