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인자 리포트
기자 백선주(조여정)에게 본인을 연쇄살인마(정성일)라고 밝히며 인터뷰 요청이 들어옵니다. 특종이 필요했던 조여정은 그 인터뷰에 응하게 되고, 그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밝혀지는 실체에 대한 이야기... 가 살인자 리포트에 대한 러프한 요약이 되겠네요.
영화의 대부분이 인터뷰 장소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대부분의 이야기도 정성일-조여정의 대화에서 나옵니다. 배경도 거의 바뀌지가 않아 눈뽕으로 관객들의 주의를 환기시킬수도 없고, 대부분 말로 모든걸 처리하기 때문에 액션으로 혼을 빼놓을수도 없습니다. 순수하게 감독의 연출력, 배우들의 연기력, 그리고 이야기로 승부를 보는 영화란 말이죠.
그런면에서 볼때 중후반까지는 저는 꽤나 집중해서 재미잇게 봤습니다. 배경을 못 바꾸니깐 설치미술이라면서 색감에 변화를 주는 아이디어도 좋았고, 스릴을 유지하는 연출도 훌륭했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생기는 의문점들을 해소해주는 방식도 적절했고, 차갑게 가라앉은 정성일 배우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남는건 이야기인데... 아주 좋은 케이스는 사건의 전말이 밝혀졌을때 "아! 이게 그렇게 된거구나!" 라는 반응이 나와야 됩니다. 관객들의 예상을 벗어나 어느정도 허를 찌르면서도 이야기의 앞뒤가 딱딱 들어맞는 설득력도 있어야 되거든요. 그게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만, 살인자 리포트의 경우 저는 사건의 전말을 알고 나니 "어??? 어...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정도의 반응이 나오더라고요. 뭐 아예 말이 안된다거나 납득이 안간다거나 하는 류는 아닌데, 좀 억지스럽더라고요.
결과적으로 수작과 평작 사이? 워낙에 오랄로만 모든걸 진행하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좀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겠다 싶고 이야기도 살짝 아쉽긴 했는데, 또 그렇다고 그냥 아쉽다고 이야기하기엔 촬영이나 연출에 공을 들인 티가 제법 나서, 괜찮을뻔 했지만 조금 아쉽다. 정도로 평하겠습니다.
하나 재미있었던건, 셜록의 because i took your pulse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씬이 있더라고요. 너~무 유명한 씬이라 베꼈다 하긴 좀 그렇고, 우연이라기엔 대사까지 비슷하고, 오마쥬라고 봐야겠죠. 오래간만에 생각난 김에, 씬 가져와봅니다. (나온지 10년쯤 된 드라마의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https://youtu.be/-bBHT158E0s?si=ZCv2z8nUQULUFokA
다시 봐도 연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목소리, 연기, 대사 모두 끝내주는군요. 아, 살인자 리포트에선 이렇게 화려하게 연출되진 않습니다ㅋ
첫댓글 theo님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하도영도 요즘 열일 하네요
저도 이 작품 봤는데 결말이 띠용했지만
신기하게 영화 보는 동안 계속 몰입은 되더라고요ㅎ
각본가의 역량이 좀 아쉬운가 보군요
다소 아쉽다는 평들이 많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