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강둑을 지나다가
장맛비가 주춤한 칠월 중순 둘째 목요일이다. 유월 하순 시작된 올해 장마였으니 스무날 정도 지난다. 장맛비 강수량이 지역마다 편차가 커 우리 지역은 예년 평균치에서 밑돌지 않을까 싶다. 엊그제 충청권과 경북 일원에는 강한 강수대가 지나면서 꽤 많은 비가 내린 듯하다. 어제는 장맛비가 그쳐 대지의 복사열을 식혀주고 구름 낀 선선한 날씨라 오후에 불모산 숲을 거닐다 나왔다.
날이 밝아온 이른 아침 자연학교 등교를 위해 길을 나섰다. 배낭에는 삼단으로 된 접이식 우산은 챙겨도 낮에 비는 오지 않을 듯했다. 아파트단지 뜰로 내려가 이웃 동 뜰에 피어난 갖가지 꽃을 구경했다. 꽃대감 친구와 밀양댁 안 씨 할머니 말고도 두 분 아주머니 손길에 가꾸어진 꽃이다. 꽃밭을 스쳐 지나는 아파트 주민들이 눈이 호사를 누리는데 나도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소답동에서 근교로 가는 1번 마을버스 첫차를 탔다. 그 시각에 회사나 비닐하우스로 일을 나가는 부녀들이 몇몇 타는데 얼굴이 낯설지는 않아도 인사를 나눌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그들과 다른 점은 하차 지점이 일정하지 않아 도중에 예측이 불가한 정류에서 내린다. 기사나 남은 승객들에게 저 사람은 도대체 무엇을 하러 이른 시각 나다닐까 궁금해 하지 싶다.
동읍 행정복지센터와 주남저수지를 비켜 대산 산업단지를 지났다. 가술과 모산을 지나간 제1 수산교를 앞둔 요양원에서 내렸다. 기사는 남은 한 아주머니만 태운 채 종점을 향해 갔다. 북면에서 김해 한림으로 뚫는 국가 지원 60번 지방도가 부분 개통된 찻길을 건너 강둑으로 나갔다. 구름이 일출을 가리면서 장마철 아침이면 특유의 옅은 안개로 시야는 훤하게 트인 편이 못 되었다.
일과가 시작할 9시 반까지는 가술에 가야 하는데 강가에서 아침 산책은 여유가 있는 시간이었다. 자전거 길이 뚫린 강둑을 따라 들녘을 지나 2시간 남짓 걸을 수 있을 듯했다. 4대강 사업으로 둑길이 조성되면서 심은 벚나무 가로수는 그새 나이테를 둘러 그늘을 드리울 정도로 자랐다. 장마가 오기 전 어느 날 아침 거기를 지날 때 인부 여럿이 무성한 풀을 자르는 일을 하였더랬다.
그때가 일찍 닥친 더위로 낮에는 예초 작업을 할 수 없을 정도라 아침 일찍 서둘러 일을 했다. 예초기를 짊어진 사내는 안면 보호장치를 쓴 채 땀을 뻘뻘 흘리며 작업에 열중했다. 갈퀴와 빗자루로 뒷정리하는 아주머니도 있고 깃발과 호루라기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이들을 통제하는 이도 있었다. 길목에 세워둔 트럭 적재함엔 얼음 생수와 여분의 기름을 준비해둔 장비들이 보였다.
강둑 비탈 언저리는 물억새와 갈대가 주종이었겠으나 그새 새로운 풀이 돋아 자랐다. 뒤늦게 잎과 순을 펼친 식생으로 나팔꽃과 돌돈부가 무성해지고 있었다. 넝쿨로 자랄 나팔꽃은 한여름을 넘겨 가을 들머리 보라색 꽃을 피울 테다. 돈부콩이 야생화된 ‘돌돈부’는 꼬투리가 팥처럼 생겼고 밥을 지을 때 섞어 먹어도 되었다. 돌돈부도 넝쿨로 자라 자주색 꽃을 피우면 은근히 예뻤다.
우리 집에서 생선이나 과일을 보는 시장을 퇴직 이전에도 내가 사다 나르고 있다. 부식이라고는 두부나 콩나물 정도고 거의 산야에서 구하는 채집으로 해결한다. 요새는 철이 철인 만큼 죽순 장아찌와 가시상추를 데친 무침이 나오는 정도다. 유월 초 거제 국사봉에서 따온 곰취와 국도변 가술 초등학교 묵혀둔 사택 뜰에 쇤 삼잎국화 이파리가 최근 채집해 식탁에 올렸던 야생초였다.
나팔꽃과 섞여 자라는 보드라운 돌돈부 잎을 보자 채집 특기를 발휘했다. 강둑을 지천으로 덮은 돌돈부 잎을 주섬주섬 따 모았다. 아직 조리법이 개발되지 않아도 돌돈부 잎을 삶아 데쳐 쌈으로 먹거나 나물로 무쳐 먹으면 될 듯했다. 어릴 적 콩잎이나 팥잎을 찬으로 먹었고 요새도 재래 장터에서 팔기도 했다. 이후 조리 과정은 내가 관여할 사항 아닌데 식탁에서 볼 수 있으려나. 24.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