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은 바람의 숨결로 저녁으로 가는 시간이 한가로운 구름같다
어둠싣고 문을 여는 거리마다 노을빛 저녁이 바다처럼 흐르는데
어둠이 바람속에서 길따라 나선다
한낮의 더위를 잊게 해주던 바람은 동사무소의 깃발로 흔들리고
그 어둠깊이 흐르는 허전함이 슬픔처럼 소복 소복 쌓이는
밤 10시
어둠을 닫고 거리는 숨죽이고 아침 햇살이 들어올때까지 그렇게
고요속에 있으려나보다
짙은 어둠 끌어안고 있는 산허리를 타고 불빛 하나 반짝인다.
어느 잠못이루는 노인이 새벽을 깨우나보다
아련한 저 둔덕으로 거슬러 오르는 가을을 붙잡았다. 잠시만
청도로 가는 길..
소망처럼 마음이 밝아져
기찻길로 함께 달려가는 먼 여행길로 들어간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코스모스들이
가벼운 바람에 해촌거리고 작고 소박한 마을들이 강을 끼고
나무마다 동글동글 주홍빛으로 가을을 담았다.
감 익는 마을로 들어와 있는 가을은
귀뚜라미 보일러공장을 지나 화물열차가 길다랗게 달려가는
들녁으로 마음이 길따라 앞서 달린다.
회색빛 구름 걷우고 눈물닮은 파랑하늘과 한올 한올 뽑아내리는
비단실같은 햇살이 터져 올라
온통 거리마다 출렁인다. 아....... 따사롭다.
바람 그리운 어느날
산은 산되어 물처럼 깊숙이 세월속으로 흐르고
현기증이 일것같은 높다란 산허리 잘라 고층 빌딩들이
숨을 쉬고 사는 숨가쁜 아파트 사이를 걸어
하늘 향한 산마루를 따라 바다로 떠나는 가을은 길섶에 섰다.
바다는 참 조용하게 사람들과 논다.
파도는 아주 작은 날개만 펴서 스멀스멀 밀려와
모래에 푸욱 쏟아놓는데
자꾸만 멀리 떠나버리는 뱃고동소리 따라 갈매기들의
가을길이 온 하늘을 핑크빛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