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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은 한바탕 통곡하더니 그 자리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연순, 석용이 크게 놀라 기절한 송강을 일으켜 깨웠다.
"아무래도 집에 가봐야겠네.
아우님들은 어서 양산박으로 들어가게."
그러자 연순이 말했다.
"형님, 태공께서 이미 돌아가셨는데 형님이 지금 서둘러 가시면 뭘 합니까?
우선 저희들을 양산박에 데려다주고 가셔도 늦지 않습니다.
옛말에 뱀도 머리가 없으면 못 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형님이 없으면 양산박에서 어떻게 저희들을 받아주겠습니까?"
그러나 송강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닐세.
내가 편지를 써주겠네."
송강은 즉시 편지를 써서 연순에게 주고 가죽신 한 컬레를 얻어 신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송강이 떠나자 연순과 석용은 무리들을 거느리고 주점에서 나왔다.
그들은 가는 길에 진명, 화영 일행과 만나 송강이 부친상을 당해 집에 갔다는 말을 전했다.
아홉 명의 호걸들은 군마를 거느리고 마침내 양산박에 도착했다.
그들 일행이 물가의 우거진 갈대밭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징소리와 북소리가 요란히 울린다.
고개를 들어보니 각종 깃발들이 먼 산을 덮고 있었다.
잠시 후에 빠른 배 두 척이 쏜살같이 달려왔다.
뱃머리에 앉아있는 두령은 표자두 임충이었고 뒤따라 오는 배에는 적발귀 유당이 앉아 있었다.
"네놈들은 어느 관군이기에 감히 우리를 잡겠다는 거냐.
너희들도 우리 양산박의 이름은 들어서 알고 있으렸다.
한 놈도 살아가지 못할 줄 알라."
진명, 화영은 즉시 말에서 뛰어내리며 말했다.
"우리는 관군이 아니오.
산동의 급시우 송공명의 편지를 갖고 양산박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오."
임충이 그 말을 듣고 말한다.
"송공명 형장의 편지를 갖고 왔다면 우선 저 앞에 있는 주점으로 가시오.
편지를 읽은 후에 결정하겠소."
그때 배 위에서 푸른 기를 흔들자 갈대 속에서 작은 배 한 척이 노를 저어 나왔다.
배에서 두 사람의 안내원이 나와서 그들을 인도했다.
화영일행은 그들의 조직적인 작전을 보자 모두들 어안이 벙벙해서 말을 꺼내지 못했다.
청풍산 산채와 비교하면 너무나 대조적이고 조직적이었던 것이다.
일행은 안내원을 따라 주귀의 주점으로 갔다.
주귀는 그들을 안으로 맞아들인 후 송공명의 편지를 받아 수정(水亭)에서 맞은편 갈대 숲에 화살을 쏘았다.
그러자 쾌선 한 척이 나는 듯 숲을 헤쳐나와 편지를 가져갔다.
산채에 전하기 위해서였다.
다음 날 오학구(吳學究)가 몸소 주점으로 내려와 호걸들을 만나 예의를 갖추고 한 사람씩 신원과 내력을 자세히 물은 다음 30여 척의 큰 배가 그들 일행을 태우고 다시 남녀노소와 마차와 말과 짐들도 모두 배에 실은 다음에 금사탄(金沙灘)을 향해 떠났다.
일행이 뭍에 오르자 숲속에서 여러 두령들이 조개를 따라 풍악을 울리며 그들을 환영했다.
호걸 무리들은 각기 말을 타고 교자에 올라 취의청으로 올라갔다.
각기 인사를 마치자 왼쪽교자에는 조개, 오용, 공손승, 임충, 유당, 윈소이, 원소오, 원소칠, 두천, 송만, 주귀,백승이 차례대로 앉았다.
백일서 백승은 이미 두어 달 전에 제주 대로에서 나와 바로 산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오른쪽 교자에는 화영, 진명, 황신, 연순, 왕영, 정천수, 여방, 곽성, 석용의 무리가 앉은 다음 향을 피우고 하늘을 가리켜 맹세했다.
그날 산채에는 큰 잔치가 벌어졌다.
진명과 화영이 술자리에서 송공명이 겪은 이야기를 꺼내 화제가 되었고 이어 두령들이 서로의 무술과 창법을 시험할 때 화영의 활 솜씨 얘기가 나오자 그의 솜씨를 보고 싶어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궁술의 경지를 보여주시오."
조개가 몹시 궁금해서 물었다.
"지금 저편에서 기러기 떼가 날아오는데 바로 셋째 놈 머리를 쏘아 맞혀 두령님들의 흥을 돋워드리겠소."
화영이 작화궁(鵲畵弓)에 조령전을 메워 힘껏 시위를 당겼다가 기러기 떼를 향해 깍지 손을 떼었다.
화살은 마치 유성처럼 하늘로 달려가 셋째 기러기를 쏘아 맞혔다.
그때 그림자는 구름속에 떨어지고 소리는 풀속에서 들렸다.
조개는 급히 군사를 시켜 언덕에 떨어진 기러기를 가져오도록 했다.
과연 화살은 어김없이 기러기 머리를 꿰뚫었다.
"과연 신궁의 경지구려.
장군을 소이광(小李廣)에 견주는 것은 옳지 않소이다만 우리 산채에 큰 복덩이가 굴러 들어왔소."
그 후부터 화영을 존경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다음 날 산채에서는 두령들이 모두 모여 그 자리에서 순위를 정했다.
제1위는 탁탑천왕 조개,
제2위는 오용,
제3위는 공손 승,
제4위는 임충,
제5위는 화영,
제6위는 진명이며,
그 다음으로유당과 황신등으로 순위가 21위까지 정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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