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의 큼지막한 대문이나 담장이‘꽃 사진 명소’이다
장미·능소화·수국 같은 제철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원색의 큼지막한 대문이나 담장이 ‘꽃 사진 명소’이다
담장 아래, 고즈녁한 산길에
개나리, 참 나리가 핀다
‘남의 집 대문 앞’이 인생샷 명소가 됐다
봄 나들이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봄날, 흥얼거리게 되는 '봄나들이' 노랫말
단순한 동요 그 이상의 울림을 줍니다.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라는 구절에서 시작되는
이 짧은 가사 속에 담긴 봄의 소식과 벅찬 희망이 가득합니다.
생명력의 시작 "노란 개나리의 속삭임"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기는 것은 '개나리...
고개를 숙인 꽃의 모습,
겸손을 넘어 삶의 깊이를 보여준다.
견뎌온 시간만이 빚어낸
저 정갈한 곡선!
제 안에 머문 계절을 다 살고
비로소 스스로를 완성하는 것
나리꽃은 그 고요한 이치를 말없이 보여준다.
‘남의 집 대문 앞’이 인생샷 명소가 됐다는데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파란대문 집, 장미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노란대문 집, 능소화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 분홍집…. 수국
파란대문, 노란대문, 분홍집, 원색의 큼지막한 대문이나 담장이
‘꽃 사진 명소’이다
최근 SNS에서 ‘사진 잘 나오는 명소’로 알려진 이곳들은
유명 맛집도, 카페도, 관광지도 아니다.
말 그대로 ‘남의 집 대문 앞’이다.
이 집들의 특징은 모두 담장 너머로
장미·능소화·수국 같은 제철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5월 '장미 사진 맛집'으로 유명한 수원 행궁동 파란대문 집.
파란색 대문 주변으로 분홍색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문제는 주택이 원치 않게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사유지 침범이나 절도 등의 범죄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능소화 명소로 동네 곳곳이 알려진 종로구 서촌 주민 김모(52)씨는
“대로변이 아닌 골목 안쪽까지 사람들이 찾아와 불쑥 꽃 사진을 찍고 가기도 한다”
“그리 넓지 않은 인도에 인파가 몰려 보행이 어렵거나,
사진을 찍으려고 차도로 내려가는 일도 있어 아찔한 상황이 몇 번 있었다”고 했다.
수원 행궁동 파란대문 집의 경우, 장미가 훼손되는 일도 발생했다.
해당 집주인은 장미가 인기를 끌면서 사진 찍는 사람이 많아지자,
찾는 사람 편의를 위해 개화 시기와 꽃 상태 등을 알려주는 SNS 계정을 만들어 운영했다. “많은 분이 방문해 주시는 만큼 서로 배려하며 촬영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꽃은 눈으로 보거나 사진만 찍고, 훼손하지 말아달라”
자정이 넘은 시각 60대 여성과 남성이 함께 도구를 이용해
장미꽃 송이와 가지 등을 꺾은 사실이 CCTV를 통해 발각됐다.
당사자들은 논란이 불거지자
“꽃이 다 졌고 가지치기도 필요한 상태고 해서
밤중에 가지를 잘라 와서
삽목(식물 잎이나 줄기를 잘라 새 환경에 뿌리 내리게 하는 것)했다”
“밤중이라 (장미를) 보호 중인 끈을 못 봤다”
취지의 글을 집주인 SNS에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청운동 노란대문 집 앞에 능소화를 배경으로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오후 종로구 서촌 한 주택가 앞. 벽돌로 쌓은 담장을 따라 만개한 주황색 능소화 아래,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 두 명이 서로 번갈아 가며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해당 장소는 지도 앱(App)이나 포털 사이트 검색에도 나오지 않는
일반 주택가임에도 최근 SNS상에서 ‘능소화 사진 맛집(명소)’으로 알려지며,
인증샷을 찍으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능소화 주변 길가엔 여러 명이 차례를 기다리듯 줄을 서 있었다.
서울 금천구에서 왔다는 대학생 A(25)씨는
“SNS에 올라온 사진을 봤는데, 담장과 능소화가 어우러진 모습이
너무 예뻐서 찾아오게 됐다”
“지금 이 계절이 아니면 찍을 수 없어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사진을 찍던 일부는 주택 마당 안까지 들어갔다가,
“여기 사유지 아니냐” “후다닥 찍고 나가자”고도 했다.
부산 영도구 하리항 인근 한 주택가에 핀 수국.
최근 이 수국은 SNS 등에 '하리 수국'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왜 다른 꽃 박람회나 축제가 아닌, 오래된 남의 집 대문이나 담장 앞일까.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최모(31)씨는
“꽃 축제는 다소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고, 포토존 역시 부자연스럽다”
“일반 주택가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은 축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꾸미지 않은 감성이 있는 데다, 담장이나 철문 등과 어우러져 사진도 훨씬 잘 나온다”
‘인생샷’ 명소가 된 남의 집 앞
5월엔 수원 행궁동 파란대문 집이 장미 사진 명소로, 장미가 한창이다
6월 중하순부터는 서울 청운동 노란대문 집이 능소화 명소로 떠올랐다.
이들 모두 일반 주택임에도 불구하고, 주말의 경우 수십여명이 사진을 찍기 위해
집 주변으로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7월‘수국’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부산 동삼동 분홍집·하리 수국집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행궁동이나 청운동처럼 ‘꽃 사진 명소’로 뜨는 곳은
대부분 파란색이나 노란색같은 원색의 큼지막한 대문이나 담장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원색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액자 효과를 내는 데다,
꽃과도 시각적으로 대비를 이뤄 사진이 훨씬 잘 나오게 한다.
남들 다 아는 장소가 아닌 “나만 아는 숨은 장소에 간다”는 심리적 쾌감도 있다.
관광객에게 알려진 맛집이 아닌 ‘현지인 맛집’을 알고 싶어 하는 것처럼,
관광지나 유명 박람회가 아닌 지도 앱에도 잘 나오지 않는 곳이
오히려 더 힙(개성 있고 감각적)하고 특별하다고 느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