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직급제도는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그리고 임원이다. 이런 직급제도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물론이고, 심지어 금융산업에서도 매우 보편적으로 활용된다.
기업에서 계층구조를 도입하는 이유는 다양한 장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명확한 계층구조를 확립하면 상명하복에 따른 명령과 권한 체계는 물론 보다 효율적인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달성해야 할 목표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을 때는 놀라운 속도를 발휘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전쟁에 참여하는 군대 조직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계층구조는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필요한 직무역량을 효과적으로 전수하거나 교육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해당 조직에서 풍부한 경험을 축적한 상급자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필요한 최선의 대안들을 하급자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서 신속한 실행력보다 경쟁자가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와 창조가 훨씬 중요한 창조경영 시대에도 과연 계층구조의 우월성이 유지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필자 연구실에서 재미있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실행해 보았다. 다양한 조직 구조 속에서 조직 구성원들이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는 방식에 따라서 해당 조직 경쟁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하였다.
전형적으로 복수의 위계 구조를 갖춘 조직에서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학습하는 사례와 계층구조가 아예 없는 상황에서 조직 구성원들이 다양하게 상호 학습하는 사례를 가정해 보았다. 과연 해당 조직 경쟁력은 어떻게 달라질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복잡한 계층구조를 가지고 있는 조직일수록 톱다운 방식 학습은 조직 경쟁력 제고에 상당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제약 요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평적인 교류와 부서 간 구성원 상호 교환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가 실행한 시뮬레이션에서 톱다운 방식보다 상호학습 방식이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학습 방식의 상대적 효과는 학습해야 하는 지식이 어려울수록 더욱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두 방식 간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크게 벌어졌다. 개별 조직 구성원을 주기적으로, 그리고 가능한 한 자주 교체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계층구조가 복잡한 조직에서도 톱다운 방식의 약점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들과 다른 경쟁력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들조차도 끊임없이 새로운 각도에서 연구해야 한다. 조직구조나 직급 제도와 같은 근본적인 이슈들도 얼마든지 새롭게 창조할 수 있다.
상호학습을 통해 본원적 경쟁력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계층구조가 최대한 단순한 조직이 효과적이다.
매년 이맘때면 입사교육을 이수한 신입사원들이 현업 부서로 배치를 받는다. 우리 기업의 조직구조는 창의적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입사원들에게 어떤 무대를 만들어 주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