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제봉 숲으로 들어
유월 하순 시작된 장마가 종반을 향해 가는 칠월 둘째 주말을 맞았다. 제주도 바깥으로 밀려난 장마전선이 주말 저녁부터 남해안으로 접근해 강수가 예상된다고 한다. 장마전선은 한 달 남짓 남북으로 진동하며 때때로 비를 내려주고 있다. 그간 우리 지역에 내린 장맛비 강수량은 예년 평균에 못 미칠 듯하다. 아직 열흘 남짓 남았을 장마 후반부 추가 강수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비가 주춤해진 토요일 새벽 근교 산행을 위해 길을 나섰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외동반림로를 따라 걸어 원이대로로 진출했다. 간선 급행버스 정류소에서 월영동 기점 불모산동으로 가는 106번 첫차를 탔다. 승객이 몇 되지 않은 버스는 도심을 관통해 대방동 뒷길로 들어 성주동 아파트단지에서 내렸다. 용제봉으로 가는 등산로 데크를 따라 올라 삼정자동 마애불상 앞을 지났다.
마애불 앞에 조성된 꽃밭에는 칸나와 해바라기가 피어 화사했다. 마애불상은 인적 드문 한갓진 곳인데 꽃밭으로 꾸며져 철 따라 피는 꽃들이 불상을 참배하러 드나드는 이들을 맞았다. 그 꽃밭은 한 할머니가 정성 들여 가꾸자 나중 행정당국에서도 지원을 나서 더욱 잘 꾸며졌다. 산책로 데크에서 불모산 정상부 송신소가 아스라하고 안민고개에서 이어진 장복산 능선이 드러났다.
용제봉으로 가는 등산로에는 주말 아침을 맞아 산행을 나선 이들이 간간이 지나쳤다. 주로 산 아래 아파트단지에 사는 주민들일 텐데 나처럼 대중교통으로 제법 이동해 산행을 나선 이는 드물지 싶다. 나는 지난 주말도 용제봉을 다녀갔는데 여름이면 몇 차례 발품을 팔아 숲을 누벼 영지버섯을 찾아낸다. 봄날 동선은 산나물 채집으로 나선 걸음이고 여름은 영지버섯을 찾는 일이다.
농바위를 지난 쉼터에서 지인들에게 안부로 전하는 시조와 사진을 넘겼다. ‘여름 불모산 숲’은 그제 오후에 다녀온 건너편 산을 글감으로 삼았다. “장맛비 그친 틈새 성주사 절집 찾아 / 큰 법당 손 모으고 관음전 뒤를 돌아 / 등산로 들머리 드니 서늘함이 더해라 // 소나무 섞여 자란 활엽수 우거진 숲 / 고사목 그루터기 영지는 못 찾아도 / 청청한 숲속 거닐며 삼림욕은 잘했다”
봄철에 다닌 산채는 여항산이나 서북산 일대를 누볐다. 때로는 구룡산이나 작대산으로도 들어 마련한 산나물을 밥상에 올렸고 이웃이나 지기와도 나누었다. 여름이면 찾아 나서는 영지버섯은 생활권 동쪽에 해당하는 불모산이나 용제봉으로 향한다. 지난주 다녀온 양곡의 산성산도 찾아갔다. 여름철에 참나무 고사목 그루터기 붙는 영지버섯을 찾아내 말린 건재로 약차로 달여 마신다.
내가 형제나 지기들에게 나눌 거라고는 발품 팔아 찾아낸 영지 건재 정도다. 이제 내 나이도 나이라고 무리한 산행은 자제해야 한다. 벌이나 뱀은 조심하면 되고 낭떠러지도 근처에 가질 않아야 한다. 그러나 멧돼지 출몰은 예상할 수 없고 옻 알레르기가 민감해 흔한 개옻나무가 신경 쓰였다. 제법 널따란 등산로를 따라 걸어 불모산 숲속 길로 나뉘는 이정표에서 용제봉으로 들었다.
등산로를 벗어나 소나무와 활엽수가 우거진 숲을 누벼도 영지버섯은 쉬 눈에 띄지 않았다. 자손이 벌초와 성묘를 다녀갈 곡부 공씨와 평택 임씨 선산을 지나도록 영지버섯은 한 개도 찾지 못했다. 대신 가까운 곳에서 멧돼지가 ‘꽥!’ 소리 지르고 사라져 호신용으로 지닌 호루라기를 꺼내 불어 물리쳤다. 이후 숲을 더 누빈 발품 판 보람은 있어 기어이 영지버섯을 몇 무더기 찾아냈다.
용제봉 깊은 산중 바윗돌에 부딪혀 쏟아지는 계곡물은 소리를 내면서 흘렀다. 너럭바위에 앉아 간식으로 준비해간 술빵과 커피를 먹고 계곡을 건너 숲을 헤쳐 등산로로 나왔다. 맑은 물이 넉넉하게 흐르는 계곡에서 얼굴의 땀을 씻고 옷에 묻은 검불과 흙을 털어냈다. 배낭을 추슬러 짊어지고 아까 들어왔던 등산로를 되짚어 나오니 맞은편에서는 뒤늦게 산을 찾은 이들이 다가왔다. 24.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