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기사?
삼락동사무소 '하동재첩국집'
제맛내는 식당을 알려면 공무원에게 물어보라는 얘기가 있다. 그가 동사무소 직원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발품 행정'을 하다 보니 지역 현황을 속속들이 아는 까닭이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부산 사상구 삼락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 제도 도입과 함께 동 업무를 등·초본, 민방위, 사회복지 분야로 제한했다지만 업무 보는 손은 여전히 분주했다. 동사무소 직원 말마따나 동사무소는 만물상자로 불린다.
가장 문턱 낮은 관청인 탓에 주민들이 문제가 발생하면 처음 두드리는, 행정처리 최일선 창구이기 때문이다. '주민 의존도가 높다 보면 잦은 민원에 골치께나 썩겠네요'라며 무심히 던진 인사말에 딸려오는 대답. '하나하나의 민원이 우리에겐 수 많은 일 중의 한 번이지만 주민에겐 평생 한 번의 민원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 넉넉한 마음에 기분이 흡족해 그들과 동행했다. 도착한 곳은 동사무소에서 승용차로 5분 거리인 하동재첩국집. 재첩찜(1만원), 재첩회(1만,1만5천원)도 있지만 역시 이 집 맛은 4천500원짜리 재첩국에서 나온다.
우선 곁요리가 푸짐하다. 알싸하게 매콤한 겉절이 김치와 깍두기, 푹 고은 무가 어울린 고등어 조림, 열무김치, 멸치조림, 된장국 등 6~7가지나 된다. 특히 된장국은 굵은 파와 청·홍고추를 먹음직하게 썰어 넣어 짭짤하다. 된장국을 두고 '옆 반찬에 손을 돌리기 힘들 정도'(이용주 동장), '기막히다'(조용희·김준년씨)는 게 나름의 감정평.
이 집 별미는 재첩국과, 함께 나오는 비빔뚝배기다. 간간한 재첩국을 한 술 들면 속이 시원히 뚫린다. 여기에 콩나물, 열무김치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고추장, 깨소금을 올린 비빔뚝배기를 보면 포만감이 절로 든다. 이른바 선택식이다. 기호따라 비벼먹든 국에 말아먹든.
재첩찜은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메뉴다. 재첩을 소금물에 담궈 재첩과 껍질을 구분한 후 삶아내고 이 국물을 우려내 미더덕, 조개, 오징어, 야채를 넣고 찹쌀가루와 들깨 가루를 섞어 쪄 낸단다. 재첩의 텁텁한 맛과 미더덕의 쌉싸래한 맛이 어울려 통영 굴찜 요리와 맞먹어도 될 법하다.
지난 1989년에 문을 연 주인 이가형(46·여)씨는 '내놓는 음식에 정성 들이는 거야 당연하지만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은 국물 맛을 유지하는 데 각별한 신경을 쓴다'고 말한다. 이씨 말을 빌면, 국이 지나치게 진할 경우 되레 씁쓸한 맛이 밴다고. 051-301-7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