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막바지였던 1598년(선조 31) 무술년 11월 18일 밤. 통제사 이순신(李舜臣)은 함대를 거느리고 노량해협으로 진격했다. 찬바람이 거세게 불어대는 겨울바다로 60여 척의 조선 함대 뒤를 200여 척의 명군 함대가 뒤따랐다. 전함 수는 명군이 많았지만 조선 판옥선보다 선체가 작고 전투력도 떨어졌다. 진린(陳隣) 등 명군 장수들이 우리 판옥선에 타고 전쟁에 임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튿날 새벽 2시경. 조명연합함대는 노량바다에 이르렀다. 곧 이어 전투가 시작됐다. 캄캄한 밤바다에서 불화살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갔다. 이를 신호로 둥 둥 둥 둥! 전고가 급하게 울리고 쾅 쾅! 쏘는 포성이 어두운 밤하늘과 바다를 진동했다. 화살이 빗발처럼 날아갔다.
마침내 동쪽 하늘이 허옇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수많은 적함이 불타고 부서졌다. 관음포에서 도망칠 물길이 막히자 적군은 최후의 발악을 했다. 전투는 더욱 격렬하게 이어졌다. 이순신은 더욱 힘껏 전고를 울리고 독전기를 휘둘렀다. 그러던 어느 순간 홀연히 날아온 탄환 한 발이 이순신의 왼쪽 겨드랑이를 관통하고 심장 가까이에 박혔다. 그는 곧 숨을 거두었다.
그날 정오 무렵이 되자 역사적인 노량해전도 마무리가 되었다. 관음포 해역에 들어온 300여 척의 적 함대는 200여 척이 불타거나 부서져 격침되고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내며 전멸하다시피 대패했다. 처절한 해전이 끝난 411년 전 그날이 음력 11월 19일, 양력으로는 12월 16일이었다,
남해 관음포 해상은 조․명 수군 장병의 통곡으로 떠나가는 듯했다. 전투가 대승으로 끝난 뒤 통제사 이순신 장군이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바다는 온통 비통한 울음소리로 울렁거렸다. 조선군은 물론 진린을 비롯한 명나라 장수와 군사들도 울었다. 이순신의 전사 소식이 전함마다 전해지자 승전의 환성을 울리던 장병 모두가 바다가 떠나가도록 구슬피 통곡했다.
노량해전은 7년간 끌어온 임진왜란에 마지막 쐐기를 박은 대첩이었다. 침략의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죽음을 계기로 적군이 철군하려 할 때 그 퇴로를 막고 최후의 일격을 가한 승전이었다. 또한 노량해전은 이순신이 장렬한 순국으로서 54년의 파란만장했던 한 삶의 막을 내린 역사적 대사건이기도 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재앙도 되풀이된다. 임진왜란이란 참상을 당하고도 엽기적 국왕과 얼빠진 대신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 탓에 불과 40년 뒤에 병자호란을 당했다. 그것도 모자라 불과 300년 뒤에는 사상최강의 왜구집단인 일제(日帝)에게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기지 않았던가.
나라가 여전히 어수선하다. 북핵 위기 속에서도 남남갈등으로 날 새는 줄 몰랐던 지난 정권 때와 나아진 것이 거의 없다. 북한의 도발은 그칠 줄 모르는데, 세종시와 4대강을 둘러싼 갈등도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북한 방송을 보고서야 최전방 철책선이 뚫린 것을 알았다니, 이런 황당무계한 군대가 또 있을까. 국운의 융성은 국리민복과 부국강병에서 오고, 망국의 위기는 내우외환에서 온다. 이 같은 통렬한 역사의 교훈을 모두 잊었는가.
말만 번드르르하게 앞세우는 요즈음 각계 지도자들, 특히 무기력하고 지리멸렬한 국회를 보면 환멸을 금할 수 없다. 영혼을 어디에다 팔아먹었나. 썩어빠진 정치인과 무능한 군사지휘관들은 이순신의 ‘난중일기(亂中日記)’를 다시 한 번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첫댓글 잘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