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스포츠뉴스를 단독 진행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 이정민 아나운서는 주위의 염려를 이겨내고 인정받고 있다. 시청자에게 즐거움과 활기를 전해주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그녀의 힘이 부러운 만남이었다.
‘컨페더레이션스컵’ 단어 때문에 실수 많이 해
173cm의 큰 키지만, 움직임이 경쾌하다. 바다 위의 거품처럼 톡톡 튀는 그녀의 말투가 딱딱한 분위기를 없애준다. 남자의 전유물처럼 생각됐던 스포츠뉴스 진행을 하는 새내기 여자 아나운서 이정민(26)의 첫느낌이었다. MBC 교양프로그램 ‘우리말 나들이’ 녹화를 끝낸 후 사진촬영과 인터뷰를 위해 여의도공원으로 옮겼다. 귀찮은 제안에도 발걸음 힘차게 내딛는 모습에, 보고 있는 사람도 즐겁다.
인라인 스케이트, 자전거 타는 이들, 농구 경기하는 사람들 속에 서 있는 이 아나운서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지난 5월 3일 ‘주말 스포츠뉴스’ 첫진행을 했으니까, 이제 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어색했던 모습은 자연스러워졌고, 뉴스가 유쾌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자신도 역시 스포츠뉴스의 딱딱함보다는 자신으로 인해 활기가 넘쳤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선배들에게서 아직까지 칭찬은 한 번도 못 받았어요.(웃음) 항상 장점보다는 단점을 이야기해주시는 분들이니까요. 선배들의 지적으로 자극을 받을 수 있으니까, 저에게는 약이죠.”
지난해 11월, 입사한 새내기 아나운서에게 스포츠뉴스 진행은 부담되는 역할이었다. 당연히 실수도 자주 하지만, 시청자의 눈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노련함이 있다. 이정민 아나운서는 특히 단어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녀가 가장 실수를 많이 한 것은 ‘컨페더레이션스컵’이었다. 이 단어를 이야기할 때마다 발음이 안 되서 ‘대륙간컵’이라는 단어로 대체할까를 고민했을 정도.
“방송만 들어가면 이 단어 때문에 고생을 했거든요.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경기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할 때마다 힘들었어요. 대륙간컵 축구경기라고 하고 싶었지만, 공식 명칭이 아니니 그러지도 못하고….(웃음)”
하지만, 그녀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축구 광이었다. 축구를 좋아하는 오빠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축구경기를 봐왔기 때문이다. 축구선수에 대한 이야기도 술술 나온다. 홍명보, 최태욱, 루드 반 니스델루이 등 좋아하는 선수이름이 주루룩 나온다. 무엇보다 축구를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정직한 운동’이라는 느낌이 들어서란다. 넓은 그라운드에서 인종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스포츠뉴스를 진행하기 위해서 이정민 아나운서는 여러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특히 메이저리그나 테니스 같은 스포츠는 뉴스를 진행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메이저리그는 많은 이슈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꼭 챙겨보는 스포츠가 됐다.
그녀가 전했던 소식 중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뉴스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녀가 뽑은 것은 월드컵 1주년 기념으로 치러졌던 한국 대표팀 축구경기였다. 일본과의 경기는 다행히 이겼지만, 월드컵의 감동이 가시기도 전에 패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 것. 혹 ‘여자가 무슨 스포츠냐’라는 딴지를 거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수영, 스쿠버 다이빙, 스키, 스노보드, 해동검도…. 이정민 아나운서가 배웠거나 즐겨하는 운동들이다. 여자와 스포츠는 맞지 않는다는 선입견은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궁금한 그녀의 대학생활…해동검도 vs 첼로 부산 해운대여고를 졸업하고 그녀가 가려고 했던 길은 정신과 의사였다. 부산 MBC에서 아나운서로 일했던 아버지를 비롯해 가족이 말렸던 그녀의 진로 계획이었다. 가족들에게는 불행 중 다행이었을까. 그녀가 의대시험에서 떨어졌던 것이다. 재수 후 그녀가 선택한 길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였다.
“아버지 영향으로 아나운서를 안하려고 했어요. 저는 못할 것 같았거든요. 지금은 저의 가장 큰 후원자이자 모니터링을 해주는 분이 아버지예요. 방송이 나간 후 세심하게 코치를 해주고 계시죠.”
서울은 그녀에게 별천지였다. 아니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그녀의 감춰진 끼를 맘껏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정민 아나운서는 그동안 억누르고 있었던 것을 모두 해보고 싶었다.
해동검도를 배우기도 했고, 서울대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 첼로를 연주했다. 여행도 많이 다녔다. 그리고 부산에서 보기 힘든 연극이나 뮤지컬도 많이 봤다. 하지만 4년 내내 한 번만 빼놓고는 모두 장학금을 타서 고향에 있는 부모님에게도 효녀 노릇도 했다.
그리고 졸업 후 지역 방송에서 사회부 기자로 1년 동안 활동했다. 방송기자로서 한계를 느껴 그녀는 1년 동안 쉬면서 해외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지금의 그녀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됐다.
“기자는 시청자와 만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죠. 1분 20여 초의 짧은 시간 동안 주어진 것을 한다는 것이 저와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1년 만에 그만두고, 1년 동안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했어요. 그 중간에 한달 동안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여행 후 제가 많이 바뀌었어요.”
배낭여행 전에 그녀에게 현재는 없었다. 오로지 미래의 꿈과 목표를 위해 현재를 사용했지만, 여행을 다녀온 후에 미래보다는 현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유럽인들의 여유와 삶을 즐기는 태도가 좋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에게 꿈과 목적을 물어보는 것은 무의미하다. 자신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현재가 가장 소중하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시사토크쇼의 진행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있지만, 즐겁게 일하는 현재의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자연스럽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는 소중하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말 나들이’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녹화하는 1분짜리 프로그램을 위해 쑥스럽지만 연기도 해낸다. 우리말 사랑 하나로 이 프로그램을 지금까지 이끌고 왔던 ‘걸어다니는 표준어’ 강재형 차장도 그녀가 좋아하는 아나운서 중 하나다. 그녀가 좋아하는 언론인은 이영희 선생, 손석희 부장 같은 언론인의 모델을 제시하는 사람들이다.
얼마 전 ‘까치가 울면’이라는 프로그램 때문에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이야기가 버젓이 스포츠신문에 실린 것을 보고, 언론운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자신의 힘이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살며시 웃는다.
아무래도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돌아온 것은 ‘남자들에게 관심이 없다’라는 허탈한(?) 답변.
“살아가면서 남자친구가 필요한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현재는 별 관심이 없어요. 만일 결혼을 한다면 연예인이나 유명인보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과 하고 싶어요. 저도 TV에 많이 노출되는데, 남편까지 그러면 힘들 것 같거든요.(웃음)”
사진 촬영에도 프로처럼 자연스러운 웃음을 보여주는 이정민 아나운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활기찬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정민 아나운서의 매력은 주위 사람을 즐겁게 하는 힘이었다.
하지만, 헤어지기 전 우연히 던진 질문에, 그녀는 키 작은 기자의 가슴을 쓰리게(?) 했다.
“왜 인터넷 팬카페에 ‘미니(mini)’라는 닉네임을 쓰세요?” “이름에서 따온 건데요, 키가 커서 작아지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죠.(웃음)”
첫댓글 조금 부담(?)되는 여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