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 억울함을 밝히려 하지 말라 (2023.3.26)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꽃이다.
군대 2년은 나를 사랑하고
내 가족을 사랑하고
내 조국을 사랑하는 기간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꽃이다.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된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공부하는데 문을 삼아라’하셨다.
『보왕삼매론』 열 번째 말씀입니다. (323페이지)
이제 봄이 왔습니다.
지난 2월 4일은 봄이 시작되는 입춘이며 3월 6일은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새봄을 맞아 나오는 경칩(驚蟄)이며 21일은 춘분입니다.
조상들은 새해가 바뀌어 입춘날이면 올해의 행운을 빌며 대문이나 들보, 기둥, 벽에 입춘첩(立春帖)을 붙였습니다.
‘입춘대길 가화만사성(立春大吉 家和萬事成)’ 글을 써서 붙입니다.
가화만사성이란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명심보감』「치가편」에 자식이 효도하면 부모가 즐겁고 가정이 화목하면 뜻하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는 글에서 나왔습니다.
가정이 화목하려면 우선 내가 편해야 합니다.
내 몸과 마음이 편하지 못하면 만사가 귀찮아집니다.
내가 편해야 가정이 편안하고 군대가 편안하고 사회가 편안하고 나라가 편안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마음 편한 일만 있는 게 아닙니다.
나는 조용히 있는데 세상은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습니다.
나를 나무 위에 올려놓고 자꾸 흔들어 댑니다.
내가 하지 않은 일을 하였다고 애먼 소리를 듣고, 책임지겠다면서 일을 시켜놓고 문제가 생기면 자기는 쏙 빠져버립니다.
나를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나를 사기 치고 나를 모함하고 내가 남보다 잘났다고 시기합니다.
내가 못났다고 고문관이라 부르며 못살게 굴고 뚱뚱해서 돼지라 놀리고 말랐다고 멸치라 놀립니다.
키가 작아 놀리고 키가 커도 싱겁게 생겼다고 못살게 굽니다.
내가 살찌는데 보태준 게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 놀려댑니다.
눈 속에서 피는 매화꽃이 여름에 피는 장미꽃과 같을 수 없습니다.
찔레꽃 향기가 호박꽃 냄새와 같을 수 없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저만의 독특한 형태와 향기가 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그 사람만의 생김새와 취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상대방을 자기의 기준으로 보고 생각하고 판단해 버립니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자기는 옳고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를 기준으로 좋고 나쁨과 옳고 그름을 단정해 버립니다. 자기의 잣대가 휘어진 줄 모르고 굽은 잣대로 상대방을 재려 하고, 틀린 저울로 남의 마음을 재려 드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내 주위에 있으면 피곤합니다.
세상을 혼자 살아갈 수 없는 데 참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살다 보면 그 사람도 자기의 잣대가 휘어지고 저울이 틀린 것을 아는 날이 오겠지요.
그날이 오면 틀린 잣대와 저울을 바르게 잡겠지요.
이처럼 잣대나 저울을 바로 잡는 것을 교정이라고 합니다.
계량하는 모든 계량기는 정기적으로 교정하도록 나랏법으로 정해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도 주기적으로 교정해야 합니다.
교정은 누가 해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합니다.
자기 마음을 돌아보고 점검하고 반성하면서 스스로 올바르게 잡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남의 장점을 칭찬하기보다 단점을 들춰내 귀찮게 하고 못살게 굴면서 희열을 느끼는 나쁜 습관이 있습니다.
살다 보면 별의별 애통하고 분한 일이 한두 가지 아닙니다. 원통한 마음이 생길 때마다 시원하게 복수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원한이 생길 때마다 원한으로 갚는다면 그때는 가슴이 뻥 뚫릴지 모르지만 내가 갚은 원한이 또다시 그 사람에게 원한이 되어 원한을 낳는 악순환이 됩니다.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공부하는데 문을 삼아라’하셨다. 『보왕삼매론』
부처님은 원한을 원한으로 갚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원한을 원한으로 갚으면 그 사람이 나에게 또 다른 원한을 갖게 된다는 말입니다.
사람은 제가 한 일은 생각지 않고 남이 하는 서운한 마음만을 기억하게 됩니다.
초기경전 『육도집경』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옛날 장수왕(長壽王)에게 장생(長生) 이란 아들이 있었습니다.
왕은 자비심과 정의심으로 나라를 잘 다스려 해마다 풍년이 들고 국민이 편안히 태평성대를 살았습니다.
그 당시 이웃 나라에 포악한 왕이 있었는데 장수왕을 시기하여 수많은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 왔습니다.
신하들은 장수왕에게 맞서 싸울 것을 요청하지만 왕은 거절합니다.
만일 우리가 이기면 그들이 죽고, 그들이 이기면 우리가 죽을 것이다. 저쪽 군사나 우리 군사 모두 소중한 목숨인데 내가 살기 위하여 남을 죽이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왕은 신하들의 청을 거절하고 아들 장생에게 말합니다.
이웃 나라 왕은 우리나라를 갖고 싶어 한다. 신하들은 나를 위해 착한 백성의 목숨을 희생시키자고 하지만 차라리 나는 이 나라를 그에게 주고 백성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
왕과 장생은 궁성을 빠져나와 산으로 들어갑니다.
이웃 나라 왕은 나라를 빼앗고 장수왕을 잡으려고 황금 천 냥을 현상금으로 걸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수왕은 마을 근처 나무 밑에 앉아서 덧없는 인생을 생각합니다.
그때 헐벗은 한 노인이 다가와 도와달라고 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습니다. 새로운 왕은 나를 잡기 위하여 큰 상금을 걸었으니 내 목을 베어가시오.
노인은 차마 그럴 수 없다고 말합니다.
내 몸은 머지않아 썩을 것인데 어찌 오래 보전할 수 있겠소, 한 번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 법이요. 누구도 영원히 살 수 없소. 만일 그대가 내 목을 가져가지 않는다 할지라도 내 몸은 언젠가 한 줌 흙이 되고 말 것이오.
임금님, 왜 귀한 생명을 버려 비천한 나를 도우려 합니까?
노인은 그렇게 말을 하고 그곳을 떠났습니다.
장수왕은 노인을 따라나섰다가 성문을 지키던 병졸에게 붙잡혀 사형장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그때 나무꾼으로 변장한 장생이 아버지 가까이 다가가자 장수왕이 그를 알아보고 말합니다.
너는 내 유언을 명심해라. 이번 일로 원한을 품어 그 재앙을 후세에 남긴다면 아들의 도리가 아니다. 결코, 원한을 원한으로 갚지 말라.
장생은 아버지 죽음을 볼 수 없어 깊은 산속으로 숨었습니다.
세월이 흐르자 장생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포악한 왕이 가장 신임하는 시종이 됩니다.
어느 날 장생은 왕과 함께 사냥을 갔다가 숲속에서 길을 잃고 사흘 동안을 헤맵니다.
왕은 굶주림과 피로에 겹쳐 허리에 찼던 칼을 장생에게 맡기고 장생의 무릎을 베고 깊은 잠이 듭니다.
장생은 좋은 기회라 여기고 칼로 왕의 목을 치려고 합니다.
원한을 원한으로 갚지 말라, 내 유언을 어기면 너는 결코 내 아들이 아니다.
그때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들었던 칼을 칼집에 넣고 칼을 뽑기를 세 번이나 반복하자 왕이 잠을 깼습니다.
그러자 장생은 엎드려 왕에게 고백합니다.
저는 아버지의 원수를 찾아 헤맨 장생입니다. 아버지는 원한을 원한으로 갚지 말라고 유언을 남겼지만 저는 어리석게도 악을 악으로 갚으려고 세 번이나 칼을 빼고 그때마다 아버지의 유언이 생각나서 칼을 버렸습니다. 왕이시여, 저를 죽여주십시오.
이 말을 듣고 왕은 깊이 뉘우쳤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포악하여 선과 악을 구별하지 못했다. 너의 아버지는 참으로 훌륭한 성인이시다. 비록 나라를 내게 빼앗기지만 그분은 결코 덕은 잃지 않았다. 너는 아버지의 유훈을 잘 이어받은 효자다. 내 목숨은 네 것이었으나 너는 나를 용서하고 죽이지도 않았다.
왕은 장생에게 나라를 돌려주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습니다.
부처님은 장수왕 이야기에서 우리에게 준 교훈이 무얼까요?
나라를 빼앗고 부모를 죽인 원수라 해도 결코 원한을 원한으로 갚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는 부처님의 자비심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습니다.
불교의 근본은 자비심(慈悲心)입니다.
자비는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는 자(慈)와 중생의 괴로움을 없애는 비(悲)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자비심은 악을 벌하거나 외면치 않고 물이 바위에 부딪혀도 돌아서지 않고 흘러가듯 부처님의 자비심은 끝이 없습니다.
악은 선이 부족한 순간에 찾아오며 아무리 악한 사람도 언젠가는 깨달을 수 있습니다.
원망을 원망으로 갚으면 원망은 수그러지지 않는다.
오직 참을 때 원망이 사라지니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는다. 『법구경』
은혜는 바위에 새기고 원한은 강물에 새겨라.
동료나 선임이 나를 못살게 굴고 귀찮게 해도그 사람이 나보다 못나서 나를 시기한다. 생각하세요.
지금은 선한 마음이 잠시 부족해 나쁜 마음이지만 그 사람도 장차 깨달아서 부처가 될 사람이다.하고 너그럽게 생각하기 바랍니다.
부처님 법은 인연 법으로 이루어집니다.
인연이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헤어짐의 반복을 의미합니다.
밉고 보기 싫은 사람도 나와의 인연 때문에 만나게 됩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네 가지 이유로 만나게 됩니다.
은혜를 갚기 위해 만나거나, 원수를 갚기 위하여 만납니다.
빚을 갚기 위해 만나거나 빚을 받기 위하여 만납니다.”
- 중국 인광 대사(1861~1940)
이번 생에서 만나지 않으면 다음 생에 반드시 만나게 됩니다.
그때 갚는 것보다 지금 갚는 것이 훨씬 가볍습니다.
모든 일에는 이자가 붙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검은 토끼의 해입니다.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부모님께 효도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꽃이다.
군대 2년은 나를 사랑하고
내 가족을 사랑하고
내 조국을 사랑하는 기간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꽃이다.
※2023년 3월 26일 호국태안사 일요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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