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창작문학상 운문부 수상작>
뫼비우스의 띠
최은선
어젯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널 침입했다. 눈구멍을 쥐어틀어도 콧물이 줄줄 샜다.
발바닥이 간지러운 것은, 잎사귀가 자라기 때문이라고 나는 말했다. 물론 너는 믿지 않았다.
경각을 알리는 주전자의 뜨거운 비명이, 소화불량인 위 속을 정화시켜줄 것이라고 믿었던 너는, 주전자를 잘근잘근 씹어 먹고, 내 코를 틀어쥐고는 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네게로 갔는데, 나는 따갑도록 눈을 비볐다. 그래도 콧물은 났다.
엉덩이가 젖는 줄도 모르고 별똥을 세었던 멋진 징조들 가운데, 빗나간 예상이 있다면, 지독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침입을 한 것이 분명했다.
잘박잘박 불온한 잠이 뒤척이는 소리를 의심했어야 했다.
솜방망이라도 들고 맞서야 했던 밤에 나도 그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당하고 말았나.
주전자를 씹어 먹은 것은 너인데, 가물가물한 내 기억의 끝에서는 녹슨 주전자 맛이 난다.
백태처럼 허옇게 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고동을 치고 있다.
발바닥이 간지러운 것은 잎사귀가 자라기 때문이라고 너는 말했다. 물론 나는 믿지 않았다.
제3회 창작문학상 운문부 심사평
벌써 3회째 창작문학상 수상자를 뽑게 되었다. 창작문학상의 배태되게 된 계기를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아무래도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 없다.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동창회 선배들이 재학생 후배들을 위해 만든 상이 아닌가.
올해 운문 분야 응모작을 읽으면서 심사자는 다소간 흥분했다. 1학년들의 응모작 중에 뛰어난 시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작년에 비해 응모작도 많았고 수준도 뛰어났다는 것이 심사자의 첫 느낌이었다.
각설하고, 예심에 통과된 작품들을 여기에 기록한다. 정미옥(1학년)의 「어머니」, 주병태(4학년)의 「재현」, 여성구(1학년)의 「그리움의 미로」, 정보영(1학년)의「신하리」, 정상원(2학년)의「서울 가는 버스」, 이승민(2학년)의 「금붕어」, 김지미(1학년)의「버스」, 이창훈(2학년)의 「수레바퀴」, 윤민우(2학년)의 「고 녀석 참」, 박가영(1학년)의 「방울소리가 들리던 날」 「회향」, 최은선(2학년)의 「뫼비우스의 띠」 「낙타」등이 그것이다. 이들의 시 13편은 충분히 시의 경지에 올라 있다고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예심에 통과한 이들 13편의 시를 놓고 수차례 독해를 거듭한 끝에 심사자는 당선작을 윤민우, 박가영, 최은선의 시로 압축했다. 시간에 대한 인식을 다룬 윤민우의 시는 추상을 다루는 능력 등의 면에서 많은 장점을 갖고 있었지만 문의 부호를 정확하게 사용하지 못 한다든지, 문장이 다소 불안하다든지 하는 점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최종적으로 남은 최은선의 시와 박가영의 시는 각기 너무 우수해 어느 한 작품을 당선작으로 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박가영의 시 「방울소리가 들리던 날」은 초경의 체험을 방울소리의 이미지로 치환하여 감칠맛 있는 서정을 만들고 있어 특히 주목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인도 액세서리 가게의 여자를 형상화하고 있는 「회항」도 독특한 심미적 아우라를 만들고 있어 계속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아직은 1학년이라는 점을 고려해 박가영의 경우 내년의 응모작을 기다리기로 했다.
이런 까닭에 결국 최은선의 시를 제3회 창작문학상 운문분야 수상작으로 결정한다. 최은선의 시 「낙타」는 무거운 고통의 짐을 지고 시멘트의 사막을 걸어가고 있는 현대인의 삶을 구체적이고 개성 있는 어조의 미학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어 주목이 되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결구의 마무리가 다소 불안해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이런 연유로 좀더 안정감 있는 구성을 보여주고 있는「뫼비우스의 띠」를 제3회 창작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한다. 이 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통해 너와 내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하나로 존재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두루 관심을 끈다. 너와 나가, 곧 주체와 객체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곧 不二라는 인식을 구체적인 사랑의 이미지를 통해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 이 시이다.
세계 일반에 대한 남다른 통찰을 담고 있는 시를 응모한 최은선에게는 축하를, 다른 학생들에게는 훗날을 기약한다. 광주대학교 문창과의 창작문학상이 일취월장하기를 빈다.
2008년 4월 4일
심사위원: 이은봉(광주대 문창과 교수)
첫댓글 축하해 은선아~ 한턱 쏴!!ㅎㅎ
은선아, 축하한다. 이쯤 되면 장르 결정을 해야겠네 ㅋ
은선언니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