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내부 정보
강경희 논설위원
입력 2021.03.09 03:18 | 수정 2021.03.09 03:18
8일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정문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 소속 농민들이 LH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농지투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가운데 LH 본사 기념비에 적힌 'LH 희망의 터전을 만드는 사람들'이란 글귀가 보이고 있다./ 김동환 기자
일제강점기인 1934년 개통된 영도다리는 부산의 명물 중 하나였다. 커다란 강철 구조물이 서서히 올라가 하늘로 치솟는 도개교(跳開橋) 장관을 보려고 개통식 때 당시 부산 인구 16만 중 6만명이 구경 나왔다. 일제는 군수 업체가 들어선 영도와 부산 본토를 잇는 다리를 지금 돈으로 360억원 들여 건설했다. 영도 땅 150만평을 미리 갖고 있던 일본인 고리대금 업자가 100만평을 조건 없이 내놨다. 다리 덕에 땅값이 껑충 뛰어 무상 기부하고 남은 땅만으로도 개발 이득을 고스란히 챙겼다. 영도다리가 올라갈 때마다 부산 사람들은 “저 놈 땅값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고 소리쳤다 한다.
▶1960년대 짜장면 한 그릇에 40원이던 시절, 짜장면 10그릇 값이면 압구정동에 땅 한 평(3.3㎡)을 샀다. 강북 고급 주거지 신당동의 평당 가격이 3만원으로 75배 비쌌다. 강남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땅 투기 광풍이 불었다. 1970년 초 서울시 고위 공무원이 강남 일대 땅을 사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가 수십만 평 사면 자투리 땅 수백, 수천 평을 복부인들이 따라 사는 식이었다. 손정목 전 서울시립대 교수에 따르면 그 땅 투기의 상당 부분이 정치자금이 됐다고 한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일반인은 알기 어려운 내부 정보로 부당 이득을 챙기는 일화는 증시에서 비일비재하다. ‘살림의 여왕'으로 엄청나게 유명했던 미국 사업가 마사 스튜어트는 친구 회사에 투자했다. 그 회사가 개발한 항암제가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지 못했다. 그 사실을 발표하기 하루 전날 마사는 보유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 일로 마사의 이미지는 추락했고 회사 주가도 폭락했다.
▶일본에서는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 뇌물 스캔들로 내각이 총사퇴한 일도 있었다. 1986년 일본 리쿠르트사(社)가 비상장 자회사 주식을 싼값에 일본 정·재계 유력 인사들에게 양도했다. 증시에 상장되면서 엄청난 차익이 발생했다. 2년 뒤 이 사실이 언론에 폭로되면서 결국 다케시타 노보루 총리까지 사임했다.
▶내부 정보를 이용해 엄청난 불로소득을 챙기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공정이고 정의다. 특히 2030 세대가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불로소득에 분노한다. 그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삶이 한순간에 바보짓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집값 폭등으로 이들을 ‘영끌'로 내몬 정권에서 LH 직원들의 내부 정보 땅 투기까지 벌어졌다. 젊은 세대가 느낄 허탈과 분노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강경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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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남
2021.03.09 03:27:05
정의와 공정 민주타령하는 문가일당들은 이제는 돈 다해처 먹었냐????정말로 문가말대로 한번도 경험 못한 나라를 겪는구나....저런것도 대통하는 나라라니....성추문에다가 돈까지 밝히는 역대급 문가정권 ....이정도로 무능하고 수준이하 일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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