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1월은 블루베리 나무들이 충분히 쉬어야 하는 휴면기다. 가만히 문을 열고 블루베리 하우스로 들어간다.
아이가 깰까 봐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아이방에 들어가는 것처럼. 잠자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나뭇가지들을 살핀다. 벌써, 잎눈과 꽃눈을 만들고 있는데, 나무들이 잠잔다고 할 수 있나? 온도가 오르면 봄이 온 줄 알고 활동을 시작한단다.
잠을 잘 자는 아이가 잘 크는 것처럼 블루베리도 최소한 1월까지는 충분히 잠잘 수 있도록 온도관리를 해 줘야 한다. 날씨가 따뜻하면, 천창과 측창, 앞 뒤 모든 창문을 열어야 한다. 강추위에는 옆창과 천창을 모두 닫아야 한다. 1월에는 농부의 발걸음도 반겨하지 않을 블루베리 나무들이다. 쉿!!!
눈이 그친 후, 농원이 걱정되어 다녀왔다. 점심경에 갔는데도 강물이 얼어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해가 떠서, 비닐하우스 위의 눈이 쌓인 쪽은 그대로 두고, 눈이 높은 쪽만이라도 천창을 열어 놓고 왔다. 천창을 열어서 아직 깨어날 때가 아니니 더 잠을 자라고 찬 공기로 신호를 보내줘야 한다.
[숙원사업 해결]
비닐하우스 한 편의 제초 매트를 깔지 못했었다. 너무 바빴다는 말도 맞는 말이고, 게을렀다는 말도 맞는 말이다. 사실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길이가 100m가량, 폭이 60cm의 공간이다. 안쪽 바닥을 덮어야 하고, 바깥쪽은 땅속으로 끼워 넣어서 깔끔하게 처리해야 한다.
1. 풀을 뽑는다.2. 땅을 고르고 큰 돌도 빼낸다.3. 제초 매트를 펼쳐 핀으로 고정한다.4. 날개 쪽을 땅속으로 끼운다.
생각만 해도 엄청 힘들 것 같았다. 2024년 연말, 해를 넘기지 않기로 결심하고 덤벼들었다. 남편과 둘이서 꼬박 이틀을 작업하고 나서, 두 사람 다 몸살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바닥도 밀걸레로 싹싹 밀어 깨끗하게 만들고 싶은데, 아무래도 역부족이겠다. 옆에 흙에서 묻혀오는 일이 이제는 없을 것 같아 다행이다. 올봄부터는 그쪽의 풀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룰룰랄랄~~~
[눈 덮인 농원]
눈이 쌓이면, 비닐하우스가 걱정된다. 바람골이라서 눈이 잘 쌓이지 않기는 한다. 그래서 조금 걱정은 덜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어, 농원을 잊지 못해서 가보지 않을 수 없다. 사진을 찍고 싶다고 내려달라고 했더니, 친절하게 멈춰서 좋았는데, 예쁜 사진 많이 찍으라고 말하고 먼저 가버린다.
엥? 아무 흔적 없는 눈길을 찍고 싶었는데... 덕분에 예쁜 길을 찍었을까? 오늘 또다시 더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 쌓이지 말아야 할 곳엔 쌓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눈 쌓인 복숭아나무 과수원도 추울까 봐 걱정되었다. 가지마다 눈을 올려놓고 있지만, 나는 알고 있다. 가지마다 잎눈과 꽃눈이 움트고 있다는 것을. 추위에 더 단단하게 생을 붙잡는 나무들이다. 붉은색을 띤 나뭇가지들이 반갑다. 생명... 봄에 화사한 꽃으로 만나자.
첫댓글 농원의 겨울이 여기서도 느껴지네요.
사랑과 정성으로 다독이는 주인님 마음을 알고 부지런히 성장판을 일으키고 있을 것 같아요.
수고한 만큼 튼실한 농원 가족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나무들과 교감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면 정말 행복한 일이지요~
오늘도 행복한 날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
블루베리가 잠자는 농원, 깨울까 봐 아기방 들어가는 걸음이어야 하는군요~조금만 더 자고 싶었던 오늘 아침 저의 모습을 생각하며 식물도 그럴거라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눈 풍경 담고 싶은 마음과 눈 피해 입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모두 따뜻하게 다가오는 귀농에세이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