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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명의 충북출신 대통령 비서실장이 탄생했다. 노영민 주중대사다. 그 이전엔 이원종 비서실장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 거의 마지막 비서실장이다. 이원종과 노영민. 한사람은 수십년간 화려한 공직생활로 쌓아올린 공든탑이 대통령의 탄핵으로 큰 오점을 남긴채 퇴장했고 또 한사람은 정권 출범 3년만에 권력의 핵심부로 진입했다.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는 비서실장은 장관급이지만 최고권력의 지근거리에 있다는 점 때문에 실세 비서실장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기도 한다. 전임 임종석 비서실장은 대통령 해외순방중 선글라스를 낀채 장관들을 대동하고 DMZ(비무장지대)를 시찰해 논란을 일으켰지만 한편으론 비서실장의 위상을 보여줬다. 하지만 비서실장에 따라 정치적 운명이 달라지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시절 비서실장 역임을 발판으로 대권을 거머쥐었으나 박근혜 정부의 실세 비서실장이었던 김기춘은 권력남용으로 철창신세를 지고있다.
제천이 고향인 이원종 비서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논단 사건이 불거지기 직전인 2016년 5월에 임명됐다. 정치인으로 박근혜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그래도 인연을 꼽자면 박근혜가 '영애' 시절 박정희 정부때 청와대 비서실 행정비서관으로 일했던 정도. 그가 발탁됐을때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더구나 그는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행정의 달인'이라는 말을 듣는 정통관료 출신이었다. 송기(소나무 껍질)로 허기를 채울 만큼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좌절하지 않고 특유의 성실성으로 지방행정의 최고봉인 서울시장과 민선 충북지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박근혜가 검사출신으로 권모술수에 능하고 충성심이 강하지만 외풍에 시달렸던 김기춘에 이어 이원종을 발탁한 것은 분위기 전환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소탈하고 원만한 성품에 소통에 능해 경색된 정국을 풀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만에 최순실 사태로 사표를 썼다. 사퇴한 뒤에는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곤혹을 치렀으나 결국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는 후에 검찰에서 "박 전 대통령인적 쇄신부터 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지금부터 가장 아끼는 사람부터 치시라"고 고언한 뒤 "저도 물러난다. 제대로 보필 못 해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실장은 "대통령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표정이었는데 제가 그냥 돌아서서 나왔다"고 말했다. 행정은 달인의 경지에 올랐지만 성품상 정치인이 될 수 없었던 이원종은 '비선실세'도 파악하지 못했다. 관리형 비서실정의 한계였다.
반면 청주출신 노영민은 자타가 공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연세대 재학 시절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그는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내리 3선(17·18·19대) 의원을 지냈다. 노영민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으로 문 대통령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당시 대선 패배 후 문재인 캠프에 참여한 의원 10명과 함께 '문지기(문재인을 지키는 사람)'를 결성하기도 했다. 이는 친문의 출발점이 됐다. 지난 대선에선 문재인 캠프의 조직본부장을 맡은 대선의 일등공신중 한명이다.
지역에선 다음 총선 출마여부가 주목됐지만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이미지관리를 잘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 비서실장에 발탁되면 다음 지방선거 충북지사로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3년차인 올해는 정권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해다. 국정이 흔들리면 레임덕이 찾아올 수 있다. 경기침체가 회복될지 악화될지 여부가 판가름 나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대권잠룡들도 본격적으로 몸을 풀기시작하는 시기다. 야당과의 대립각도 심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국정의 돌파구를 열기위해선 실세 비서실장의 역할에 비상한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자칫하면 정치적인 부담만 안게된다.
박근혜 정부시절 이원종의 청와대행은 그의 의지와 관계없이 끝이 좋지 않았다. 노영민의 청와대행은 어떨까. 이제부터 그의 정치인으로서 능력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듯하다.
출처/네이버블로그<박상준 인사이트>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