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1년 4월 25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10425월] 수석교사제 법제화 더 미뤄선 안 된다
교사가 교감 교장 등 관리직으로 승진하지 않고 정년까지 수업과 장학, 후배교사 지도 등을 맡는 수석교사제 도입을 위한 논란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근거가 되는 초중등교육법 교육공무원법 등의 법률 개정안이 이르면 25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위 심의를 매듭짓고 이번 주 안에 본회의에 상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각은 수석교사제 법제화 문제는 더 이상 미루기만 할 일이 아니며, 시행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들은 별도의 방안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판단한다.
수석교사제 논란은 이미 1980년대 초반부터 3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교총이 적극적으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전교조 측은 교원 확충 등의 선결과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법제화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과부는 2008년부터 전국적으로 일부 학교에 대해 시범운영을 한 결과 수업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교내 연수와 장학이 활성화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랜 논란과 4년간의 시범운영 과정을 거치면서 수석교사제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서는 교총이나 전교조나 원칙적 공감대를 갖고 있다. 전교조 측이 법제화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우선 교원 확충인데, 수업의 50%만 맡는 수석교사가 임명되면 전국 1만 여 곳의 초ㆍ중ㆍ고교에서 5,000여 명의 교원이 부족한 상황이 온다는 점이다. 또 수석교사와 관리직(교장 교감)과의 업무와 역할이 분명히 구분되지 않아 중복되거나 종속되는 상황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전교조 측이 반대하는 이유는 법안을 좀 더 가다듬고 시행령에 융통성을 부여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지 법제화 자체를 또 다시 연기할 이유는 아니라고 본다. 한 학교에서 수석교사 수업량의 50%를 감내하기 어려워 보이지 않으며, 관리직과의 업무와 역할 구분은 충분히 조정하며 운용할 여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생 인권조례나 직ㆍ간접 체벌금지 등에서 경험하고 있듯이 교육과 관련된 문제에서 명분이 뚜렷하다면 원칙을 확정해 놓고 시행과정의 부작용들을 순차적으로 해결해 가는 것이 옳다.
[한겨레신문 사설-20110424월] 공무원 선거개입, 군사독재 때나 하던 짓이다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현장에 특임장관실 관계자가 내려가 주민 동향 파악 등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정확한 내용은 선관위 등의 조사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특임장관실 신아무개 시민사회팀장이 분실했다는 수첩에는 김해을 선거와 관련해 각 정당과 후보들의 동향, 지역별 유권자 민심 등이 12쪽에 걸쳐 꼼꼼히 기록돼 있었다고 한다. 수첩 주인이 김해을 지역에 사는 지인 3명과 함께 한 가게를 찾아가 자신을 고향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종업원 등에게 선거와 관련한 상황을 물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정도라면 “이번 선거와 관련해 특정 지역에 직원을 파견한 적이 없다”는 특임장관실의 주장과 달리 신 팀장은 민심 동향을 확인하는 등 선거에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친이계 의원들을 공개적으로 불러모아 “4·27 승리를 위한 작전회의”라고 할 때부터 논란을 일으키더니 결국 이런 일이 터졌다.
사실로 확인된다면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이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위해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선거법 등에 명백히 위반되는 행위다. 신 팀장이 선거에 어떻게 개입했고, 누구와 함께 움직였는지, 그리고 이재오 장관이 직접 그런 지시를 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선관위는 물론 수사기관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강원도지사 보선에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 쪽이 강릉의 한 펜션을 빌려 전화홍보원을 대거 동원해 불법선거운동을 벌이다 적발된 일도 심각한 문제다. 엄 후보는 티브이토론에서, 현장에서 붙잡힌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나선 사람들이고 자신은 몰랐다고 변명했다고 한다. 5만원씩 일당까지 지급받았다는데 단순한 자원봉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믿기 어렵다. 검찰과 경찰이 엄정하게 수사해 불법선거의 배후와 주모자들을 낱낱이 파헤치기 바란다.
이 두 사건을 보면서 정부여당에 책임을 엄히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아보겠다고 나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부여당이 앞장서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에게 선거에 개입하라고 시키는 것은 군사독재 때나 하던 짓이다. 적어도 민주정부 이후 그런 일은 없었다. 우리 정치사를 10년 이상 후퇴시키는 큰 죄를 짓고 있다는 점에 대해 커다란 각성이 있어야 한다.
선관위 역시 반성해야 한다. 포털사이트 부재자투표 독려 광고 삭제, 민주당 원내대표 라디오연설 가위질, 특임장관 선거운동 방치 등 지나친 여당 편향 행보에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선거를 관리해야 할 선관위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으면 선거제도, 나아가 민주주의가 흔들릴 수 있다. 역사적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정부여당의 불법을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히 처벌하는 게 마땅하다.
[조선일보 사설-20110425월]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의 부활절
어제 부활절을 맞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2011 한국교회 연합예배'에서 이신웅 신길성결교회 목사는 "교회가 세상을 선도하고 희망을 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교회 문제들로 인해 세상에 걱정을 끼쳐 드린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설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부활절 메시지에서 "우리 신앙인들은 종교가 행복과 화해의 도구가 아니라 분열과 불행의 주체가 되고 있다는 사회 일각의 지적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예수 부활의 영광을 기리는 날 교계 지도자들 입을 통해 한국 기독교의 어두운 현실에 대한 참회의 말을 들어야 하는 신자와 국민 마음은 무겁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는 부활절을 앞둔 22일 신도들 앞에 그간 이 교회와 관련 기구 운영을 둘러싸고 가족 간에 빚어졌던 분란에 대해 무릎 꿇고 눈물로 사과하고, "제가 할 일은 다 끝났다"고 했다. 평생을 바쳐 순복음교회를 신도 46만명의 세계 최대 교회로 키워낸 노(老)목사가 오죽했으면 무릎 꿇고 사과하는 상황에 이르렀을까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교회는 세파(世波)에 상처입은 수많은 영혼들을 낮은 곳에서 겸허한 자세로 구원의 길로 이끄는 어버이 같은 존재여야 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는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고 다독이는 게 아니라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게 됐다. 교회 운영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목회자 간 폭력사건으로 발전하는가 하면 한국 최대의 교회 연합단체에서는 선거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교회가 교세(敎勢)를 믿고 세속에 군림하고 참견하는 일도 잦아졌다. 교회 어른이 자기들이 추구하는 노선과 다르다며 어른의 발언을 '궤변'이라고 몰아세운 일도 있었다. 종교계가 언제 어떤 사회 갈등을 또 불쑥 불러올지 국민들은 조마조마할 뿐이다.
이신웅 목사는 "지금의 기독교는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이 목적이 아니라 '나의 영광을 위한 교회 성장'이 목적이 돼 많은 교회들이 쇠퇴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어느 종교든 본분을 벗어나면 신자의 참을성에도 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내년 부활절에는 한국 교회가 올해와는 다른 메시지를 신도들과 국민들에게 들려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10425월] 코레일 사고 책임자 문책하고 전면 감사해야
코레일 열차가 또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주말 경기 용인 분당선 죽전역에서 전동차가 궤도를 이탈하는 바람에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열차 운행이 5시간 넘게 중단됐다. 2월11일 광명역에서 KTX가 탈선한 지 70여일 만에 일어난 사고다. 코레일 열차는 그 전에도 탈선 외에 크고 작은 운행 장애를 자주 일으켜 왔다. 오히려 사고 없이 정시운행하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다. 코레일의 안전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다. KTX는 물론 모든 열차는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열차 사고는 신호체계 고장 때문이든, 부품 고장 때문이든 따지고 보면 모두 점검과 유지보수 부실에서 기인한다. 정비 불량이 사고를 불러오는 것이다. 정비가 불량한 원인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뻔하다. 정비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도저히 철저한 정비를 할 수 없는 여건이거나, 아니면 정비인력의 근무 태만 등으로 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일 것이다.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코레일 노조 측은 최근 2~3년간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따른 정비인력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 반면, 코레일 측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코레일은 오히려 차량부품의 품질향상과 검수기술의 발달 등을 들어 차량정비 주기를 늘려가고 있다고 한다.
국민은 불안하고 답답하기 짝이 없다. 분통이 터질 정도다. 안전이 생명인 열차가 사고를 자주 내고 있는데도 믿음이 가는 정부 대책을 들어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잦은 사고에도 인명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사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위험 불감증’이 코레일에 팽배해 있지 않은지도 의심스럽다. 철도안전의 총책임자인 허준영 코레일 사장부터 그렇다. 그는 얼마전 KTX 고장에 대해 “사람이 다치지도 않았는데 무슨 사고냐…” 하는 어이없는 태도를 보여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코레일은 지난 13일 뒤늦게 철도안전 대책을 발표했지만, 엊그제 전동열차 탈선사고가 나고 보니 정말 공허하게만 들릴 뿐이다.
더 이상 철도안전 문제를 코레일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코레일의 대처방식을 보면 도저히 신뢰가 가지 않는다. 감사원이 안전시스템에 대한 전면 감사를 벌여 총체적인 진단과 함께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그 전에라도 사고 관련자나 책임자는 엄중 문책해야 마땅하다. 민간기업에서 이처럼 사고가 잇따랐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기 바란다
[서울신문 사설-20110425월] 건보 재정, 소비자·제약사·의사 책임 공유해야
지난 주말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에서는 건강보험료 인상을 포함해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비효율적 의료체계로는 건보 재정이 파탄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라도 다 안다. 지난해만 해도 1조 3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더욱이 인구 노령화와 국민의 기대 상승으로 의료 서비스 욕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속 가능한 의료 보장과 질 높은 의료 서비스는 행복한 삶의 필수조건이지만 그전에 건보 재정 안정화가 선행돼야 한다.
정부는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점은 국민도 수긍할 것이다. 그러나 제약사와 약사, 병의원과 의사들도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고질적인 약값 거품과 과잉 진료, 의료비 과다 청구는 건보 재정 악화의 주 원인이다. 얼마 전에도 검찰과 국세청은 의약품 선정을 둘러싼 제약사와 병·의원의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겠다고 칼을 뽑았다. 줄줄이 새는 보험료 징수 체계도 바로잡아야 한다. 수십억원대의 부동산 보유자, 근로소득 외의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 등이 보험료를 내지 않거나 지역가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험료를 덜 내는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동거하지 않는 형제자매를 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 제외하는 방안, 지역별·요양기관별로 의사와 약사에게 지불할 보험료 총액을 정해 놓고 그 한도 내에서 보험료를 지급하는 총액계약제 등 새로운 제도의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올해 만료되는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더 확대되어야 한다. 이미 건보 재정 누적 적립금은 바닥을 드러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의료비 지출에서 공공 지원 부문이 가장 낮은 나라다. 정부는 건강보험료 인상 수준을 결정하기 전에 이 같은 편법·불법과 불공정·불균형을 시정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납득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10425월] 한국사 교육 필수화가 우려되는 이유
교과부와 국사편찬위원회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가 내년 고교 입학생부터 한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되돌리는 내용의 역사교육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중국의 동북 공정 추진 등 주변국의 역사 왜곡에 대응,학생들의 역사의식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우리는 한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정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괜스런 걱정과 기우가 생기는 것도 숨길 수는 없다. 과연 우리는 어떤 한국사를 가르칠 것인지,퇴행적 민족주의를 한국사라고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본이나 중국 못지 않은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를 가르치지 않을지 적지 않은 우려를 갖게 된다. 물론 역사 교육은 운명적으로 자신이 속한 민족사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 자체를 부인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대사와 근대사를 둘러싸고 역사학계 내에서 치열한 논란이 있어왔고 현대사는 더더욱 좌우로 나뉘어져 물러설 수 없는 논쟁을 벌여왔던 것이 현실이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부터가 그다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TV 사극처럼 가르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도 하게 된다. TV 고대사극은 일종의 판타지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TV의 역사 교양물조차 소설과 사실의 구분을 점차 고의적으로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은 학계에서조차 우려하는 그대로다. 보편적 가치 혹은 보편사에 기반한 한국사가 아니라 민족적 감성만 강화하는 한국사가 되고 만다면 이는 역사라는 이름의 사이비 종교를 주입하는 매우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역사를 제멋대로 해석하는 것은 학문의 저질화 현상이라고 하겠지만 그렇다고 소설과 사실(史實)을 고의로 혼동할 수는 없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110425월] 한국도 애플 조사하고 책임 물어야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 위치를 추적해 이동 궤적을 파일 형태로 저장해 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런 사실은 지난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술 콘퍼런스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두 명이 폭로함으로써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애플이 새로운 운영체제인 iOS 4.0을 출시한 지난해 6월부터 문제의 추적 기능이 가동되기 시작해 초 단위로 사용자 이동경로를 수집해 저장해 왔다는 것이다. 더구나 애플은 수사기관의 정보 요청에도 응했고 해커가 마음만 먹으면 들여다볼 수 있게 암호화조차 안 했다고 한다.
구글 안드로이드폰에도 사용자 이동궤적을 저장하는 파일이 있다고 하니 아이폰 사용자만이 아니라 국내에서 스마트폰을 쓰는 사용자라면 누구든 잠재적인 피해 대상자인 셈이다.
사용자 일거수일투족을 제3자가 언제든 필요하면 손금 보듯 들여다볼 수 있다는 뜻이니 놀랍고 두렵다. 애플은 사용자 위치 확인에 대한 정보를 모을 수 있음을 약관에 명시해 놓고 있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사용자는 남에게 자기 위치 정보를 수집해 함부로 알려도 좋다는 게 아니라 본인 위치를 알고 싶은 뜻에서 약관에 동의했을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약관상 이런 조항을 악용해 사용자 위치정보를 몰래 저장해 활용하려고 했다면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이동전화와 컴퓨터 기능을 겸비한 스마트폰은 국내에서 급격히 사용자가 늘어 지난달 23일에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2009년 말 80만명 수준에서 1년3개월 만에 12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올해 말에는 200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스마트폰 기능이 편리하고 다양한 만큼 사생활 침해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위험도 커졌음을 새삼 확인시켜 준 셈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이 애플의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우리 정부도 이들 국가와 공조해 애플에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요구하고 잘못된 행위에는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애플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지 말고 조속히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스마트폰 사용자들도 개인정보 유출에 각별히 경각심을 가져야 하며 자기 권리를 지키는 일에는 결코 뒷짐 지고 있어선 안 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황호택 칼럼/황호택(논설실장)-20110425월] ‘경쟁과 과학’이라는 킬러앱
모든 문명은 평등하다는 말이 있지만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세계를 주도한 것은 분명히 서구 문명이었다. 1500년에 유럽 국가들은 전 세계 영토의 10% 정도를 보유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해인 1913년 11개 유럽 제국은 전 세계 영토의 60%를 지배하고 전 세계 부(富)의 79%를 생산했다. 16세기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는 중국의 베이징이었다. 당시 베이징의 인구는 60만 명이었고 파리는 20만 명, 런던은 5만 명이었다. 1420년에 완공된 쯔진청(紫禁城)은 세계 최고의 문명이었다. 서구가 이렇게 앞섰던 중국 문명을 추월하고 세계를 선도(先導)한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영국의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새 책 ‘문명-서구와 그 나머지’에서 서구에 우월성을 안겨준 대표적인 킬러앱(killer application)은 경쟁과 과학이라고 분석한다. 킬러앱은 경쟁상품을 몰아내고 시장을 재편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의미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1000만 가입자를 확보한 카카오톡 같은 앱이 바로 킬러앱이다. 중국은 강력한 황제가 통치하는 통일국가여서 혁신과 경쟁이라는 킬러앱을 육성하지 못했다. 반면에 유럽은 수많은 산과 강으로 분할돼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도시국가로 발전하면서 각국이 창조적 경쟁에 몰두하게 됐다.
중국 명나라 영락제(永樂帝) 때인 1405∼1433년 정화(鄭和)가 황제의 명을 받아 7차례에 걸쳐 대선단(大船團)을 지휘해 서남아시아를 거쳐 아프리카 케냐까지 30여 나라에 원정했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훨씬 전에 중국의 대륙 탐험이 있었다. 하지만 영락제가 죽고 나서 돛대 2개 이상을 가진 배를 만들어 먼바다로 나가는 것은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가 됐다. 중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여러 나라의 군주가 식민지 확보 경쟁을 벌였다. 서구가 신대륙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유라시아 대륙의 낙후지역으로 전락했을 것이다.
유럽은 과학자를 우대했다. 1727년 아이작 뉴턴이 죽었을 때 그의 시신은 4일 동안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사원에 안치됐고 공작 백작 대법관들이 운구를 맡았다. 프랑스의 작가 볼테르가 이 광경을 목도하고 천한 집안 출신의 과학자가 제왕 같은 장례식을 가졌다고 기록했다. 오늘날의 위대한 과학적 발견, 의약품, 정치제도, 대학의 학문이 대부분 서구에서 유래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세계 역사에서 경쟁과 과학을 장려한 나라는 흥했고 그러지 않은 나라는 쇠했다. 한국이 20세기 초 식민지의 고통을 겪은 것도 바로 경쟁과 과학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2008년 KAIST에 진학한 아들의 입학식에 참석했다. 서남표 총장은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진행된 입학식에서 21세기의 과제인 에너지 환경 물 그리고 자연과 천연자원을 보존 관리하는 지속가능성을 해결하기 위해 학문 연마와 리더의 자질을 길러 달라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의 마음을 뿌듯하게 하는 입학식이었다.
KAIST 학생 4명이 자살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전문계 고교 출신 로봇영재를 입학사정관 제도로 뽑아놓고 영어수업에 적응 못하도록 방치한 것은 대학의 잘못이 크다. 그러나 이 나라의 대표적인 공과대학에서 몇 명 부적응 학생이 발생했다고 해서 경쟁과 과학영재의 육성이라는 본령(本領)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부적응 학생은 상담과 치유 차원에서 접근하면 된다.
영재집단에도 나약한 심성을 가진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그해 입학식의 말미에 학생처장이 “어머니들이 학교에 전화 좀 걸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학생들이 기숙사에 불만이 있으면 사감에게 시정을 요구하고, 그것도 성에 안 차면 학생처장실이나 총장실로라도 쳐들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왜 대학생 자녀를 유치원생 어머니처럼 챙겨줍니까.” KAIST에는 과학고 출신 학생이 70∼80%에 이른다. 엄마가 알아서 다 챙겨주는 헬리콥터 맘이 아이들의 의존증을 길러주고 심성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 경쟁적 상황에 수반되는 스트레스를 견뎌낼 수 있는 강한 심성을 길러주는 일은 인생을 살아감에서 학업성적 못지않게 중요하다.
필자는 징벌적 학점 제도에는 반대한다. 행동심리학에 심리회계(mental accounting)라는 말이 있다. 학점이 나쁜 데 따른 열패감과 상실감이 클 텐데 남들이 안 내는 수백만 원의 등록금을 부모에게 타내자면 죽기보다 더 싫을 것이다. 수입이 없는 학생들에게 수백만 원은 심리회계상 지갑이 두툼한 어른이 인식하는 돈의 크기와는 다르다. 경쟁에서 앞선 학생들에게 상을 주어 선망의 대상이 되게 하는 것이, 뒤처진 학생들에게 ‘징벌’을 주는 방식보다는 교육적으로 효과가 크고 부작용이 적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남정호(국제선임기자)-20110425월] 문화재 반환
뉴욕·런던·파리·로마 한복판엔 바늘 모양의 거대한 돌기둥이 우뚝 서 있다. 고대 이집트인이 만든 오벨리스크다. 정확한 쓰임새는 여태 미스터리지만 다산(多産)의 상징인 남근석이란 해석이 적잖다. 대부분 문명권에선 하늘은 남자, 땅은 여자로 통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하늘의 신 우라노와 대지의 신 가이아도 그랬다. 하나 고대 이집트는 달랐다. 하늘의 신 누트는 여신, 땅의 신 게브가 남신(男神)이었다. 그래서 누트를 위해 하늘을 찌르는 남근상이 세워졌다는 거다.
이처럼 에로틱한 사연이 담긴 오벨리스크가 가장 많은 곳은 이집트 아닌 이탈리아다. 전 세계 29개 중 이집트엔 9개가 있는 반면에 이탈리아엔 11개나 있다. 이집트를 정복한 로마의 황제들이 오벨리스크의 위용에 반해 빼앗아 온 거다. 2000년 전부터 문화재 약탈이 횡행한 셈이다. 이탈리아인들의 오벨리스크 욕심은 20세기에 또 도진다. 1937년 무솔리니가 에티오피아와의 전쟁에서 이기자 이 나라 오벨리스크를 강탈해 온 것이다.
그후 에티오피아는 범국민 서명운동까지 벌이며 줄기차게 반환을 요구했다. 명분에서 밀린 이탈리아는 마땅한 진입로가 없다는 둥 오만 핑계를 댔다. 그러자 에티오피아는 공항 활주로를 확장하고 새 도로를 내는 등 온갖 성의를 보인다. 국제적 반환 압력도 거세져 결국 2005년 문제의 오벨리스크는 67년 만에 고국에 돌아갔다.
오벨리스크 귀환에 길을 터준 문화재 반환운동은 ‘엘긴 마블’로 인해 본격화됐다는 게 정설이다. 모나리자에 맞먹는 걸작이라는 엘긴 마블은 원래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 붙어 있던 조각들이다. 19세기 터키 대사였던 영국 엘긴경(卿)이 빼돌려 지금은 대영박물관에 있다. 아직도 진행 중인 엘긴 마블 반환운동이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된 건 멜리나 메르쿠리라는 그리스 문화장관 덕이 컸다. 미모의 여배우였던 그는 1962년 대영박물관에서 영화 ‘페드라’를 찍다 엘긴 마블을 발견한다. 첫눈에 진가를 알아본 그는 조각품을 끌어안고 꼭 되찾아 오겠노라며 통곡했다. 그후 그는 정치에 투신해 문화장관까지 올라 숨질 때까지 엘긴 마블 반환에 신명을 바친다.
지난 14일 프랑스에서 외규장각 도서가 돌아온 데 이어 일본 내 조선왕실의궤도 곧 반환된다 한다. 간만의 상쾌한 소식이나 외국을 떠도는 우리 문화재가 아직도 14만 점을 넘는다. 에티오피아에서 보듯 잃었던 유물들을 되찾으려면 지극정성이 최우선임을 명심할 일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철웅(논설실장)-20110425월] 독사과 만평
숲에서 백설공주가 마녀와 만난 장면이다. 공주는 사과 광주리를 들고 있는 마녀에게 묻는다. “잠깐만요. 일본에서 오셨나요?” 공주는 손에 든 돋보기로 사과를 살피던 중이었다. 다른 손엔 신문을 들고 있는데 ‘일본 방사능’이라는 제목이 보인다. 며칠 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IHT)에 실린 만평이다. 첫눈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산 식품이 방사성물질에 오염돼 있을 가능성을 풍자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IHT는 뉴욕타임스가 발행해 전 세계에서 발매되는 유력 영자신문이다. 이 신문이 일본 식품을 독사과에 빗댄 건 일본으로선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너무나 유명한 이 동화 속에서 백설공주는 독사과를 먹고 죽음에 이른다. 비록 세태를 풍자하는 만평이라고는 해도 너무했다고 느꼈을 수 있다. 뉴욕 주재 일본 총영사관은 뉴욕타임스에 “일본산 식품에 대해 근거 없는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고 항의했다. 총영사관 홍보센터장은 “일본산 식품은 일본에서나 미국에서나 충분한 방사선 검사를 하므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항의를 받은 뉴욕타임스는 “이의 제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만평의 원전(原典)에 궁금한 구석이 있다. IHT는 중국의 관영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의 만화가가 그린 것이라고 만화 귀퉁이에 부기해 놓았지만 전재 여부는 분명치 않다.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가 내는 신문이다.
이번 일은 가령 ‘독사과 만평사건’처럼 무슨 사건으로 부를 만한 건 아니다. 하지만 몇해 전 있었던 큰 사건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마호메트 만평 파문이다. 이 사건은 2005년 9월 덴마크 신문 율란츠포스텐이 폭탄 모양의 터번을 두른 마호메트 등 12컷 만평을 실은 데서 비롯됐다. 노르웨이 잡지가 이듬해 이를 전재하면서 무슬림의 반발이 확산됐고 결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격렬한 시위 끝에 사망자까지 발생하는 사태로 번졌다. 당시 사건에는 이슬람 창시자를 테러리스트로 풍자한 신성모독, 9·11 테러 후 전체 무슬림을 잠재적 테러범시하는 풍토, 문명충돌적 성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따지고 보면 이번 독사과 만평건도 만만치 않은 주제를 건드리고 있긴 하다. 왜 아니겠는가. 원전과 방사능 오염이라는 인류의 거대한 숙제와 관련된 것이거늘.
[서울경제신문 칼럼-동십자각/김성수(금융부 차장)-20110425월] 부실 저축銀 부실 청문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화려한 캐스팅(증인)으로 관객몰이에 나섰던 쇼(청문회)는 기대 이하로 판정이 났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국회에서 진행된 '저축은행 부실화 원인규명 및 대책마련을 위한 청문회'는 말 그대로 저축은행 부실화 원인을 규명해 책임소재를 가려 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여야 국회의원과 증인들의 발언은 취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정치 공방에 치우쳤다. 시종일관 저축은행 부실 책임이 현 정권에 있느냐, 전 정권에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진 부실 청문회였다.
저축은행 부실은 누구 한 명의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저축은행 대주주들의 도덕적 해이는 물론이거니와 정책∙감독 당국의 근시안적인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을 따진다면 청문회에 소환된 증인이나 국회의원도 모두 서로에게 큰소리칠 입장은 아니었다.
특히 이헌재 전 장관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전∙현직 장관과 금융당국 수장들이 34명이나 증인으로 나섰지만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당시로서는 최선의 판단이었다"나 "당시 국회에서 요구하고 승인하지 않았냐"는 식의 무성의한 답변만이 공허하게 되돌아올 뿐이었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야당 의원은 현 정권의 책임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했고 여당 의원은 전 정부가 부실을 조장했다는 식의 항변만 되풀이했다. 청문회장에는 책임규명과 대책마련에 대한 의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데 혈안인 정치권과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금융당국 수장뿐이었다.
기대를 한 몸에 안고 등장한 대책반장이나 금융 종결자를 자처한 이도 그 자리에는 없었다. 그들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하고 싶은 말을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청문회 말미에 출연한 저축은행 피해고객의 절규는 선명했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는 법이 없다. 금융위∙금감원∙국회의원∙감사가 제대로 처신했더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었겠냐"는 내용이다. 심지어 "과연 우리가 지금까지 세금 낼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정치공방과 책임 회피로 일관된 청문회이지만 참석자들이 이들의 절규를 귀담아 들었다면 이번 청문회의 의미를 되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