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壽자와 福자를 다양하게 도안한 그림>
* 도안화(圖案畵)
도안이란 어떤 형상을 생긴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형태로 고안하여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대상을 도안화할때 생겨나는 것이 문양이다.
우리 주위에는 전통적으로 상용되어 온 문양이 많이 있다.
바로 이같은 문양들은 어떤 특별한 대상을 도안화하여 얻은것들로 우라나라의 문양들은 거의가 길상적(吉祥的)인 뜻이 담긴 길상문(吉祥紋)이다.
길상문 가운데 특히 많이 사용되었던 것은 박쥐와 감, 까치, 물고기 등이다.
이들 소재들은 상징적인 뜻은 박쥐는 한문의 편복이 복(福)과 음이 같다고 해서 복을 감은 튼튼함을 상징한다.
감이 튼튼하고 여물다는 상징으로 묘사되는 것은 <시경>에 나무 가운데 뿌리가 가장 견고한 것은 감나무라고 한 구절에 의한것으로 바탕이 튼튼하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전각의 섬돌이나 다리 난간에 감꼭지 문양을 새긴 경우가 많다. 까치는 기쁨을, 물고기는 다자(多子), 또는 재산을 지킨다는 뜻을 지닌다.
민화 가운데도 글자의 의미와 곤계가 있는 고사 등의 내용을 글자의 획속에 그려 넣어서 서체를 구성하는 그림이 있는데 유교 전통하에서 주요 덕묵으로 손꼽는 여덟 글자, 즉 효(孝), 제(悌), 충(忠), 신(信), 예(禮), 의(義),
염(廉), 치(恥)를 각 글자에 관련된 고사나 설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도안화한 문자도가 바로 이것이다.
이밖에 그림은 아니지만 수(壽)자나 복(福)자를 수많은 형태로 도식화해서 마치 그림을 그려놓은 것과 같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작품으로도 백복도(百福圖)나 백수도(百壽圖)가 있고 또 백수백복도가 있다.

* 문자도(文字圖)
민화 문자도는 충효 혹은 삼강오륜의 교훈작 의미거나 길상적인 뜻을 지닌 글자를 통하여 바라는 소망을 이루고자 하는 의도에서 주로 병풍으로 제작되어 18세기 경부터 주로 사대부가의 생활 속에 자리잡기 시작했고 19세기에 이르러 봉건사회가 점차 무너져가자 일반 민중들에게 널리 파급된 것으로 보인다.
민화 문자도는 대개는 병풍그림으로 그려졌고 그 종류는 효제도(孝悌圖)와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가 주종을 이루었다.
효제도란 유교의 도덕강령으로서 선비층의 덕목지침이기도 했던 효, 제, 충, 신, 예, 의, 염, 치,
즉 효도, 형제와 이웃에 대한 우애, 나라에의 충성, 서로에 대한 믿음, 예절, 의리, 청렴, 부끄러움을 아는것 등
유교적 윤리관을 압축시킨 여덟 글자를 회화적 요소를 가미하여 병풍그림으로 그린것을 말한다.
문자도 특히 효제도는 비백서(飛百書)혹은 비백체라고 하는 일종의 회화적 서체가 연원이라고 할수있다.

유득공(1749~?)의 <경도잡지>에 "비백서는 버드나무의 가지를 깎아 그 끝을 갈라지게 하여 먹을 찍어 효,제,충,신,예,의,염,치 등의 글자를 쓴 것이다. 점을 찍고 긋고 파임하고 삐치는 것을 마음대로 해서 물고기,게,새우,제비등의 모양을 만든다"라는 비백서와 효제문자도와의 관계를 밝혀주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문자도는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회화성이 더욱 강조되는 면모를 보이는데 글자의 의미보다는 도안적인 장식성과 형상표현에 치중하여 때로는 문자의 형태가 거의 무시된 상태로 변형되어 그려지는 경우도 있었다.
제작 방법에 있어서도 비백체 뿐아니라 인두를 불에 달구어 지져서 그리는 낙화나 요즘도 시골 장터나 민속촌에서 볼수 있는 혁필화로도 많이 제작되었다. 혁필화는 가죽을 붓같이 만들어서 이름자나 쓰고 싶은 글구를 쓰되 화려한 물감으로 꽃이나 새, 나무 등을 글자에 어울리게 그려서 만드는데 글자도 아니고 그림도 아닌 일종의 도안화라고 불수있는 그림이다.


효제도의 각 글자가 그려지는 형상들은 그 글자에 합당한 고사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글자를 꾸며주기 위해 그리는 것들은 거의 일정하게 도식하는 기본형식이 있다.
예컨대 효(孝)자는 잉어, 죽순, 부채, 귤, 거문고 등이 효의 상징물로서 그려진다.
제(悌자는 제로도 그렸으며 형제의 우애와 정을 읊은 <시경>소아의 상체편에 나온 상체지화에 따라 접동새나 집비둘기 한쌍과 상체라고 하는 산앵두나무를 소재로 한다.
또 매, 죽, 송등의 세한삼우와 삼국지의 관우, 유비, 장비가 도원결의 하는 모듭을 그려 제의 의미를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충(忠)자에는 충절을 상징하는 대나무 어변성룡을 상징하는 용과 잉어 그리고 새우와조개 거북이 등을 그렸다.
새우와 조개는 단단한 껍질로 싸여 있어 굳은 지조를 나타내는 것이며 거북이가 그려지는 것은 하나라의 걸왕에게 충절로서 간하다가 죽임을 당한 관용봉(그가 죽자 뜰에서 서책을 등에 진 거북이가 나왔다는 설화에서 유래)과 관련되어 충성과 절개를 상징한다.
신(信)에는 입에 편지를 물고 있는 두마리의 새를 그리는데 한마리는 흰기러기요 한마리는 서왕모 설화의 청조다.
이 새는 인수조신의 모습으로 그리기도 하며 이새들이 물고 있는 편지가 곧 언약이나 믿음을 상징하는 것이므로 신의 의미를 표현하는 것으로 쓰인것 같다. 또 한나라때 세상을 피하여 상산에 숨어 바둑을 두고 지냈다는 백발의 네 노인에 관한 고사인 상산사호(동원공, 녹리, 기리계, 하황공의 네 노인이다)이야기가 믿음의 의미로 그려지기도 한다.
예(禮)자에는 예에 관하여 강론하고 있는 공자의 모습이 그려지거나 책을 등에 진 거북이가 그려진다.
거북이가 예자에 그려지는 이유는 거북이가 지고 있는 책의 내용이 하늘의 이치와 부모자식 부부간에 지켜야할 예의 덕목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인데 이는 복희가 천하를 다스릴때의 고사인 하도낙서와 관련되어 있다.
의(義)자에는 제자와 마찬가지로 유비, 장비, 관우가 도원에서 결의하는 모습이 그려지며 때로는 복숭아꽃들만 그려 도원결의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또 이들 세사람이 싸움터에 나가는 모습을 그린 경우도 있다.
염(廉)자에는 요임금때 속세를 떠나 산속에 은거했다는 고사소부와 혀유의 모습을 그리기도 하지만 가장 많이 그린것은 봉황이다.
봉황은 벌레나 풀까지도 해치지 않으며, 모여살지 않고 어지럽게 날지도 않으며 아무리 배가 고파도 조 따위는 먹지 않고 대나무 열매만 먹고 사는 서조로서 봉황의 이러한 성품이 곧 염의 뜻이며 이로써 염을상징하게 된것이다.
치(恥)는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는 뜻을 가진 글자다.
은나라가 주나라의 무왕게게 패해서 망하자 주나라의 곡식을 먹는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하여 수양산으로 들어가 고사리만 캐먹고 살다가 굶어서 죽었다는 백이와 숙제 형제에 관한 고사가 치에 반영되어 두사람을 모신 제각이나 위패를 모신곳에 그렸다.
이런 그림들은 교화용으로 많이 제작되어 주로 어린이 방을 장식하는데 쓰였다.
효제도 이외의 문자도로는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가 있다.
수자나 복자를 열자나 여 여섯 혹은 백 자를 모두 다른 모양으로 한 화면에 그림처럼 써놓은 것으로 상서로운 의미를 가진 글자를 반복해서 씀으로써 그 글자가 나타내는 의미를 더욱 강조하고자 했던 의도를 담은 것이다.
수자와 복자를 한 화면에 반복하여 쓰거나 혹은 한 글자만을 모양을 다르게 하여 한 화면 가득 채운 작품들도 있다.
또 만호도(萬虎圖)라하여 범 화자를 만번 반복하여 하나의 커다란 호자를 쓴 일종의 문자도가 남아 있는데 이는 반복적인 글자를 통하여 잡귀의 침범이나 액을 막는 일종의 벽사용으로서 주술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