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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쟁이들]
S#1. KTX 기차 / 낮
어둠 속에서 안내 방송이 들려온다.
‘부산행 KTX 550호 잠시 후 출발하겠습니다. 마중 나온 고객께서는 열차에서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화면 밝아지면, 몇 몇 사람이 각자 좌석을 찾아 앉는다.
통로를 가로질러 케리어를 끌고 가는 찬영, 자신의 창가 자리를 찾아 짐을 올리고 앉는다.
서서히 출발하는 열차, 서울역을 벗어난다.
cut to.
열차 밖.
부산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KTX가 보인다.
열차 안.
자리에 앉아 있는 찬영, 옆자리에 앉아 있는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버지
(불편한 표정으로) 부산에 가는 건 영 내키지 않네.
찬영
아빠, 무슨 말이야?
아버지
우리 중간에 아무데서라도 내리자.
찬영
어떻게 내려. 아빠도 참...
순간, 찬영의 허벅지에서부터 물자국이 번져나간다.
놀라며 번져나가는 물자국을 바라보는 찬영.
‘어’하며 잠에서 깨는 찬영. 찬영의 꿈이었다.
옆좌석의 잠든 아주머니가 한 손에 들고 있던 생수를 찬영에게 쏟고 있다.
상태를 파악하고 화들짝 놀라며 물을 피하는 찬영.
찬영이 옆에서 소란스러운데도 잠에서 깨지 않는 아주머니.
찬영
(아주머니를 뚝 치며) 아이씨, 아줌마!
아주머니가 잠에서 깨는 듯하더니, 곧 다시 잠에 빠진다.
몸을 뒤척이며 방구를 ‘뿌웅’ 끼는 아주머니.
‘아이, 참’ 기분 나쁜 표정을 지어며 창밖을 바라보는 찬영.
창밖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간다.
S#2. 부산역 / 낮 (타이틀씬)
- 부산역에 도착한 KTX.
- 열차에서 분주하게 내리는 사람들.
- 찬영이 캐리어를 끌고 또각또각 하이힐을 울리며 부산역을 걸어간다.
S#3. 기장 / 오후
택시가 멈추면 차에서 내리는 찬영, 주위를 둘러본다.
부두에 떠있는 통통배들. 낮은 슬레이트 건물들- 전형적인 시골 어촌 분위기.
찬영
기사 아저씨, 제가 말씀드린 곳이 여기 맞나요?
기사
맞아요. 부산 기장군. 일출신문이라메?
다시 둘러보는 찬영. 차가운 시선을 느끼고 문득 돌아본다.
낡은 건물 창가에서 어른거리다 사라지는 그림자.
그 건물에 걸려 있는 삐뚤어진 낡은 현판 ‘일출신문’
S#4. 일출신문 / 오후
끼이익- 괴이한 소리를 내며 열리는 철문. 황량하기만 한 사무실.
열린 창문으로 불어 온 바람이 휑한 책상 위 신문을 흩날리고.
공포스러운 광경에 겁을 먹는 찬영.
그 때, “와!!” 소리를 지르며 책상 밑에서 우르르 튀어나오는 사람들.
멀뚱멀뚱 쳐다보는 찬영.
사람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 다시 ‘와!!!’ 놀래키려 하지만 꿈쩍 않는 찬영.
머리에 썼던 고깔을 벗으며 찬영 앞으로 오는 키 작은 사장.
사장
서울서 온 최찬영기자 맞지예?… (머리를 긁적이며) 깜짝 환영식이라고 준비했는데 어째 놀래지를 않네…
갑자기 사장을 향해 ‘와!’ 하는 찬영.
깜짝 놀라 뒷걸음치는 사장, 가슴을 쓸어내리며
사장
아, 서울 사람이라 다르네!
‘서울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네.’ ‘달라’ 하면서 웅성웅성하는 직원들.
찬영
경향신문 본사서 왔는데, 여기가 정말 계열사 일출신문…
띠리리- 울리는 전화기. 받아드는 직원 1, 점점 표정이 굳어진다.
직원 1
네. 네?! 또요? 어데요? 네, 지금 곧 가겠습니다.
사장
뭐야, 설마 또 영변항에서 올라온기가?
직원 1
네, 근데 사장님. 이번엔 제대로 걸려든 것 같은데요?!
사장
근데 왜 다들 가만히 있노?!
사장의 말을 듣는 찬영의 눈알이 빠르게 굴러간다.
<INSERT 어느 항구. 경찰의 가이드라인이 둘러 처져 있고.
- 바다에서 건져 올려지는 시체. 한 구. - 수면 위에 둥둥 떠다니는 사람 모양의 흰색 라인.>
찬영
(후다닥 달려 나가며) 영변항이 어디에요? 차량 지원 되죠??
순식간에 사라진 찬영의 모습, 허둥지둥 쫓아나가는 직원들.
S#5. 영변항 / 오후
연방 후레쉬를 터트리는 일출신문 사진기자.
그들의 앞엔 어부1이 그닥 커 보이지 않는 물고기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그 광경 앞에 할 말을 잃은 찬영. 박수를 치며 곁으로 다가오는 사장, 자랑스레-
사장
멋지다! 지난번보다 13cm 더 길거든. 이 정도면 최근 들어 가장 특종이야! 최기자 오자마자 정신없겠어?!
찬영
(시끈둥한 표정으로) 네, 좀 정신이 없긴 없네요.
그 때 술이 잔뜩 취한 어부 2가 어부 1의 손에서 물고기를 뺏으며 자기꺼라고 우겨댄다.
멱살을 잡으며 엉키는 어부 1, 2. 그 결에 바닥에 내동댕이 처지는 물고기.
구경하던 주민들 중 몇 몇이 물고기를 찔러 보고 만져보면.
힘이 빠진 찬영, 황량한 어촌 마을을 둘러본다.
S#6. 포장마차 / 밤
술에 취한 사장과 직원들이 뭐가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 댄다.
찬영은 고개를 떨어트린 채 꼼짝도 않는다.
사장
최기자가 온지 일주일밖에 안됐는데 신문이 많이 업그레이드 됐어. 최기자는 어때? 여기도 서울 못지않제?
기자1
사장님도, 그래도 서울이 낫지? 서울하고 여하고 어째 비교가 됩니까?
자기들끼리 서울이 낫다 아니다 하며 흥분하는 사이,
찬영
아, 네... 죄송한데 화장실 좀...
슬쩍 나간다.
S#7. 사택 내부 / 밤
초라한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눈만 말똥거리는 찬영.
순간 울리는 핸드폰, 발신자를 확인하더니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 받는다.
찬영모(E)
찬영아, 별일 없지? 숙소는 지낼만하고?
한 쪽 벽에, 색이 바랜 비키니 입은 여자 소주광고달력을 보며,
찬영
엄마, 걱정하지마. 이게 다 승진하기 위한 코스야.
S#8. 찬영 엄마의 집 / 밤
평범한 크기의 아파트 내부. 통화중인 찬영의 엄마.
찬영모
… 그래 알았어, 밥은 꼭 챙겨 먹고.
전화를 끊는 찬영모. 테이블에 놓인 스크랩북을 본다.
“[SA전자] 허위사실 유포죄로 경향신문 고소”
“‘인사 발령: 담당기자 최찬영 -> 부산 기장군 일출신문’
잠시 보다, 한숨을 쉬며 스크랩북을 덮는 찬영모.
S#9. 달인어업사 / 아침
하품을 하는 찬영.
한참 떠들다 맥이 빠지는 달인 어업사 사장, 병만.
찬영, 그럼에도 아랑곳 않고 무심한 눈으로 녹음기를 내밀면.
병만
음흠. 그래서 말씀드렸다시피, 초고탄성의 강력한 낚싯대를 개발하기 위해 16년 동안 자체 연구한 결과, 보시는 바대로…
병만이 낚싯대 줄 끝에 매달린 낡은 압력밥솥을 끌어 올리면,
툭- 하고 부러져버리는 낚싯대. ‘왜 이러지?’하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병만.
한숨과 함께 실내를 둘러보는 찬영- 창고 같은 가게, 조악한 자체 개발 상품들.
S#10. 일출신문 / 낮
기사 초안을 건네는 찬영, 제목은 ‘16년 장인 정신- 달인어업사’.
그 아래 활짝 웃고 있는 9씬의 병만의 얼굴.
사장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좋아! 그런데... 최기자, 최기자 말고는 믿을 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러는데… 출장 취재를 좀 다녀오지...
찬영
… 왜요, 이번엔 어디서 5미터짜리 멍게라도 잡혔나요?
사장
아냐아냐, 이번 건은 우리 신문 최대 광고주를 위한 특별 기획기사…
신문 위로 뻗어 온 사장의 손가락, 어느 광고 섹션을 가리킨다.
찬영이 노려보자 눈을 피하는 사장,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장
해운대 기장… 역술인 연합회… 광고 물량 장난 아니야.
그 사람들이 이번에 엠티를 간다카네. 거기에 좀 따라가서...
찬영
그러니까 저한테, 용하다, 잘 맞춘다, 그런 기사 쓰라는 거에요, 지금??
사장
지금 말고... 갔다 와서...
찬영
사장님!!!
사장
(고개를 숙인 채 들으라는 듯) ... 알았어. 그럼 광고도 못 받고, 직원들 월급도 못 주고...
찬영, 마지못해-
찬영
… 어딘데요.
찬영의 말에 웃음꽃이 피우며 벌떡 일어서는 사장.
사장
멀지도 않아, 울진리라고 여기서 한 두 시간.
이렇게 쭈욱- 부산 바로 옆이야.
S#11. 택시 내부 / 아침
일출신문을 뒤적이는 찬영, 계속 이어지는 점쟁이들 광고.
그 중 눈에 띄는 광고- 반면 가득 차지한 강아지 시추의 얼굴 사진.
문구는 '신통방통, 이토록 놀라운 개점이 있다니!'
자세히 보면- 구석에 코딱지만 하게 붙은 젊은 여자의 얼굴.
그 아래 쓰인 '강아지 타로의 명인 - 한승희'라는 문구.
신문을 넘기는 찬영,
전면 광고, 팔짱을 낀 채 거만하게 웃고 있는 한 남자의 거대한 사진- 석현.
입 쪽에 붙어 있는 말풍선 -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엉터리 점쟁이들, 짜증나시죠?'
찬영
… 이제 수학박사출신이 여러분의 미래를 책임집니다. 동양 역학을 두루 섭렵한 미남 박사 박석현…
신문을 내팽개쳐버리는 찬영, 한숨 밖에 안 나온다.
S#12. 해운대 주차장 / 아침
주차된 관광버스. 차량에 붙은 플랭카드 '해운대-기장 역술인 연합회 춘계 엠티'
그 앞. 열댓명의 점쟁이들이 삼삼오오 끼리끼리 떠들고 있다.
나들이 복을 입고, 파마가 잘 됐니 안 됐느니 떠드는 아줌마 점쟁이들.
주식 실패 때문에 괴롭다는 아저씨와 위로해주는 동료 점쟁이들.
주차장 입구에서 아저씨-아줌마들 봄놀이 같은 광경을 지켜보는 찬영.
시선을 돌리면-
구석 즈음, 시츄와 함께 뛰어 노는 승희, 꺄르르르- 거리면서 계속 웃고 돌아다닌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찬영, 그 때 가방을 메고 옆으로 뛰어오는 꼬마, 월광.
찬영
어머, 너 너무 귀엽게 생겼다, 엄마 찾는 거야?
월광
(찬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불쌍한 년. 결국 여기까지 굴러왔어! 지가 죽을 자리인지도 모르고!!
월광, 찬영의 뒤편을 또 빤히- 보다가
월광
제사 잘 모셔! 명이라도 붙어 있는 거, 다 조상 덕이니까.
찬영, ‘뭐 이런’ 하며, 자기도 모르게 주먹 쥔 손을 휙- 들어 올린다.
월광, 아랑곳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꾸벅 인사를 한다.
찬영,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중후한 인상의 박선생을 보고 주먹을 내려 뒤로 감춘다.
박선생
(중후하게) 일출신문 최기자님 맞으시죠?
반갑습니다, 나 연합회 회장, 박선생이요.
악수를 나누는 두 사람.
그 때 혼자 정장을 빼입고 라이방까지 낀 채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남자.- 석현이다.
석현, 선글라스를 벗더니 주위를 쓰윽- 둘러 보다 박선생과 눈이 마주친다.
양쪽에서 석현을 보는 곱지 않은 시선들.
특히나 한심한 듯 보던 박선생, ‘가시죠’ 하며 찬영을 다른 곳으로 이끈다.
S#13. 버스 내부 / 아침
마이크를 잡은 박선생 - 여기저기 흩어 앉은 점쟁이들을 훑어보며.
박선생
오늘 이미 공지했던대로 일출신문 기자님이 동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자님, 잠깐 일어나셔서 인사하시죠.
찬영
(마지못해 일어나) 최찬영입니다.
박선생
(박수치며) 자, 박수...
찬영에 대해 “예쁘니, 안 예쁘네, 여기자네”등 웅성대는 점쟁이들
박선생
(찬영이 자리에 앉자) 자,자, 누차 말씀 드린대로 엠티장소에서는 아무데나 흩어져 기도하면서 사람들을 놀래키는 행위, 기도 장소에 쓰레기를 놔두고 그냥 오는 행위, 모두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사이, 버스 내부를 둘러보는 찬영.
제일 뒷자리, 고개를 돌린 채 눈을 감은 석현. 키미테를 붙인 게 눈에 띈다.
근처 승희, 머리에 올라 탄 시추가 버둥거리자 혼자 좋아 죽으려한다.
반대편 좌석으로 눈을 돌리면, 무표정하게 앉아 있던 월광이 찬영과 눈이 마주치자 ‘후-’ 긴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기가차하는 찬영,
계속되는 박선생의 목소리.
박선생
그럼 이제 역학계열 여러분 손 한 번 들어주시고, 무속 계열 여러분들도...
보면, 좌측 무속인, 우측 역학인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어져 있다.
박선생
여전히 따로따로 않으시네요. 어쨌든 곧...
순간, 박선생의 미묘한 표정 변화. 뭔가에 끌리듯 버스 앞을 내다보는 박선생.
그러더니 눈을 뒤집어 까고 고음의 중얼거림을 해댄다. 뭐지? 하고 지켜보는 찬영.
곧 다시 몸을 돌린 박선생, 원래의 중후한 표정에 낮은 목소리로.
박선생
이제 버스가 해당지역 울진리로 접어듭니다.
순간. 갑작스레 파르르- 몸을 떠는 월광. 아예 자리에서 털썩털썩 들썩이고.
그게 신호라도 된 듯, 좌측에 앉은 무속인들. 하나 둘 몸을 떨기 시작한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단체 접신-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러대는 찬영.
그 난리 통에서도 눈만 깜빡거리며 지켜보기만 하는 무속인 몇몇.
눈치를 보며 멀뚱대는 사람들 + 어설프게 접신된 척 따라하는 사람들 +무슨 일이냐는 듯 쳐다보는 역학인 몇몇.
- 놀란 버스 기사, 차를 갓길에 급정지시킨다.
이 광경을 보던 석현, 짜증난다는 얼굴로 귀마개 스펀지를 꺼내 귀에 밀어 넣고는 잠을 청한다.
그 와중, 무속인들을 매서운 눈으로 훑어보던 박선생. 종이에 뭔가를 기록한다.
찬영
뭐 하시는 거죠?
박선생
이 마을은 흉흉한 일이 많은 곳입니다. 그러니 영적으로 제대로 된 무속인이라면 반응이 올 수밖에 없는 거죠,
찬영
아니 그러니까, 지금 쓰시는 건…
박선생
평가 자룝니다. 김기사, 출발하지. 더 들어가면 괜찮아질 거야.
다시 시동을 거는 기사. 그런데 앉으려던 박선생, 뭔가를 보고 의아한 듯.
박선생
근데 쟤는, 타로 보는 애가 왜 …
찬영이 보면, 역학인들 자리의 승희가 테크노 춤을 추듯 몸을 떨어댄다.
거기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정신 나간 듯 짖어대는 시추.
그리고 멈추지 않는 난리법석. 아예 무당방울, 부채, 등등 개인 용품까지 쥔 무속인들.
주위에 있던 다른 물품들까지 흩날리는 아주 난리 개판의 광경.
다시 사진기를 드는 찬영.
- 월광의 접신된 모습
- 냉정하게 바라보는 박선생의 얼굴
- 정신 나간 승희와 시츄의 광경
- 짜증내며 눈을 감는 석현의 얼굴
찰칵 찰칵 네 명의 스틸을 차례로 찍는다.
S#14. 펜션 앞, 마당 / 낮
정차한 버스.
찬영이 내리며 둘러보면, 본체 건물 뒤로 짓다만 펜션 건물들과,
마당 곳곳에 쌓여 있는 공사자재들이 보인다.
뒤에서 내리던 박선생, 묘한 목소리로
박선생
확실해.. 이 마을엔 뒤섞여 있어, 좋은 기운과 나쁜 기운.
혼자 읊조리며 펜션 쪽으로 가는 박선생을 따라가는 찬영을 붙드는 손.
석현
(목소리) 무슨 꿍꿍이야.
뒤따르던 석현- 자느라고 까치집이 되어버린 머리, 그것도 모른 채 과하게 진지한 얼굴.
석현
박선생 말이야, 굳이 여기로 엠티 와서 점쟁이들 난리치게 한 것도 그렇고 계속 뭘 끄적이는 것도 그렇고...
찬영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석현
… 한패구만.
그러고는 찬영을 휙- 지나쳐 가버리는 석현.
뭐 저런 게 다 있나 싶어 보는 찬영.
S#15. 펜션 내부 / 밤
넓은 펜션의 거실, 둥글게 모여 앉아 눈을 감은 십여명 남짓의 점쟁이들.
그들 곁, 좀 떨어진 곳에 뻘쭘하게 서서 지켜보는 찬영.
마피아 게임을 진행하는 사회자.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목뒤를 콕콕 찍는다.
눈을 뜨고 마피아를 찾느라 서로 눈치만 보는 점쟁이들.
손을 들어 올리는 월광,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들을 하나 하나 가리키며
월광
너, 너, 너,
보던 찬영, 피식- 비웃음을 터트리는데. ‘하-’ 긴 한숨과 함께 힘 빠지는 점쟁이들,
사회자
죄송하지만, 30분째 본 게임에 못 들어가고 있으니… 월광법사님은 알아도 모른 척 보여도 안 보이는 척을 좀…
피식- 썩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주는 월광. 그걸 보던 찬영, 월광의 신통함에 ‘어라?’
CUT TO.
다른 한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화투판.
퍼질러 앉아 넋을 잃고 보는 찬영.
참새 한 마리가 뛰어 나와 뒤집힌 화투 한 장을 부리로 집어 맹인 점쟁이에게 건낸다.
참새가 건내준 화투패를 바닥에 던지면, 똑같은 그림의 화투 두 장을 물어다 맹인에게 건내는 참새.
맹인
(상대편 점쟁이에게) 천술사, 내 눈엔 천술사가 똥통에 빠진 모습이 보여.
상대편 점쟁이(천술사) 자신의 차례가 되어 화투를 내려치면, 똥피를 싸버린다.
차례가 돌아온 승희, 화투를 부채처럼 넓게 펼쳐 시추 앞에 내밀면 그 중 한 장을 빼무는 시추, 그걸 그대로 내려쳐 풍 청단을 따는 승희.
뒤집어진 화투를 빼서 내려치면 쌓였던 똥피를 그대로 휩쓸어 버린다.
해맑게 좋아하는 승희. 화투를 정리하면, 광에 청단에... 엄청난 점수다.
2고를 지나 쓰리고를 가려는 승희. 그러자 승희의 옷깃을 붙잡고 늘어지는 시추.
승희
가지 마? (시추, 왈!) 가? (시추, 왈!왈!) 가지 말라네. 스탑. 자 어디 볼까요오~
점수를 집계하는 승희의 단아한 모습.
그녀의 앞에 만원짜리 지폐가 수북이 쌓여 있다.
손가락에 침을 묻혀 돈을 세던 승희, 입이 쫙 벌어진 찬영을 보고는.
승희
언니, 언니도 끼세요~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젓고 일어서는 찬영.
그런데 보면, 등을 돌린 채 뭔가를 적고 있는 박선생.
찬영
박선생님, 또 적고 계시네요...아까 말씀하신 자료?
박선생
… 요새 점 본다고 간판 걸어 놓고, 되지도 않는 점괘 뽑아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엉터리들 좀 솎아내고 새 사업을 시작할까, 뭐 그런 구상중이죠.
하고는, 더 묻지 말라는 듯 다른 도박판으로 가버리는 박선생.
의아한 듯 박선생을 바라보는 찬영.
S#16. 펜션, 테라스 / 밤
찬영이 테라스로 나오면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석현의 뒷모습이 보인다.
가까이 가보면, 책에 빼곡히 들어찬 수학 수식들. 다소 놀라는 찬영.
찬영, ‘저기요’하고 부르지만, 반응이 없자, 조심스레 등을 톡톡 치며 ‘저기요’ 다시 부르면.
화들짝- 놀래서 잠이 깨는 석현, 책을 놓쳐 버린다.
석현, 뒤늦게 책을 바로 잡고, 지그시 눈을 들어 올리며 이미지 관리를 해보지만.
흘러 나와 입가에 묻은 침, 거꾸로 쥐어 버린 책은 어쩔건지… 그럼에도 석현,
석현
너무 깊이… 생각에 빠져있었군,
찬영
… 저기, 아까 무슨 말이에요, 박선생님, 꿍꿍이라는 거.
석현
흥, 뻔하지. 이런 시답잖은 점쟁이들 모임에 운영보조금 협박까지 하면서 전부 불러 모은 건, 뭐가 있다는 거지.
찬영
그러니까 그게 뭐냐구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석현, 하지만 누가 봐도 충분히 당황한.
석현
아직도 모르겠어? 정말 모르는 건 아니지?
참, 나... 어차피 그딴 질문 대꾸해 줄 시간도 없어, 난 조금 더 우주에 맞닿아 있는 문제들을…
찬영
아, 그래요? ..마지막으로 손님 받아본 게 언제예요?
식은땀을 흘리며 괜히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석현.
그러다, 콘센트에 꽂아 데우고 있던 목 온열기를 집어 들며
석현
미안한데, 자리 좀 비켜줄 수 있을까?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온열기를 목에 두르는 석현을 한심하게 보다 돌아서는 찬영.
그러자 뒤에서 들리는 비명. ‘으아악!’. 찬영, 돌아보면-
온열기가 너무 뜨거운지 몸부림을 치며 괴로워하는 석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찬영.
S#17. 펜션, 현관 - 거실 / 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던 찬영. 헉! 하고 놀란다.
어두컴컴한 현관에 서서 찬영을 노려보는 월광.
월광
아직 안 갔네. 너 이제껏 죽을 똥 살똥 고생하면서 여기까지 왔지? 지금 안 떠나면 몇 배로 고통스러울 거야!! 쯧쯧 불쌍한 년!
혀를 차며 밖으로 나가버리는 월광. 기분 나쁘고 황당한 찬영.
CUT TO:
거실.
박선생, 승희 등과 어울려 완전히 만취한 찬영.
박선생
기자 양반, 월광법사 말은 너무 신경 쓰지 마. 운명이고 운이고 전부 정해진 거처럼 보일 뿐, 정해진 건 아니야. 다 하기 나름이지.
찬영
그쵸? 그런 거죠??
다소 정리 되어가는 분위기. 그런데 그걸 잘 모르는 승희.
승희
근데 언니, 평소에 박복한 년, 재수 옴 붙은 년. 그런 소리 많이 듣고 살았죠? 나도 언니 처음 봤을 때, 와 진짜 기운 더럽다,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그 말에, 자기도 모르게 소주병의 목을 꽉 움켜쥐는 찬영.
그럼에도 찬영을 보며 그저 해맑게 웃고 있는 승희.
‘그냥 됐다’ 싶은 찬영. 소주병을 들어 잔에 따르고는 원샷.
잠시 후. 노래방 기계가 돌아간다. 술에 취해 춤추고 노래하는 점쟁이들.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찬영. 곱추춤, 휴지 풀기, 폭탄주 돌리기. 갖가지 추태들.
기자들이 노는 딱 그 모양새다.
S#18. 펜션 앞 / 아침
박선생과 마을 이장, 악수를 나눈다.
박선생
덕분에, 좋은 숙소에서 잘 쉬었어.
이장
행님도 참 우리 사이에 뭘.… 근데, 서울서 온 기자님도 있다던데, 인사라도 드리야 안 되겠십니까?
그 때 마침, 술이 덜 깼는지 입에 칫솔을 물고 휘청휘청-
부르려던 박선생. 찬영의 떡진 머리, 잠이 덜 깬 눈, 입가에 흐르는 양칫물을 보고는.
박선생
… 나중에. 지금 자고 있을 거야.
S#19. 울진리, 마을 광장 / 아침
음식을 나르고, 깃대를 설치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무속인들.
박수복장을 한 월광도 그들을 돕는다. 일을 하면서 입을 놀리는 무속인들.
무속인1
왜 그 버스 타고 들어올 때부터 심상찮았잖아. 마을에, 사고다 자살이다 죽어 나간 사람들이 이리 많았으니.
무속인2
그래도 그렇지, 다짜고짜 천도제를 해주라니 원...
무속인1
그래도 박선생이 이런 거라도 계속 물어다주니까
보조금도 나오고 그런 거 아니야,
찬영, 무속인들의 천도제 준비를 지켜보며 사진을 찍고 있자니,
천도제 장소로 우르르 몰려오는 일군의 사람들.
어부와 머구리 복장의 사람들.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최씨 노인, 그리고 홀쭉이와 뚱뚱이를 연상시키는 최씨 형제-충호, 충식.
이장의 가족들과 몇몇 마을 주민들이 천도제 장소를 지키고 있다.
어부 1
보소, 이장요. 이런 걸로 동네 사람들 헷갈리게 해놓고
또, 개발이다 뭐다 그 짓거리 할라고요?
찬영, 눈치를 보며 본능적으로 녹음기를 몰래 꺼낸다.
이장
짓거리? 글도 지대로 못 읽는 게, 개발이 뭔지나 알고…
어부 2
글은 몰라도 그건 안다. 개발 그거하고 부터 동네 사람들 줄줄이 죽어 나간 거 아이가?
목소리
아씨, 할거면 빨리 하던가!!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와 북소리- 중단되는 대화.
뭐지? 하고 보는 사람들. 보면, 근처에 모여 있는 역학 계열 점쟁이들.
각자 하나씩 악기를 잡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북채를 잡은 석현, 혼자 궁시렁대며 북을 아무렇게나 두드려댄다.
석현
암튼, 박선생 회장되고부터, 상황들이 전부 저급해.
어째서 나정도 되는 사람이 이 따위 짓을…
판소리하듯, 끝없이 이어지는 석현의 궁시렁과 엉터리 장단.
싸울 흥도 사라진 이장과 사람들, 서로 외면한 체 천도제 준비를 지켜보면.
녹음기를 끄며 아쉬워하는 찬영, 대화를 끊은 석현을 쏘아 보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화만 내는 석현.
잠시 후. 역학인들이 연주하는 흥겨운 음악 속에 진행되는 천도제.
무당들과 마을 노인들이 한데 어울려 흥겹게 춤을 추며 어깨를 들썩들썩.
그렇게 이어지는 굿판, 흥이 최고조에 도달할 무렵.
가운데 놓인 단위로 성큼성큼 올라서던 여자 무속인1.
내밀어진 발이 단 꼭대기로 올라서지 않은 채 꼼짝 않는다.
갑자기 파르르- 몸을 떠는 여자 무속인1, 고개를 돌리면 싸늘하게 변해버린 얼굴.
그 얼굴 그대로, 천도제에 모인 마을 주민들을 무섭게 노려본다. 접신이 된 듯.
뜻밖의 상황, 악기를 멈추는 역학 계열 점쟁이들.
와중, 분위기 파악 못한 채 화풀이 하듯 계속 북을 쳐대는 석현.
승희, 겨우 석현을 중단시키면, 그제야 고개를 든 석현이 여자무속인을 본다.
여자무속인 1
내가 자살바위서 뛰 내렸다꼬? 내가? 내가?
누가 뒤에서 내를 밀었다!!!
단에서 성큼성큼 내려오는 여자무속인 1.
그녀를 말리고자 달라붙는 다른 무속인들과 월광.
그런데, 갑자기 월광마저 부르르- 몸을 떨더니.
월광
(한 맺힌 목소리로) 여가 어디고! 내는 배 타고 있었는데... 뭐가 어찌 된 기고?!
월광의 주위, 연이어 접신되어 버리는 무속인2,3.
그러자 터져 나오는 ‘억울하게 죽었다’ 는 목소리들.
그리고는 접신된 무속인 몇몇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억울하다며 사람들에게 하소연한다.
아수라장이 되는 굿판.
언제부턴가 이런 광경을 계속 촬영하는 찬영과 갑작스러운 상황에 북 뒤에 숨어 눈치만 보는 석현.
그리고 접신된 여자무속인 1, 사람들을 휙 둘러보다 석현 쪽으로 성큼성큼 간다.
자꾸만 자기에게 다가오는 여자무속인 1의 무시무시한 얼굴.
지켜보던 석현, 거짓말처럼 픽- 기절한다.
석현 앞에 떨어졌던 빳빳한 마른 북어를 칼처럼 움켜쥐는 여자무속인 1.
주민들이 모인 곳으로 다가서면. 칼처럼 쥔 북어머리에 겁을 먹고 물러서는 사람들.
이장을 포함한 마을 주민들을 차례로 노려보는 여자무속인 1,
여자무속인 1
내를 죽인 놈은… 내를 죽인 놈은…
(갑자기 주저앉으며) 아이고 모르겠다! 아이고 억울해라!
그래 마, 이렇게 된 거, 같이 다 죽어뿌자!!
북어머리를 이장 쪽으로 세운 채 달려드는 여자무속인 1, 저지하려는 주민들.
하지만 곧, 돌아다니던 무속인들까지 가세. 마을 사람들을 향해 고함을 치며 달려들면,
엉망이 되는 굿판. 그 모습이 괴기스럽기 보다는 너무나 우스꽝스럽다.
난리 통에 이리 - 저리- 밀려다니던 조그만 체격의 최씨 노인.
급기야 누군가의 손에 치이고는, 어정쩡하고도 웃긴 자세로 승희 쪽으로 휘청.
시추를 품에 안은 채 겁을 먹고 있던 승희. 넘어지는 최씨 노인과 머리를 쿵 부닥친다.
그 바람에 품에서 시추를 놓쳐 버리는 승희.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최씨 노인.
아버지가 쓰러진 것을 본 충호-충식 형제, ‘아부지!!!’ 하면서 달려오면.
안 그래도 겁을 먹고 있던 시추, 충호-충식에게 완전히 겁을 먹고 도주한다.
승희, 뒤쫓아 가지만 쓰러진 석현의 낭심을 밟고 발을 헛디뎌 쓰러져버리고.
‘으악’ 비명을 지르는 석현.
승희
(시추를 향해 손을 뻗으며) 파트라슈!! 파트라슈!!!!
찰칵 찰칵 계속 사진을 찍어대는 찬영, 앵글을 잡으며 뒷걸음질 치는데.
앵글에 잡히는 여자무속인 1. 슬픈 얼굴로 찬영을 향해 다가온다.
코앞까지 다가온 여자무속인 1. 찬영을 보며
여자무속인 1
아가씨가 억울한 거 풀어주러 왔구만… 맞제?
놀래서 보기만 하던 찬영, 무속인의 간절한 눈빛에 자기도 모르게 끄덕-
그러자 부탁한다는 듯 끄덕인 무속인 1, 다시 무리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찬영,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면.
뒤에서 캠코더를 쥔 박선생, 천도제 광경을 잠시 보다 돌아서버린다.
뒤쫓으려던 찬영, 실수로 또 다시 석현의 낭심을 밟으면 ‘으악~~’ 비명을 지르는 석현.
그런 석현을 귀찮다는 듯, 발로 툭 차버리는 찬영, 사람들 사이에 섞인 무속인1의 모습을 한참 본다. 복잡한 얼굴-
S#20. 펜션, 방 / 낮
빈방, 노트북 모니터로 사진을 보는 찬영.
아수라장의 광경- 이장, 패거리들, 최씨, 무속인들의 얼굴들. 녹음기를 트는 찬영.
녹음기(E)
내가 자살바위서 뛰 내렸다꼬? 내가? 내가?
내는 안 뛰 내렸다, 누가 뒤에서 밀었다 내를!
버튼을 눌러 뒤로 가보는 찬영.
녹음기 (E)
(이장) 짓거리? 글도 지대로 못 읽는 게, 개발이 뭔지나 알고
(어부1) 글은 몰라도 그건 안다. 개발 그거하고 부터 동네 사람들 줄줄이 죽어 나간 거 아이가?
(석현) 아씨, 할거면 빨리 하던가!!
노트북 위엔 어느샌가 낭심을 밟혀 괴로워하는 석현의 사진이 떠 있다. 찬영 바로 다음 사진으로 넘기면 싸우는 이장과 어부1의 모습이 보이고 그들이 한 말을 반복해서 들으며 골똘히 생각.
그렇게 한참 고민하던 찬영. 단호한 얼굴로 핸드폰을 건다.
부장(E)
어, 최기자? 부산 생활 잘 하고…
찬영
부장님… 저 특종 잡은 거 같아요!
S#21. 울진리, 마을회관 / 오후
회관에 비치된 컴퓨터 앞에서 이메일을 체크하며, 핸드폰 통화를 하는 찬영.
찬영
그러니까, 한성건설에서 리조트 개발 사업하고.
죽은 사람이 다섯인데. 사고가 셋, 자살이 둘. 맞죠?
마우스를 클릭하는 찬영. 사망자들의 얼굴과 간단한 신상 정보들.
부장(E)
관련 정보, 더 찾아보고 보내줄게. 근데 최기자… 계좌 추적은 좀 힘들어. 요새 얼마나 위험한지 알잖아?
음산한 음악과 함께 찬영의 뒤로 쓰윽- 나타나는 의문의 그림자, 그걸 모르는 찬영-
찬영
부장님 검찰쪽 관계 좋잖아요, 도와주세요. 저 이걸로 서울 복귀 좀 하게… 진짜죠? 네, 메일은 흔적이 남으니…
그러다 찬영, 뭔가 싸늘한 기운을 느끼고 돌아본다.
둥- 갑작스러운 이장의 얼굴이 찬영을 노려보고 있다.
끄악~~! 찬영이 비명을 지르자 오히려 그 소리에 놀란 이장이 ‘아이쿠!’ 소리 지르며 뒤로 넘어진다.
찬영
뭐… 뭐 하시는거에요?!!
이장
(정색하고 일어서며) … 기자 양반이야말로 뭐 하는교?
방금 그거, 어디서 본 사람들 사진도 있더만?
찬영
… 뭐 좀 알아보느라고요.
이장
그니까 뭘 알아본다꼬.
조금씩 앞으로 나서는 이장. 그 음침한 분위기에 다소 주춤거리던 찬영,
찬영
개발요. 울진리 리조트 개발 사업. 아까 천도제때도
이야기 나오던데. 개발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나보죠?
공격적인 태도로 바꾼 찬영, 그러자 눈을 피해버리는 이장.
이장
문제는 뭘… 개발… 그 좋은 개발에 무슨 문제가 있을라꼬예… 나갈 때 불이나 끄소.
하고는 자리를 뜨는 이장.
S#22. 꽃잠해수욕장 - 금수산 / 오후
수평선 저 너머를 보는 월광의 복잡한 얼굴. 그런데-
목소리
니 누군데?
깜짝 놀란 월광, 주위를 둘러보지만.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
라고 생각할 찰나, 모래사장에 떠 있는 어린 여자 아이의 머리.
헉! 놀라서 자빠지는 월광. 그러자 일어서는 해녀복 차림의 여자아이, 연이.
몸을 덮었던 모래들이 떨어져 나가고,
모래를 털려고 머리를 휘이- 젓는 연이의 모습이 슬로우모션으로 보인다.
그 광경 앞, 반한 듯 입이 벌어지는 월광.
잠시 후. 제비꽃이 만발한 금수산 길, 앞서가는 연이의 눈치를 보던 월광.
월광
그럼 어머니는…
연이
엄마… 돌아가셨다… 남들은 자살바위서 뛰 내렸다 카는데… 울 엄마가 그럴… 그럴 사람 아니거든 …
월광
(혼잣말) 자살바위… 아까 천도제때… ?
생각하던 월광, 연이의 어깨가 가볍게 떨리는 것을 본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월광, 주춤거리면.
곧 돌아보는 연이,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띠우고 제비꽃을 월광에게 내민다.
그런 연이를 빤히 보는 월광.
연이
그 때부터 내랑 놀아주는 애들도 없어가지고 심심했는데…
내는 연이다, 니는?
S#23. 펜션, 거실 / 오후
찬영이 들어오면, 큰 배낭에 짐을 챙기는 승희.
가방 가득 라면과 비상식량들, 그 위로 타로카드 등등을 얹어 넣고.
찬영
승희씨, 지금 뭐 하는거에요? 설마 개 찾겠다고…
승희의 어깨에 손을 얹는 찬영, 천천히- 뒤를 돌아보는 승희.
이글거리는 눈빛, 얼음장 같은 표정. 어떻게 표현하기 힘든 분위기.
승희의 분위기에 압도당해 서서히 손을 떼는 찬영.
배낭을 메고 일어선 승희, 파트라슈, 파트라슈~ 하며 밖으로 나가버리면 잠시 망설이다 뒤쫓으려는 찬영.
석현(O.S)
(바이브레이션이 들어간 목소리) 파트라슈는 무슨, 파토 났슈, 파토 났어. 승희는 그만 냅두슈.
보면, 머리에 진동 안마기를 낀 채. 곁을 지나가는 석현.
안마기의 약한 진동도 견디기 힘든 석현의 허접한 몸, 진동에 따라 가볍게 떨리고.
찬영, 그런 석현을 붙잡고는 다른 곳으로 가자고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그 의미를 전혀 이해 못한 채, 몸만 가볍게 부르르 떨어대는 석현.
답답하다는 듯 석현을 확 채는 찬영에게 힘없이 끌려가는 석현.
S#24. 펜션, 빈방 / 오후
석현, 침대에 걸터앉아 양파즙 팩을 쭈욱 들이키더니 -
석현
당신 이야기 충분히 이해는 해. 이 마을에 이상한 점이 많다는 거. 근데 말이야, 왜 나 같은 박사급 인물이 그런 일에 개입해야 하지? 기자 당신이야, 특종내서 서울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떠들면서, 다른 팩을 꺼내 또 마시는 석현. 마늘즙.
찬영
모르겠어요? 이 정도 일이면…(마늘즙의 역한 냄새를 참으며) 전국구… 실력이 필요한 걸… 하찮은 점쟁이들이 아니라… 최소한 박사학위 정도는 가진… 내가 설마, 박사님이 제일 다루기 편할 것 같아 이러겠어요?
마늘즙을 마시던 석현, 솔깃하는 게 너무나도 티가 난다.
그걸 본 찬영, 더욱 집요하게
찬영
게다가, 사건 해결하고 전국에 박사급 명성을 떨쳐봐요.
손님 버글버글 할걸요?
마늘즙을 다 마신 석현, 안 그런 척 하지만 누가 봐도 이미 넘어온 상태.
석현
어디 볼까. 정처 없이 떠도는 가여운 영혼들을.
찬영, 반색하며 책상 위 노트북에 USB를 꽂는데.
또 뭔가 팩을 뜯는 석현, 이번엔 홍삼액. 한심하게 보는 찬영, 그걸 느낀 석현.
석현
(은근히 바라보며) 지금 그 눈빛... 혹시 마을이 이상하다, 뭔가 있다, 그런 거 전부 핑계 아냐? 나한테 접근하기 위해서...
찬영, 대꾸도 하지 않고, 노트북을 석현 쪽으로 돌린다.
죽은 사람들의 얼굴과 신상정보. 다가온 석현, 조용히 보다가-
자신의 노트북을 열더니 프로그램 하나를 띄운다.
‘나나나나 디-’하는 촌스런 음악과 함께 떠오르는 프로그램.
조악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타이틀, ‘박석현의 박사운명’
절로 조소가 나오는 찬영. 하지만 이내 떠오르는 프로그램 내용.
딱 봐도 미적분과 고차 방정식이 뒤섞인 복잡한 수식.
그리고 곧, 주머니에서 아이폰을 꺼내 애플리케이션을 띄우는 석현.
‘박석현의 박사육효’, 그리고 아이폰 창의 그래픽- 옛날 동전 세 개.
핸드폰을 흔들면, 동전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이미지들, 됐다는 듯 끄덕이는 석현.
찬영
그건 뭐에요?
석현
(노트북 가리키며) 이건 팔자, (핸드폰 가리키며) 이건 운명.
찬영
그게 아니라, 핸드폰에 그거, 직접 만든 거에요?
석현
(고개를 끄덕)
찬영
어떻게?!
석현
어떻게라니? 당연히 맥 기반 플랫폼에서 Xcode tool로 프로그래밍했지. 뻔한 소리를 잘도 진지하게 묻는군.
찬영
… 그럼 다운 받은 사람 많나요?
석현
(고개를 가로저으며) 비싸서 그런 거야, 단지 비싸기 때문에…
찬영, 뭐냐는 듯 석현을 보는데. 뭔가 시선을 느끼고 뒤를 돌아본다.
문틈 사이- 휙 사라지는 누군가.
S#25. 펜션, 거실 / 오후
찬영이 쫓아 나오면- 월광, 뒷짐은 졌지만 종종걸음으로 도망치는 중.
찬영
야, 너 뭐야. 왜 남의 이야기를 엿들어.
대답 없이, 헛기침만 뱉으며 급히 도망치는 월광.
그리고 찬영의 뒤로 쾅- 닫히는 석현의 방문.
찬영
뭐 하는거에요. 박박사님! 박석현씨!!!
석현 (목소리)
지금부터 내가 펼칠 고차원 술법은 당신같이 평범한 지능의 인간이 보기엔 너무 위험해! 다 널 위한거야!
찬영
박석현! 야, 박박사! 빡빡!!
찬영, 문을 두드려대지만. 방안에서 들려오는 건 석현의 흥겨운 콧노래뿐.
찬영, 방문과 사라지는 월광을 번갈아 본다- ‘짜증나는 점쟁이들’
S#26. 펜션, 베란다 / 오후
베란다 창 너머, 거실에 쪼그려 앉은 월광의 모습.
손에 쥔 제비꽃을 보며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베란다 테이블에 앉아 펜을 움직이는 박선생.
종이 위에 쭉 쓰인 점쟁이들의 이름- 옆에 펼쳐진 평가 자료.
천도제가 녹화된 캠코더 LCD를 보는 박선생.
: 접신된 주변 사람들 눈치를 보다, 접신된 척 쇼하는 남자 무당.
박선생, 해당자의 이름 위에 붉은 줄을 그어버린다. 그 다음에 나오는 이름 ‘박석현’
한참 고민하던 박선생, 석현 이름을 지나 다른 사람 이름에 줄을 긋는다.
S#27. 버스 내부 / 오후
아무렇게나 퍼져 앉은 8명의 점쟁이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고.
그들 앞에 선 박선생. 줄그어진 이름을 호명하여 실제 사람과 비교 확인한다.
점쟁이 1
저… 박선생님, 저희가 무슨 실수라도? 다른 분들은…
박선생
아닙니다 그런 거, 신경 쓰지 마세요.
사람 좋게 웃어 보이던 박선생. 기사에게 가서 귀에 소곤댄다.
박선생
그럼 내일 아침에 다시.
끄덕이는 기사. 내려버리는 박선생.
S#28. 펜션, 마당 / 오전
박선생, 버스에서 내리면 문을 닫고 출발해버리는 버스.
여전히 상황 파악 안 되는 탈락 점쟁이들, 버스 창문에 우르르 붙어 밖을 내다보면.
손을 흔들어주는 박선생, 얼떨결에 같이 따라 손을 흔드는 탈락 점쟁이들.
그렇게 떠나가는 버스, 뒤늦게 마당으로 나오는 예닐곱 명의 합격 점쟁이들.
그리고 그들을 뒤따르는 찬영, 영문을 몰라 두리번- 찬영을 보고 반가운 박선생.
박선생
기자님, 지금부터 기사 쓰시면 됩니다.
우선 자연스러운 연출로 사진 촬영을 부탁합니다.
찬영, 일단 카메라를 꺼내들면 큰 가방에서 팻말을 꺼내 점쟁이들에게 나눠주는 박선생.
HKFA(흑파) 글자가 크게 쓰인 팻말, 승희, 월광 등이 의아해 하면.
박선생
H-해운대 K-기장 F-포츈텔러 A-어소시에이션, 약칭 흑파. 제가 오래전부터 구상해 온 시스템입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실력 있는 역술인들을 추려서 지역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일종의 인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요. 그러니까-
< INSERT : 흐윽파아~ 라는 BGM 함께 시작되는 광고.
여자 두 명- 점집에 들어가려는 친구1을 붙잡는 친구2.
“아무 점집이나 막 들어가? 여긴 흑파 멤버가 아니잖아”
/ 잠시 후, ‘HKFA’ 마크가 붙은 점집에서 나오는 두 사람.
“역시 흑파야! 정말 용하다 용해!” 환한 미소와 함께 프레임 아웃하는 여자들.
/ 클로즈업 되는 HKFA 팻말. 다시 그 위로 흐르는 BGM, 흐윽파아~ >
팻말을 보고 여전히 의아한 사람들. 만족하던 둘러보던 박선생.
박선생
그나저나, 박박사는 어디 가셨나? 단체사진 박아야 하는데.
박선생과 눈이 마주치는 찬영, 못들은 척 계속 사진만 찍는다.
S#29. 펜션, 방 / 밤
석현, 노트북을 두드리면, 모니터에 떠오르는 수식 하나.
그걸 중얼대며 아이폰을 연신 흔들어대는 석현 - 평소와는 다른 포스.
창 밖, 훔쳐보는 찬영, 감탄한 얼굴. 그러다 깜짝 놀란다.
보면- 갑자기 책상에 엎드려 꼼짝을 않는 석현.
탕탕탕- 창문을 두드리는 찬영.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래는 석현, 벌떡 일어서더니 어설픈 경계 포즈를 취하며 주위를 휙휙 둘러본다. 그러다 찬영을 발견. 와서 창문을 여는 석현.
찬영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석현
내가 가진… 두뇌가 무서워서.
찬영
저기 알겠고… 그 두뇌가 뭐라든가요?
석현
다섯 명 전부...
찬영
...타살?
고개를 끄덕이는 석현.
생각에 빠지는 찬영, 눈을 돌려 어둠에 잠긴 마을을 내려다본다.
S#30. 펜션, 마당 / 아침
주차된 버스, 짐을 챙겨 나오는 박선생과 점쟁이들- 펜션 입구에서 그들을 보던 찬영,
찬영
박선생님. 흑파 사업 제대로 한번 해 보실래요?
찬영을 돌아보는 박선생.
S#31. 펜션, 세미나실 / 아침
흩어져 앉은 점쟁이들. 그리고 혼자 거만한 자세로 벽에 기대 선 석현.
그리고 찬영. 뭔가 말을 끝내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조용하기만 한 실내-
잠시 후. 고개를 저으며 일어서는 박선생.
박선생
이 문파 저 문파 기웃대면서 아무 방법이나 끌어다 쓰는 선무당들은… 위험해. 그런 하수들이 타살이라고 한들…
석현
후, 점괘 뽑은 지 삼년도 넘은 양반보다야 낫겠지. 자기가 아직도 쪽집겐줄 아시나.
박선생
박박사, 뚫린 입이라고 말 함부로 하시네.
나 인천 박선생이야, 인천 귀신 박선생.
석현의 비웃음.
두 사람 사이에 오고가는 멸시의 눈빛.
찬영
지금 레벨 따지자는 게 아니잖아요.
천도제 때 접신된 억울한 원혼들, 다섯명의 죽음과 무관할까요?
강하게 고개를 젓는 박선생, 챙겨 놓은 짐을 들고 일어선다.
다른 점쟁이들, 역시나 우르르 같이 일어서면 박선생을 막아서는 찬영.
찬영
흑파라고 누가 알아주겠어요? 이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면 흑파사업 홍보에도 큰 도움 될 거고!
박선생
이런 큰 일 끼어들었다 해결 못 해봐. 흑파사업 시작도 하기 전에 문 닫을 일 있어? 사업 당분간 고만고만한 일들만 골라서...
찬영
방금 그 이야기, 그대로 기사 써도 되죠?
박선생
(사람들을 향해) 제가 무슨 얘기 했나요?
녹음기를 꺼내는 찬영. 버튼을 누르면 박선생의 조금 전 말이 흘러나온다. 표정이 굳는 박선생.
구간을 반복 재생시키는 찬영.
눈치 보던 점쟁이들, ‘우리야 어차피 하수 선무당들이니…’ 하면서 하나 둘 빠져 나가 버린다. 그러다 여자무속인 1과 눈이 마주치는 찬영. 뭔가 기대하듯 보면.
여자무속인 1
내가 몸에 실어봤잖아… 근데 원한이 너무 무서워.…
미안해 아가씨.
하고 나가버리는 여자무속인 1.
박선생
자, 어차피 남아서 더 도와줄 사람도 없을 것 같으니…
하며 둘러보는데, 구석에 앉아 심각한 얼굴로 제비꽃을 만지작대는 월광.
박선생
월광 법사! 자네는 왜 그러시나?
월광
… 정의감 때문이지, 누가 여자 때문에 그런답니까!
월광의 의외의 반응. 찬영, 석현, 박선생 모두 벙찌고.
뒤늦게 상황 파악한 월광, 헛기침을 크게 해대며
월광
승희 그 아가씨도 남긴 남을거요.
하고는 휙, 나가버리면 어영부영 뒤 따라 나가려는 박선생.
박선생 앞을 가로 막는 찬영, 녹음기를 들어 보인다. 반복되는 박선생 목소리.
하- 깊은 한 숨. 결국 짐을 내려놓는 박선생, 승리의 미소를 짓는 찬영.
S#32. 울진리 / 낮
펜듈럼을 응시하며 이동하는 승희. 입에서 흘러나오는 미친 여자 같은 중얼거림.
‘파트라슈… 파트라슈…’
순간, 심하게 흔들리는 펜듈럼의 추, 발걸음이 빨라지는 승희.
그러다 발을 헛디뎌 쿵- 넘어지는데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웅얼거림. ‘파트라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어나, 펜듈럼을 응시하며 민가로 들어서는 승희.
S#33. 이장의 집, 안방 - 마당 / 낮
둥글게 모여 앉은 이장 패거리들. 그리고 40대 초반의 개발업자.
개발업자
천도제로 분위기를 수습하겠다고 하더니 주민들 더 수군거립디다. 개발이 어떻다 저떻다 하면서 말이야. 이젠 점쟁이들까지 우르르 개입됐으니 이 말이 밖으로 나가면 회사에서 전면 철수를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장
마, 그렇게까지는… 그래서 내가 생각해 봤는데…
음흉한 눈으로 머리를 맞대는 그들. 순간, 벌컹 열리는 문- 들이닥치는 승희.
사람들, 놀라 뿔뿔이 흩어져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딴청.
신문을 거꾸로 들고 넘기던 이장, 생각해보니 이상한 듯, 벌떡 일어서더니,
이장
뭐꼬 니, 어부 놈들이 보내서 온기가!
대답 없는 승희. 빙글빙글 회전하는 펜듈럼만을 응시하며 ‘파트라슈…’
이건 그냥 미친 여자- 그저 펜듈럼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승희.
승희를 피해 우르르, 이리저리 도망치는 사람들. 그렇게 이어지는 소동, 마당까지 이어지고.
그러다 뚝- 멈추는 펜듈럼. 굳어버리는 승희의 얼굴, ‘여기도 없다…’
그러다 뭔가 느낀 듯. 뒤를 휙- 쏘아보는 승희. 저기 앞에 보이는 산.
S#34. 울진리, 해변 / 저녁
부두 근처, 물 위를 움직이는 머구리와 해녀들의 모습.
다른 곳, 물속에서 막 나오는 머구리, 최씨 노인.
저녁노을을 등지고 바위로 올라서다, 그만 미끌- 볼품없이 넘어지고.
달려가서 부축해주는 찬영. 골골대는 최노인,
- 얼굴 곳곳, 뻘건 자국들, 그리고 연신 기침.
찬영
어르신, 괜찮으세요? 좀 쉬시지…
최노인
어짜겠노, 내한텐, 바다가 밭이고 보물창곤데.
힘들어도 들어가야제, 죽을 때까지.
끄덕이던 찬영, 살짝 눈치를 보다가.
찬영
저 어르신… 이장이 추진하는 개발 말인데요. 마을에 리조트가 만들어지면 울진리 앞바다가 오염 될까봐 주민들이 반대하는 거죠?
찬영의 말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최노인. 그러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최노인
하지 말라고 반대하고 싸운게 십년이야, 십년. 그라니까 저쪽 회사서도, 이것들 징그럽다 하면서 안 하겠다고도 하고. 근데… 그랄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사람들이 죽어 나간기라.
찬영
(귀를 쫑긋이며) 회사가 철수하려고 할 때? 그때 마다요?
최노인
글쎄, 하필이면 대장질하던 애들이 죽어뿌니까, 동네 사람들도 힘 빠져가 뿔뿔이 흩어지고. 그라면 또 저거들은 우리 힘 빠져서 좋다면서, 또 개발한다 그카고. 10년째 똑같다.
다시 기침을 하며 일어서는 최노인, 가려다 멈춰 들고 있던 바구니에 손을 넣어 뒤적인다.
최노인
기자 양반, 우리 좀 도와주소.
(바구니를 뒤적이며) 내가 전복이라도 하나 큰 놈으로…
최노인, 전복을 꺼내면 참외만한 진짜 큰 전복- 찬영의 기대하는 눈빛.
아까운 듯, 줄듯 말듯 망설이던 최노인.
최노인
… 실한 놈이 없네… (바구니에 다시 넣으며) 내 다음에 줄게.
찬영
(아쉬운 듯) 네? 그 정도면...
그러나 최노인 절대 아니라며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난다.
아쉬운 얼굴로 돌아서는 찬영, 그런데 뜬금없이 서 있는 월광.
찬영, 깜짝 놀라면-
월광
기자양반. 다른 이유가 아니라 정의감 때문에 돕고 싶소.
경계하는 찬영.
S#35. 울진리, 민가 / 오후
어촌 마을의 초라한 민가.
찬영이 마당으로 고개를 밀어 넣으면 교복을 입은 여중생이 보인다.
잠시 후. 사복으로 갈아입은 여중생, 마당을 빗질하는데 바싹 달라붙은 찬영.
찬영
그러니까, 아버지 옷, 잠깐만 빌려주면…
여중생
경찰들도 사고라고 끝냈는데, 이제 와서 왜 그라는데예,
왜 외지 사람이 들어와서 죽은 아부지를 또…
목이 메는지 잠시 손을 멈추는 여중생. 그리고는 이내 빗자루를 움직이면.
찬영
사고가 아니라면? 생각 안 해봤어? 아버지가 정말 사고로 죽은게 맞을까? 그런 생각하면 억울한 마음 들지 않아?
여중생
(무섭게 쏘아보며) 함부로 말하지 마이소.
그쪽이 어떻게 안 다고, 어떻게 내 마음을 안다고 …
찬영
…나도 알아, 그 마음. 나도 그랬으니까, 우리 아버지도 …
찬영의 진지한 얼굴. 흔들리는 여중생의 눈빛.
S#36. 바다 위 / 오후
바다를 가로 지르는 배.
월광이 박수복장을 하고 선두 부분에 서 있다.
그 옆으로 허수아비에 입혀진 여중생 아버지의 어부 작업복.
배를 모는 선주 어부 1. 곁에 서 있는 찬영.
어부 1
… 근데 저 사람 진짜 괜찮은교?
난간을 잡고 미친 듯 오바이트를 하는 석현. 귀 밑에는 키미테가 세 개 붙어 있다.
어부 1
(핸들을 돌리며) 성출 행님 발견한데가 바로 여기라예.
잠시 후. 바다 위에 멈춰 선 배. 월광 주변으로 다가가는 찬영, 석현.
월광, 흰쌀이 가득 담긴 밥그릇을 흰 천에 둘둘 감은 뒤, 바다에 던지며 주문을 외운다.
얼마 후 바다 속에서 누가 당기기라도 하듯 팽팽해지는 천.
무덤덤한 눈으로 지켜보던 월광. ‘오셨습니까?’ 낮게 읊조리고는 힘겹게 흰 천을 거둬들인다.
되감은 천에서 밥그릇을 빼내는 월광이 뚜껑을 열면,
쌀 위에 뚜렷하게 보이는 검은 머리카락.
석현과 찬영이 신기한 듯 그 광경을 바라본다.
순간, 물을 토하듯 헛구역질을 하는 월광, 낯빛이 싸늘하게 변한다.
급히 녹음기를 꺼내는 찬영.
월광
억울해… 억울해! 내가 왜 이렇게 죽어야 해!
찬영
…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나?
월광
… 칼… 칼에 찔려서…
찬영
그럼 누가 죽였는지… 얼굴은 봤어?
끄덕이는 월광. 잔뜩 긴장하는 찬영, 석현,
석현
누구… 였죠?
월광
… 이 짐승 같은... 왜놈들!!!
찬영과 석현, 월광의 말에 벙찐다.
CUT TO.
잔잔한 바다를 가로질러 부두를 향해 가고 있는 배.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월광의 목소리.
월광 (E)
짐승 같은 왜놈들!! 으악!!! 장군! 이순신 장군마저!!
녹음기를 뺏어 정지시켜버리는 월광. 다시 뺏는 찬영.
선미 쪽으로 가버리는 월광.
찬영
하, 진짜 쟤는 표정부터… 도대체 뭐가 문제야?!
석현
월광이 신내림 받을 때 앞날을 다 봤다는 소문이 있어. 자기가 언제 어떻게 죽는 지까지 다 봤단 말이지... 어때? 그게 사실이라면 월광이 웃을 수 있겠어? 특히나 당신같이 한심한 어른한테…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난간을 잡고 오바이트를 시작하는 석현.
찬영, 석현의 등을 두드리며 선미에 서 있는 월광을 바라본다.
S#37. 부둣가 / 오후
초조한 얼굴로 배를 기다리는 여중생.
잠시 후, 배가 도착하면 내리는 찬영, 잘 개어진 옷가지를 여중생에게 준다.
기대에 찬 눈으로 찬영을 올려다보는 여중생.
찬영
(미안한 듯) … 조금만 기다려, 아버지 일 꼭…
여중생
됐으예… 어차피 기대도 안 했거든요…
그냥 이제, 아부지 일로 안 봤으면 좋겠네예,
가버리는 여중생을 붙잡지 못하는 찬영.
S#38. 펜션, 거실 / 밤
소파에 누워 TV에서 나오는 코미디 프로를 보며 정신없이 웃어대는 박선생.
그 때 현관 쪽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번쩍하고 눈이 커지는 박선생.
축 처져서 들어오는 찬영, 석현과 월광은 찬영의 눈치를 보며 뒤따른다.
거실로 들어서면 소파에 앉아 책을 보는 박선생- 그런데 웃음을 못 참고 킥킥댄다.
책 제목은 <21세기 한국경제, 어디로 가는가>.
뭔가 언밸런스한 광경을 보는 찬영. 그런 눈치를 느낀 박선생, 웃음을 겨우 참으며,
박선생
목표한 일들이 잘 안 되셨나보네.
찬영
그럼 좀 도와주시든가요?!
박선생
흠… 하루 종일 책만 봤더니 피곤하군. TV나 좀 볼까.
TV를 트는 박선생, 코미디 프로를 보자마자 참았던 웃음이 터져 나온다.
박선생을 노려보다 방으로 들어가는 찬영.
S#39. 펜션, 방 / 밤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하는 찬영.
찬영모(E)
돈은 또 왜 보냈니?
찬영
내일 엄마 절에 갈 거잖아, 아버지 기일 기도비하라고...
찬영모(E)
… 그래. 근데 찬영아, 정말 괜찮은 거야? 잘 지내는 거지?
찬영
… 응. 진짜 괜찮아, 잘 지내니까 걱정 마… 응…
전화를 끊는 찬영, 천장을 한참 멍하니 본다.
S#40. 석현의 방 / 밤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 올린 채. 엠씨스퀘어 같은 고글을 끼고 잠든 석현.
석현을 흔들어 깨우는 손. 잠이 깬 석현, 고글을 벗으면.
둥- 눈앞에 떠 있는 괴기스러운 찬영의 얼굴. 달빛을 받아 이상하게 일그러져 있다.
픽- 기절하려는 석현. 석현의 멱살을 낚아채고는 좌우로 심하게 흔드는 찬영.
겨우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석현.
찬영
내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 사람들 생년월일 있으면 당신 범인 잡아낼 수 있어, 박박사?
석현
200% 가능하지. 그런데 그걸 어떻게 구해?
찬영
(피식) 왜 이래, 나 기자야.
나가려는 찬영을 붙잡는 석현.
석현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는데, 왜 반말이지?
찬영
… 그냥, 박박사 계속 보고 있으면. 높임말이 안 나와.
왜 그런지… 이해하지?
웃어 보이는 찬영. 얼떨결에 끄덕여버리는 석현.
S#41. 면사무소, 복도 / 아침
복도 구석에 숨어 있는 찬영, 목만 뺀 채 주위를 살핀다.
면사무소 직원, 팸플릿을 유심히 보며 화장실에서 나온다.
숨어 있던 찬영, 튀어나와 직원의 앞을 막아선다. 깜짝 놀라는 직원.
놀랄 틈도 주지 않는 찬영, 기자증을 꺼내 휙- 보여준 뒤, 휙- 감추며
찬영
경향신문에서 나왔습니다. 정근면 관할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 관련, 협조를 구하려고 합니다.
직원
연쇄… 살인요?!
S#42. 면사무소, 주차장 / 아침
주차장 구석, 곤란하다는 얼굴의 면사무소 직원.
직원
도와드리고 싶긴 한데… 아시잖아요, 해당 지역 주민들
등본 잘못 공개했다가는… 요새 정보보호법이다 뭐다해서…
찬영
그러니까, 잘못 공개해 달라는 게 아니라, 비밀리에 열람 요청을 하는 겁니다. 말씀드렸듯이, 회사 내부적으로 사건 해결 전까지는 보도금지 결정이 났어요. 그러니 당연히 김선생님 도움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있지 않았던 일이 될 거고요.
찬영의 설득에, 흔들리는 직원.
찬영
아파트, 구입하셨나 봐요?
‘네??’ 하며, 손에 든 인테리어 관련 팸플릿을 급히 감추는 직원.
찬영
자료를 주시지 않으면 추측성 기사를 쓸 수밖에 없어요. 이번 사건이 본격적으로 매스컴 타면 해당 지역 아파트 값도 그렇고… 고생해서 장만하셨을 텐데, 그런 일은 없었으면 하네요.
인상을 쓰며 고민하는 직원, 거의 넘어 온 분위기.
직원,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담배를 무는데 라이터가 없다.
/주차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 어설프게 숨어 직원과 찬영을 지켜보는 석현.
보면, 라이터를 찾느라 자기의 몸을 털어내듯 손을 움직이는 직원.
/주차장 구석. 라이터를 찾지 못하는 직원. 면사무소 쪽을 가리키며,
직원
라이터 좀 가지러 갔다올게요. 오는 길에 부탁하신 거…
가져와 보겠습니다.
/ 석현의 시점- 직원이 뭔가 손사래를 치면서 가려는 듯 보인다.
피식- 웃더니 고개를 젓는 석현, 앞으로 나선다.
/ 주차장 구석. 자리를 뜨려는 직원, 그 앞을 막아서는 석현.
석현
이봐, 그렇게 설명했는데도 못 알아들어?
직원
네? 무슨 말씀이신지?
찬영, 석현에게 가라고 손짓발짓을 보내면.
걱정 말라는 듯, 오히려 씽긋- 윙크해 보이는 석현,
석현
이봐! 나만한 사람이 우리 직원 시켜서 좀 도와달라고 하면, 이런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냉큼 도와줘야지! 어느 안전이라고 튕겨대는거야?!
직원
저… 그럼 신문사에서 나오신?
석현
신문? 신문이 뭐야! 딱 보면 몰라? 나 중수부에서 나온 박검사야.
직원
좀 전에 직원 시켜서라고 하셨잖아요. 그럼 신문사는 또 뭐야?
찬영을 의심하듯 보는 직원. 억지웃음을 지어보이는 찬영,
그리고 석현, ‘뭐지 그럼?’ 스스로 헷갈려 버린. 안 되겠다 싶은 찬영, 나서며
찬영
검찰 신분증 보여주실래요?
석현
뭐, 뭐야! 당신이 나한테 이러면 안 되잖아!
찬영
없다는 거죠? 신분증.
석현
그야… 당연히 없지.
찬영, 됐다는 듯 직원을 보며
찬영
저희 기자들 사이에선 유명해요. 검찰 사칭하고 다니면서 공무원들한테 떡값… 아시죠, 무슨 말인지?
헷갈리는 직원, 찬영의 단호한 눈빛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
찬영
그럼 좀 전의 일, 다시 부탁드리겠습니다.
직원
네… 근데 그럼, 저 사람은 경찰에 신고를?
석현
어허, 이 사람이… 아직 뭘 모르는…
찬영
물론이죠! 마음 놓이는 쪽으로 하셔야죠!
싱긋 웃는 찬영, 울상이 되는 석현.
S#43. 경찰서 내부 / 오후
절망감에 고개를 떨어트리고 있던 석현, 고개를 든다- 울 것 같은 눈.
석현
진짜 신고할 것 까진 없었잖아…
주위 경찰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던 찬영, 석현의 귀에 대고
찬영
그럼 그 상황에서 어떡해! 박박사가 완전 망칠 뻔했는데!
경찰 1
이 사람 무슨 사이비에요? 아까부터 자기가 박사라면서 우주가 어쩌고 운명이 어쩌고 계속 헛소리만 하는데…
석현
뭐? 헛소리?! 잘 들어, 내가 펼치는 술법은…
석현의 입을 억지로 틀어막으며 웃어 보이는 찬영. 그럼에도 뭐라 떠들어대는 석현.
경찰 1, 귀찮다는 얼굴로 얼른 데려가라는 손짓.
S#44. 펜션, 거실 / 오후
소파에 누워 TV를 보는 박선생. 후다닥- 급히 들어오는 찬영과 석현.
테이블 위에 놓인 책을 집으려 하지만 이미 늦어 버린 박선생, 어정쩡한 자세로 사람들을 본다.
방으로 뛰어드는 찬영과 석현. 월광도 뒤따르고. 쾅, 닫히는 방문.
소파에서 스윽- 일어서는 박선생, 주저하다 방문 앞으로 가서 몰래 귀를 대면.
벌컹. 열리는 문. 쏘아보고 서 있는 찬영, 그리고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석현
(목소리) 거봐, 엿들을 거라 했지.
찬영
뭐 하시는 거죠? 어차피 돕지도 않을 거잖아요.
박선생
아니, 그게 뭐랄까… 기자 양반, 서울에서 택배 왔다고.
거실 한편에 놓인 택배 상자. 이제 됐다는 듯 서둘러 도망치는 박선생.
CUT TO
주방에서 의자를 들고 낑낑대며 나오는 석현. 똑같은 의자를 들고 석현을 비켜가는 월광.
힘이 드는지, 의자를 내려놓고 잠시 숨을 고르던 석현, 소파에 앉은 찬영을 보면.
택배 박스에 가득 든 문서를 읽어 가는 찬영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
석현
왜 그래?
찬영
죽은 사람이 한명이 더 있어. 마을 주민 말고… 역사학 교수… 뭐지 이 사람은?
S#45. montage sequence : 펜션, 방 / 오후 - 저녁
- 테이블에 둘러앉은 찬영, 석현, 월광.
- 세 사람 앞에 펼쳐진 주민등록 등본들, 기록된 마을 주민들의 생년월일.
- 택배 자료를 넘겨보는 찬영, 갖가지 자료들을 정리하며 열심히 타이핑을 하고 있다.
- 찬영의 옆. 월광의 고사리 같은 손에 쥐어진 조그만 무당방울.
월광의 주문에 반응이라도 하듯 파르르- 떨리고.
- 그리고 석현, 진지한 얼굴로 프로그램이 띄워진 아이폰을 흔들어대고.
- 계속해서 뒤섞여 흐르던 타이핑, 주문, 휴대폰 소리. 어느 순간 뚝, 멈춘다.
- 서로를 보는 석현과 월광. 이어서 찬영을 보는 석현. 동시에, 끄덕- 하는 찬영과 석현.
S#46. 마을회관 / 밤
웅성거리며 마을회관을 메운 울진리 주민 50여명.
이장, 최씨, 그들의 가족들. 어부들, 머구리들. 모두들 상기된 표정이다.
그런 주민들을 내려다보며, 벽에 기대고 선 석현. 자신만만한 얼굴.
그 곁의 찬영, 사람들 사이에 섞인 여중생과 눈이 마주치지만.
싸늘하게 보다 고개를 돌려버리는 여중생, 마음 아픈 찬영.
그들의 뒤편, 불안한 얼굴로 의자에 앉은 박선생. 그리고 한 곳을 응시하는 월광.
월광의 시점, 사람들 무리에 섞여 있는 연이. 그리고 옆에 앉은 남자, 아빠인 듯.
월광을 발견한 연이, 활짝 웃으며 주먹을 쥐어 보이며 ‘화이팅’ 입 모양을 한다.
월광, 괜히 얼굴이 새빨개지고. 그 때, 마을회관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경찰관 두 명.
경찰들을 보자 더 커지는 웅성거림. 하지만 경찰들도 영문을 모르는 눈치.
그러다 석현을 발견하는 #43의 경찰 1. 석현 역시 경찰을 보고는 발끈하는 얼굴.
그걸 본 찬영, 서둘러 화이트보드를 끌고 와 판을 회전시켜버린다
- 그러자 보이는 죽은 사람들의 사진.
연이, 엄마 얼굴이라도 보았는지 양손으로 눈을 가려 버리고.
다른 주민들 역시, 아는 사람 얼굴을 보고는 한탄을 터트리거나 고개를 돌려 버리면,
그런 광경을 잠시 보던 찬영,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찬영
지난 십년간, 울진리에서 죽은 사람들입니다. 다섯 명의 주민, 한 명의 외부인. 조사 결과, 사고 혹은 자살이라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사이) 모두 타살이었습니다.
쇼크를 받는 주민들, 커지는 웅성거림.
이장
… 지금 뭐하는 건데 이게! 어서 굴러온 놈들이 이딴…
햄요! 햄요!! 이게 어찌 된겁니꺼?
이장, 도움을 청하지만. 팔짱을 끼고 눈을 감은 채 꼼짝 않는 박선생.
찬영
사망한 어부, 머구리, 해녀들. 이들이 죽은 시점은 모두 공교롭게도, 개발 사업이 반대 여론에 밀려 중단되었던 시점입니다.
숨소리조차 쉽게 내지 못하는 마을 주민들.
찬영, 화이트보드 위 역사학자의 얼굴을 가리킨다.
찬영
문제는 인근에서 연구 조사를 하다 실종된 역사학자입니다. 물론 단순 사고사나 실종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사에 혼선을 줄 목적을 가진 범인의 물타기일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화이트보드 위에 계약서 사본과 통장 사본을 붙이는 찬영.- 이장,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
찬영
핵심은, 결국. 이런 일을 벌인 사람이 누구냐는 문제인데. 이 질문에 대한 단서가 여기 있습니다. 개발 예정 지역의 토지 등본, 그리고 건설 업체로부터 천만 원 단위의 돈이 세 차례 입금된 통장의 사본. 결국 개발을…
씩씩대며 벌떡 일어서는 이장.
이장
지금 뭐하는 기고… 그래 거기 내 땅 맞다. 내 땅 맞는데… 그게 머가 문젠데! 땅 값 올라서 돈 벌기 싫은 놈, 여 있나, 있으면 나와 바라!
어부 1
통장은 뭔데, 거서 돈 받아 처 묵은 거는?
이장
뭐긴! 미리 공사 들어간 땅, 그 땅값이다!
강하게 항변하는 이장. 마을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수군거림.
어수선해진 상황. 지켜보던 석현, 자신만만한 얼굴로 앞으로 나서더니.
화이트보드를 주먹으로 쿵쿵. 그런데 아플까 약하게 치느라 너무 작은 소리.
답답한 찬영, 있는 힘껏 쾅쾅- 일제히 입을 다문 사람들. 쳐다보면.
석현
범인이 누군지 간단히 밝혀 줄 테니 가타부타 떠들어댈 거 없습니다. 범인은… 범인은 바로…
석현의 등장, 기대의 눈길로 그를 응시하는 사람들.
폼을 잡으며 손을 들어 올린 석현, 이장을 향해 손가락을 쭉 뻗으며
석현
역시나 이장 당신이야! 경찰들 뭐해, 잡아 들여!
역시나! 하며 수군거리는 마을 사람들.
경찰들, 석현의 단호한 태도와 주민들의 반응에, 엉겁결에 이장에게 다가서면.
이장, 화이트보드에 달려들어 토지대장과 통장사본을 때 내버리고는.
이장
이거 말고, 증거 대라. 내가 죽였다는 증거!
석현
살인의 증거? 흥, 증거는 이것이다!
하면서 번쩍 들어 올리는 노트북.
‘나나나나 디’ 촌스러운 음악과 함께 떠오르는 프로그램- ‘박석현의 박사운명’
석현
독자적으로 개발한 완벽한 프로그램이 당신 사주에 낀 살수를 분명히 가리키고 있어. 정남규, 유영철, 강호순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 시체도 몇 구 더 있을 거야. 동남쪽에 둘, 북서쪽에 셋!!
석현의 충격적인 말에 크게 술렁이는 사람들.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는 석현.
그런데 이장, 프로그램에 찍힌 자기 생일을 한참 보더니
이장
… 근데 그거 내 생일 아인데?
석현
뭐?! 비겁하게 … 등본에 찍힌 생일이 분명히…
눈치를 보던 경찰 1, 손을 들어 올리며
경찰 1
그건 나돈데. 어촌이다 보니, 어로기간 때 나온 아들은 아무래도 출생신고가 늦을 수 밖에 없지. 그러면 결국, 지금 이야기들 전부 엉터리 아닌가?
헉! 놀라는 찬영, 괴로움이 얼굴에 밀려오고. 박선생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래절래.
그리고. 파르르- 입 끝이 떨리는 석현, 눈알을 빠르게 굴리다가 갑작스레 프하하하하! 큰 웃음을 터트린다.
석현
실수? 오 마이 갓. 내가, 천하의 박박이, 실수를?
박석현 박사가 이런 것도 생각을 못 했다? 푸하하하하
의외의 자신 있는 태도. 찬영 마저도 그 다음을 기대하지만.
도저히 그치지 않는 웃음소리. 이젠 누가 봐도 시간끌기가 분명하다.
급기야 힘이 부쳐 기침까지 해대는 석현.
고개를 젓는 주민들, 회관을 나가려 한다.
순간, 웃음을 멈춘 회관 입구로 달려가 막아서며 잠깐!!!이라며 고함을 친다.
뭐냐는 듯 보는 사람들,
석현
당신들 모두...
뭔가에 홀린 듯 픽 쓰러지는 석현.
찬영은 절망에 빠져든다.
경찰 1
바빠 죽겠는데 진짜 뭐야. 오전엔 사이비 종교인처럼 얘기하더니 이번엔 말도 안되는 사주로 범인을 잡는다고... 이 사람 이거 지금 쑈 하는 거 아니야? 공무방해죄로 그냥 확 쳐 넣었뿔까?
웅성대며 쓰러진 석현을 넘어 회관을 나가는 사람들.
화난 경찰 1 의도적으로 석현의 낭심을 밟고 지나간다.
움찔하는 석현. 괴롭지만, 아닌 척.
경찰 2도 석현의 낭심을 밟고 지나가면, 윽 하며 신음소리가 새어 나오는 석현.
그런 석현을 비웃으며 지나가는 주민들.
마지막으로 이장이 석현의 낭심을 밟고 지나가면, 도저히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지르며 일어나는 석현.
얼마 후. 팔짱을 낀 채, 불편한 얼굴로 꼼짝 않고 앉은 박선생.
할 말을 잃은 찬영,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의 월광.
입구, 쪼그리고 앉아 무릎에 얼굴을 푹- 파묻은 석현.
그러길 얼마, 자리에서 일어서는 박선생. 석현의 앞으로 지나가며
박선생
몇 년 애써 봤잖아. 이제 다른 일 찾아봐. 대학으로 돌아가든지. 아무리 봐도, 이 일은 박박사한테 안 맞는 거 같아.
그 말에, 고개를 번쩍 드는 석현. 눈 끝에 맺혀 있는 눈물.
의외의 모습에 박선생도 움찔하지만, 이내 표정을 고쳐 잡고는.
박선생
괜히 동남쪽이다, 북서쪽이다, 엉터리 술법으로 사람들 피해주고 다니지 말라고...
석현
엉터리? 그래 나 엉터리일지 몰라. 근데 진작에 홍국기문술만 배웠어도! 아버지가 그것만 가르쳐줬어도! 근데 자기만 알고선 자식에게 전수하지 않는 게, 그러고도 아버지야?!
찬영
아버지…?!!
어느새 다가온 찬영. 석현과 박선생을 번갈아 본다.
씩씩대는 석현, 찬영의 눈을 피하는 박선생,
찬영
그래… 닮았어. 특히나, 뭔가 독특하게 싫은 이 분위기…
박선생
… 멍청한 놈, 술법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그렇게 얘길 했건만…
자리를 피하려는 박선생. 석현, 그런 박선생의 뒤에 다 대고-
석현
그럼 뭐가 중요하냐고! 직접 보여주든지! 한번도 안 보여줬잖아!! 엄마 사고로 돌아가신 뒤부터는 점괘도 한번 뽑지 않으면서...
박선생
입 다물어! 멋모르고 떠들어대는 것도 정도가 있다.
석현
내가 틀린 말 했어? 그 때부터 겁먹고, 사람들 의심만 하고, 아들까지도! 엄마가 보면 진짜 좋아하겠다!!
그러더니 ‘으악!’ 소리 지르며 후다닥 달려 나가버리는 석현.
찬영, 박선생을 한번 쓰윽- 노려보고는 석현의 뒤를 쫓아간다.
무안한 박선생, 괜히 둘러보면. 자신을 보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는 월광.
‘월광… 너마저’ 싶은 박선생.
S#47. 산 속 / 밤
계속,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는 석현을 뒤쫓는 찬영.
곧 숨이 차오는 석현, 이내 찬영에게 붙잡히면 힘들어서 미친 듯이 기침-
찬영
박박사, 아니 박박사님! 난 믿고 있잖아! 그래서 처음부터
박박사님한테 도와 달라 부탁한 거고!
석현이 동요하자 심호흡을 가다듬는 찬영.
찬영
박박사의 깊고도 깊은… 평범한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고차원의 점괘들을 믿고 있어. 그러니까, 계속 도와줘야해.
박박사 아니었으면, 난 여기까지 오지도 못 했어.
완전히 화가 풀린 석현의 표정. 서서히 뭔가 갈망하는 눈빛으로까지 변하더니.
석현
경고했는데… 당신 결국. 나한테 빠져버렸군.
찬영
어? 어째서 그런 결론이…
그러더니 지그시- 감기는 석현의 눈, 조금씩 다가오는 입술.
‘이건 뭔가…’ 싶은 찬영, 쭈삣쭈삣 몸을 뒤로 빼는데
그 때- 바스락거리는 소리. 정신을 차리는 석현과 찬영. 주위를 둘러보면.
갑자기 얼굴에 이상한 탈을 쓴 사람이 어둠속에서 휙- 튀어나오자,
헉! 하고 놀란 석현, 찬영의 뒤로 숨고- 점점 다가서는 상대방.
찬영, 석현에게 나서라고 손짓을 하면.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온 석현,
상대를 잠시 노려보더니, 좀 과하게 진지한 얼굴을 하고는.
검지와 중지를 붙여 앞으로 내밀며 ‘후우’하는 깊은 숨소리.
찬영
(석현에게) 뭐야 그건?!
석현
인체에는 좌우로 354개의 혈이 있지.
찬영
뭘 할 줄 아는 거지? 그치?!
석현
2년간 마스터 했어, 책으로.
하고는 ‘합!!’ 기합과 함께- 앞으로 달려 나가는 석현.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아슬아슬하게 상대의 공격을 피하며 상대의 이마, 배, 무릎을 차례로 찍는다. 얼핏 그럴듯해 보이는데,
석현
신회, 천추, 그리고 양구혈!!!
치명적인 혈을 다 찍어 내려간 석현, 상대방을 보면 - 꼼짝을 않는다.
‘제대로 된 건가?’ 싶은 석현, 상대방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면.
갑자기 날아오는 주먹 한 방에 석현이 그대로 나가떨어진다.
석현에게 달려가는 찬영. 하지만, 석현은 이미 정신을 잃었다.
벌떡 일어나 둘러보는 찬영. 모습을 감춘 상대.
두리번거리는 찬영. 어느새 찬영의 뒤로 쓰윽- 나타나는 습격자.
찬영, 뒤늦게 낌새를 느끼고 돌아보려 하는데.
무언가가 퍽- 찬영의 뒤통수를 내려친다.
표독스러운 눈으로 상대를 노려보던 찬영, 곧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린다.
S#48. 동. 시간경과 / 아침
쓰러진 채 퉁퉁 부운 눈을 겨우 뜨는 석현.
보면, 찬영이 다소 이상한 자세로 자기 위에 엎어져 있다.
석현이 조심조심 몸을 빼내기 위해 갖은 몸부림을 치는데,
어느 순간 눈을 뜨는 찬영이 이상한 자세에, 이상한 위치에 있는 석현의 손을 발견한다.
찬영이 끄악- 소리를 지르며 옆으로 구르자 석현도 놀라 같이 소리를 지르는데,
쓰윽-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는 한 사람. ‘컥!’ 다시금 비명을 지르는 둘.
보면, 떡 진 긴 생머리에 때로 얼룩진 까만 얼굴의 승희가 펜들럼을 든 체,
승희
파트라슈… 너의 반짝반짝 반짝이는 그 기운…
평범한 인간이 감히 범접하기 힘든 광기를 내뿜는 승희.
겁이 나서 쓰러진 자세 그대로 숨소리도 내지 않는 찬영과 석현.
그런 두 사람은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승희.
잠든 척 엎드려 있던 석현의 몸에 걸려 넘어지고,
석현은 감은 눈을 더 꽉 감아 버린다.
슬며시 눈을 떠보는 석현. 보면- 넘어진 채, 기어서 앞으로 가는 승희.
입에서는 여전히 ‘파트라슈…’ 를 찾는 목소리가 옅게 들려온다.
그렇게, 기어서 다시 사라지는 승희의 모습. 벙쪄서 보는 찬영과 석현.
두 사람, 승희가 사라지자마자 서로로부터 후다닥 떨어지더니 몸을 털어내고.
그러다 찬영의 자켓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이 툭- 떨어진다.
찬영
(종이를 펼쳐 읽는다.) 도라가라? 여는 너거들이 있을 떼가 아이다…?
고민하던 찬영, ‘설마!’ 하며 떨어진 가방을 뒤지면 카메라도, 녹음기도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의 뒤에선 석현이 ‘왜 안 되지… 신회, 천추’ 중얼대며 자신의 몸을 찍어대고 있다.
마지막으로 ‘양구혈!’하며 자기 무릎을 찍더니 픽- 쓰러져 바들바들 떨어댄다.
이마를 짚고는 후~ 한 숨을 쉬며 석현을 바라보는 찬영.
S#49. 펜션, 거실 / 아침
찬영과 석현이 들어서면 소파에 앉아 있는 박선생과 월광이 보인다.
그리고 누가 봐도 도둑이 든 듯한 엉망진창인 실내,
석현은 한 쪽 눈에 커다란 잎사귀를 대고 있다.
찬영
무슨 일이에요?
박선생
마을 회관에 우리만 남아 있었을 때 당한 거 같아.
석현, 잎사귀를 눈에 댄 채 방으로 뛰어 들어간다.
박선생은 짐가방을 들고 일어선다.
찬영
이런 일까지 당했는데, 억울하지도 않으세요?
박박이랑 난 어제 죽을 뻔 했다구요…
찬영, 박선생에게 쪽지를 건네주면 이를 보는 박선생.
그 때 방에서 뛰어나오는 석현.
석현
노트북도 없어, 그 안에 든 박사운명도!
월광
(달관한 듯) 당연하지, 다 털렸는데 남아 있을 리 없지.
박선생
(석현의 눈을 가리고 있는 커다란 잎사귀를 보며) 근데, 박박! 눈은... 왜 아까부터 그러고 있는 거지?
석현
… 천리안 개발 중! 늘 그랬듯이 신경 쓰지 마세요.
툴툴대는 석현을 바라 보다 찬영에게 쪽지를 돌려주는 박선생.
그리고는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찬영
거의 다 왔잖아요, 여기서 물러나는 건…
박선생
적당히 하지 이제. 기자 양반 욕심 때문에 마을 휘젓고 다니는 것도, 우리 욕 먹이는 것도, 충분했잖아.
찬영
욕심이 아니잖아요! 조금만 더 하면 사건을 풀 수 있어요.
박선생
그러니까, 왜 우리까지 끼어들어야 하냐고?
찬영
… 점 보시는 분들이잖아요, 그 능력으로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박선생
사람들이 아니라, 기자양반 특종이겠지. 그것 말고 있어?
찬영, 박선생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꼼짝 못하면.
박선생, 냉정한 얼굴로 다시 짐가방을 든다.
찬영
특종… 그 이유만은 아니에요…
박선생, 그럼 뭐냐는 듯 보지만, 우물쭈물 말을 못하는 찬영.
발을 떼는 박선생. 그러자 말없이 지켜보던 월광이 한 마디 내뱉는다.
월광
억울하게 죽었거든… 저 아가씨 아버지도.
박선생과 석현이 월광을 본다. 하지만 정작 누구보다 놀란 건 찬영 자신이다.
월광
비슷해, 처음엔 사고인줄 알았는데,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지.
충격에 빠진 찬영, 휘청거리다 소파에 풀썩- 주저앉고.
그러나 월광, 상관없다는 듯 찬영의 뒤편을 무표정하게 보면서
월광
이 아가씨 아버지도 사건 파헤치다 그리 됐어. 기자였구만.
찬영
… 그만해…
힘들어하는 찬영의 반응에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박선생, 후- 긴 한숨을 내쉬며 눈을 돌리고 만다.
그러다 발견하는 석현의 엄청나게 부운 눈.
찬영의 이야기에 빠져 나뭇잎을 깜박 잊었던 석현, 눈치를 채고는 뒤늦게 다시 가린다.
월광
그나저나 기자 양반도 아까부터 흘러나오고 있어.
찬영의 뒤통수를 가리키는 월광. 넋을 잃고 있던 찬영, 쓰윽, 만져보면 손에 피가 흥건히 묻어 나온다. 찬영은 아무렇지도 않으나 이를 본 석현은 마치 자신의 피를 본 듯 ‘픽’ 하며 기절한다.
S#50. 베란다 / 아침
베란다 창문 너머로 거실을 보는 박선생.
월광이 찬영의 뒤통수에 빨간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여 준다.
그리고 소파에는 힘이 빠져 축 늘어진 석현이 보인다. 눈의 붓기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잠시 보던 박선생, 마을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박선생
명색이 점쟁인데 일이 이렇게 될 지 예측을 못 했어, 또.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며) 당신, 나를 비웃고 있겠지?
순간 픽- 뭔가가 박선생 이마에 떨어진다. 멀건 새똥이다.
새똥을 닦아내고 원망하듯 하늘을 보면 또 다시 떨어지는 새똥.
눈살을 찌푸리며 펜션 앞을 바라보는 박선생.
- 펜션으로 다가오는 사람들. 이장과 이장의 가족들, 그리고 건장한 주민 몇 몇.
S#51. 펜션, 마당 / 아침
찬영, 석현, 월광. - 그리고 이장 무리. 곱지 않은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이장
동네 액땜 할라고 불렀더니만, 액이 더 붙었다. 뭐꼬, 이게!
찬영
때우려고 하면 안 되죠? 문제를 해결해야죠.
이장
… 됐다, 다 됐고, 당장 나가라. 어제 그 주민들 신상정보, 그것도 면사무소에서 몰래 빼온거제?
찬영
무… 무슨 소리에요! 그건 신문사 끼고 공식적으로…
이장이 눈짓하면 뒤에서 나타나는 앞씬(41씬)의 면사무소 직원, 미안한 듯 찬영을 보며.
이장
이게 어떤 범죄라는 건 기자인 당신이 더 잘 알제?
석현
(찬영에게 귓속말로, 궁금한 듯) 어떤 범죄야?
이장은 물론 찬영도 석현을 무시한다.
이장
으흠. 이 사실 알려지면 면사무소 양반까지 잘릴건데.
곤란한 표정의 찬영이 한 마디 대꾸도 하지 못하자,
이장
(돌아서며) 갈 때, 문 꼭 잠가라이.
박선생(os)
이봐, 우리 안 돌아가!
이장, 발을 멈추고 돌아서면 펜션에서 나오는 박선생.
나뭇잎과 흙먼지가 날리고 옷과 머리를 흩날리며 슬로우모션으로 걸어나오는 박선생.
그런 박선생의 등장에 찬영, 석현, 월광, 모두 놀라는데.
박선생
사건 해결하고 갈 거야. 그때면 가지 말래도 갈 거다.
이장
행님!! 제일 알만한 분이… 근데 이마에 허연 건 먼데예?
이장의 말에 아랑곳 않고,
박선생
신경쓸 거 없고, 어쨌든 이것만은 확실히 알아둬. 이 마을, 해도 해도 너무 하네. 내 반드시 밝혀 낼 거야.
게다가 자식이 맞고 들어왔는데, 가만있을 부모 있어?
사람들, 혹시 하는 표정으로 눈이 퉁퉁 부은 석현을 본다. 뒷짐을 쥔 채 모른 척 헛기침하는 석현.
이장
내 전부 경찰에 신고할랍니다. 그라믄 그쪽에서 알아서 하겠지...
박선생
자네 기억하나? 처절했던 월남 안케패스 전투, … 그 때 내가 동남쪽 방향이 살길이라고 해서, 자네가 내 뒤에 따라 붙었었지. 결국 부대원들 다 죽고 우리 둘만 살아남았을 때, 자네 뭐라고 했지… 김하사?!
이장
살면서… 은혜를 꼭 한 번은 갚겠다고…
박선생
그래. 근데 그 때 이후에 갚은 적 있었나?
거의 경련이 일어날 것 같은 이장의 얼굴.
주위에서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따갑게 느껴진다.
이장
좋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 있진 마이소.
끄덕이는 박선생, 노려보다 돌아서버리는 이장.
박선생 곁으로 오는 찬영, 석현, 월광.
박선생
기자 양반, 증거가 필요하시다?
강하게 끄덕이는 찬영. 그리고 마을을 내려다보는 네 사람.
월광
(혼잣말처럼) 어디선가 불길한 기운이...
쿠구쿵, 바다에서부터, 조금씩 밀려오는 낮은 먹구름.
S#52. montage sequence : 펜션, 울진리 / 낮 - 밤
- 테이블 위에 소지품을 꺼내는 사람들. 핸드폰, 작은 패철, 볼펜 몇 자루가 전부이다.
석현
이것만 가지고는 홍국기문을 하기엔…
박선생
그건 선무당들 생각이고.
인상 굳지만, 따를 수밖에 없는 석현. 패철과 볼펜을 집어 드는 박선생.
경쾌한 음악과 함께 몽타쥬가 시작된다.
- 펜션. 협력해서 거실 커튼을 찢는 사람들.
- 2인 1조로 대나무를 자르는 무리들. 월광과 한 조인 석현은 월광보다 힘들어 보인다.
- 커튼 위에 매직으로 한자를 쓰는 박선생, 석현의 목마를 탄 채 대나무에 커튼을 다는 월광.
- 금수산 기슭. 박선생의 지시대로, 대나무 깃대들을 배치하는 찬영, 석현, 월광.
무리들의 손발이 척척 맞는다.
- 펜션 화장실. 수납대에서 수건을 골라내는 박선생- 빨강, 파랑, 노랑, 하양, 남색.
박선생이 막대기에 다섯 장의 수건을 붙여 오방기가 만든다.
- 슈퍼 앞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찬영과 석현, 월광.
가운데 앉은 쌍쌍바를 둘로 가르는 석현, 한 쪽 바에 거의 모든 아이스크림이 붙어 있다.
찬영과 월광을 번갈아 바라보며 고민하는 석현. 서로 양보하는 찬영과 월광.
결국 월광이 큰 쪽을 먹고 석현이 아쉬워하며 작은 걸 먹는다.
그 옆, 봉지 안에 가득 든 하드들.
- 그리고 슈퍼 근처. 초췌한 모습으로 도망치는 강아지, 파트라슈.
그 뒤를 쫓는, 큰 덩치의 동네 불량 개들 두 마리.
- 파트라슈와 민가 하나를 사이에 둔 길. 하드 스틱이 가득 든 봉지를 들고 가는 세 사람.
저 편에서 들리는 ‘깨갱-’하는 개의 비명 소리. 쓰윽- 봤다가 다시 가는 세 사람.
- 어느새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자 석현이 종이박스를 주워와 세 사람이 함께 쓰고 간다.
- 산기슭. 박선생, 깃대들 사이에 밧줄들을 교차해서 깔아 아홉 개의 칸을 만든다.
서서히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고는 불길하다는 듯 하늘을 올려다본다.
- 하드 스틱에 숫자를 적는 석현과 월광. 숟가락 통을 비워서 들고 오는 찬영.
석현이 그 안에 스틱을 집어넣으면 완성되는 산통.
- 펜션 바깥.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먹구름. 비를 쏟아 낸다.
S#53. 펜션, 거실 / 밤
바깥에서 들리는 비바람의 굉음.
박선생, 오방기를 손에 쥐고 나가려 하면. 막아서는 찬영, 석현, 월광.
석현
날씨가 심상치 않은데 잠잠해지길 기다려보죠.
씨익- 웃는 박선생. 손가락 두 개를 벌려 보이면.
석현
끊으셨잖아요? … 삼년 전에.
대답 없이, 손가락을 더 벌리는 박선생.
석현이 결국 담배 한 대를 들려주며 불을 붙여주면, 길게- 연기를 내뱉는 박선생.
박선생
마을 전체 기운과 소통하기엔 오히려 좋은 날씨야...
잘 들어 봐, (쿠궁하는 천둥소리) 들리잖아. 범인이 누군지, 증거가 뭔지, 알려주겠다며 절규하는… 죽은 영혼들의 목소리가.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 어디선가 들려오는 웅우웅- 거리는 목소리.
사람들, 뜻밖의 소리에 움츠려든다. 점점 작아지는 소리.
보면, 월광이 리모컨으로 TV ‘전설의 고향’ 볼륨을 줄이고 있다.
으흠- 큰 헛기침을 뱉는 박선생, 사람들과 눈을 맞춰주고는 담배 연기를 길게 뱉으며
박선생
그럼, 잠시만 기다리시게.
문을 열면 비바람이 들이차며 박선생의 검정 두루마기가 펄럭인다. 당당히 문을 나서는 박선생.
그 뒷모습을 감탄한 듯 보는 세 사람.
그런데, 이내- 문이 벌컥 열리더니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는 박선생, 얼굴을 휘감은 두루마기 자락을 떼어 내고 물에 젖어 축 쳐진 담배를 푸 내뱉는다.
비에 젖은 생쥐 꼴로 몸을 덜덜 떨며,
박선생
(투덜투덜) 니미럴, 내 생전 이런 지랄 같은 날씨는... 젠장할...
어처구니없는 세 사람.
S#54. 펜션, 방 / 밤
침대에 누워 여전히 투덜대며 끙끙 앓는 박선생을 멀뚱히 지켜보던 석현, 옆에 놓인 수건과 물통을 보고 주저하다, 새 수건을 적셔 박선생의 이마에 대어준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양파즙, 마늘즙, 홍삼즙를 꺼내 옆에 놔두고 나간다.
고요해진 실내에 갑자기 화면 안으로 들어오는 손. 홍삼즙을 들고 사라진다.
그리고 곧 다시 나타나는 손, 이번엔 마늘즙을 집어 들고 사라진다.
S#55. 펜션, 거실 / 밤
소파에 앉아 있는 찬영.
석현이 방에서 나와 찬영의 옆에 앉으며 홍삼즙을 마신다.
석현
일단 감기인 것 같은데 좀 더 두고 봐야…
찬영
박박사 건강한 몸, 아버지한테 물려 받았나봐.
석현
그래??? 아버지는 약골 스타일이라, 늘 나랑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의아해하면서 마늘즙까지 뜯어 마시는 석현, ‘그래 말을 말자’ 싶은 찬영.
찬영
그런데 박선생님은 아들이 점보는 걸 왜 그렇게 못마땅해 하지?
석현
… 어머니 사고로 돌아가셨을 때 많이 괴로워하셨어.
전국 빅3라 불리던 자신이 정작 마누라 운은 못 읽었다고 자책했지. 그 때부터 좀 변했어. 흑파다 뭐다 하는 것도,
찬영, 거실 테이블에 놓인 ‘HKFA' 팻말을 본다.
석현
다른 사람 운명에 조언할 실력 갖춘 사람을 골라내겠다.
그래서 최소한, 점 본 사람이 사고를 당하는 일은 안 생기게 하겠다. 선무당은 발 못 붙이게 하겠다는 거지.
찬영
그래서, 아들은 소질이 없다 생각하고…
석현
소질은 있는 건 알아. 자기가 겪은 고통이 나한테도 일어날까봐 걱정하는 거겠지…
찬영
그걸 알면서도 점 보는 일에 집착하는 이유가...?
석현
… 증명해보이고 싶어…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 아냐? 지방까지 쫓겨났으면서도 특종 잡겠다고 이 생고생하는 건 인정받기 위해서잖아.
찬영
… 그래도 박박은… 인정해줄 사람이 살아 있잖아.
언젠가는 자랑스러워할 그 사람이…
찬영이 말을 끝맺지 못한 채 고개를 떨어트리고 만다.
그런 찬영을 한참 보던 석현이 자기의 어깨를 툭툭 친다.
하지만 슬픔에 빠져 꼼짝 않는 찬영, 더 세게 어깨를 치는 석현.
그제야 석현을 보는 찬영. 상당히 진지한 석현의 얼굴.
결국, 못 이긴 척, 어깨에 살짝 머리를 기대는 찬영.
S#56. 동. 시간경과 / 새벽
방에서 나오는 월광.
소파에선 나란히 앉아 머리를 맞댄 채 입을 벌리고 잠든 찬영과 석현. 석현은 침까지 흘린다.
그 앞을 살금살금 까치발로 지나가주는 월광, 박선생의 방문을 열면 비어 있는 침대. 빈 양파즙 팩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S#57. 금수산 기슭 / 아침
폭풍우는 멈췄고, 얕은 햇살이 조금씩 퍼져 나온다.
대나무 깃대들 사이에서 움직이는 박선생 - 엄청난 포스를 뿜는다.
- 간이 제단에 술을 따르고, 기도를 올린다.
- 깃대를 노려보면 파르르- 떨리는 깃발.
다른 깃대를 보면, 역시나 파르르- 마치 박선생의 시선에 반응하는 듯.
- 다시금 산통을 흔들고 패철을 들여다보는 박선생.
- 그리고 한데 뭉쳐진 오방기들 중에서 하나를 빼내어 보고.
- 밧줄로 만들어진 9개의 칸. 막대기를 들고 칸 안에 한문을 써나가는 박선생.
수풀 뒤에 숨어서 이런 광경을 보고 있는 석현, 월광, 찬영.
누구보다 감탄을 하며 입을 쫙 벌리고 있는 석현.
- 그리고 다시 박선생, 비어 있는 중간의 칸에, 막대기로 글자 하나를 쓰고는 그 옆으로 주욱 선을 긋고는 한참 내려보다,
박선생
… 이제 그만들 나오게나.
놀라는 세 사람, 박선생에게 다가간다. 바닥에 쓰인 한문을 유심히 보는 석현.
박선생
여기서 동쪽으로 이천보. 원래는 좋은 기운이었건만…
나쁜 인간이 기운을 바꿔놓았어.
우리가 막지 않으면 사람들이 계속 죽어 나갈 거야.
S#58. 울진리 마을 - 산 / 아침
찬영, 석현, 월광, 박선생의 이동.
하나 둘 셋- 소리까지 내가면서, 패철의 방향 표시를 꼼꼼하게 체크한다.
해안가를, 마을광장을, 마을회관 앞을 지나는 네 사람.
석현
천 이백 사십 오, 천 이백 사십 육…
어부1(OS)
다들 모이가 뭐하는교?
석현
중요한 일이 있어요. 천 이백… … 아씨!!
숫자가 헷갈린 석현, 보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어부 1.
어부, 석현의 앙칼진 눈에 슬금슬금 손을 내리면.
찬영
뭐야, 까먹은 거야?! 아이구, 박사는 무슨...
찬영이 월광을 보면 고개를 절래절래, 박선생을 쳐다보자...
박선생
(음흉한 눈빛으로) 큰 나무 돌 때, 천 십이었어. 1010 장땡이.
잘난 척, 어깨를 으쓱대며 돌아서는 박선생을 따라가는 찬영과 월광.
자존심이 상한 석현만 그 자리에 서서 ‘천 이백…?’ 하면서 중얼거리고 있다.
S#59. 산길 / 아침
이어지는 산길을 계속 걷는 네 사람. 자살바위에 도착하면.
석현
천 칠백 팔십, 천 칠백 팔십 일… 어?!!
뜬금없이 나타나는 절벽.
그 아래 펼쳐진 바다, 그리고 드문드문 펼쳐진 양식장들- 막혀 버린 길.
석현
뭐야? 이백 십구나 남았는데…
박선생
니미럴, 저기, 바다 밑이야?
바다를 가리키는 박선생. 그런 네 사람을 훔쳐보는 누군가의 시선.
S#60. 울진리 민가 / 아침
찬영, 석현, 월광이 중년 여인에게 잠수복을 빌리려 하지만- 손사래 치며 들어가 버리는 해녀.
여전히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의 시선.
그러자 자기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뭔가 상의하는 찬영, 석현, 월광.
뭔가 얘기가 끝난 듯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달리는 월광. 다른 방향으로 가는 찬영과 석현.
양쪽을 번갈아 보던 누군가의 시선, 월광의 뒤를 따른다.
S#61. 연이의 집, 창고 / 아침
까치발로 돌아다니는 연이와 월광.
연이
진짜 조용해야 된데이. 이장님 알면 우리 아빠도 혼난다.
연이가 창고 구석을 가리키면 머구리 잠수복이 보인다.
집어 들려는 연이, 그런데 잘 안 잡히는지 주섬거리면.
월광이 앞으로 나서 집어 들고는 연이를 빤하게 쳐다본다.
연이
와 그라노, 뭐 할 말 있나?
월광
… 우리가 꼭… 잡아줄게… 범인…
얼굴이 붉어진 월광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끄덕이는 연이.
S#62. 산길 / 낮
커다란 잠수 장비를 든 월광이 힘겹게 산길을 뛰어간다.
그를 뒤따라 달리는 누군가의 시선.
S#63. 펜션, 거실 / 낮
월광을 기다리며 서성이던 찬영과 석현.
순간, 쨍그랑- 하며 깨지는 베란다 창문 때문에 몸을 움츠리는 찬영.
하얀 쪽지가 붙은 커다란 돌맹이가 바닥에 떨어져 굴러온다.
서서히 고개를 드는 찬영. 옆에는 석현이 겁먹은 얼굴로 눈을 꼭 감고 있다.
눈을 감은 채 팔로 자신을 안고 보호해주고 있는 석현. 이내 찬영의 시선을 느끼고는 부끄러워한다. 뻘쭘하게 일어나 창가로 가보는 석현- 저 멀리 뛰어가는 누군가.
CUT TO
찬영 손의 쪽지- <꼬마를 살리려면 조용히 도라가라>
찬영에게서 쪽지를 받는 박선생. 한쪽에선 화를 내며 전화를 끊는 석현.
박선생
경찰은?
석현
… 이제 오란다고 안 간데요.
점쟁이들이니까… 또 직접 찾아들 보라고…
석현의 말에, 쪽지를 구겨 쥐는 박선생.
석현
월광이, 진짜 잘못되면 …
찬영
사건을 해결해서 누구 짓인지 밝혀내는 게, 월광일 다시 볼 수 있는 제일 확실한 방법이란 거 알잖아?
석현
하지만 더 이상 잠수장비 빌릴 곳도 없잖아.
석현의 말에, 눈알을 굴리던 찬영.
찬영
있다… ! 한두 시간 거리에.
S#64. 동. 시간경과 / 오후
<INSERT 부우웅 - 미친 듯이 질주하는 오토바이 한 대. 울진리로 튀어 들어온다.>
거실. 쿵쿵- 문 두드리는 소리에 벌떡 일어서는 찬영, 석현, 박선생.
찬영, 달려가 현관문을 열면, 뜬금없이 보이는 커다란 잠수장비.
잠수장비에 선명하게 찍힌 글씨 ‘달인어업사’
잠수장비 뒤에서 목을 쓱 내미는 어업사 사장, 병만.
병만
최기자님, 감사합니데이! 전에 그 기사 워낙 좋게 내주셔서.
찬영
(건성으로) 네…
병만
해서, 이번에도 NASA 우주복을 샘플링해서 만든 최첨단 잠수복을...
찬영
설마, 자체 개발하신 건 아니죠?
병만
당연히 자체개발입니다.
뭔가 찜찜한 표정을 짓는 찬영.
S#65. 금수산 / 오후
어두컴컴한 산속, 그 사이를 움직이는 걸인… 아니 승희.
여전히 그녀의 손에서 회전하는 펜듈럼의 추. 그런데, 갑작스레 미친 듯 움직이는 펜듈럼.
다른 곳. 펜듈럼을 따라온 승희. 그런데 그 앞을 막는 바위벽.
그럼에도 거의 미친 듯 핑핑 도는 펜듈럼의 추.
두리번거리던 승희, 강아지가 땅을 파내듯- 바위벽 한쪽을 덮은 나뭇가지와 잎을 미친 듯이 치워 낸다.
S#66. 울진리, 바다가 / 오후
자살 바위 아래 바닷가. 바위더미들 위에 둥글게 선 찬영, 석현, 박선생.
그들 가운데에 놓인 잠수복, 그리고 긴 침묵.
눈치를 보던 박선생, 갑자기 기침을 토해낸다.
박선생
어제 날씨 때문에 몸이 영... 니미럴, 지럴 같네... 콜록콜록.
어련하겠냐는 듯 박선생을 보던 찬영, 석현을 본다.
잠수복에 눈을 고정시킨 채 주저하는 빛이 가득한 석현. ‘그럼 그렇지’ 싶은 찬영,
찬영
… 됐어요, 어차피 내가 벌인 일, 내가…
석현
(결의에 찬) 갈게… 내가 갈게!
잠수복을 주섬주섬 챙기는 석현, 의외라는 듯 보던 찬영.
찬영
수영… 할 줄 알아?
석현
물론! 마스터했어!
찬영
책으로?
끄덕이는 석현. 잠수복을 뺏어 챙겨드는 찬영.
S#67. 바닷가, 다른 곳 / 오후
석현이 큰 바위 앞에 걸터앉아 있고, 그 뒤편에서 찬영이 옷을 갈아입는다.
찬영
수영도 못하는 양반이 어떻게 들어가겠다는 거야?
석현
사실 당신 사주 뽑아봤는데, 당신은 수의 기운, 물을 만났을 때 나쁠 경우엔… …
찬영
왜? 죽기라도 한데?
대답 못하는 석현. 피식- 웃으며 잠수복에 몸을 밀어 넣는 찬영.
찬영
점괘가 어떻든 상관없어.
석현
… 위험한 점괘라도 들어가겠다는 거야?
고개를 드는 석현, 찬영이 앞에 서 있다.
찬영
어차피 운명. 정해진 것처럼 보이지, 정해진 건 아니잖아.
찬영, 잠수복의 지퍼를 끌어 올린다.
그런 찬영을 올려다보는 석현.
S#68. 바닷가 / 오후
찬영, 꽉 낀 잠수복이 불편한지 뒤뚱뒤뚱 바닷가로 걸어가고 있다.
이를 본 박선생이 애써 웃음을 참는다.
바닷가에 다다라 수경을 끼려는 찬영을 걱정하며 보는 석현.
그 때 석현의 손에 들린 찬영의 소지품들 중- 핸드폰이 울린다.
석현
(전화를 받으며) 네? 제가 남자친구냐고요? 아닙니다. 저는 박석현박사입니다. 네? 전화 받을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네, 그렇게만요? (찬영을 보며) 저기 당신 어머니라는데…
궁금해서 전화하셨대, 진짜 잘 지내는지.
황당한 듯 보던 찬영, 잠시 머뭇거리다 활짝 웃어 보이더니
찬영
전해줘. 사실 잘 못 지냈었다고.
… 그런데, 이제부턴 최고로 잘 지낼 거라고.
그러더니, 그대로 풍덩- 바다에 뛰어드는 찬영.
찬영이 만들어 놓은 수면 위의 파장, 그리고 기포들.
S#69. 바다 속 / 오후
바다 속. 천천히 잠영해가는 찬영. 손에 든 수중 라이트로 이곳저곳을 비춰보면
저기 앞, 양식장에서 내려온 수중 그물이 보인다.
찬영, 다가가서 그물을 들춰보면 안이 텅 비어 있다.
시선을 돌려 저만치 앞에 보이는 다른 그물들을 보고 몸을 옮기는 찬영.
- 찬영이 지나간 자리, 그물에 붙은 조그만 검은색 장치. 빨간 불이 깜박깜박.
S#70. 어딘가 / 오후
어느 집의 방. 벽에 설치된 모니터들. 찬영이 그물을 만지자 삐- 울리는 경보음.
그리고 바다 속을 비추는 cctv 한 대, 찬영의 모습이 잡힌다.
S#71. 바닷가 / 오후
산소공급 기계를 만지작거리는 석현, 그러다 버튼 하나를 누르면
삐삐삐 - 소리. 놀란 석현, 이것저것 눌러대면- 급기야 연기를 뿜는 기계.
당황한 석현이 우왕좌왕, 갈팡질팡, 어찌할 바를 몰라한다.
박선생도 놀라서 달려온다.
안 되겠다 싶은 석현이 기계에서 호스를 빼더니 입에 물고 공기를 불어 넣는다.
S#72. 바다 속 / 오후
그물들 사이에서 바쁘게 오고가는 찬영. 그러다, 갑자기 괴로워한다.
산소호스를 흔들어보는 찬영. 잠시 후, 약간은 힘들어하며 다시 움직인다.
그러던 찬영, 아래를 보면. 약간 솟아 있는 해저 땅.
흙 사이사이로 얼핏 얼핏 보이는 청색 이물질. 하강하는 찬영.
흙을 손으로 털어내면, 바닥을 덮은 방수포의 일부분이 보인다.
방수포 한 쪽을 잡고 들어 올리려는 찬영.
하지만 방수포 끝에 묶인 줄들이 바닥에 박힌 쇠고랑에 단단히 묶여 있다.
방수포의 끝부분을 들어보려고 노력하는 찬영.
그 뒤로 덩치가 큰 정체불명의 잠수부가 빠르게 다가오며 칼을 뽑는다.
그럼에도- 방수포를 드느라 애쓰는 찬영.
마침내 살짝 벌어진 틈 사이로 뭔가를 본 찬영의 눈이 동그래지는데,
순간, 찬영의 산소호스를 잡고 뎅강 잘라 버리는 잠수부.
이내, 발버둥치는 찬영을 덮쳐오는 잠수부.
S#73. 바닷가 / 오후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나란히 퍼질러 앉은 박선생과 석현.
박선생, 호스를 불어대다 뒤로 쓰러지며 호스를 석현에게 넘기면 마지막 힘을 다해 공기를 불어넣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바다 위로 떠오르는 산소 호스.
석현이 잡아다기면 잘려나간 끝부분이 보인다. 앞뒤 가리지 않고 바다에 뛰어드는 석현,
수영을 시작하는데… 50cm도 가지 못하고선 허우적거리고.
박선생, 급히 산소호스를 석현에게 던지면, 겨우 붙잡고 잡아당기는 석현. 그러자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쏠리는 박선생, 힘없이 바다 쪽으로 끌려가서는, 풍덩-
결국. 소리를 지르며 허우적대는 두 부자.
S#74. 펜션, 거실 / 오후
담요를 뒤집어쓰고 마주 앉은 박선생과 석현. 머리카락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아이폰을 흔들어대는 석현, 오방기를 뽑아보는 박선생.
그리곤 서로를 보던 둘, 좋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박선생
월광도, 기자양반도… 기운이 너무 멀어.
깝깝한 두 사람, 그 때 펜션 문을 열고 들어오는 누군가…
알아보기 힘들지만, 잘 보면 승희다. 흙먼지와 나뭇잎으로 온 몸이 지저분한 그녀.
놀라서 뒤로 주섬주섬 물러서는 박선생과 석현.
그런 두 사람을 슬픈 눈으로 보는 승희, 이어지는 슬픈 목소리.
승희
… 도와주세요…
S#75. 마을 / 저녁
마을 한 편.
승희의 뒤를 쫓아 달리던 석현과 박선생.
턱 끝까지 차온 숨을 어쩌지 못하고, 동시에 멈춰서는 두 사람.
다시 힘을 내서 겨우 겨우 발을 옮기면.
멀찍이 떨어진 곳, 지나가는 그들을 지켜보는 날카로운 시선들- 이장과 그의 패거리들.
S#76. 금수산 / 저녁
승희를 따라 산 중턱에 도착하는 석현과 박선생.
승희
우리 파트라슈., 태어날 때부터 반짝반짝 금빛에 휩싸여 있었어요. 그걸 찾아 여기까지 왔는데…
커다란 바위벽 한 쪽이 치워져 있는데, 작은 바위가 토끼 굴 같이 조그만 구멍을 막고 있다.
석현
니미럴. 지금 지럴 같이 바쁜거든? …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고. 당신 말은 개새끼가, 바위를 치우고 들어가서, 다시 바위로 입구를 막았다는...
승희의 분노와 자조가 섞인 슬픈 눈을 보고는 말을 멈추는 석현.
석현, 승희 눈빛에 눌려 팔을 걷고는 묵묵히 바위를 잡는다.
이어서 박선생, 승희까지 가세하여 힘을 싣지만, 움직일 듯 안 움직이는 바위.
세 명의 약골들. 한참을 끙끙거리며 겨우 바위를 치워내면- 안으로 길게 이어진 좁은 굴.
S#77. 바위 굴 / 오후
좁은 굴. 엉금엉금 기어가는 석현의 뒤를 따라가는 박선생.
석현의 속도가 너무 쳐지자 뒤에서 ‘니미럴’하며 확 석현을 밀어버리는 박선생.
그러자 곧 통로 끝 넓은 공간으로 굴러 떨어지는 석현.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한 무언가가 방수포로 덮여 있다.
박선생, 주저앉은 석현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 시체가 보인다.
‘허억!’ 석현 옆으로 주저앉는 박선생, 역시나 겁을 먹고 꼼짝 못한다.
‘파트라슈!’ 소리치면서 안으로 굴러들어오는 승희.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러나 파트라슈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던 승희가 방수포마저 벗겨버린다.
우르르- 쏟아지는 물건들. 박선생이 집어서 보면 정교한 금세공품이다.
한 눈에도 값이 나가 보이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의외의 광경에 할 말을 잃은 석현과 박선생.
그리고 한쪽에서 석현, 잃어버린 소지품들 - 녹음기, 노트북 등등을 찾아내고.
이와는 상관없이 물건들을 헤집고 다니며 발광하는 승희.
석현과 박선생 앞으로 떨어지는 물건들- 세공품, 통장, 서류, 공무원증 등등.
S#78. 어딘가 / 오후
찬영, 정신을 차리면- 입을 막은 테이프. 옴짝달싹 할 수 없이 포대자루에 갖힌 몸.
찬영이 있는 힘껏 몸을 움직이면 바닥에 놓인 포대자루가 심하게 요동친다.
꿈틀거리며 앞으로 전진하는 포대자루. 툭- 다른 포대자루와 부딪친다.
찬영
으으으? (누구야?)
월광
으으 으으으으으. (기자 양반이구만)
찬영
으으? (월광?)
‘으으으!’ 하는, 입 막힌 비명 소리, 양쪽 포대에서 터져 나온다.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두 개의 포대, 빙빙 돌다, 겹쳤다, 떨어졌다.
그리고 계속되는 ‘으으으’ 목소리들.
서로를 확인하고, 안위를 묻고, 반가워하고, 계책을 세우는 것 같기도 한데…
자막 없이는 도저히 알아듣기 힘든 두 포대의 대화.
얼마 후. 뭔가 작전을 세웠는지 나란히 누워서 앞으로 꿈틀대며 나가는 포대들.
느리지만, 굳건한 그들의 움직임.
그러다 툭- 부딪치는 누군가의 발. 상황 파악 못하는 포대들.
무작정 앞으로 나가겠다고 꿈틀대지만, 그런 포대자루를 낚아채어 끌고 가는 손.
‘으으? 으으 으으으?’ (박박? 아님 박선생?) 소리가 새어 나온다.
S#79. 산속, 동굴 앞 / 오후
바위벽에 기대 축 처진 승희, 넋이 나간 채 눈물을 글썽이는.
그리고 그 앞- 아이폰을 흔드는 석현, 오방기를 뽑는 박선생. 서로를 보며
박선생
서쪽?
석현
동쪽인데요?
박선생
그럼 서쪽이네. 가지.
석현
무슨 소리하세요! 최기자 생년월일시 넣고 해보세요.
박선생
오방기를 봐. 서쪽에 생과 사를 가르는 어두운 기운이 있다잖아!
석현
동쪽이에요, 정말 점괘가 강하게 …
박선생
니미럴! 잊었나 본데, 나 인천 박선생이야. 전국 빅 쓰리…
석현
한 번 만요! 한 번만이라도 제 점괘 좀 믿어 주시면 안 되요?! 저도 이 바닥 생활 7년이잖아요!
석현의 항변에 숙연해지는 분위기, 수긍하는 얼굴의 박선생.
박선생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동쪽으로 가보자!
순식간에 즐거워하는 석현, 동쪽 방향으로 달려 나간다.
무척 느리지만, 그래도 발걸음은 가벼워 보인다.
그러다 뭔가 허전함을 느낀 석현, 멈춰서 돌아보면, 박선생이 반대방향인 서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엄청난 배신감!
석현
박선생! 박선생님! … (절규하며) 아부지!!!
뒤도 돌아보지 않는 박선생, 오히려 발에 속도를 높이는.
자신이 가던 길, 그리고 아버지가 가는 길을 번갈아 보는 석현.
그렇게 잠시 망설이길 얼마- 이를 앙다문다.
그리고는 석현, 원래의 길- 자신의 방향으로 달려 나간다.
S#80. 산속, 서쪽 / 오후
박선생. 위쪽을 보며 큰 쇼크를 받은 듯 입을 벌린 채 망연자실 서 있다.
나무 위. 굶주림과 상처에 초췌해진 생명체. 파트라슈.
박선생
니미럴... 생과 사를 갈랐던 기운이… 너냐???
박선생. ‘에이 씨!’ 하며 왔던 길을 돌아보고, 다시 파트라슈를 올려다본다.
S#81. 동굴 앞 / 오후
동굴 벽에 기대 앉아 축 처진 승희.
동굴 앞으로 뛰어오는 일군의 사람들- 이장을 선두로 한 그의 패거리들이다.
이장
이게 다 뭐꼬, 저 동굴은 또…
휙- 이장을 노려보는 승희. 승희의 눈빛에 입을 다물고 물러서는 이장.
그런데, 승희, 갑자기 뭔가 느낀 듯- 어딘가를 휙 돌아보더니 갑작스레 ‘파트라슈!!’
거친 숨을 내쉬며 뛰어오는 박선생의 품에 안긴 강아지, 파트라슈.
승희를 보자 박선생의 품에서 점프해 승희에게 달려가는 파트라슈.
뛰어가서 파트라슈를 안고 눈물의 상봉을 하는 승희.
이장과 패거리들, 이 황당한 상황을 바라보다가,
이장
행님요, 아직 안 갔습니까? 오래 계시지 말라고 했는데...
비릿하게 웃으며 앞으로 나서는 이장을 경계하는 박선생.
S#82. 자살바위 / 오후
힘겹게 포대를 푸는 손, 구멍 사이로 머리를 빼는 찬영.
갑작스러운 햇빛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다.
고개를 돌려 버리는 찬영, 다른 포대에서 삐져나와 반쯤 정신을 잃은 월광이 어렴풋이 보인다.
다시 고개를 드는 찬영,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상대방 얼굴이 조금씩 보인다.
최씨 노인, 그리고 노인의 뒤에 서 있는 최씨 형제 - 삐쩍 마른 충호와 큰 덩치의 충식.
최노인
전에도 기자 양반 같은 사람이 있었다이가, 보물 실은 난파선 하나가 묻혀있다고 마을을 쑤시고...
찬영
… 역사학자…?
비릿하게 웃는 최노인. 일순 표정이 굳는 찬영.
찬영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과거 영상들.
<INSERT 양식장 아래에서 뭔가를 발견하는 해녀 - 그물을 걷어 올리는 어부, 그물 끝에 걸린 금 세공품 한 점 // 이어지는 사람들의 모습들 : 자살 바위에서 해녀를 미는 누군가의 손 - 바닷 속, 어부의 입을 틀어막고 숨을 못 쉬게 하는 잠수부.
숲 속. 찬영과 석현. 그들을 노려보다 복면을 쓰는 충식. 앞으로 나서 두 사람을 덮친다
// 그리고 바다 속, 방수포를 덮는 최노인, 옆에 놓였던 바구니를 들고 위로 헤엄쳐 나간다. - 바닷가, 찬영을 만난 최노인, 기침을 하며 “어짜겠노, 내한텐, 바다가… 밭이고 보물 창곤데. 힘들어도… 들어가야제, 죽을 때까지.” - 이어서 바구니에 손을 넣고 뒤지는 최노인. “기자양반 우리 좀 도와달라꼬 전복이라도…” - 바구니 속. 몇 알의 전복과 함께 뒤섞인 상당한 양의 금은 세공품들. 그것들을 피해 전복을 잡으려는 최노인의 손 - 바닷가를 떠나는 최노인, 쓸쓸한 뒷모습을 한참 보는 찬영. 그리고 찬영을 등지고 걸어가던 최노인, 비릿하게 웃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찬영. 그런 찬영을 내려다보는 최노인.
최노인
그 때도 내 도라가라 도라가라 말했는데… 지지리도 말을 안 들어가꼬… 내 양식장에 있는 건 다 내낀데, 그걸 나라에서 빼앗아 갈라고 안 카나? 내 꺼, 내가 빼 쓰겠다는데 뭐가 문제고? 할튼 금마도, 그리 설치다 실종됐다 아이가. 인자 기자 양반도 실종 한 번 되야제? 아니면 자살로 할까?
최노인, 커다란 덩치의 충식에게 눈짓을 준다. 너무나 쉽게 찬영을 들어 올리는 충식.
찬영을 들고 그대로 자실바위 끝으로 간다. 그리고는 찬영의 신발을 벗기는 충식.
충호가 달라붙어 찬영의 신발을 바다 쪽으로 가지런히 놓는다.
찬영을 높이 드는 충식. 비명을 지르고 발버둥을 치는 찬영.
주먹도 내질러보지만 곰 같은 충식은 꿈쩍도 않고.
그 때 휙- 하고 날아와 충식의 등을 때리는 돌멩이.
돌아보는 충식- 저기 뒤에서 턱까지 차온 숨을 내 쉬고 있는 석현.
찬영
… 박박!!!!
석현
젠장… (헉헉) 맞잖아… (헉헉) 동쪽…
찬영을 내려놓는 충식, 석현을 덮치고자 앞으로 나서려 하면.
손을 들어 동생을 저지하는 충호. 석현을 향해 몸을 돌린다.
그걸 본 석현. 엄지와 중지를 모아 앞으로 쭉 내밀면.
충호
뭔데, 니도 무술하나보네?
하면서 스윽, 앞발을 내미는 충호. 뜻밖의 상황에 긴장하는 석현.
그러자, 갑자기 스텝을 밟아대며 ‘이크, 이크’ 태껸 품세를 밟는 충호.
서로 잔뜩 경계하는, 고만고만한 덩치, 고만고만한 포스의 두 사람.
각자 진지한 얼굴로 상대를 노려보지만. 누구 하나 먼저 손을 쓰지는 못하고.
손가락을 쭉 뻗고, 또 품세를 밟으며 그저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돌기만 하는 둘.
이 광경을 지켜보며 답답함에 속이 터지는 듯한 최노인.
최노인
마! 쫌!!!
아버지의 호통에 화들짝 놀란 충호, ‘이크!’ 큰 소리를 내며 달려든다.
맞서는 석현, 충호와 맞붙기 위해 뛰쳐나간다.
충호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가며 신회, 천추를 가까스로 찌르는 석현.
마지막 양구혈을 찌르려다가 충호의 발차기에 낭심을 맞고 쓰러지는 석현.
낭심을 붙잡고 괴로워하는 석현.
석현
제발, 거기만은... 그만...
충호, 쓰러진 석현을 향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발을 크게 들어 석현의 낭심을 다시 한번 밟는다.
모든 이들, 심지어 충식과 최노인 마저도 차마 보지 못하고 시선을 피하는 사이, 괴로움에 비명을 지르면서도 ‘마지막 양구혈!!!’을 외치며 죽을 힘을 다해 충호 무릎의 양구혈을 가격하는 석현.
서서히 몸이 굳어가다 곧 쓰러져 바들바들 떠는 충호.
낭심을 잡고 괴로워하면서도 찬영을 향해,
석현
봤지? 되는 거!!!
보다 못한 충식, 앞으로 나서더니 석현의 뒷덜미를 잡고는 그대로 번쩍.
바둥거리며 끌려가는 석현. 석현과 찬영을 쥔 채 바위 끝으로 가는 충식.
그 때 뒤에서 들리는 ‘이야얍’하는 아이의 목소리.
‘또 뭐꼬’, 하면서 돌아보는 충식에게 달려온 월광이 그대로 충식의 배에 머리를 쿵-
짧은 순간 밀려들어가는 충식의 배. 하지만 곧, 그 만큼의 반작용으로 튀어나오는 배.
휘익- 나뭇잎처럼 뒤로 나가떨어지는 월광이 정신을 잃는다.
마침내 충식이 찬영과 석현을 집어 던지려고 손에 힘을 주는데,
휘이이잉- 갑작스레 바다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주춤거린다.
충식이 찬영과 석현을 놓친 것도 모른 채 절벽 끝에 뭔가가 있는 듯 멍하니 보면.
충호
(바들바들 떨며) 뭐하는 기고! 빨리 던지라!
충식
그기 아이고... 뭐 있었다 … 봤는데…
이상한 듯 다시 찬영과 석현을 집어 드는 충식, 바다로 던지려는데.
다시 혼자 ‘허어억!’ 놀라더니 뒤로 물러서며 찬영을 놓쳐 버린다.
충호
니 진짜 와 그라는데!
충식
진짜다 진짜 있다, 무서운 아저씨 같은 사람, 내 못하겠다,
찬영
… 설마 …
월광 쪽을 보는 찬영, 하지만 쓰러진 채 꼼짝 못하는 월광.
여전히 멍한 충식에게 화가 나서 헤드락을 거는 충호.
그렇게 엉키는 두 사람,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그 때-
이장(OS)
이게 다 뭐꼬!
행동을 멈추는 충호와 충식- 보면. 박선생, 승희, 이장을 선두로 한 사람들.
파트라슈는 일행들 맨 앞에 서서 최씨노인을 향해 으르렁거리고,
이장
최씨요, 이게 다 어째 된 겁니까.
사람들의 등장에 힘이 빠지는 최씨 노인. 그리고 충호와 충식.
빠르게 눈을 굴리던 최노인, 비틀비틀 걸으며
최노인
내는 모른다. 우리 애들이 뭐 잘못한 거 같아서,
내도 어째된 일인가 올라와 본기다.
‘아부지요!’ 하면서 원망의 눈으로 최노인을 보는 충호와 충식.
그리고 일제히 최노인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
그걸 느낀 최노인, 비틀거리며 바위 끝 쪽으로 가면서
최노인
사람들 와 이라는지 모르겠네… 내가 먼 잘못을 했다꼬 …
찬영, 최노인의 앞을 막는다.
찬영
다 끝났어요. 그만…
멍하니 보던 최노인. 갑자기 찬영의 목을 팔로 감아 버리고는.
최노인
이 아가씨한테 물어봐라, 서울에서 온 기자양반한테. 내가 잘못했나 안 했나, 내 잘못 없다, 우리 아들이 다 한기다.
찬영
소용없어요. 다 끝났다니까요.
최노인, 찬영을 감은 팔에 더욱 힘을 주며 소곤소곤-
최노인
잘 생각해보고 사람들한테 말해래이…
니가 똑바로 하면, 모아 놓은 돈도 떼주고,
똑바로 안 하면, 같이 저 밑으로 뛰 내리는기다...
찬영, 겨우 고개를 돌려 뒤를 보면.
바위 끝까지 끌려 와 있는 자신. 바로 아래에서 혀를 날름대는 바닷물.
두려운 찬영의 얼굴. 하지만 이내 표정을 다잡고는,
찬영
전부… 이 노인 짓이야… 보물을 독차지 하려고…
아들들 조정해서 발견한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으윽...
최노인, 찬영의 목을 더 세게 조르며 말을 끊어 버린다.
그리고 사람들, 찬영의 말을 듣고는 최노인을 붙잡기 위해 앞으로 나선다.
최노인
… 그래? 보물? 그라고 내가 사람을 죽있다고?
증거대라! 증거 있나?!!
내도 뒤지고, 집도 뒤지고, 다 해봐라, 그런 게 있는가!
승희
할아버지, 이런 거 찾아?
다시금 해맑아진 승희, 품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낸다.
석현, 보면- 통장, 어떤 리스트, 그리고 공무원증. 공무원증에 주목하는 석현,
석현
국립 영주대학교 역사학 교수…?
(리스트보고는) 이건, 장물아비들 같은데?
승희
저기 있는 동굴에 가면 이런 거 더 많아. 이쁜 보물들도 있고, 죽은 사람도 있고요~
파랗게 질리는 최노인. 찬영, 목을 조른 팔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고는.
찬영
확실한 증거네요!!!
거의 울다시피 하는 최노인, 결국 체념한 듯 찬영을 놓고는 머리를 저어대며 뒷걸음질 친다.
최노인
내 양식장에 있는 거, 내가 지키겠다는데…
그게 어째 죄고… 그거 다 내낀데… 내낀데…
아직 반도 못 가지고 나왔는데… …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복잡한 표정.
그런데 어느 순간, 놀라는 찬영의 눈. 절벽 끝까지 가버린 최노인의 발.
그것도 모른 채, 고개를 저으며 물러서던 최노인, 그만 미끄러져 버리고.
뜻밖의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러나 단 한 사람.
바로 곁에 있던 찬영. 본능적으로 손을 쭉 뻗는다.
벼랑 끝. 매달려 있는 최노인. 어찌된 건가 싶어 올려다보면.
자신의 팔을 붙들고 있는 찬영.
최노인
… 왜 내를 …
찬영
당신 같은 사람은... 이렇게 쉽게 죽으면 안 돼요…
찬영을 가만히 올려다보던 최노인, 눈을 감아 버린다.
최노인을 끌어 올리려는 찬영.
그리고 찬영을 돕기 위해 벼랑 끝으로 몰려오는 사람들.
S#83. 울진리, 마을 - 경찰차 내부 / 저녁
마을을 떠나는 경찰차들 - 차 안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최노인.
억울함에 이를 꽉 깨문 충호. 그리고 아직도 뭔가 이상한지 두리번대는 충식.
S#84. 펜션, 테라스 / 저녁
어깨와 머리 사이에 핸드폰을 꽂은 채 빠르게 타이핑하는 찬영.
노트북 화면, ‘600년 전 난파선을 둘러싼 10년의 범죄’ 라는 제목이 보인다.
찬영
30분요! 그 안에 송고 할테니까, 사장님이 받아서 본사에 보내면 인쇄 시간 맞출 수 있을 거에요!
월광(OS)
알지?
찬영이 보면, 테라스에 나와 있는 월광.
월광
… 아버지. 가시는 거.
찬영
(월광의 말에 놀라) 무슨 소리야? 아..버지...?
월광
인사 하신다 아가씨, 머리 쓰다듬으면서… 잘 지내라고…
… 찬영, 천천히 손을 들어 머리를 만지려다가,
찬영
… 너… 진짜 그러지마…
월광
아가씨… 여기 내려오기 전에, 아버지 무덤에 갔었어?
눈에 띄게 놀라는 찬영. 눈가가 젖어든다. 등을 돌려버리는 찬영.
월광의 몸이 서서히 떨려오기 시작하더니 순간 고개를 푹 숙이고는 잠시 후 천천히 고개를 든다.
월광의 모습이 1씬에 나왔던 아버지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월광
(굵은 어른 목소리로) … 찬영아! 아빠가 너무 미안해.
눈을 크게 뜨고 몸을 돌려 월광을 쳐다보는 찬영.
찬영
아...빠?
아버지
찬영아! 아빠는 우리 영이가 늘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네가 날 보진 못했지만, 아빠는 항상 네 옆에 있었단다. .
찬영
(눈물을 벌컥 쏟으며) 아빠... 난 그런 줄도 모르고, 혼자 너무 힘들어 했어...
아버지
계속 있고 싶지만, 이젠 아빠도 가야할 것 같네.
우리 찬영이 다 컸으니 아빠가 편하게 갈 수 있겠다...
찬영
아빠~ 가야돼? 정말 가야돼?
아버지
(말없이 온화한 미소만.)
아버지의 모습이 월광과 분리돼 등을 돌리고는 하늘로 스르르 사라진다.
찬영이 펑펑 울며 ‘아빠, 고마워. 항상 사랑해. 알지...’ 외치면 마지막으로 찬영을 향해 미소를 남기며 완전히 사라지는 아버지의 모습.
정신이 돌아온 월광이 멀리 사라지는 찬영의 아버지를 향해 합장을 올린다.
찬영의 우는 모습을 보며 점점 하늘로 올라가는 한없이 포근하고 따뜻한 시선.
S#85. 찬영의 엄마 집 / 아침
활짝 웃으며 맞은 편 벽을 보는 찬영 엄마.
벽에 걸린, 오래된 가족사진 - 엄마, 아빠, 그리고 어린 찬영.
그러길 얼마 스크랩북에 신문 조각을 끼워 넣는 찬영의 엄마.
기사에 보이는 제목- “1000년 전 난파선을 둘러 싼 10년의 범죄”
그 아래 쪽, 조그맣게 칠해진 형광펜. ‘취재= 일출신문 최찬영 기자’
Fade out
아나운서(v.o)
울진리 최모씨와 두 명의 아들은 바다에서 일하던 어부와 해녀들이 자신의 양식장 아래에 숨겨졌던 보물들을 발견하자…
S#86. montage sequence
- 바다 속. 양식장 그물 아래서 작업 중인 여러 명의 잠수부들.
방수포를 걷어내는 그들. 그 아래 수북이 널려 있는 보물들.
그 위로 계속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
아나운서(v.o)
이들을 살해한 뒤 사고나 자살로 위장하는 치밀함까지 보였습니다.
- 인쇄소에서 찍혀 나오는 신문들, 경향신문.
1면 헤드라인 카피. <정부, 울진리에 대규모 조사단 파견>
- 신문 보급소 앞, 배달원들이 오토바이에 신문을 실으면, 얼핏 보이는 기사-
<울진리 리스트, 전국 문화재 밀거래 유통망의 27% - 검찰, 본격적인 수사 개시>
아나운서
한편 경찰은 고려시대 난파선의 흔적을 찾아 해당 지역을 조사하던 영주대학교의 박경학 교수 역시 같은 곳에서 유물의 흔적을 발견한 뒤, 이들 부자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아파트. 현관 앞에 신문을 던져 놓고 뛰어가는 배달부.
떨어지며 속이 뒤집어지는 신문. 그 끝에 얼핏 보이는 조그만 기사.
<이달의 기자상 - 일출신문 최찬영 기자>
S#87. 울진리 해안가 / 아침
깔끔한 옷차림의 찬영, 석현, 박선생, 승희.
쓸쓸한 눈으로 바다를 보면, 정부 조사단의 발굴 작업 광경이 보이고.
그들을 밀어 내며 접근 금지 줄을 치려는 관계자.
아쉬운 듯 버텨보다 결국 뒤로 물러나 주는 네 사람.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오는 마을 주민들 - 선두에 선 이장, 찬영과 사람들을 보며 머뭇거리다가.
이장
여튼, 이래저래 고맙습니데이.
찬영
이장님, 개발사업 … 계속 하실 건가요?
이장
뭐, 한다 만다 그기 아이고… 문제는 없나 더 살피도 보고… 마, 뭣보다 욕심만 쫓아가서는…
찬영
에이, 무슨 문제가 있으려고요. 개발, 그 좋은 거에.
찬영의 말에 멋쩍어하는 이장. 보면서 웃는 찬영.
그러다 고개를 돌리면, 저기서 자신을 보고 선 소녀- 여중생(35씬의).
여중생, 머뭇거리다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한다.
활짝 웃더니, 같이 고개를 숙이는 찬영, 다시 고개를 들면- 환히 웃고 있는 여중생.
S#88. 울진리 초입 / 아침
카니발 차량에 올라타려는 찬영을 석현이 붙든다.
석현
서울, 가기로 한거지?
대답 없이, 보기만 하는 찬영.
석현
갈 거면, 뭐랄까, 가기 전에… 아니 꼭 가기 전이 아니라도… 간 다음에라도… 어쨌든 난, 당신 어머니랑 통화를 한 사이기도 하고…
횡성수설 말을 버벅 대며 안절부절 못하는 석현.
그러다, 언젠가부터 뒷짐을 지고 선 박선생을 발견하고는 부끄러워 후다닥 운전석으로 올라타 버린다.
아무 일 없었던 듯, 조용히 찬영에게 와서 쪽지 한 장을 내미는 박선생.
찬영이 받아보면, 쪽지에 쓰인 이름 하나 ‘백동석’, 뭐냐는 듯 보는 찬영.
박선생
기자 양반 문제… 기문술로 다시 봤는데 SA전자 사건에 이런 이름이 보이더라고.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
찬영
박선생님. 다시 점 보실 건가요?
박선생
… 사실 나도, 이게 아닌데, 생각은 하긴 했었으니…
무안한 듯 자리를 뜨는 박선생, 그러다 돌아보며
박선생
근데 기자 양반. 남자는 잘 골라야겠던데?
팔자에 영양가 없는 놈들이 좀 끼어있어.
찬영, 차량 쪽을 돌아본다. 운전석에 앉아 이것저것 만져대는 석현의 모습.
와이퍼가 움직이고, 세제가 뿜어져 나오고, 하이빔은 깜박깜박.
자기가 벌려 놓은 상황을 수습 못한 채, 허겁지겁 당황하는 석현.
그런 석현을 보던 찬영과 박선생, 서로 빙긋이 웃는다.
S#89. 취재현장 / 낮
SA전자 빌딩 앞에 모인 취재진들. 그 중 남자 기자 한 명-
기자 (v.o)
SA전자 비자금 관련 새로운 증언이 확보되었습니다, SA전자의 회계를 담당했던 삼인회계법인의 백동석씨는 경향신문의 최찬영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SA전자가 지난 8년간…
S#90. 찬영의 집 / 아침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출근 준비를 하는 찬영.
재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가려 할 때, 울리는 전화벨. 찬영이 받아들면.
석현 (E)
오늘, 당신 절대 욕심 내지 마. 욕심내면 자빠질 운세야.
듣던 찬영, 피식- 웃더니 문을 열고 나가며
찬영
알잖아? 나, 자빠질 운, 이미 빠이빠이 해버린 거.
S#91. 석현의 점집 / 아침
입구에는 HKFA(흑파) 마크가 깔끔하게 붙어 있다.
책으로 빼곡하게 둘러싸인 석현의 점집 안, 대기실.
그런데 웬일인지, 대기실은 기다리는 사람으로 꽉 차 있고.
한쪽 벽면에 채워진 석현의 대형 전신사진. 그 옆에 쭉 붙은 신문 기사들.
‘한편 이번 사건 해결에는 부산 지역 역학인 P씨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역학인임에도 수학박사학위를 가진 P씨는…’
기사 중, ‘수학박사학위를 가진’ 부분, 따로 확대 복사되어 붙어 있는.
그리고 석현의 방. 교수 연구실 같은 분위기로 꾸며진 곳. 핸드폰 통화를 하는 석현.
석현
저기 그런데 말이야. 전에 내가 했던 획기적인 제안…
아직 답을 안… 한 거 같은데…?
버벅거리며 긴장한 티를 팍팍 내는 석현.
찬영 (E)
궁금하면, 박사운명에 물어봐! 아님 핸드폰 흔들어보던지!
뚝- 끊기는 전화. 아이폰을 잠시 내려 보다 프로그램을 띄우는 석현.
진짜 흔들어본다. 그러더니- 책상에 풀썩 엎드려버린다. 이어지는 이상한 소리.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음흉하게 웃는 소리 같기도 하다.
S#92. 신문사 / 아침
경향신문. 로비로 힘차게 걸어 들어서는 찬영.
자신감과 만족감으로 가득한 얼굴, 울리는 핸드폰. 받아드는 찬영.
그 때, 저만치서 걸어오며 ‘최기자!’ 하면서 손을 내미는, 사장님과 부장.
눈이 번쩍 커진 찬영, 사장님에게 손을 내밀며
찬영
(전화기에) 죄송한데 지금 통화하기가… 네? MBC 요?!!
바로 앞까지 온 사장님, 악수를 하려고 하지만. 휙- 등을 돌려 버리는 찬영.
찬영
아뇨 아뇨, 통화하기가… 지금이 제일 좋다고요!
여전히 뻗어 나온 사장님의 손. 꼼짝달싹 못하면,
눈치를 보며 사장님의 손을 천천히 내려 주는 부장.
찬영은 어느 때보다 신이 난 발걸음으로 통화를 하며 신문사 로비를 벗어난다!!!
S#93. 엔딩 크레딧 + 에필로그 : 꽃잠해수욕장 / 아침
마주보고 선 월광과 연이. 평소보다 더 무표정한 월광의 얼굴.
연이
울 엄마도 인제, 한 다 풀었을거다, 고맙데이-
… 있다이가, 내가 진짜 좋은데 알아놨다, 거기 제비꽃이 억수로 많이 폈는데 거기 가서…
가려는 연이, 그런 연이의 손목을 낚아채는 월광.
월광
… 너도 가야지… 이제
연이
뭔… 소리고… 지금 가려고 한다아이가…
연이의 눈을 들여다보는 월광. 그러자 눈이 커지는 연이.
<INSERT - 해수욕장 : 연이. “그 때부터 내랑 놀아주는 아들도 없어가지고 심심했는데” // 마을회관: 월광의 시점, 사람들 무리에 섞여 있는 연이. 그리고 옆에 앉은 아빠 - 아빠, 괴로운 듯 고개를 젓다 옆을 보면, 텅 빈 자리 // 창고: 잠수복을 집어 들려는 연이, 그런데 손이 잠수복을 그대로 통과해버린다. 결국 앞으로 나선 월광이 집어 들고 연이를 빤히 보면. 연이, “왜 그라노, 뭐 할 말 있나? // 회관 : 화이트보드에 붙은 사진들. 그 중 한 장, 천에 덮인 조그만 몸 // 자살 바위: 누군가에게 떠밀려 바다로 떨어지는 해녀. 그리고 근처, 정신을 잃고 쓰러진 해녀복의 연이. >
감았던 눈을 뜨는 연이. 끝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고개를 끄덕인다.
연이
진짜 내도… 그래… 내도 가야겠제?
변함없이, 무표정하게 끄덕이는 월광.
연이
고맙데이… 그래도, 니가 놀아줘서 안 외롭게 있다가 간다…
… 나중에, 진짜 나중에… 또 놀자… 그래 줄거제?
손을 흔드는 연이. 점점 모습이 옅어진다.
묵묵히 보기만 하는 월광.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연이의 모습.
그러자. 모래사장 위로 풀썩- 주저앉고 마는 월광.
크게 들썩이는 월광의 어깨, 하지만 울음소리만은 내지 않는.
Fade Out
End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