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고인쇄박물관
송하 전명수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청주시 흥덕구 직지로 113호에 위치하며 흥덕사지가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박물관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고인쇄박물관으로 고인쇄문화의 발달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1992년 3월에 개관하였다. 5개의 상설전시실과 특별전시실, 수장고, 도서관, 세미나실을 갖추고 있다. 지상 2층 지하1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에는 직지와 흥덕사, 직지금속활자, 공방체험관, 인쇄문화실, 활자주조와 조판, 유네스코 세계유산, 근·현대 인쇄기기, 영상관, 체험실이 마련되어 있으며 2층에는 동·서양의 인쇄문화, 기획전시실이 마련되어 있고 지하층에는 세미나실이 있다. 이곳은 신라, 고려, 조선시대의 목판본, 금속활자본, 목활자본을 비롯하여 흥덕사지에서 출토된 유물2,000여점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무구정광다라니경, 직지활자판, 직지영인본 등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불교 의식에 사용된 불구(佛具)인 금강저, 청동소종, 철불 나발편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각종 고서적과 인쇄기구, 모형으로 제작된 과거의 밀랍주조법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이곳의 고인쇄박물관이 설립된 근거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란 책이 바로 옆에 위치한 흥덕사에서 1377년에 간행된 역사적인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이 금속활자 인쇄는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인쇄한 성경 42행보다 78년이나 앞서 간행된 것이다. 직지(直指)는 상, 하 두 권인데 상권은 발견되지 아니하고 하권은 현재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소장되어 있다.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란 책이름을 줄여서 불조직지심체요절, 직지심체요절, 직지심체, 직지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책의 내용은 석옥선사가 전해준 불조직지심체요절에 선문염송과 치문정훈 등에서 그 내용을 보완하고 과거 7불과 인도 24조사, 중국의 110선사 등 145가(家)의 법어를 가려 뽑아 307편에 이르는 게, 송, 찬, 법어, 문답 등을 수록하고 있다. 이 직지를 편저한 백운화상의 법명은 경한(景閑,1298-1374)이고 석옥선사로 부터 불조직지심체요절을 전해 받고 수행에 정진, 25세에 불도를 체득하였으며 인도의 지공화상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공민왕21년(1372년)에 75세의 나이로 직지를 편집 저술하였으며 1374년에 여주 취암사에서 입적하였다. 직지를 간행한 사람은 연화문인 석찬, 달잠, 시주비구니 묘덕이 간행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석찬은 백운화상의 시자(侍子)였으며 비구니 묘덕은 흥덕사 금속활자본과 취암사의 목판본의 직지 간행에 관여한 사람이다. 석찬과 달잠은 모두 백운화상의 제자로서 스승의 가르침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하여 묘덕의 시주를 받아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직지를 간행한 사람들이다.
직지 하권이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하게 된 경위는 이렇다. 1866년 한불통상조약이 체결된 후 초대 주한대리공사로 부임한 빅토르 꼴랭 드 플랑시(1853-1922)가 우리나라에 근무하던 중 고서적과 각종 문화재를 수집하였는데 그 가운데 직지가 포함된 것이었다. 그 후 이 직지는 앙리 베베르가 구입하여 소장하고 있다가 1950년경에 그의 유언에 따라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하게 되었다고 한다. 직지는 오랜 세월동안 남의 나라 도서관에 잠을 자고 있다가 1901년 모리스 꾸랑이 저술한 ‘조선서지’에 수록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지만 실물과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1973년 세계도서의 해를 기념하기 위하여 책전시회에 직지가 출품됨으로써 세계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직지의 진가를 발견한 사람은 박병선(1928-2011)박사이다. 박병선박사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1972년 프랑스 소르본느대학에서 한국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녀는 1967년부터 1980년까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근무하였는데 1967년에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 그곳에 소장되어있음을 확인하고 3년간 연구 끝에 이 책이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본임을 고증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 인쇄시기를 선광7년정사7월(宣光七年丁巳七月), 인쇄장소는 청주목외흥덕사(淸州牧外興德寺), 인쇄방법은 주자인시(鑄字印施)라 기록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깊이 있게 연구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 등의 자료를 국내에 제공하여 영인본을 발간하게 되었다. 박병선박사는 이러한 공로로 청주시에서 명예시민증을 주었으며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1999년에 은관문화훈장을 수여하였다. 그리고 직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1985년도에 청주대학교박물관에 의하여 흥덕사지를 발굴하게 되었다. 그리고 1986년도에는 충청북도 주최로 청주흥덕사지 학술대회를 통하여 흥덕사가 학계에 인정을 받게 되었으며 흥덕사지 정비와 함께 청주고인쇄박물관을 개관하게 된 것이다. 2001년도에는 직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시킴으로써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공인받게 되었다. 유네스코의 직지상은 2004년에 제정되었는데 기록유산 보전에 기여한 사람이나 단체에 대하여 2년에 한 번씩 수여하게 되는데 시상금은 3만 달러로 청주시에서 지급하며 시상식은 청주나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게 된다.
프랑스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비공개로 소장하고 있는 소중한 문화재 직지(直指)가 우리의 품으로 돌아올 날이 언제일까? 무슨 수를 쓰면 돌려받을 수 있을까? 참으로 답답한 마음 금할 수가 없어진다. 외규장각을 불태우고 약탈해간 조선왕조의궤는 우여곡절을 거쳐 돌아오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우리의 문화재가 얼마나 많은가! 세계 22개국의 67개 박물관에는 한국실이나 한국코너를 설치하고 우리의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수는 약11만점이 넘는다고 한다. 직지는 프랑스 초대 대리공사 빅토르 꼴랭 드 플랑시가 수집해간 것이니 반환 협상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세계4대 여행기에 속하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왕실의 족보인 선원계보기략(璿源系譜記略), 천하여지도(天下輿地圖) 353점 등도 그곳에 있고 파리의 기메박물관에는 수많은 불상과 고려청자, 조선시대의 백자, 금동관, 장신구, 철제갑옷, 연적, 촛대 등 수많은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으며 파리의 세브르국립도자기박물관에도 고려청자, 조선시대 백자 161점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여름에는 경상북도와 사단법인 우리문화재 찾기 운동본부에서 우리문화재 되찾아오기 운동과 홍보활동을 벌린 적이 있다. 이와 같이 우리 문화재를 되찾아오는 일에 대하여 모든 국민이 많은 호응과 관심을 가져야 하겠고 정부와 관련단체 그리고 관심 있는 인사들이 앞장서서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를 되찾아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하겠다.
첫댓글 청주고인쇄박물관을 한번 가 보아야겠네요. 프랑스국립도서관에 보관하고 있는 직지를 우리나라로 가져 와야 하겠네요. 잘 읽고 갑니다. 송하님, 좋은 나날되세요.
5.년전에 기회가 되어 한번 들려 보았읍니다 만 이렇게 상세하게 귀술하여 주시니 새롭게 제조명 대네요. 좋은 역사 편집 잘읽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