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삼국유사 속의 석탈해
삼국유사에는 석탈해의 창명 創名 이유를 남해 바닷가에 떠내려온 궤짝을 까치들이 에워싸고 있어, 이를 이상히 여긴 노파가 궤짝을 인양하였더니, 사내아이가 궤짝을 열고 나왔다고 하였다.
그래서 성 姓은 까지 ‘鵲 작’에서 새 ‘鳥 조’ 변을 떼어내 ‘昔 석’ 씨로 하였으며.
이름(名)은 궤짝을 열고 나와서 ‘탈해 脫解’라고 불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까마귀과의 지능이 높은 까치는 영역을 대단히 중요시한다.
자기 영역에 다른 까치가 침범하면 무리 전체가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동종 同種인 까치뿐만 아니라, 다른 조류들 심지어 덩치가 배 이상 더 큰 까마귀도 내쫓고, 맹금류 猛禽類의 대표 격인 솔개나 독수리까지도 집단으로 공격한다.
그래서,
까치를 보고 하늘의 조폭 組暴이라 불리기도 한다.
모든 조류는 시각 視覺과 후각 嗅覺이 엄청나게 발달 되어있다.
하늘 높은 곳에서 낮은 지면 地面의 동태 動態를 파악하려면, 필요 불가결 必要 不可缺한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게 조류 鳥類들은 눈과 코가 꾸준하게 진화 進化하여 왔다.
인간의 8배 이상의 수준이다.
봄 철, 둥지에 알을 품거나 새끼가 부화하면 그때는 극도로 예민해진다.
둥지 근처에 고양이나 개가 나타나도 공격하거나 하며, 심지어 사람까지도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까치가 우니, 오늘은 반가운 손님이 오시려나?’ 하시는 어르신 들이 많았다.
상당히 근거 있는 말씀이다.
발걸음이 뜸한, 멀리 시집간 딸과 사위가 오거나, 오랜만에 지인이 찾아오면 반갑기 그지 없다.
그런데, 반가운 것은 사람이지, 초가지붕보다 높은 곳에 자리 잡은 고목 둥지에서 이를 내려다보는 까치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낯선 침입자가 자기 영역에 나타난 것이다.
다른 야생동물들은 인가 근처에 나타나더라도, 인가 人家를 멀리 돌아 피해 다닌다.
그러니 경계 대상이 아니며, 까치의 둥지도 안전하다.
이러한 자연의 질서를 알고 있는 영리한 까치.
그래서 인가 근처에 대부분 둥지를 튼다.
그런데,
사람은 인가 근처에 나타나면 십중팔구 十中八九는 인가로 찾아온다.
그래서 저 멀리 산모퉁이에 인기척만 나도 “꺅 꺅” 크게 소리내어 울기 시작한다.
개울 건너편 논둑 너머 신작로 근처에 사람 그림자만 비추어도 큰 소리로 “꺅 꺅”거리며 경고한다.
그러한 까치가 생전 처음 보는 서역 이방인을 그냥 못 본 척만 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생긴 것도 그렇고 체취 體臭는 더더구나 처음 맡는 냄새다.
그것도 봄철에 새끼들을 키우는 처지에서는 불안감이 최고조 最高潮에 달한다.
낯선 이방인에 대하여 모른 척, 외면만 하고 있을 수가 없다.
당연히 공격성을 띠며, 날뛸 것이 자명하다.
그 까치들의 경고성 행동이 노파의 눈에는 어선 魚船과 관 棺을 보호하는 것으로 비추어졌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되는 역사 사료다.
한편,
석탈해는 출입이 용이하여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대로 大路 옆의 넓은 터를 갖춘 호공의 집을 거처로 삼았다. 당연히 이주해온 동이족들과 대장간을 운영하였다.
제철 다루는 기술이 다른 대장간들에 비하여 월등히 뛰어나, 점차 그 이름이 사로국에 널리 펴지게 되었다.
- 주석
호공의 집터는 첨성대 남 동쪽에 자리한, 현재의 반월성 半月城 동편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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